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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죄송합니다. [꾸벅]
원래대로라면 차근차근 편으로 연재를 해야하지만...
현재 대대적인 리뉴얼 중이라서 이거 끝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모되는 관계로....
일단 하이라이트 장면만 급하게 수정해서 올립니다.
3개의 하이라이트 장면 중 첫번째...
'티파니'양의 각성 편입니다.
아...아하하하...
티파니양 팬 분들...부디 살려주세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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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녀들은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빡빡했던 방송 스케줄이나 여타 스케줄에 조금 틈이 생겼기 때문에, 그 동안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는 그녀들이었다. 태연이나 윤아, 써니는 다른 스케줄들이 있었지만 소화하기 힘든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도혁이 보내준 체력회복제의 효과는 가히 시중에서 판매하는 여타 피로회복제를 능가하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노곤하고 힘들더라도 팩을 하나 따서 한잔 쭉 들이키면, 금새 상쾌해졌기 때문이다.
"후아~잠깐 쉬자!"
"응!"
수영과 제시카의 주도하에 소녀들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각자 연습실에 흩어져 쉬고 있던 소녀들, 티파니는 갑자기 휴대폰이 진동하자 의아한 표정으로 꺼내보았다. 그러고선 곧 무척 반가운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Daddy?!"
["아아..미영아. 아빠다. 잘 있었니?"]
"그럼요! 왠일이에요?"
["이번 주말에 한국에 일이 있어서, 혹시 딸이 바쁘지 않으면 얼굴이라도 보려고 그러지."]
"이번 주말이요?"
티파니는 허겁지겁 매니저에게 이번 주 스케줄에 대해 물어보았다. 간절한 티파니의 눈빛을 못 이긴 것일까? 매니저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이번 주말은 어떻게 된 일인지 시간이 빈다며 말해주었다.
"볼 수 있대요! 아빠, 마중 나갈까요?"
["와 주면 아빠야 고맙지. 가수로 성공한 딸내미한테 마중도 다 받아보는구나."]
그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밝게 전화를 하는 티파니를 보면서, 다른 멤버들도 괜히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리고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주말에 스케줄이 없다는 말...꿈같은 주말의 휴식이었다.
"오빠! 진짜 스케줄 없어요?!"
"아아, 없다니까. 드라마랑, 라디오 빼고는 없어. 이번 주는 이상하게도 말이지."
"꺄악! 진짜 없대!"
"이히~!"
소녀들은 신이 나서 서로 부여잡고 코믹 댄스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쉰다는 것 하나에 저리 기뻐하는 소녀들을 바라보는 매니저의 눈은, 참 잘 논다 싶으면서도 약간은 착찹했다.
'이제 스무살인 얘들인데...너무 힘들게 해온건 아닌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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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은 거의 몸을 회복한 상태였다. 요 근래 귀마의 움직임도 없었고, 별달리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 한번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기에, 더욱 조심스러워 지기는 했지만 딱히 그 쪽의 낌새를 알아차릴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수를 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번에는 뭘 만들어볼까나~...응? 이건...'
종훈이 남긴 자료들을 거의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던 도혁은 자료 중에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보기에는 약간 화려한 모양의 거울이었는데, 제조하는데 필요한 술법과, 그 기능을 확인하고 잠시 허탈한 기분에 휩싸인 것이다.
'다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이거 의외로 선계에서 골 때리는 걸 많이 만들었었네...'
도혁은 바로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여, 몇 가지 물품을 택배로 부쳐달라고 하였다. 연락을 하고 난 후에는, 다시 휴대용 약탕기를 배치했다. 약탕기는 어느새, 세 개에서 아홉 개로 늘어나 있었다. 약탕기 안에 약재들을 배합해서 넣고, 이전과 마찬가지의 공정으로 약을 제조하는 그였다.
'내 몸 살리려고 너무 많이 썼어. 얘들 줄 것도 필요하니까...시간 날 때 대량 생산하는게 낫지. 부적이야, 종훈이 남기고 간 게 사과박스 열 상자가 넘으니까...'
도혁은 종훈이 남긴 부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다리미로 핀 것과 같이 빳빳한 상태로 사과상자에 가득 담겨서 열 상자나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이 부적을 만드는 일은 완전히 손을 떼었다. 제대로 된 부적 만드는 건 자신 없을 뿐더러, 있는 걸 다 쓸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혁이 한참 약을 만들 동안, 서울 중심가에 있는 한 오피스텔의 앞에 다섯 사람이 모였다. 하나같이 각양각색의 모습이었는데, 가방을 메고 있는 고등학생 여자아이와, 여러 색깔로 머리를 물들인 꽃무늬 남방의 마른 체형의 약간 껄렁대는 분위기의 남자, 키가 크고 몸이 좋은 30대 중년인, 선이 고운 20대 중반의 여성, 그리고...
"당신들도?"
입을 꽉 다물고 있는 다른 네 명과는 다르게 입가에 미소를 달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남자 대학생까지 다섯은 한 인물의 호출에 응하여 오피스텔까지 온 것이었다.
"...시끄러우니 그 입 좀 다물지?"
양아치처럼 생긴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고 있는 남자를 향해 기분 나쁘게 윽박질렀다. 그런 어투에 살짝 기분이 나빴는지 입가에 드리웠던 미소를 약간 일그러뜨리는 사내, 하지만 다른 이들의 고개가 끄덕여지자 일그러졌던 미소는 다시 돌아왔다. 그 자신도 자기가 다른 이들을 꽤나 귀찮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 한 행동이었다.
"다들 얼굴은 익혔나?"
"..."
"학원가야해요. 할 말 있으면 빨리 하시죠?"
그들 앞에 나타난 노인, 그 노인을 보며 여고생은 앙칼지게 쏘아붙였지만 노인은 아랑곳 않고 그들을 이끌고 오피스텔로 들어갔다. 노인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분명 버튼이 없는 곳을 몇 차례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기묘한 음을 내며 기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는 단 하나이다."
"..."
"뭔데 그렇게 무게를 잡으슈?"
"...이제부터 건방진 언동은 용납 못한다."
양아치가 노인을 향해 이죽거리자 노인은 안색을 굳히며 양아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전신에 전해오는 강한 압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노인의 기세에 양아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어 서자 노인은 앞장서서 내렸다. 다른 다섯도 따라 내리자, 노인은 그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어떤 방으로 이끌었다.
"김윤정. 먼저 들어가라. 사재빈, 김노연, 강수린, 이한빈 순으로 들어간다."
여고생은 한층 엄숙해진 노인의 말에 약간 주눅이 들어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네 명은 노인을 노려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얼마 안 있어 나오는 소녀는, 전신이 땀으로 가득했고 눈은 반 쯤 겁에 질려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명을 기다리도록..."
"...하아...하아...알겠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차례로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들 질린 표정으로 걸어나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이한빈이라는 남자, 노인은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호오...너는..."
"이제 내 차례인가요? 들어갈까요?"
"그 전에 잠깐만 이야기 좀 하지...이리로..."
노인은 한빈을 이끌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평범한 구성이었다. 하지만 전원이 들어와 있는 컴퓨터의 모니터에 왠 아이돌 그룹의 사진이 배경 화면으로 되어 있는 것만 빼면 전형적인 일상공간이었다.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늘그막에 즐거움이라 해두지."
"그런데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는지?"
"너...귀마를 '삼키기' 전에 어떤 인간이었지?"
한빈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인은 그런 한빈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한빈의 정면에 섰다. 그리고 번개같이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다.
"...한번만 더 묻지. 너 뭐하는 인간이었나?"
"켁...좀...놓고 이야기 하죠?"
노인은 한빈의 말에 순순히 멱살을 놓았다. 몇 번 숨을 고른 한빈은 노인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어쩌면 노인의 눈과, 한빈의 눈은 비슷했다. 어둡지도 않고, 밝지도 않은...그렇다고 보통 사람과는 약간 다른, 혼탁함으로 가득 차있는 눈이었다.
"저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라고요. 뭐, 다른 대학생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취미생활 정도?"
"...너 '오타쿠'냐?"
"그런데 어르신도...왠지 저랑 비슷하신 것 같은데요?"
