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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와 저작권
UCC도 불법 논란 ‘저작권 대란’ 오나
한동안 잠잠했던 디지털 저작권 문제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이래저래 저작권 관리가 강화된다. 또 오는 6월 29일부터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된다. 개정된 저작권법은 ‘접근통제조치’ 등 미국측 요구가 이미 반영됐고 저작권자와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의 관계가 새로 규정됐다. 당장 OSP 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한 저작물의 불법 전송을 막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게다가 방송사들은 UCC(사용자생산콘텐츠) 업체에 대해 이번주 중 소송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저작권 대란’이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저작권 문제는 예전에는 ‘권리자’와 ‘이용자’ 쌍방의 문제로 치부됐다. 소리바다 등 일부 P2P 업체의 MP3파일 유통이나 불법 영화 다운로드가 문제가 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당사자간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저작권 논쟁은 제3자가 등장했다. UCC를 퍼다 나를 수 있는 ‘장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인터넷 업체다. 이 때문에 최근 저작권 문제는 불법 사용자보다는 불법 복제물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UCC 열풍’의 화려함 이면에 잠재됐던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 UCC의 경우 인기 동영상의 70% 이상이 방송저작물을 불법 복제한 콘텐츠다. 지난해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가 UCC 저작권 침해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용자가 직접 창작한 UCC는 전체의 16.2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방송 프로그램이나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 등 기존 저작물을 편집, 재가공한 ‘불법물’인 셈이다. UCC가 대부분 네티즌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사용자복제콘텐츠(User Copied Contents)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외에서는 미국 비아콤이 구글에 대해 10억달러(약 95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소송을 낸 상태다. 저작권 침해물이 인터넷으로 유통되도록 ‘방조’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불법 복제로 한국에서 DVD사업을 접은 파라마운트가 비아콤 계열사다.
국내에서는 KBS, MBC, SBS 등 방송사들과 이들의 인터넷 자회사가 동영상 UCC 업체에 대한 소송이 임박했다. 비아콤으로 시작된 콘텐츠 사업자의 저작권 권리 확보가 국내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공유하게 해주는 P2P, 웹하드 업체는 물론 기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 UCC 업체 등 거의 모든 업체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터넷 업체들은 ‘불가항력’을 이유로 내세운다. 매일 수천 수백만건이 올라오는 UCC를 모니터해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방송물을 편집한 동영상의 경우는 방문자 수를 높이는 1등공신이다. 방문자 수가 늘어나야 배너광고 유치 등이 탄력을 받는다. ‘옥석’을 가리면 1등공신은커녕 사업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다.
저작권자와 서비스업체의 갈등이 깊어지자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문화관광부와 저작권보호센터는 최근 ‘UCC가이드라인 컨퍼런스’를 열었다. UCC로 인해 새롭게 제기되는 저작권 문제를 풀자는 취지다.
이 컨퍼런스에서 성균관대 법학과 이대희 교수는 “저작권법이 허용하는 ‘인용’ 개념과 온라인업체들이 주장하는 ‘인용권’은 다르다”면서 “제작자의 창작성이 가미되지 않은, 다른 저작물을 베껴서 만든 UCC는 2차저작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부분 UCC가 저작권 침해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인용권’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이교수는 “제작자가 직접 촬영, 제작한 순수 창작물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타인의 저작물을 전체 또는 일부를 그대로 이용해 만든 동영상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고 UCC의 활성화를 막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하동근 iMBC 대표는 “대형 포털들은 검색어 입력시 자동 인기검색어나 추천 키워드를 통해 불법 방송물들을 소개하거나 아예 메뉴 분류에서 TV 또는 방송명을 사용하는 등 불법 복제물 유통 인프라를 제공해왔음에도 그저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UCC 업체인 판도라TV의 김경익 대표는 “음악의 경우 4마디가 표절의 기준이 되고 있으나, 동영상의 경우 아무런 기준 없이 1초만 인용해도 불법으로 취급받고 있다”면서 “다양한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의 입장에서 비영리 목적의 UCC 제작자들에게 콘텐츠 활용의 개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입장차는 ‘인용권’ 문제에서도 극명히 갈린다. 판도라TV가 처음 제안한 인용권은 비영리 목적이라면 5분 미만 방송물에 대해선 편집을 합법화해주고, 대신 원본 출처와 라이선스 표기, 저작권자와 수익 분배 등이 주 내용이다. 그러나 방송사들 입장은 단호하다. iMBC 김형진 팀장은 “권리자들이 있고 권리자들이 손해를 보는 문제인데 (인터넷 업체들이) 싸잡아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불법 복제 콘텐츠의 사용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는데, 그 부분은 접어두고 인용권을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도학선 법무팀 차장은 “UCC는 재미로 만드는 ‘사소한 침해’”라며 “저작권법의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정책적으로 합당한가 여부로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상업적으로 작정하고 하는 저작권법 침해는 당연히 제재해야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재미로 만드는 것까지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만약 인용권을 인정한다 해도 방송 편집에 사용된 소프트웨어의 적법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방송사닷컴들이나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일부 업체들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전문 소프트웨어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전문편집기를 이용해 UCC를 창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품을 사용했는지 불법 복제를 사용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거리낌 없이 ‘불법복제’
“수백수천만건이나 되는 게시물을 일일이 감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장터를 제공할 뿐입니다. 불법복제로 악용하는 이용자들이 문제지요.”
