올해 상반기는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두산 정수근이 하와이 전훈지에서 폭행과 공무집행 방해에 연루되는가 하면 SK의 한 선수는 강간사건에 휘말렸다. 또 삼성 임창용의 간통과 이혼, 기아 김진우의 폭행, LG 김재현의 음주운전 측정거부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어두운 사고 앞에는 삼성 이승엽의 최연소 300홈런, SK의 도약 등 밝은 소식도 많았다. 상반기에 있었던 ‘해프닝’을 가려보았다.
● 최용호 - 키퍼 맞트레이드,그리고 잠적
두산 투수 최용호와 지난해 다승왕을 차지했던 기아 외국인 투수 마크 키퍼는 지난 9일 전격적으로 맞트레이드됐다. 그런데 키퍼는 곧바로 두산에 합류했지만 최용호가 그날 오후 2군 훈련을 마친 뒤 “야구 그만 둘꺼야”라는 말만 남긴 채 연락을 끊고 사라져 여지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기아는 다승왕 출신의 선수를 보내고 보상선수를 데려오지 못했으니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기아는 이전에도 손혁 한대화 등이 ‘기아행 거부’로 속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 정수근, 하와이 경찰에 검거된 것은 짧은 영어 탓?
두산 정수근은 지난 2월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동료선수와 밤늦게 술을 먹고 만취한 채 한인 학생들과 주먹 다짐을 벌인 뒤 경찰의 체포에 저항하다가 공무집행 방해와 폭행 혐의로 호눌룰루 지방법원에서 약식재판을 받았었다. 다행히 450달러의 벌금형에 그쳤지만 낯들기 어려운 사고였다. 사건이 이렇게 확대된 것은 알고보면 ‘짧은 영어’ 때문이었다. 현지 경찰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몸싸움까지 가는 상황으로 번진 것. 이번 사건으로 전과자(?)가 된 정수근은 미국 방문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민은 힘들어졌다.
● 프랭클린의 항의성 슬라이딩과 퇴출
전 현대 외국인 선수 마이크 프랭클린은 5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8회초 2사에서 삼진을 당한 뒤 헬멧을 땅 바닥에 놓고 1~3루를 거쳐 홈 플레이트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심판판정에 대한 무언의 시위를 벌였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8회말 수비에서 곧장 프랭클린을 빼고 조재호를 중견수 대수비로 기용했다. 프랭클린은 이 건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5경기 출장정지와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이에 앞서 4월 30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제2경기에서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당해 벌금 100만원과 2게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만을 품고 구단에 상의도 없이 소속 에이전트사인 SFX를 통해 KBO에 ‘외국인 선수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결국 퇴출됐다.
● 조진호의 항명과 2군행
메어저리거 출신의 SK 조진호는 항명도 메이저리그급이었다. 5월21일 문학 두산전에 선발등판했다가 조범현 감독의 조기강판 조치에 불만을 나타내 곧장 2군으로 떨어졌다. 3-1로 앞서 승리투수를 바라보던 4회 2사 1·2루서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겨준 조진호는 경기 직후 코치실로 김봉근 투수코치를 찾아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왜 일찍 강판을 시켰느냐. 못믿을 것 같으면 당장 2군으로 내려보내라”고 항의했다. 때마침 전체 코치스태프 미팅이 열려 그 자리에 있던 조 감독은 “왜 이리 예의 없게 행동하느냐. 나가라”고 호통을 치고는 2군행을 통보했다.
● 조경환, “야구에도 헤딩이 있다!”
SK 조경환은 축구선수 못지 않게 뛰어난(?) 헤딩으로 두 차례나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첫 헤딩은 6월17일 문학 기아전 5회였다. 4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하던 기아 선발 최상덕에게서 머리를 맞았다. 컨트롤이 좋은 최상덕은 이 한방으로 퇴장당했고 갑작스레 마운드에 오른 강철민은 이내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를 내줘 결국 SK가 3-0으로 승리했다. 하루를 건너뛴 19일. 역시 문학 기아전. 4회 무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조경환은 보내기번트 자세를 취하다 기아 선발 다니엘 리오스의 인코스 높은 볼을 화들짝 놀라 피하려다 헬멧 챙을 맞았다. 머리 부위의 빈볼은 무조건 퇴장시키자는 시즌 초 감독자회의 합의사항에 따라 리오스도 퇴장. SK는 이날도 5-4로 승리했다.