"클클클....여기서 비슷한 동족을 만나게 되니 반갑구만. 게다가, 귀마를 먹은 것도 이해가 가는군."
노인은 한빈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한빈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윽고 그의 몸에서는 다른 기운도 아닌, 살기가 넘실대고 있었다.
"클클클....'천살성(天殺星)'이라...조커로 쓰기에는 부족함이 없겠군."
'지...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지?!'
한빈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스스로 질려가고 있었다. 비록 여러 영상 매체를 접하면서 이런 저런 지식을 습득했다고는 하지만 이렇듯 농밀한 살기는 그 자신도 처음 느끼는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네 본질을 깨우는 거다. 그간 상당히 얌전하게 살았나보군. 아니지, 이 '세계' 자체가 깨어나는 것을 막고 있었다고 보면 되려나?"
그렇게 한빈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휘돌던 살기가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그의 몸 안으로 모조리 사라졌다. 노인은 살기를 갈무리 한 한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한빈의 눈빛은 이전 평범한 인간의 눈이 아닌, 깊은 곳에 갈무리 된 살기가 일렁이는 '심살안(沈殺眼)'이 되어있었다.
"저기..."
"그냥 '노사(老士)'라고 부르거라."
"그러지. '노사', 당신...깨우지 말아야 할 부분도 깨운 것 같은데?"
'노사'라 불린 노인은 한빈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빈은 살짝 입가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게다가 당신...왜 그런 모습으로 이 '시대'에 있는거지? '불로불사'...그런 늙은 모습으로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구."
"'사명'에서 벗어났다고 하면 설명이 되겠는가? 그리고 이 모습은...후일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지."
"벗어났다고?! 설마? 당신의 '사명'은 '환웅'이 결정한 것 아니었나?"
한빈은 놀란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노인은 그런 한빈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이만 나갈 것을 무언으로 요구했다. 한빈은 그런 노인의 축객령에 고개를 살살 흔들며 방문을 열었다.
"뭐, 궁금한 건 많지만 당신이 대답해 줄 것도 같지 않고...오늘은 이만 가도록 하지."
"후에 필요하면 연락하지."
"아아..."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노인과 한빈은 각각 서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확실히 '과거'에는 서로 '적'이자 '친우'였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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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친 도혁에게 누군가 어깨동무를 해왔다. 때 아닌 불청객의 습격(?)으로 약간 불쾌한 표정을 하던 도혁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대학 동기 중, 어떻게 보면 유일한 지기인 한빈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했더니, 한빈이냐?"
"몸은 좀 어떠냐?"
"다 나았어. 넌 요새 안 보이던데 뭐하냐?"
"요즘 신작 애니랑 게임들 많이 나오잖냐. 그거 모았지."
우연히 취미가 같아서 금새 친해질 수 있었던 친구, 남들은 탐탁치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었던 친구였다. 도혁은 그렇게 한빈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물을 나왔다. 한빈은 도혁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웃음 지었다.
"안색도 좋아진 게, 진짜 다 나았나보네. 다음부터 아프지 말라구."
"걱정 마셔. 너보다 내가 더 튼튼한 거 잊었냐?"
"알지, '강철인간'이 너잖아."
실제로 한빈이 아는 사람 중에 도혁만큼 튼튼한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 흔한 감기 한번 안 걸리고, 병원가거나 병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도혁이었다. 하지만 요즘 이틀을 내리 병결로 학교에 안 나오다 보니 걱정 된 것은 사실이었다.
"저녁에 한 잔 할까?"
"미안해. 약속이 있어서...다음에 한 잔 하자구."
"그래. 잘 들어가라."
"오냐."
집에 돌아온 도혁은 습관처럼 집 청소를 했다. 안 그래도 깔끔한 집안인데, 도혁은 먼지 하나도 소홀하게 처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대략 청소를 끝내고, 도혁은 종훈의 자료를 뒤적이며 소녀들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소녀들의 연락에 따르면 오늘은 오후 스케줄이 비어있어야 했다. 하지만 스케줄에는 떡하니 저녁 시간에 스케줄이 자리해 있었다.
'바쁠텐데...왜 온다고 하는거지?'
{딩동}
도혁은 벨소리를 듣고, 자신이 기다리고 있던 물건이 택배로 왔음을 직감했다. 문을 열고 상자를 받아 집안으로 가져왔다. 상자 안에는 도혁이 주문했던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상자 안에는 '뷰티플한 여동생을 이런 식으로 부려먹는 저질 오라비 따위는 천벌 받아라!' 라는 깜찍한(?) 쪽지도 남겨져 있었다. 도혁은 그런 쪽지는 가볍게 무시하고서는 소녀들이 오기 전까지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계산 하에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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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와 태연을 제외한, 제시카, 써니, 효연은 도혁의 집 문 앞에 서있었다. 물론 스케줄이 있었지만, 도중에 취소가 되었기에 도혁의 집에 올 틈이 되었던 것이다. 벨을 누르자, 문이 살짝 열리더니 도혁의 눈이 보였다.
"아, 아저씨. 저희 왔어요."
"들어와요. 그런데 그 호칭 좀 어떻게 안될까요? 난 당신들이랑 세 살 차이 밖에 안 난단 말입니다."
제시카는 나름 징징대는 도혁의 요청을 살포시 씹어주고서 그가 문을 열어주자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 들어온 소녀들은, 깔끔하다 못해 각이 잡혀있는 안을 보고서 상당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혼자 사는 집이라지만 상식 이상으로 너무 깨끗했다.
'어떻게 우리 숙소보다 더 깔끔해?'
'남자 혼자 산다더니...홀아비 냄새도 안 나...'
'라벤더 향??'
"일단 앉죠?"
도혁은 응접실에 위치한 식탁에 의자들을 빼어 소녀들이 앉도록 권유했고 소녀들은 쭈뼛거리면서도 다 앉았다. 도혁은 쟁반에 차를 담아서 소녀들에게 내밀었다.
"집에 적당한 차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홍차를 탔는데...혹시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예."
"으음...어? 이거 티백이 아니네요??"
"티백은 취급 안해요."
그렇게 소녀들과 도혁이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써니의 시야에 특이한 물건이 들어왔다. 거울인 것 같은데, 약간 화려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거울 틀에는 고대 문자들이 적혀있었고, 끝에는 붉은 수실이 달려있었다. 곁눈질로 고대 문자를 보던 써니는 도혁의 물음에 정신을 차렸다.
"저게 궁금해요??"
"예. 거울인 것 같은데...틀이 특이해서요."
"흐음...그럼 직접 보여드리죠."
도혁은 거울을 가져왔다. 약간 작은 손거울의 모양이었는데 도혁이 거울을 손에 쥐고 주문을 외우자, 거울에서 어떤 형상이 떠올랐다. 푸른 색 점이 네 개가 떠오르는 모습에 소녀들은 신기해하며 거울을 만져보았다.
"일종에 레이더입니다. '조요경(照妖鏡)'이 원래 명칭인데...이건 '요기(妖氣)'를 감지하기 보다는 '마기(魔氣)'를 감지하니 '조마경(照魔鏡)'이라고 하죠. 주변에 귀마의 반응이 나타나면 붉은 점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주변에 주술적 조작이 가해지면 약한 빛을 발하기도 하고요."
"와아...신기하네요. 이 시계도 무지 신기한데."
"그러게요."
"저기...신기한건 나중에 보고...사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어요."
써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도혁을 바라보았다. 도혁은 그런 써니의 시선을 담담히 마주하고 있었다. 궁금한게 당연할 것이다. 다른 소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윤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
"왜 우리죠?"
써니의 원초적인 물음에 도혁은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도 엉겁결에 휘말린 일이었다. 이 일의 전말을 제대로 알고 있는 종훈은 이미 '명계'로 떠난 뒤였고, 자신은 그가 남긴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할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이 마주했던, 그 것들은 '귀마(鬼魔)'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쉽게 설명하죠. 인간을 습격하고 보통 총이나 칼에는 쉽게 죽지도 않는 괴물들입니다."
"써니가 물은 건 왜 우리냐는 거에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여자아이들이라고요."
제시카의 하소연에 도혁은 한 숨을 쉬었다. 그녀 말이 옳았다. 그녀들은 하등 이런 살벌한 싸움에 관여되서는 안되는, 연약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도혁은 눈을 빛내며 말했다.