“일일이 사전 감독이 힘들어 신고가 들어오면 그때 처리합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전 감독이나 이용자 계몽보다는 제기된 문제만 시정한다는 입장이다. 물리적으로 수백만건 이상의 인터넷 게시물을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 같은 태도를 부추기고 있다.
iMBC가 지난해 12월 포털업체 등에 올라온 불법복제 동영상을 30분씩 모니터링 한 결과에 따르면 네이버는 126건, 다음커뮤니케이션은 77건, 판도라TV는 62건 등이 게시됐다. 네이버의 경우 산술적으로 하루에 6048건이 불법 게시되는 셈이다.
iMBC측은 불법 게시된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기 위해 저작물 등록증 사본, 대리인 자격을 알리는 서류, 연락처, 불법 게시된 서비스의 위치 등을 네이버측에 알렸지만 신고 후 2주가량이 지나서야 삭제 회신을 받았다. 또 삭제가 안된 게시물에 대해 회신이 없어 네이버 담당자에게 직접 게시 중단 요청을 했더니 저작권보호센터 등 다른 삭제 요청물이 많아서 대기중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네이버에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 ‘폭주’했거나 회사 측에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저작권 단체에서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네이버, 그래텍 등 관련업체에 디지털 저작권 관련 담당 인력이나 적발기준, 적발건수, 관련 통계 등을 요청했지만 “공개하면 악용될 우려가 있어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iMBC 김형진 팀장은 “인터넷 업체들은 ‘오픈 마켓 플레이스’라고 하며 (불법 행
위를) 방조하는 혐의가 있다”면서 “침해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는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의 불법복제물, 특히 동영상의 경우는 저작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방조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불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5월 300GB 용량의 디빅스 플레이어 ‘애니뷰’를 시판했
다. 고화질(HD) 방송을 최대 30시간 녹화가 가능한 기기로 PC로 다운받은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TV로 연결해 볼 수 있게 해준다. LG전자도 최근 3세대 ‘타임머신TV’를 내놓으며 외장 하드디스크를 도입했다. 이들 기기는 불법으로 다운받은 동영상을 TV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유니버셜, 파라마운트, 20세기폭스 등 외국계 직배사들이 불법복제된 동영상에 밀려 한국서 DVD 사업을 줄줄이 접는 가운데 이뤄진 일이다.
PMP(휴대용 동영상 재생기)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PMP나 디빅스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동영상 콘텐츠도 ‘야매(불법)’로 이뤄져 저작권 침해 여부가 암묵적으로 묵인된 상태였다”면서 “대기업들의 가세로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자칫 줄소송이 예상된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시장이 작아서 ‘저작권 침해 방조 행위’가 묵인된 측면이 있었지만 대기업이 뛰어든 이상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6월 29일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되면 이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될지도 모른다.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저작권법 개정으로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은 것도 처벌이 가능하게 돼 대리 고발단체나 법인이 양성화될 수도 있다”면서 “기업 비즈니스에서 발목이 잡히거나 사업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자막파일이 저작권 방조 혐의로 소송이 예상된다. 자막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능으로 유명한 그래텍의 곰플레이어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으로 떠도는 자막파일은 대부분 네티즌이 비영리로 만든 ‘창작물’이지만 원저작자인 영화사 등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 이은우 변호사는 “자막은 원작의 번역물이라 원작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원작자가 문제를 삼으면 영리, 비영리를 떠나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복제 ‘위험한 서핑’
직장인 한모씨(35)는 얼마전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난데없이 날아온 고발장에 깜짝 놀랐다. 평소 즐겨 찾던 P2P 서비스인 ᄑ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저작권 침해로 고발 예정”이라는 쪽지가 뜬 것이다. 그것은 출판사를 대신한 한 법무법인이 보낸 편지였다. 저작자와 상의 없이 저작물을 불법으로 복제, 배포해 금전적인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에 합의하지 않으면 형사고발해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씨가 인터넷으로 다운받은 영화와 무협지 등 소설을 아무 생각 없이 P2P 사이트에 공개한 결과였다.
