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쉼이고 재충전이자 아이들에게는 학습으로 이어지는 배움의 시작점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 학습과 연계할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면 기대 이상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
PART 1 즐겁게 공부하는 체험 나들이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적으로 다양하고 다채로운 축제들이 곳곳에서 열려 아이들과 여행하기 좋다. 학습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1석 2조 여행지를 소개한다.
우리 음악에 재미를 붙여보자 국립국악박물관
서울시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전당은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랜드마크지만 예술의전당 바로 옆에 국립국악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악을 어려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국립국악박물관이 개관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해 관람이 더욱 용이해졌다.
- 국립국악박물관 외관
무엇보다 우리 음악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으며 음악과 함께 역사공부까지 할 수 있다. 삼국시대 악기와 음악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원류음악실’부터 조선시대 국악을 느낄 수 있는 ‘세종음악실’, ‘선비음악실’ ‘궁중음악실’과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명창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근현대음악실’로 구성돼 있어 다채로운 국악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연계교과 5학년 음악교과서 4-6 (줄 풍류와 삼현 육각) ●주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364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또는 4429번 버스를 타고 예술의전당에서 하차, 지하철 2호선 방배역 1번 출구에서 서초 17번 마을버스를 타고 예술의전당에서 하차 ●관람시간 9:00~18:00, 월요일·1월 1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문의 02-580-3300 www.gugak.go.kr
백제의 수도 서울을 만난다 몽촌토성·한성백제박물관
- 백제의 고분벽화(왼쪽)와 한성백제박물관의 바둑판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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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백제박물관의 풍납토성 단면 전사벽
조선왕조 5백 년의 수도인 서울은 훨씬 이전인 2천 년 전부터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었다. 백제의 수도였던 서울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 경쟁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다. 아직도 서울에는 백제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몽촌토성과 한성백제박물관은 백제의 수도였던 서울의 역사를 살피고 삼국의 성립과 발전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여행지다. 2012년 4월에 문을 연 한성백제박물관은 최신 시설의 전시관에 삼국시대 서울(한성)에 대한 방대한 유물을 전시했다. 유물 수준이 높고 다양한 방식의 전시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쉽게 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몽촌토성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통해 그 당시 역사를 충분히 살펴보고 나서 몽촌토성을 거닐며 역사의 상상력을 펼쳐보는 것이 좋다.
●연계교과 5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1-3 (삼국의 성립과 발전) ●주소 몽촌토성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 한성백제박물관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가는 길 지하철 8초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관람시간 9:00~21:00, 9:00~19:00 (주말, 공휴일) / 9:00~18:00 (11~2월 주말, 공휴일), 월요일·1월 1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문의 한성백제박물관 02-2152-5800 baekjemuseum.seoul.go.kr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북촌
- 북촌 한옥골목
북쪽 마을을 뜻하는 북촌은 조선시대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양을 남북으로 갈랐을 때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서 이름 붙여졌다. 경복궁과 창경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은 궁궐 출입이 편해 고관대작들이 모여 살았다. 아쉽게도 현재 북촌 한옥 대부분은 조선시대의 것은 아니고 일제강점기에 서울의 주거난이 심화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개량 한옥들이다. 하지만 이런 한옥이 만들어낸 분위기는 현재 북촌의 매력이 됐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들면서 작은 갤러리, 박물관이 생기고 있다.
●연계교과 5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3-1 (조선의 건국과 한양) ●주소 북촌문화센터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37 ●가는 길 북촌문화센터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관람시간 제한은 없으나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관람요금 무료 ●문의 02-731-0851 bukchon.seoul.go.kr
이런 박물관도 있어요 쇳대박물관
요즘 대형박물관뿐 아니라 개성을 간직한 작은 박물관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수백 년 전 조상들이 쓰던 쇳대나 자물쇠는 정교한 구조를 자랑했고 다양한 문자와 문양을 새겨넣어 복을 담고 행운을 빌었다. 쇳대박물관은 열쇠를 주제로 조상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전통과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자물쇠도 만날 수 있다. 개성이 넘치는 자물쇠를 찾으며 각각 다른 나라들의 개성을 찾아보는 일도 즐겁다. 작은 자물쇠 하나만 놓고 봐도 국가별 성향이 보인다. 이 박물관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넘친다.
●연계교과 5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3-4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이화장길 199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관람시간 10:00~18: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어린이 1천5백원, 청소년 2천원, 일반 3천원 ●문의 02-766-6494 www.lockmuseum.org
신석기 유적을 한눈에 보자 암사동 선사유적지
경기도 전곡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구석기 유적지라면 암사동은 가장 유명한 신석기 유적지다. 지금까지 확인된 한반도 신석기 유적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25년 기록적인 홍수 덕분에 유물이 우연히 발견됐다는 스토리도 흥미를 더한다. 신석기 유물이 발견되면 한반도 문명이 일본보다 앞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에 일제시대에는 유적 발굴에 소극적이었으나 196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졌고 1979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암사동 유적은 실내 전시관과 야외선사 체험마을로 나뉘어 있다. 신석기를 대표하는 유적인 빗살무늬토기, 그물추, 돌낫 등을 볼 수 있고 신석기 움집과 마을을 재현한 체험마을에서는 신석기 혁명으로 변화된 생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연계교과 5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 1-1 (선사시대 사람들) ●주소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로 875 ●가는 길 지하철 8호선 암사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암사역 1번 출구에서 강동 02번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 암사동 유적 정문 앞에서 하차 ●관람시간 9:00~18:00, 1월 1일·월요일 (공휴일인 경우 다음 날) 휴관 ●관람요금 초등학생 3백원, 일반 5백원 ●문의 02-3425-6520 sunsa.gangdong.go.kr
세계의 23퍼센트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 이슬람교 성전인 코란
모스크라고 불리는 이슬람 사원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은 1976년 문을 열었다. 모스크는 성당이나 교회 같은 예배 공간으로 하루 5번 시간에 맞춰 예배를 드린다. 관람을 위해서는 이 시간을 피해야 한다. 모스크 관람에는 경건한 마음 외에도 엄격한 복장 규제가 따른다. 반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은 사람은 긴 치마를 빌려 입어야 한다.