"평범한 여자아이가 갑옷과 무기를 들고 그런 괴물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런..."
"저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말이죠. 비록 군대라는 곳을 경험한 남자라는 점에서 여러분보다 더 나은 점도 있겠죠. 하지만 저도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죽고,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갑옷을 입고서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소녀들은 할 말을 잃었다. 어찌 보면 도혁도 '피해자'였다. 지금까지 몰랐지만 그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잠시 말을 잃은 소녀들을 바라보는 도혁도 내심 말할 수 없는 사정을 숨겨야 했기에 잠시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상대하는 '귀마'들이...사실은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들은 절대 싸울 수 없을 겁니다. 지금도 그것들을 상대하는데 머뭇거리는데, 알게 된다면 결코 싸울 수 없겠죠.'
그렇게 도혁은 내심을 숨기고서 자신이 해야할 말을 그녀들에게 해주었다.
"이건 추측입니다만...아마 다른 분들도, '소녀시대' 여러분은 다 같은...싸워야하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에? 유리랑, 서현이랑...티파니도요??"
"수영씨도 포함입니다. 사실, 저도 추측만 하고 있었는데...이번에 써니씨가 각성하고 나서 거의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곧 각성하실 겁니다."
소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특히 제시카와 효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둘은 일단 귀마들과 직접 싸워보았다. 싸워서 살아남았기에, 그 싸움이 얼마나 힘들고 처참한지 알고 있었다. 죽지 않기 위해...죽이는 아비규환의 세상으로 다른 멤버들도 빠져든다는 것이 그녀들을 두렵게 했다.
"제가 제시카씨의 부탁에 응한 것은,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이걸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도혁이 꺼내는 것들을 본 소녀들은 한 숨을 내쉬었다. 네 개의 시계, 각각 디자인은 틀렸지만 분명 자신들이 차고 있는 시계였다. 도혁은 이미 다른 멤버들이 각성할 것을 대비하여 준비를 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뭐죠?"
"예정된 공연은 어떻게든 제가 따라다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상황을 보았을 때, 이제 당신들도 안전하지 않아요. 귀마들도 당신들을 노리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제가 드렸던 시계로 여러분의 기운을 감추고는 있지만, 예전보다 더 위험하게 되었습니다."
"...예."
"그래서 말인데...스케줄에 없는 곳에서, 그것도 각성 안한 멤버에게 일이 터지면 저는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소녀들은 도혁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한 소녀들은 저번에, 티파니가 좋아하던 일을 떠올렸다. 이번 주말에 오시는 그녀의 아버지, 분명 티파니는 마중을 나간다고 하였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으세요?"
"있습니다만..."
"그럼...인천공항으로 와주세요. 티파니 아버지가 이번 주말에 귀국한다고 하셨거든요."
"...알겠습니다. 일단 가있겠습니다."
소녀들과 도혁은 몇 가지 의견을 더 교환하고 헤어졌다. 숙소로 돌아가는 소녀들의 표정에서 약간의 심적 갈등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었어. 그건...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거야. 이제 난 어떡해야하지?'
'그 할아버지...분명히 나에게 살아남으라고 했어. 자신의 '후계자'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그게 이런 뜻이었나?'
'그런데 이상해. 괴물이라면 분명...어떻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거지? 설마...'
각각의 상념 속에, 써니만이 유일하게 도혁이 숨기고 있던 '사실'에 근접했지만, 그 사실을 다른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왠지 도혁이 숨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제시카나 효연이, 태연이도 그렇고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인간이었다라고 한다면 싸우지도 못할꺼야. 하지만 난...어떡해야하지? 이미 나도 그것을 죽였어. 난...사람을 죽인걸까? 아니면 괴물을 죽인걸까?'
써니는 숙소로 가는 동안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되물었다. 하지만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그녀라지만, '인간이 인간을 죽일 자격이 있는가?'라는 예전부터 전해지는 원론적인 의문의 해답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아직 그녀의 경험이 적다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계속 그 해답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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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인천공항은 귀국하는 사람들과,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로 상당히 북적이고 있었다. 그런 인천공항의 수많은 출입구 중 하나, 그곳에 한빈이 서 있었다. 그의 입가는 여느 때와 같이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공항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많기도 많군.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야."
한빈이 별 영양가 되지 않는 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그의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한빈이 전화를 받자,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슬 움직이려는건가?"]
"하아? 당신 내가 어디 와 있는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아까부터 느껴지던 찝찝한 기분이 그거였어?"
["다른 놈들이야 내가 따로 지시를 내리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지만 자네는 아니거든. 최소한 내 시야 내에 있어야 안심이 돼. 좀 이해하라구."]
"지금 떠오르는 내 힘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아. 오늘은 그냥 산책삼아 나온 것 뿐이라구."
한빈은 차갑게 쏘아주고서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만져졌다. 그가 꺼내든 것은 두 개의 자그마한 '구슬'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물건이 주머니에서 나오자 당황한 그는 다시 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뭔가?"]
"당신 짓인가?"
["아아...그거? 헛헛헛..."]
구슬에서 뻗어 나오는 '마기(魔氣)'. 아직 온전히 힘을 깨우지 않은 한빈에게는 불쾌감만을 안겨주고 있었다. 노인은 허허롭게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소리와 구슬에서 전해지는 불쾌한 기운이 한빈의 뇌리에 이상 현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쩔 수 없게 만들려는 건가?"
["나도 자네의 '힘'에 대해서 그렇게 확신할 수 없어서 말이지. 그냥 테스트라고 생각하게."]
{으드득!}
"지금 나보고 수천명이 오가는 공항을 모조리 쓸어버리란 말이야?!"
한빈은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살기에 그것을 제어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는 조금이나마 '인간'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노인의 마지막 말에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어야 했다.
["어차피 천하를 피로 물들이는 '숙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너무 자제하는 것도 좋지 않네. 암...클클..."]
"젠장!"
공항 근처의 주차장에 설치된 진입방지 설치물에 앉아 괴로워하고 있는 한빈의 곁으로 비둘기 몇 마리가 다가갔다. 그 순간, 비둘기들은 한빈의 몸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살기에 옴짝달싹도 못하게 되더니, 이윽고 눈과 부리에서 피가 배어나오면서 죽어버렸다.
"후우...후우..."
한빈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농밀한 밀도의 '살기(殺氣)'는 점점 그 기세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 방향은 토요일 주말, 수천명이 오고가는 인천 공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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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티파니는 쉬고 있는 멤버들을 붙잡고 한창 난리를 치고 있었다. 옷이며 악세사리며 일단 다 꺼내서 대어보는 통에, 이미 그녀의 방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같이 방을 쓰는 서현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 있었고, 그 꼴을 본 제시카는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어이, 미영씨...그냥 편하게 입고 나가지?"
"얼마만에 보는 Daddy인데! 어떤게 어울리려나~♡"
"시카 언니...이거 언제 치워요..."
한 손에 단어장을 잡고 있는 서현이는 처량한 목소리로 하소연 했다. 제시카는 그런 서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티파니에게 무언의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법석을 떨던 티파니는 결정을 했는지, 흰 블라우스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주름치마를 택했다. 전체적으로 새하얀 숙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던 제시카는 왠 가발을 들고 오는 효연을 보게 되었다.
"파니야. 일단 이거 써."
"응??"
"아버지랑 만나는데,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면 곤란하잖아. 적당히 변장하고 나가야지."
효연은 가발을, 써니는 보안경을 들고 나타났다. 그렇게 효연과 써니가 티파니를 데리고 몇 번 매만지자, 제시카와 서현은 꽤 달라진 티파니의 모습에 경탄성을 냈다.
"화아...진짜 다른데?"
"머리 길이 좀 늘리고 안경 좀 썼는데...무지 달라지는데요??"
"근데...맨 얼굴로 나가도 될까?"
"화장은 절대 금지야! 가뜩이나 토요일 오전 공항이다. 사람 물결에 휩쓸리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도 되고..."
"후엥!"
"어이~마누라! 일루 와! 그래도 눈썹은 그리고 가야지!"
"때때 최고!"
