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화가가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그리려 하는데, 모델이 없어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천사와 악마를 머릿속으로
아무리 떠올려 보려 해도 되지 않아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디어 천사와 같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는 항상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왔는데, 그야말로 천사였습니다. 그래서 화가는 그 사람을 모델로 천사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그 후 화가는 악마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 모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천사의
모델과 달리 악마의 모델은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10년이 지난 뒤에야 악마의 모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을 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흉악범이었습니다. 그런데 화가는 악마의 모델인 흉악범의
얼굴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다름 아닌 10년 전에 천사의 모델이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
기 때문입니다.
"겉 다라고 속 다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말은 잘하면서도
행동은 딴판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내뱉는 말에 대해 조금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는
"겉다르고 속 다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또는 "위선자", "이중인격자"라고 부릅니다. 위선자들은 결코 자신이 한 말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중인격자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위선자들과 이중인격자들은 남을 위해 조금도 희생하지 않습니다.
남은 쉽게 비판하고 죄인으로 취급하면서도, 자신은 늘 옳다며 당당함을 주장합니다.
위선자들과 이중인격자들은 대부분 '척하면서' 살아갑니다. 모르면서 아는 척, 개뿔 아무것도 없으면서 가진 척,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 질투하면서 칭찬하는 척을 합니다. 그들은 본래의 모습은 감추고 전혀 다른 모습을
사람들 앞에 내보입니다. 어떤 척을 하면서 진실과 무관하게 자신을 위장합니다.
척하면서 말하고 척하면서 행동함으로써 자신을 철저히 위장하는 위선자들의 모습과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자
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에게 온갖 거짓말로 사기를 치는 일부 청치인들, 가난
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일부 대기업들, 입만 열면 신자들에게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십시오!",
"매일 열심히 기도하십시오!"라고 외치지만 정작 자신은 신자들을 미워하며 기도하는 않는 일부 성직자들 중에서
이런 모습을 분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신앙생활을 하는 일부 신자들 중에서도 어떤 척을 하면서 겉 다르고
속다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돈은 좀 더 가졌다고, 남들보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 중에서도, 본당에서 봉사 좀 한답시고 유세를 떠는 사람들, 1년에 단 한 명도 선교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성경에서 바오로 사도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
우리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게 하려면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사랑하고 예수님
처럼 용서하며 예수님을 끌어안고 감싸 안아야 합니다. 꽃을 싼 종이에서는 아름다운 꽃 향기가 나지만, 썩은 생선
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법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몸에서는 어떤 냄새가 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