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문을 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ATM기가 나오기 전에는 돈을 찾거나 맡기려고 하면 은행이 문을 열고 있을 때에 가야 했다.
ATM이란 Automated-Teller Machine의 약자로 자동지급기란 뜻이다. 은행업무 시간외에도 현금이나 수표를 취급해야 할 경우가 많아 은행창구직원 대신에 자동지급기가 등장하게 되었다. 자동지급기도 24시간 가동하는 것은 아니고 보안상 08시부터 22시까지로 알고 있다.
단순한 입출금이나 수표 등의 업무를 ATM기가 창구직원을 대신함으로써 은행측으로선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업무를 효률화 할 수 있게 됐다. 이용자도 창구직원 대신에 ATM기 통해 송금을 하게 되면 수수료가 면제됨으로써 이득이다.
ATM기에 놓고 간 현금을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슬쩍 집어간 사람이 경찰에 입건된 경우도 있다. CCTV가 설치돼 있어 이용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박원순 시장 때 시민단체에 지원된 서울시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강력 비판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는 그제(14일) 기자 회견에서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민간 보조금이나 위탁금 명목으로 시민단체에 지원한 돈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되는데, 집행내역을 점검해 보니 낭비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부끄럽게 여기는 오래된 별명이 있다. 복마전(伏魔殿)이다. 비리와 탈법이 끊이지 않는 조직을 말하는데, 오 시장의 적시는 이 별명이 지금도 유효함을 입증한다. 그가 든 사례를 보자. 시민단체 출신들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들어와 위탁업체 선정과 지도, 감독까지 다 관장했다. 자신이 몸담았거나 친분 있는 시민단체에 혜택을 준 것은 물론이다. 사업을 위탁 받은 단체는 새로운 자금창구가 되어 다른 단체에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식으로 연이어 특혜를 제공, 서울시 곳간을 시민단체 전용 ATM(자동현금인출기)으로 만들어 버렸다. 오 시장은 이를 ‘시민단체의 피라미드’ ‘시민단체형 다단계 사업’이라고 표현했다.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 맡겨진 서울시 산하 시설과 그들이 집행하는 업무는 수준 미달인 경우가 많아 시민들이 외면했고 결국 세금낭비로 이어졌다. 사회분야 민간위탁사업은 시민단체를 중간지원 조직으로 활용했다. 시 공무원이 직접 집행하면 되는데도 중간 단계를 둠으로써 세금 누수를 자초했다. 인건비 비중이 절반을 넘은 마을공동체 사업도 세금을 주로 그들의 월급으로 썼다는 말이다. 특정 단체에 사회투자기금 운영을 맡기면서 수수료조로 약 40억원을 건네기도 했다.
오 시장의 회견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박원순 지우기’라고 맞서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정과 비리를 묵인하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시장 때 태양광 사업을 운동권 출신들에게 몰아준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그들 중 여럿은 보조금을 탄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아예 문을 닫고 잠적해 버리기도 했다. 보조금이라는 잿밥에만 눈독을 들인 ‘먹튀’ 사업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잘못은 바로잡고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민주당이 장악 중인 서울시 의회도 당리당략을 떠나 이런 탈법과 비리를 더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래 복마전이란 마귀가 숨어 있는 집이나 굴을 말하는 데 비밀리에 나쁜 일을 꾸미는 무리들이 모이거나 활동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시민단체란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뒤로는 호박씨를 까고 있었던 것이다. 시청건물 3층에 샤워실과 휴게실을 만들어 놓고 부하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벌인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임을 유추할 수 있다. 시민들의 혈세를 꼭 필요한 곳에 아껴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시민단체가 한 통속이 되어 ATM기처럼 빼 먹었다니 대명천지에 이런 복마전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