태연의 눈썹 그리는 실력은 이미 코디네이터의 수준을 뛰어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메꾸기 위해 엄청 노력한 듯, 그 실력은 티파니의 눈썹을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거울을 본 티파니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헤헤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끝이 약간 말린 긴 생머리에, 연한 갈색의 사각 뿔태 안경은 방송으로 나왔던 그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하면서도 맵시 있게 그려진 눈썹의 끝단은 무언가 청초하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게다가 유리가 들고 온 것은...
"숙녀 코디의 정점!"
"어엇! 그건!"
"....하아...무슨 영화 찍냐?"
바로 약간 넓은 챙의 새하얀 모자였다. 모자까지 쓰자, 어떤 음료수 광고에 나오는 모델과도 같이 변한 티파니였으나...멤버들이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은 티파니라고 알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소원'을 제외한 보통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언제 오신다는데??"
"11시...꺅! 어떻해! 늦겠다아!"
티파니는 시간을 확인하고 쏜살같이 숙소 밖으로 튀어나갔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스피드에 다른 멤버들은 그냥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고, 제시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모자와 썬글라스를 챙겼다. 그리고 남아있는 소녀들에게 집 좀 치우고 있으라고 한마디 하고서 티파니를 따라나섰다.
"후에...정신없어."
"...언니들...저 좀 도와줘요. 저 혼자 이거 못 치워요."
서현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써니와 유리, 수영과 효연은 방을 한번 보고 돌이 되어버렸다. 옷장과 화장대는 완전히 초토화 되어 있었고 방바닥에는 티파니가 한창 패션쇼를 하고서 이리저리 던져놓은 옷들이 너저분하게 깔려있었다. 그런 방을 서현 혼자서 단어장을 책상 위에 놓고 주섬주섬 치우고 있었다. 그런 막내의 처량한 모습에 다른 멤버들도 정신을 차리고 서현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으드득...미영씨...이따가 보자고오..."
"버섯왕국 공주씨...구워먹을까...탕으로 끓일까?"
"반반 콜..."
"그거 좋다. 접수!"
그렇게 티파니가 어지르고 간 방을 치우며 입맛을 다시는 네 명이었다. 단순하게 이를 가는 것이 아닌, 정말로 침을 삼키는 소리가 숙소를 가득 메웠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서현의 한마디...
"언니들, 전골이 어때요?"
"..."
"막내야..."
"예?"
"나 가끔 네가 정말 무서워질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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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혁은 제시카의 연락을 미리 받고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가슴의 두근거림, 그는 내심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귀마의 출몰 빈도가 급감하면서 무언가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들이 이렇게 잠잠할리가 없는데...이전처럼 또 숫자로 밀어 붙일려나?'
제시카의 각성 당시, 물경 수천에 달하는 귀마가 나타나는 것을 겪었던 도혁으로서는 내심 굉장히 불안했다. 하지만 의외로 별 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는 하루였기에 억지로라도 마음을 편히 먹으려 노력했다.
{두근...}
'뭐지...이 두근거림은...'
편하게 마음먹으려는 그의 가슴은 이유 모를 두근거림으로 이미 긴장해 있었다. 마치 마주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예시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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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와 티파니가 도착한 인천공항은 주말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둘은 미국편 비행기의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서 비교적 사람이 적은 쪽의 의자에 앉아 비행기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제시카는 의자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티파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좋아?"
"응! 응! 너어~무 좋아!"
새하얀 원피스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환한 미소를 짓는 티파니를 바라보는 제시카의 두 눈도 초승달처럼 곱게 휘어지며 입가에는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래...오늘은 아무 일도 없을꺼야. 그래야 해.'
그러는 와중에 제시카의 시야에 도혁의 모습이 들어왔다. 둘은 약간 먼 거리였지만 서로를 알아보고서 그저 눈으로만 인사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야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분명 어디선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무런 사정도 모르는 티파니의 앞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시기상조였고, 뭉쳐 있는 것보다는 따로 주변을 살피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각자의 판단이었다.
"응? 왜 그래?"
"에? 뭐가?"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제시카는 티파니가 눈치 챌 만큼 자신이 티가 나게 긴장하고 있었나 싶었다. 그런 그녀의 뇌리에 도혁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별 일 없을 수도 있어요. 무슨 일 있으면 제가 신호를 드리겠습니다. 너무 긴장하고 있지 마세요.]
도혁의 메시지가 효과가 있었는지, 제시카는 전신에 휘감았던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그런 제시카와 티파니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던 도혁은 품에서 거울을 꺼내들고서 여기저기를 슬쩍슬쩍 비춰보고 있었다.
'이렇다 할 반응은 없어. 그런데...왜 이렇게 흐리게 비치는거지?'
그 시각, 인천공항의 후면 주차장 부근에서 한빈이 서서히 공항건물을 향하고 있었다. 전신을 감도는 살기는 이미 광포한 기세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한빈의 움직임에 반응했는지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구슬들이 허공에 떠오르며 그의 몸 주변을 맴돌았다. 그 때, 주차장으로 향하던 한 남자가 기괴한 모습의 한빈을 보고서 주춤주춤 물러서고 있었다.
"뭐...뭐야?"
"...죽...어..."
한빈의 손이 그 남자를 향하자, 광포하게 날뛰던 살기가 그 남자를 향해 집중되었다. 평범한 인간의 관념을 뛰어넘는 진정한 '죽이겠다는 의지'. '죽이겠다'라는 행위를 벗어난 '죽음'의 선고...남자의 얼굴은 극도의 공포로 굳어졌고, 생명을 유지하던 피의 흐름이 멎었다. 이윽고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지한다. 땅으로 쓰러지는 남자의 시신을 한빈의 주위를 맴돌던 구슬들이 탐욕스럽게 날아들어 조각조각 찢어 삼킨다.
{두근...}
"...어디냐...어디있는거냐..."
한빈은 이유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공항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심장이, 영혼의 깊은 곳에서 울리는 '표적'에 대한 '적의'를 품고서 말이다.
{두근...}
'이건...?'
또 다시 시작된 두근거림. 도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 쉴세없이 오고가는 인파 속에서 도혁은 불길한 두근거림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저 멀리 있는 주차장 쪽의 출입구에서 갑작스런 폭음이 들려왔다.
{콰쾅!}
폭음과 함께 등장한 것은, 과도하게 밀집되어 검은 기류의 형상을 하고 있는 살기에 휩싸인 한빈이었다. 건물까지 도착하는 동안, 구슬들은 수십명의 시신을 먹어치운 탓인지 투명하던 외형이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침...티파니의 아버지가 탄 비행기가 착륙하여 승객들이 공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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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음이 들리기 10분 전,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버지를 발견한 티파니는 재빠르게 달려가 아버지 품에 안겼다.
"헤헤~Daddy~!"
"많이 예뻐졌네?"
"그러엄~! 누구 딸인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부녀를 바라보는 제시카의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순간, 폭음이 공항 내부를 강하게 강타했다. 갑작스러운 폭음에 제시카와 티파니는 물론, 공항 내의 사람들 전부 움찔하며 폭음이 일어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한빈의 몸 주변을 휘감아 떠다니던 핏빛 구슬들이 일제히 깨어지면서 수십개의 검은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뭐야...지연과는 다른 간부급인가?!"
'귀마'를 불러내는 '인간'. 도혁이 '간부'라고 부르는 존재. 그가 알고 있던 '송지연'말고 또 다른 '간부'의 등장이었다. 비록 검은 기류에 가려져 실루엣만 보이지만 분명히 귀마가 아닌 인간이었다. 도혁이 변신하자, 한빈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근!}
"...너...냐!"
구슬에서 튀어나온 수십의 귀마가 공항 내의 사람들을 습격하는 동안, 한빈은 도혁을 노리고 순식간에 튀어나갔다. 도혁은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한빈의 주먹에 양 팔을 끌어모아 가드 자세를 취했다. 그의 양 팔 위로 검은 기류에 휩싸인 한빈의 주먹이 꽂혔다.
{쾅!}
"크윽!"
한빈의 주먹 한 방에 도혁은 가드 자세 그대로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보통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위력에 도혁의 악 다문 입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분명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주먹은 맨 손이었다. 확인을 위해 한빈을 바라본 도혁은 놀라운 광경에 다물었던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유사한 갑주...다만 자신의 갑주가 새하얀 백색이었다면 상대의 갑주는 완벽한 흑색이었다.