출근하자마자 직장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대부분 한번씩은 고발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P2P라는 ‘어둠의 경로’로 파일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한씨에게 “작정하고 상업적으로 파일을 유포한 게 아니라 단순 실수니까 법무법인에 연락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한씨가 적발된 ‘불법복제물’은 상업적으로 팔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네티즌이 임의로 만든 콘텐츠가 상업용과 이름이 같아 고발당했기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갔다.
한번 호되게 데였지만 한씨는 여전히 ‘어둠의 경로’를 선호하고 있다. 10여년 전 대학생 때부터 붙은 ‘습관’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듣는 MP3 어학파일은 ᄃ사이트에서 다운받은 것이다. 제값을 주고 사려면 수십만원이 들지만 단순히 마우스 클릭 몇 번만 하면 구할 수 있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바로 메신저와 P2P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업무중에 ‘멀티태스킹’으로 각종 파일을 다운받기 위해서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ᄃ, ᄑ, ᄐ, ᄑ 사이트다. 이 중 P2P 서비스인 ᄃ은 금칙어가 설정되지 않아 보고 싶은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유료이거나 속도가 빠른 대신에 금칙어가 많아 원하는 파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씨는 주문형비디오(VOD) 등에 돈을 쓰는 것은 왠지 아깝지만 파일공유 업체에 내는 사용료는 쉽게 지불하는 편이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개봉 예정인 영화 정보를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다운로드를 걸어놓으면 업무 준비가 끝난다. 저녁쯤 돼서 다운받은 파일을 USB나 웹하드에 올려놓고 집에 와서 PC로 옮긴다. 얼마 전에는 PC화면으로 영화를 보기가 답답해서 디빅스 플레이어를 30만원 들여서 구입했다. 다운받은 파일을 디빅스에 옮겨 TV로 연결해 아내와 함께 영화를 즐긴다. 최근에 본 영화는 ‘300’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일루셔니스트’ ‘김관장대 김관장대 김관장’ 등이다. 웬만한 외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한국영화는 가능하면 극장에 가서 보는 터라 나름대로 한국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TV 드라마는 매주 찔끔찔끔 보기가 아쉬워서 완결된 작품을 인터넷으로 한꺼번에 다운받아 보고 있다. ‘연예시대’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드라마는 아예 DVD로 구워 소장하고 있다.
공DVD 값도 많이 내렸다. 10년 전에는 공CD가 2000~3000원 했는데 요즘은 200~300원이면 살 수 있다. CD 6장가량이 들어가는 공DVD도 1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DVD 2~3장이면 웬만한 미니시리즈를 고화질(풀HD)로 저장해 소장할 수 있다.
한씨는 음란물을 포함해 한달 평균 100여편의 영화를 다운 받는다. MP3 음악파일과 각종 어학강좌, 드라마, 고가의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면 한달에 300만~400만원 어치를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운받아 쓰고 있다. 예전에는 동영상을 구할 때마다 매번 CD나 DVD로 구워 보관했지만 요즘은 그만뒀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져 마음만 먹으면 보고 싶은 동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어 DVD로 굽는 것도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대신에 디빅스의 하드디스크를 100GB에서 300GB로 늘렸다.
물론 한씨도 불법 동영상 등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특정 사이트에 가입해서 일일이 돈을 내고 보기에는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웬만하면 제값을 내고 싶지만 금방 수만원을 넘어서는 데다 마우스 클릭 몇번만 하면 구할 수 있다는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와 저작권 침해가 생활화된 한씨지만 요즘 들어 걱정이 생겼다. 저작권 관리가 강화될 조짐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때문이다. 한, 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니, UCC(사용자제작콘텐츠) 가이드라인이니 하며 저작권 관련 규정들이 거론되는 걸 지켜보면서, 한씨는 아무래도 앞으로는 콘텐츠를 맘대로 다운받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6월 29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면 한씨 자신의 저작권 침해 기록이 포털에 남을 지도 몰라 불안하다. 예전에야 수많은 ‘범법자’ 중 하나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다지만, 앞으로는 개별 행위 자체가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P2P 포트를 막아버렸다. 업무 시간에 너도나도 P2P를 실행시켜서 인터넷 속도가 저하되고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 불법 동영상을 다운받은 사람을 찾아내 정리해고시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6월말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되면 디지털저작권관리(DRM)도 일반화될 전망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불법 콘텐츠를 구하기는 힘들 게 분명하다. 지난번 소송이야 유야무야 됐지만, 이미 불법 다운로드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한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씨는 “불법 복제물을 이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10여년 동안 길들여진 습관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꾸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원저작자, 퍼가기 경로 알 수 있다
디지털상의 저작권 침해를 막는 기술을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이라고 한다. 미국 냅스터가 2001년 MP3 저작권 보호를 위해 채택한 것이 시초로 국내에서는 파수닷컴 등에서 2000년초에 도입했다.