● 조성민 드래프트 신청과 철회
지난해 8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떠난 조성민이 국내 활동을 위해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했다가 철회하면서 끝내 국내 복귀의 꿈을 접었다. 그는 야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4월29일 드래프트를 신청했지만 부상 후유증과 인기배우인 아내 최진실과의 파경, 제빵사업 등이 복귀의 걸림돌로 작용해 두산과 LG에서 1차 지명을 받지 못했고 결국 2차 지명을 앞두고도 8개 구단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드래프트 신청 철회를 결심했다. 그에게는 유난히 ‘잔인한 2003년’이다.
● 로또복권으로 변한 이승엽 300홈런볼
지난달 22일 SK전에서 터진 삼성 이승엽의 세계 최연소 통산 300홈런볼은 짧은 기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선 그 공을 잡은 사연부터가 기막히다. 8회 이승엽이 친 홈런볼은 우측 담장을 사뿐히 넘어 철망에 끼이고 말았다. 먼저 공에 손을 댄 팬이 있었으나 대구에 사는 이상은씨와 친구들은 그 사람의 팔을 물어뜯어 공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씨가 공을 들고 삼성구단을 찾았을 때 팔을 물어뜯긴 사람도 함께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나도 친구들과 같이 올 걸 그랬다. 힘이 부족했던 게 한스럽다”는 말만 남기고 물러났다. 그러나 그 공을 중국의 한 동포가 1억2000만원의 사재를 털어 사겠다고 나서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국보의 해외유출을 막겠다며 국내의 한 기업가가 같은 가격에 구입의사를 나타냈고, 중국동포도 포기의사를 밝히면서 300홈런볼은 국내에 남게 됐다. 지난 11일 양측은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조만간 인수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씨는 야구공 하나를 주워 로또복권에 당첨된 기분이겠지만 팔을 물어뜯긴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살점이 떨어지더라도 공을 놓치지 않았어야겠다고 후회하지는 않을까.
● ‘고독한 황제’ 코끼리의 은둔생활
삼성 김응룡 감독은 올 시즌 전반기 내내 은둔생활을 하다시피했다. 지난 5월초 간통혐의 고소사건이 터진 임창용을 무리하게 선발등판시켰다는 여론의 화살을 맞은 뒤 언론기피증에 빠졌고 기자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여기저기 숨어지냈다. 구단버스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질 때도 있었고 식당이나 코치실 등 인적이 드문 피난처를 개발하기도 했다. 코끼리만한 큰 덩치를 용하게도 숨겨 기자들이 찾을려고 해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김 감독보다 더 용감한 건 임창용이었다. 온갖 비난을 꿈쩍도 하지 않고 온몸으로 막아낸 김 감독에게 정작 임창용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씩씩하게 지냈다. 이런 걸 ‘청출어람’이라고 해야 하는지.
● 김재현의 음주운전 파동에 이은 각서 재계약 파동
LG 김재현에게도 상반기는 잔인했다. 지난해 12월 고관절 수술후 재활에 열중하던 그는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이 미뤄지자 고민을 하던 중 6월 17일 새벽 운전을 하다가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차에는 당초 조서에 정삼흠 재활코치도 동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 코치는 “같이 술을 마신 뒤 집에 들어왔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겨 연락을 받고 다시 나간 거였다”고 해명했다. 술은 먹어도 되고 음주운전차는 타지 말아야한다는 말인지. 김재현은 은퇴를 바라는 구단에 맞서 복귀와 재기를 요구했고 구단은 ‘향후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조건으로 재계약 추진하고 있다. ‘각서’를 첨부한 계약은 처음있는 일이다.
● “고의4구도 컨트롤이 필요해”
한화 투수 박정진은 올시즌 고의4구를 내주면서 폭투를 던지는 별난 장면을 3번이나 연출했다. 이 가운데 두 번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뼈아팠다. 먼저 5월 8일 잠실 LG 더블헤더 제1경기. 2-1로 앞서던 7회 2사 2·3루에서 매니 마르티네스 타석때 고의4구를 포수 미트가 아닌 땅바닥에다 던지는 바람에 볼이 뒤로 빠져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다. 6월26일 잠실 LG전에서는 5-5이던 11회말에 던진 고의4구가 폭투로 돌변해 2루주자를 3루에 보낸 뒤 안타를 맞아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이후 고의4구를 던지는 연습까지 아주 진지하게 하고 있다.
첫댓글 ㅋㅋㅋㅋ 공룡과 임창용 얘기는 완죤..청출어람이라....이보다 더한 표현은 없을듯....
최동수 홈런성 타구 관중이 건드린 사건은 빠지네
저도 그날..그곳에 있었더랬죠..그거 정말 기막힌 일 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