"너...누구냐?"
"...일...단...죽..어!"
그렇게 한빈과 도혁이 맞붙는 동안, 제시카는 티파니와 그녀의 아버지에게 달려드는 귀마들을 상대하기 위해 시계를 차고 있는 손목을 한번 떨쳤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는 한 자루의 장창이 쥐여졌고, 창을 쥔 그녀는 달려드는 귀마의 가슴팍에 창날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꺄...꺄아-------------------악!"
"이익! 여기서 빨리 피해야 해요! 어서!"
공항 내부는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날뛰는 귀마들은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습격하고 있었으며, 그 공격방식도 자잘한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닌, 심장과 머리, 목과 같은 치명적인 급소들이었다. 제시카는 달려드는 귀마들에게서 기존의 귀마와는 약간 다른 점을 발견했다.
'검은 바탕에 붉은 기운이라...예전 그 '원숭이'들과 비슷한 경우인가? 이런 젠장!'
잠시 딴 생각을 한 댓가인지, 제시카는 머리를 노리며 날아오는 붉은 기운을 흘리는 귀마의 왼 팔을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도혁은 정체불명의 검은 남자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으므로, 티파니와 그의 아버지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제시카 자신 밖에 없었다. 공항 안에서 이리저리 쫒겨다니는 사람들은...그녀의 입장으로서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요. 정말...'
제시카는 마음 한 켠으로 용서를 구하면서도 달려드는 귀마들을 향해 이리저리 창을 휘둘렀다. 그간 귀마를 상대해 온 경험이 빛을 발하는지, 허투루 찌르는 공격이 거의 없었다. 그녀의 창날에 귀마들은 저마다 양 팔이나 다리를 잃고서 허우적대기에 바빴다. 그 모습에 티파니와 그녀의 아버지는 의문과 놀람이 담긴 눈을 하고 있었다. 제시카는 두 사람이 놀라건 말건, 창을 휘두르던 자신의 팔이 의외로 빨리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또 그냥 창을 휘둘러 버렸네? Change!"
눈부신 백색의 빛과 함께, 제시카의 전신에는 그녀만의 백색 갑주가 나타났다. 그녀의 입가를 가리는 목 보호대와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은 하나로 말아져서 옥관으로 고정되었다. 그런 모습으로 변한 그녀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Wha....What the...?"
변한 그녀의 모습에 티파니와 그녀의 아버지는 더욱 모를 영문이라는 듯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두 사람에게 두 마리의 귀마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미처 공격을 하기도 전에, 제시카의 창에 한 마리, 그리고 그녀가 내지른 하이킥에 나머지 한 마리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윤아처럼 맨 손으로 귀마를 곤죽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각력 하나만큼은 윤아를 능가하는 제시카였다.
"어서 도망가요! 빨리!"
"그...그래."
티파니와 그녀의 아버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출구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뒤를 제시카가 창을 휘두르면서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는데, 티파니가 쓰고 있던 흰 모자가 뒤로 날려갔다. 날아가는 모자에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제시카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에서 귀마 한 마리가 티파니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귀마의 팔이 티파니에게 닿기 전, 그녀의 아버지가 강하게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
"꺅!"
{푸욱!}
"큽...."
-세상이...붉다. 안경에 피가 튀어서일까? 그런데...누구의 피일까...
"Get away!"
{파칵!}
-검은 괴물의 머리가 터져나간다. 새하얗고 단단해 보이는 발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세상이 계속 붉다. 아빠는...아빠는...
"아...안돼! 파니야! 정신 차려!"
-아빠 가슴에 구멍이 나 있다. 피가 계속 솟구친다. 아아...아빠가 점점 쓰러진다.
티파니가 입고 왔던 새하얀 원피스가 붉게 물들었다. 눈동자에 초점이 흐려진다. 발은 굳어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시카는 그런 티파니의 곁에서 달려드는 귀마들을 막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한 자리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그녀들을 향해 달려드는 귀마의 수가 점점 많아진다.
-...어디지?
-"뭐냐...이런 전장에 아이라니?!"
-난 한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그 곳을 벗어났다.
-"형님? 왠 아이입니까?"
-"전장에 떠돌고 있길래 데려왔다. 씻겨야 하는데...여자아이라 좀 곤란하네. 성수야. 어디 아는 아낙 없냐?"
-"...제가 지금까지 혼자 사는거 보면 모르십니까?! 그냥 옆 집 과부댁한테 맡기세요!"
-싫다. 난 이 아저씨가 좋다.
-"어...이 녀석?...내가 좋은거냐?"
-마음이 편안하다. 마치...기억에도 없는 '아빠'와 같은 느낌...
-"형님...졸지에 총각딱지도 못 땐 아빠가 되시게 생겼습니다 그려?"
-"그래...내가 좋다면 내가 네 아빠 노릇을 해주마. 되었냐?"
-아빠...아빠...
-"허? 얘 웃는거 봐라! 너무 예쁘지 않냐?!"
-"진짜네요......
-흐려진다. 그리고 보이는 건...내 '아빠'였던 남자의 시신이다. 가슴 한 복판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누워있다. 옆에서 '아빠'의 '동생'을 자처하던 아저씨가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형님!!!!....이건 아닙니다! 절대! 제가 미영이를 지키겠습니다! 절대 그 놈들의 손에 넘기지 않겠습니다!"
-또 흐려진다. 흐린 채로...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단어는...
'귀신의 아이'
'시체를 파먹던 아이'
'죽음을 부르는 아이'
.
..
...
-다시 떠오른다. 내 몸은 묶여있다. 그 앞에...한 사내가 커다란 의자에 앉아있다.
-"저 여인이...일개 여인이 천부장을 맨 손으로 격살했단 말이오?"
-"그...그렇습니다! 당장에 죽여야 할 년입니다!"
-"...죽이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일이오. 함부로 나서지 마시오."
-그 남자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본다. 그의 시선에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나 묻겠다."
-"..."
-"네가 속한 부족의 대족장의 말로는...네가 아무런 죄도 없는 자신의 아들을 격살한데다가, 그의 친척이자 살인을 한 너의 죄를 물으려던 내 휘하의 천부장을 부당하게 격살했다고 하는데...사실이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흐리다.
-"그런데 본인이 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실이 다르단 말이지."
-"그..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유 위관!"
-그의 뒤로 한 여자가 나타난다. 저건...유리?
-"저 여인은 지난 염제와의 국지전 당시, 병사의 신분으로 큰 공을 세워 폐하께 치하를 받았던 '황천역'이 전장에서 거둔 자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부족에서는 전장에서 그가 주워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녀를 알게 모르게 핍박했으며, 최근에 이르러서 그녀의 미색을 탐한 저기 앉아있는 고명수 대족장의 아들에게 그녀를 바치기 위해 그녀의 유일한 가족이라 할 수 있었던, 그리고 폐하께서 친히 공을 치하하시고 상을 내리셨던 황천역을 유인, 함정을 통해 죽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어보면...오히려 대족장에게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아니...그게..."
-"감히...내 친히 상을 내린 전장의 영웅을 간계를 부려서 격살하지 않나...그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까지 욕정의 대상으로 치부하려다가 된통 혼이 나고서 이렇듯 내 권위를 빌어서 그 치욕을 지워보려는거...역겨워. 심히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군."
-...역겹다는 말을 한 남자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돼지'를 향해 살의를 품는다. 안된다. '아빠'가 가르쳐 준 '율법' 상...
-"...폐하."
-"무슨 일인가?"
-"천한 몸이지만...'율법'을 받들고자 합니다."
-"...맞군.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구나."
-남자는 살의를 거둔다. 난 미소 지었다. 돼지는 꽥꽥 소리 지르고 있지만...다가가는 내 두 팔에 힘이 실린다. 그의 머리카락을 잡는다.
.
..
...
도혁은 제시카의 비명에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본 제시카 주변의 광경은 참혹했다. 티파니의 아버지는 가슴에 구멍이 난 채 쓰러져 있었고, 티파니는 그 구멍에서 솟구치는 피를 뒤집어 쓴 채 그저 멍하게 서 있었다. 한 눈을 파는 도혁을 향해 한빈의 주먹이 날아갔다.