DRM은 크게 3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서버에서 사용자 컴퓨터에 전달, 저장되는 과정에서 콘텐츠의 불법 유출을 막는 것이 1단계다.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사용할 때 개인적으로 쓰거나 남에게 주는 것을 관리하는 것이 2단계, 콘텐츠가 유출됐을 때 누구의 것인지, 누가 유출했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 3단계다.
최근에는 UCC(사용자생산콘텐츠) 등이 활발해지면서 원저작자를 확인할 수 있는 3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게시물의 원저작자 관리부터 ‘퍼가기’ 경로를 보여주는 기술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실제로 도입되고 있는 단계다.
블로그 업체인 태터앤컴퍼니에서 선보인 ‘블로그콜백’은 일종의 블로그 저작자 ‘알리미’다. 블로그콜백이 적용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다른 사람이 퍼가면 자동으로 원저작자의 블로그 정보창이 생성, 표시된다. 판도라TV에서는 외부사이트로 동영상을 퍼갈 때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동영상을 올린 사용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자신의 동영상이 옮겨지고 얼마나 많이 재생됐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동영상 업체 엠군에서는 파일을 인터넷에 올릴 때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해 원작자의 정보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저작권 논란이 벌어질 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들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콘텐츠유통연구팀장인 윤기송 박사는 “아직은 DRM 사용이 본격적이지 않지만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법제화가 되면 포털 사이트 등은 물론 P2P 등에도 강제적으로 기술적 보호조치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박사는 “1, 2단계는 적극적인 보호조치로 사용자가 불편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면서 “3단계는 사용자가 불편하지는 않지만 사전에 예방할 수 없어 저작자가 볼 때는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블로그나 동영상 업체에서 도입한 서비스는 콘텐츠의 불법 사용 자체는 예방할 수 없지만 사후 관리를 가능케 해준다는 것.
윤박사는 “DRM 기술은 다 개발된 상태지만 DRM이 100% 불법 복제를 막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용자나 서비스업체 모두가 ‘정품’ 사용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는 말이다.
“저작권 보호가 닭이라면 사용자 권익은 달걀”
“저작권은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형태이지만, 인터넷은 ‘공유’를 기본 물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둘 사이에서 갈등이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인터넷기업협회 김지연 정책실장은 ‘DRM 무용론’에 ‘심정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오는 6월29일 저작권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형태로 개정되는 저작권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김실장은 ‘이용자의 권리’에 무게를 실었다. ‘DRM 무용론’은 디지털 음악파일에서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제거하자는 미국 ‘애플’사 CEO 스티브 잡스의 주장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디지털저작권 관리가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해 콘텐츠 시장을 키우는데 장애가 된다는 소비자 중심적 인식에서 시작한다.
김실장은 “저작권법이 200여년 전 처음 만들어진 것은 출판물과 관련한 권리관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며 “때문에 출판물에 적용하던 법 개념을 온라인이라는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이 적절한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인터넷은 이용자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여태까지 성장해 와, 이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형태로 법 적용이 된다면 산업적, 사회적으로도 손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법의 취지는 살리되 이용자들의 활동도 보장하는 길을 찾자는 얘기다. 그는 “저작권을 가진 권리자에게 적당한 보상 시스템을 제공하는 저작권법의 원래 취지는 살려야 하지만, 그 ‘보상’이 반드시 DRM 방식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어 “미디어가 콘텐츠만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 광고라는 형태로 다른 수익 구조를 갖듯, 저작권 영역에서도 다른 형태의 배분 구조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심정적으로’라는 단서를 단 것은 현재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안개 속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소비자, 저작권자, 서비스업체 등 각 주체들의 권리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사용하려 해도 권리관계 처리가 복잡해, 사용자가 그 과정을 생략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저작권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복잡한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는 ‘권리관계’라는 것 자체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DRM 시스템을 없애버리면 불법복제가 난무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명확한 것이 없는 시장인 만큼 긍정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큰 것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다.
김실장은 디지털저작권과 관련한 난맥상을 풀기 위해 시스템 정비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만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콘텐츠 활용 또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저작권법상 몇 안 되는 이용자 권리 중 ‘공정이용(fair use)’이라는 게 있다. 이를 법적으로 적용하면 이용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이용’은 이용자들이 일정 수준만 지키면 허락없이 콘텐츠를 쓸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이다. 최근 국내에서 준비 중인 ‘UCC 가이드라인’이 통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공정이용은 사용자의 권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영방송 프로그램 등 공공자원의 경우에는 저작권 콘텐츠를 아예 개방해 버리자고 했다. 그는 “영국의 BBC는 자사가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이용자들에게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더라”라며 “본 프로그램 이외에 가지고 있는 자료들도 모두 개방해 이용자들에 의해 제2, 3의 창작물이 생산되는 토대가 되고 싶다고 밝히는 그들의 콘텐츠 환경이 부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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