{파칵!}
"젠장...힘 하나는 오라지게 좋구나! 이거나 먹어라!"
도혁은 갑주 사이로 수십장의 부적을 꺼내었다. 그는 그것들을 한빈에게 전부 뿌렸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수십장의 부적을 한빈이 눈 앞에서 치우기 위해 이리저리 손을 휘젓는데, 도혁이 뒤로 빠르게 물러나면서 무어라 중얼거리자 부적들이 새하얗게 백열하기 시작했다.
"기폭부(起爆符)! 전체 발동!"
{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한빈의 앞을 가로막던 부적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도혁은 뒤도 안 돌아보고 폭발의 후폭풍을 타고서 제시카가 있는 곳으로 날듯이 달려갔다. 점점 늘어가는 귀마들을 티파니와 쓰러진 그녀의 아버지를 보호하면서 싸우고 있던 제시카는 도혁의 등장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왔네요?!"
"아아! 쓰러지신지 얼마나 되셨지?!"
"얼마 안됐어요!"
"이 상태...좋아! 살릴 수 있어!"
도혁은 티파니 아버지의 구멍 난 가슴에 양 손을 모았다. 그리고 서서히 정신을 집중하자, 그가 모은 손으로부터 은은한 백녹색의 빛이 구멍 사이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파열된 심장...아직 남아 있는 조직들이 있어! 괴사된 조직들은 제거하고...자가 치유보다는 강제적으로 세포 증식을 일으키는게 확실하겠는데? 제발...제발 살아나세요! 아직 당신은 죽은게 아니에요!'
도혁은 모은 손으로 간절하게 염원을 보냈다. 그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심장 부근의 구멍이 빠른 속도로 메워지고 있었다. '이능(異能)'...그것도 '기적'에 속하는 '이능'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한빈이 살기를 쏘아대며 무섭게 달려들었다.
"어디서 잔재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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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흐리다. 마치 전파를 찾지 못해 노이즈만 흘리는 TV 화면과도 같다. 난 누굴까? 여기는...어디지?
[........!#%!#^@$&#]
-흐린 광경 사이로, 익숙하고 더러운 느낌이 전해진다. 싫다. 하지만 익숙하다. 난 손을 내민다. 그리고 잡는다.
한빈은 자신의 주먹을 잡아버린 티파니를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투구에 가려진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두 눈은, 그녀를 잡아먹을 듯이 부릅뜨고 있었다.
"넌..뭐냐?"
한빈의 물음에도 티파니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한빈이 살기의 방향을 그녀에게로 돌리자, 이제는 검갈색으로 굳어가는 핏자국을 군데군데 묻히고 있는 얼굴이 한빈에게로 향했다.
"...-너냐?-"
도혁과 제시카, 그리고 한빈은 티파니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고 시대의 대륙의 언어.
"-네가 내 아버지를 해하였느냐?-"
"무슨...소리를 지껄이는거냐?!"
거침없이 살기를 뿌리던 한빈의 기세가 순간 주춤했다. 티파니의 입가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초점을 잃은 눈동자와는 달리, 눈매도 입가와 마찬가지로 점점 초승달 모양으로 휘고 있었다. 그녀는...웃고 있었다.
{우득...}
"큭!"
티파니의 미소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한빈은 자신을 옥죄어오는 압력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광포했던 살기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었고, 그가 걸치고 있는 갑옷에는 곳곳에 금이 가고 있었다.
"-...내 아비를 해한 너에게...율법에 따라 죽음을 내린다!-"
티파니는 외침과 함께, 꼭 쥐고 있던 한빈의 주먹을 끌어당기면서 그의 복부에 보디 블로우를 한방 갈겼다. 한빈의 복부도 갑옷으로 보호되고 있었지만, 맨 손으로 갈긴 그녀의 일격에 산산이 조각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컥!"
"-제법 뱃가죽이 질긴 편이군. 그럼 좀 다져볼까?-"
티파니는 천천히, 착실하게 한빈의 전신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인간의 피륙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갑옷 간에 부딪힘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폭음이 그녀의 주먹 한방 한방마다 공항 내부에서 울려 퍼졌다. 그런 티파니의 압도적인 기세에 피에 미쳐 날뛰던 귀마들도 그녀의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도혁은 그녀의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지라 딱히 그녀의 변화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시카는 한 숨 돌리는 동안 티파니의 변화를 보고서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흐어어어어어어어....}
귀마들에 의해 죽어간 사람들의 피가 서서히 티파니에게로 흐른다. 그들의 원한에 찬 핏물이 그녀의 다리를 타고서 서서히 전신을 감싼다. 한빈을 향해 휘두르는 두 주먹이 멎는다. 그런 그녀의 두 손에 핏물이 서서히 도끼의 형태로 응고된다.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한빈에게 휘두르려 했다.
{파캉!}
"거기까지."
노인의 음성이다. 티파니가 휘두른 핏빛의 도끼를 막은 것은 두꺼운 로브를 깊게 뒤집어 쓴 노인이었다. 후드를 깊게 쓰고 있어서 얼굴 식별은 불가능했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도끼날을 잡고 있었다.
"아직 이 녀석은 죽으면 안되거든.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율법의 집행이 끝나지 않았다!-"
"훗...이미 수천년이 지난 잊혀진 율법이다. 그나저나...특이한 형태의 각성이군. 흥미로워..."
노인은 한 쪽 옆구리에 기절한 한빈을 끼고서 등을 돌렸다. 티파니는 그런 노인의 뒤를 양 손에 든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시체들의 벽에 막혀서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어느새 공항은 귀마들이 아닌, 그것들에 의해 죽은 시체들이 일어서서 산 자들에 대한 적의를 가지고 배회하고 있었다.
"피에 미친 '흉신'의 각성이라...이보다 더한 환영은 없겠지. 그럼 망자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노인은 말을 마치고서 앞으로 걸어갔다. 공항을 배회하는 시체들 외에도, 한 지점에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노인은 그 시체의 산으로 다가가더니,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 감탄성을 흘렸다.
"호오...아직 살아있는 생명이 있었다니. 놀라워. 역시 인간이란 존재는 질기단 말이야?"
그가 감탄하고 있는 것은 한 임산부의 시체. 그녀의 자궁에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이 숨을 유지하고 있었다. 살고 싶다는 의지는 노인에게도 전해졌다.
"살고 싶으냐?"
시체의 배가 꿈틀거린다. 노인은 좋은 생각이 들었는지, 가만히 배를 쓰다듬었다.
"내가 시키는데로만 하면...널 살려주마. 자아...나오너라."
노인의 손길에 검은 오오라가 일렁이더니, 시체의 하복부에서 아직 미성숙한 아기의 머리가 힘겹게 삐져나왔다. 손길은 아기의 상반신이 빠져나올 때까지만 유지되었다. 그의 손길이 멈추자, 아기의 하반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온전하게 살고 싶겠지?"
아직 눈도 못 뜬 아기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기 자신도 안다. 어미의 뱃속에서 들었기에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자신의 지금 모습이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노인은 그런 아기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쓰다듬으면 쓰다듬을수록, 노인과 아기가 허공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티파니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의 전신을 타고 감싸던 핏물은 어느새 그녀의 몸 곳곳에 가죽 재질의 보호구로 바뀌어 있었다. 기본적인 흉갑과 팔 보호대, 그리고 각반과 샌들로 변한 핏물은 점점 선홍빛에서 연분홍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머리까지 올라온 핏물은 그녀의 눈가에 모여 하나의 가면이 되었다. 가면만은 금속 재질을 띄었다. 가면의 눈모양은, 초승달 형태의 웃는 모습이었다. 그런 눈구멍 아래로 새빨간 선이 세로로 굵게 그려졌다. 마치 피눈물처럼...
허공으로 떠오른 노인은 같이 떠오른 아기를 바라보았다. 쓰다듬는 손길에는 검은 기운이 진득하게 묻어났고, 그 기운은 공항에 널부러져 있거나 의지 없이 돌아다니는 시체들을 끌어모았다. 아기의 하반신에 합착된 여인의 시신을 중심으로 대칭 형태로 시체들이 모였다. 모여든 시체들은 저마다 다른 옷과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각자 드러난 피부부분에서 근육조직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모여든 채로 살을 맞대고 있는 부분끼리 무섭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우....우웩!"
"이런...미친..."
가만히 서 있는 티파니와는 다르게, 제시카는 이미 주저앉아서 위 안의 용해물을 게워내고 있었다. 그나마 대학 시절, 우연치 않게 의과 대학의 해부학에 관해 청강을 할 수 있었던 도혁은 역겨운 기분이 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실감나게 결합되는 근육조직과 혈관들의 카니발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저마다의 근육조직들이 마치 홀린 듯이 다른 이의 근육조직을 휘감는다. 그리고 하나가 된다. 혈관들도 미친 듯이 꼬이더니 하나의 혈관이 된다. 시체의 산은 점점 거대해졌다. 그 정점에는 노인에게 조아리고 있는 아기의 상반신이 있었다. 이제는 눈까지 뜨고 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뭐죠?"}
"헛헛헛...그야..."
노인은 허허롭게 웃으며 도혁과 제시카, 티파니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기의 괴성에 토하던 제시카는 그대로 귀를 막고 비명을 질렀고, 도혁은 기운을 끌어올려서 자신과 티파니 아버지의 고막을 보호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공항 내부가 흔들렸다. 고작 아기의 괴성이었는데 공항의 한쪽 면을 차지하는 강화유리에 커다랗게 금이 갔다. 아기의 괴성에 실린 살기를 감지한 것일까? 티파니는 높게 솟아있는 아기의 상반신에 고개를 돌렸다. 기계적으로 돌아가던 티파니의 굳은 입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너냐...어따 대고 고함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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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티파니의 함성은 이미 소리를 초월한 다른 것이었다. 도혁은 겹쳐 놓았던 한 손을 때어 제시카의 귀에 차단 주술을 걸었다. 일단 고막이 상하는 것은 막았지만 티파니를 제외한 공항 전체가 진동했다. 커다랗게 금이 갔던 강화유리들은 전부 박살이 났으며 건물 기둥에도 여러 갈래의 균열이 생겨났다.
"목청 한번 기가 막히는군. 그럼 아가야? 기대하마. 허허허허..."
노인은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아기의 상반신이 이끄는 시체의 산이 움직였다. 손이고 발이고 할 것 없이 땅을 박차고 티파니와 도혁, 제시카에게 달려들었다. 티파니는 뒤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누워있다. 가슴의 상처는 거의 아물어 있었다. 그녀의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은 '다행이다!'를 연발하고 있었지만, 이어지는 살기에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시체들의 입이 보인다. 악다구니를 연발하면서 산 자의 피와 살을 갈구하고 있다. 그녀에게는...너무도 익숙하다 못해 더러운 기운이다.
"-크크...크크크...그래...너도 죽고 나도 죽고...그런거지...크크크...다 죽는거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었던 피로 된 도끼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시체의 산 아래 부분에 양 주먹을 박아 넣었다가, 힘껏 뽑아내자 그녀의 손에는 뼈 무더기가 들려있었다. 덕지덕지 붙은 살점이 시체에서 나온 것임을 말해준다. 그녀가 그 무더기를 힘있게 쥐자 뼈 무더기들은 점점 커다란 도끼형태를 갖춘다. 온전히 도끼 형태를 갖추자, 그녀는 마구잡이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제시카씨...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아...아니요...우욱..."
"차라리 보지 말아요. 안 보는게 낫겠습니다."
"그...그래도...파니를 도와줘....야...우웩!"
열어둔 목 보호대에 달린 마스크 사이로 토사물이 쏟아진다. 도혁은 어느정도 치료가 끝난 티파니의 아버지의 주변에 부적 몇 장을 뿌리고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부적은 허공에서 맴돌더니 누워있는 그의 주변으로 청정하리만큼 푸르른 막을 만들어내었다.
'금강수호부...이제 주술적 충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충분히 도움이 되겠지.'
도혁은 티파니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시체의 산에서는 사람의 뼈조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조각들이 쏘아졌고, 건물 바닥에서는 척추로 추정되는 길다란 뼈마디들이 티파니를 노리면서 날아들었다. 아기의 상반신은 연신 괴성을 지르며 티파니를 몰아대려고 애썼다. 하지만 무자비하면서도 빠르게 휘몰아치는 그녀의 도끼질에 서로 팽팽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분이 깨시기 전에...상황을 정리해야겠군.'
도혁은 아직도 구역질을 하는 제시카의 등을 토닥였다. 그의 손에 어린 은은한 서기는 그녀의 속을 한결 편하게 해주었다. 그는 제시카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제 상황을 정리해야할 것 같습니다. 잠시...힘을 빌리겠습니다."
"예?"
아직 제시카는 도혁의 또 다른 힘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것을 직접 목격한 것은 태연 밖에 없었으니까. 도혁은 토닥이던 손을 가만히 그녀의 등에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제시카는 그녀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와 그에게 옮겨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자...그럼 끝을 내볼까. 그런데...빨리 끝내고 도망가야겠는데? 공항 무너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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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가 휘두르는 도끼에 이미 식어버린 살점이 튀어 오른다. 괴물이 뽑아대는 척추뼈에 그녀의 팔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긴다. 행여 힘껏 박은 도끼가 이빨이나 뼈에 맞물려서 뽑히지 않으면 맨 손을 다시 박아 넣어서 또다시 도끼를 만든다. 이제 시체들끼리 신경까지 연결되었나보다. 아기의 괴성이 더욱 커지면서 거대한 형체로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그녀를 압박한다.
"-젠장...귀찮아!-"
"가세하겠습니다."
신경질적으로 도끼를 휘두르는 티파니의 곁으로 십자 형태의 창을 든 도혁이 달려들었다. 그가 든 창의 날 부분에서는 불꽃 형태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일단 무난하게 십자창을 꺼냈는데...한번 '사나다 유키무라'가 되어볼까?'
"차아아아아아앗!"
도혁의 창은 달려드는 시체들의 손을 가차 없이 베어낸다. 창은 본래 '찌르기'에 특화된 무기지만 그가 들고 있는 십자 형태의 창날을 가진 창의 경우, 본래 용도보다 훨씬 다양한 용도로 공격할 수 있었다.
{"아파...아파....아파아아아아---------아!!!!!!!"}
광포한 시체더미의 정점에 있던 아기의 상반신은 극심한 고통에 괴성을 지르며 발악했다. 그런 아기의 반응에 티파니는 미친듯이 웃으며 도끼질에 더욱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꺄하하하하하하핫~! 너도 고통스럽지?! 너도 아프지?! 그러면 차라리 죽어버려!!!!!!!-"
그런 그녀의 광소에 이어 시체더미가 변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뭉쳐있던 시체 더미가 사방으로 넓어졌다. 그러자 시체들 사이사이가 벌어졌지만 연결된 근육에 의해 거미줄같은 공간이 도혁과 티파니의 사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결된 근육 사이로 날카로운 뼈들과 배배 꼬인 근육조직들이 채찍처럼 그와 그녀를 향해 휘갈겨졌다. 도혁은 최대한 창을 사방으로 돌리며 날아오는 뼛조각들과 후려치는 근육조직들을 막고 있는데, 티파니는 '방어'라는 단어를 모르는 듯이 전신에 상처를 입은 채로 사방에 퍼져있어 팽팽해진 근육조직들을 절단하고 있었다.
'저러다 과다출혈로 먼저 죽겠군. 더 이상 시간 끌면 곤란하겠어.'
도혁은 창을 크게 휘둘러서 자신의 주변에 펼쳐진 근육줄기들을 제거했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고서 창을 어깨 뒤로 걸쳤다. 창날은 땅을 향한 상태에서 그는 숨을 한번 깊게 쉬더니 순간 다리에 힘을 주면서 폭발적으로 전방을 향해 튀어 나갔다. 그가 노리는 곳은,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시체 더미의 '코어'. 아기의 하반신과 그 어미의 하반신이 결합되어 있는 '괴물'이었다.
"너만 처리하면 되는거겠지!!"
{"오지마...오지마앗!!!!!!!"}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뼈와 근육의 벽을 만들었지만, 돌진하는 도혁의 기세가 가히 날카롭기 그지 없었기에, 그 벽은 순식간에 박살나고 있었다. 도혁은 추진력이 떨어지기 전, 어깨에 둘렀던 창대를 크게 휘돌렸다. 그리고 한 손으로 창대를 잡고서 괴물을 향해 힘껏 찔러 넣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각!!!}
"이제 죽어! 제발!"
{끼아아아아아악!!!!!!}
깊게 들어가던 창대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자, 도혁은 뛰어오르면서 창대의 끝을 발로 강하게 찼다. 그러나 창날은 괴물의 코앞에서 멈추었고, 그에 격분한 괴물의 광란에 도혁은 황급히 몸을 빼야했다.
'젠장...티파니씨도 상태를 보아하니 이제 한계야. 별 수 없나.'
발악하는 괴물의 난동에 티파니도 한 걸음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의 전신에는 피가 흥건했는데 그것이 시체들의 피인지, 그녀의 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도혁은 그런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하고서 마무리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라만상의 이면을 꿈꾸는 관념의 공간이여.
그대의 품에서 옛 인연을 부르노라.
북부의 대지를 질타했던 고고한 왕자의 창이여.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니, 그대의 전설을 다시 이 땅에서 노래하게 하라.
나오라. '찔러 꿰뚫는 죽음의 가시나무 창!' '게이볼그'!-
도혁의 주문에 의해 생겨나는 붉은 가시나무로 이루어진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북구의 전설, 신화적 시대에 이루어진 과업의 증명. 근원에 다다른 도혁의 술법에 의해 현세에 강림한, 그 자체로 '전설'이라는 '환상'이 그의 손에 쥐여졌다.
"잘 가라. 부디 다음 생에는 이런 환란을 겪지 않기를 기원한다."
{"죽는 건 너희들이다!"}
괴물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체의 갑옷 속에서 절규했다. 그와 동시에 땅과 건물 기둥에서는 뼈로 이루어진 채찍들이 도혁과 티파니, 그리고 제시카와 티파니의 아버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도혁은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창을 역수로 잡고서 그대로 괴물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창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빠르게 구체를 향해 날아갔다. 구체는 뼈와 근육으로 단단하게 뭉쳐있었지만, 나무로 이루어진 창끝은 너무나도 쉽게 구체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괴물의 미간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박혀 들어갔다.
{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야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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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후, 티파니는 본래의 피에 절은 원피스 차림으로 돌아와서 기절해 버렸다. 도혁과 제시카, 그리고 정신을 간신히 되찾은 티파니의 아버지는 전체적으로 균열이 간 인천공항을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공항에서 일어나는 굉음과 폭음에 몰려왔던 사람들에게는 제시카가 차고 있는 시계의 기능으로 그들의 모습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지웠다.
"그래. 일단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아닙니다."
"자네는 내 목숨을 살려냈어. 심장에 구멍이 났는데 그걸 살려주었으니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안 그런가?"
"..."
"굳이 사정을 듣지는 않겠네. 알아봐야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군. 이해하기도 힘들고 말이야."
"...그럴껍니다."
제시카가 기절해서 잠든 티파니를 돌보고 있는 동안, 도혁과 티파니의 아버지는 가만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혁은 자신과 그녀들을 배려하려는 티파니의 아버지의 의도에 감사를 표했다.
"하아...아무래도 오늘내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데..."
"예. 일단 오늘에 관련된 기억은 제가 어떻게든 손을 써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간만에 만난 따님인데..."
"아니야. 자네가 죄송해할 필요는 없지. 그럼 우리 미영이...잘 부탁하네. 부디 크게 다치는 일은 없게 해주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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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햐햐햣...한글로 하면 대략 포인트 10에 30페이지 가량 됩니다. 네엣....
.....ㅜ_ㅜ....
2탄은 '엠카참변, 타오르는 생명의 불길. 고대의 여신이여 일어나소서.'입니다. 언젠가....올라오겠죠? 에헤헷.....[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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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고. 본 소설은 고어물이므로 미성년자 및 노약자의 경우 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정말인가요 ㅜㅜ ?ㅎㅎ
고어물이 될 수 있으므로 --> 고어물 이므로... ㅋㅋㅋ
형님 말 듣고 수정합니다. 고어물입니다.
.....이제는 포기....(더이상 고어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지쳤음....@0@~~~)
...다읽고나서보니 ...고어물이네요 .....흐읅 근데 재밌어요 음 보니까 이 편 전에 몇편이 더있는거 같은데 그것도 같이 올려주셨으면 좋을것 같아요 재밌어요 짱!
이 친구가 워낙 많이 썼는데, 지금 대대적으로 리뉴얼 중이라 빠르게 올라오긴 힘들 듯 합니다.
7월 중으로 전체 리뉴얼을 종료하겠습니다. 그 전에는 하이라이트 들로 참아주세요. 부탁드려요. ^-^;;//
대단하시군요 +_+!! 제가 평소에 보던 팬픽과는 상당히 다른 장르지만 읽으면서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원래 항상 주인공 시점만 읽었었는데.. 관찰자 시점이 역시 읽기엔 더 편한가 봅니다 ㅠ 전지적 시점에서는 제가 도저히 글을 쓸수가 없어서.. 이렇게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정말 부러워요~ Scene 하나에 있는 모든 Character 의 기분을 다 알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게 계속 빠져들게 하네요~ 처음에 옆에 스크롤 길이 보고 기겁했었는데 어느새 보니 스크롤바 제일 밑에 내려와 있었어요 ㅎㅎㅎㅎ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근데 도중에 미영양 각성 과정에.. 과거 회상 장면이라고 해야하나요.. ( 어쨋든 과거는 과거니까 대충 넘어가주세요 ㅠ 표현력의 한계가 웅넴.. ) 그 부분에서 이해가 잘 안되요 ㅠ 팬텀님께서 일부러 그렇게 쓰신 거일수도 있겠지만.. 제가 글을 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이해력이 많이 떨어졌나봐요 ㅠㅠ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도 중학교 말하고 고등학교 초반때 잠깐 보다가 갑자기 멀어져서.. 그 이후로는 많이 안 읽게 됐거든요 ㅠ 이번에 팬텀님 소설 읽으면서 다시 판타지 소설에 흥미 붙일수도 있겠네요~
이게 하이라이트의 한 부분이라면 정말 많은 부분을 쓰셨을텐데.. 정말 고생이 많으셨네요 ㅠㅠ 그리고 리뉴얼 중이시라면.. 써 놓으셨던걸 수정하시는것 같은데.. 정말 앞으로도 할일 많으시겠어요 ㅠㅠ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하하하!.. 웅넴? 네 ㅋㅋ 제가 응원하는건 더 힘이 빠질것 같으니까.. 앞으로 정말 열독할게요~ 계속! 꾸준히! 이정도 글 써주셔야 해요~ ( 절대 압박주는거 아니에요 ㅠ ) 하이라이트 2편도 기대하겠습니다~
아...아하하하...;;;; 저도 가급적 어색한 부분을 최대한 줄이려고 많이 노력했었는데...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라이트 2편은 조만간 올라갈 것 같아요.
오.. 나는 이런 이미지의 티파니,, 좋은데...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우하하하... 사람들이 강렬하면서 싸한 기운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글이 긴데, 빨리 읽기도 좀 어려운 글이넹..ㅎㅎ
역시 자를껄 그랬죠? ㅡ_ㅡ;;
아니야,, 글이 길어서 문제란 건 아니고, 그냥 대충 읽어도 내용이 이해되는 그런 소설류가 아니란 뜻이었어....
좋은 팩픽 잘 봤습니다~ 티파니 팬분들이 살려주실거 같습니다..^^ 좀 나누어서 올려도 될 듯합니다..^^
앞으로는 삼등분 하겠습니다.
와우... 고3이라서 주말인 지금에야 봅니다! 상당히 독특한 장르라는건 역시 말할 나위없겠죠~ 근데... 이런 장르에서 전율과 감동을 느꼈네요... ㄷㄷ;; 티파니가 완전 ㅎㄷㄷ 입니다~ ㅎㅎ 앞으로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