한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종교다. 종교는 단순히 믿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고 잣대였다. 전 세계 인구의 23퍼센트가 믿고 있는 이슬람교를 이해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기본기다.
●연계교과 6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 2 (세계 여러 지역의 자연과 문화)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39 ●가는 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관람시간 연중무휴. 이슬람 중앙회 홈페이지에서 예배시간 확인 필요 ●관람요금 무료 ●문의 02-793-6908 www.koreaialam.org
한국인의 생활이 보인다 김치박물관
- 김치박물관
김치박물관은 김치의 역사와 변천사부터 지역별 김치, 시식 코너까지 김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김치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고 80가지 김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치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도 전시하고 있다. 김치의 역사뿐 아니라 김치의 과학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선사시대 채소를 소금에 절여먹던 것에서부터 시작한 김치에는 역사적 사건이 담겨 있다.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왔고 일제강점기에 통배추가 보급된 후 오늘날의 배추김치가 완성됐다. 김치박물관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함께 배우면 좋다.
●연계교과 5학년 1학기 사회 3-5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코엑스몰 지하 2층 ●가는 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5, 6번 출구에서 연결 ●관람시간 10:00~18:00, 월요일·설 연휴·추석 연휴·성탄절 휴관 ●관람요금 유아 (40개월 이상) 1천원, 초·중·고 2천원, 일반 3천원 ●문의 02-6002-6456 www.kimchimuseum.co.kr
조선시대 왕이 가장 사랑했던 궁궐 창덕궁
- 창덕궁 대조전
대한민국에 있는 5개의 조선 궁궐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유일한 궁궐이 창덕궁이다.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는 것이 선정 이유다. 조선 왕들이 가장 사랑한 궁궐도 창덕궁이었다. 임진왜란으로 경복궁과 창덕궁이 모두 불타버린 이후 상대적으로 규모가 가장 작은 창덕궁을 복구해 머물렀고,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전까지 2백70여 년 동안 조선 임금 대부분이 창덕궁에 머물렀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많은 건물이 훼손돼 1991년 이후 지금까지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다른 궁궐에 비해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 깊은 역사가 녹아 있는 만큼 이야깃거리도 넘친다. 영조가 백성과 직접 만나던 돈화문, 신문고가 걸려 있던 진선문, 후원 초입에 자리 잡은 정조의 규장각까지 이야기의 보고들이다. 임금의 생활공간이던 대조전 옆 흥복헌은 1910년 마지막 어전회의를 열어 ‘한일합방’을 결정했던 비운의 장소다.
●연계교과 5학년 2학기 사회교과서 1 (조선 사회의 새로운 움직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99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1·3·5호선 종로 3가역 6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관람시간 일반관람 9:00~18:00 (2~5월, 9~10월), 9:00~18:30 (6~9월), 9:00~17:30 (11~1월) 후원특별관람 (문화해설 안내) 10:00, 11:00, 12:00, 13:00, 14:00, 14:30 15: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일반관람 3천원 (18세 이하 무료) 후원특별관람 5천원 (7~18세 2천5백원, 6세 이하 무료) ●문의 02-762-8261 www.cdg.go.kr
PART 2 가을에 찾으면 더 좋은 1박 2일 여행지
안동
- 안동 도산서원
- 안동 하회마을
‘양반의 고향’ 안동은 지역 전체가 조선시대 박물관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된 하회마을, 퇴계 이황 선생의 퇴계 고택과 도산서원, 아름다운 부용대와 병산서원을 돌아보면 조선시대와 유교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고택과 전통이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 있다는 것도 안동의 매력이다. 하회마을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보고 유교문화박물관과 도산서원에서 조선의 유교문화를 배울 수 있다.
추천코스 첫쨋날 : 하회마을 → 병산서원 → 부용대 → 하회세계탈박물관 / 둘쨋날 : 유교문화 → 박물관 → 도산서원
순천
- 순천 송광사
순천은 생태 및 역사 기행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1석 2조 여행지다. 70만 평 규모의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아름다운 일몰과 철새들이 만들어내는 장관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낙안읍성은 수백 년 전 조선시대 초가집 마을을 체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관광지다. 옛 모습을 재현한 마을이 아니라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는 수십 년 전 거리를 만날 수 있고 ‘오세암’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정채봉의 대표작을 미니어처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는 순천문학관은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굴목이재길 트레킹도 좋다.
추천코스 첫쨋날 : 순천드라마촬영장 → 순천문학관 → 순천만 → 자연생태공원 / 둘쨋날 : 낙안읍성 → 민속마을 → 송광사 또는 선암사 (굴목이재길 트레킹)
“여행 많이 다닌 아이는 삶의 수준이 다르다” <열두 달 놀토 아빠표 체험 여행> 저자 구완회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잡지기자로 일했던 구완회 씨는 결혼과 동시에 사표를 던지고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만난 세계는 거대한 이야기이자 다른 이름의 역사였다고 말하며 어린 시절부터 꾸준한 여행을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여행 중에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북유럽 청년들이 참 인상 깊었어요. 시야가 넓고 다른 사람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요. 알고 보니 어린 시절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더 많은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행지를 선택하기 전 홈페이지를 찾아 간단한 사전조사를 하고 현장에서는 아이의 질문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존감을 세워줄 수 있다. 과한 의욕은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무언가를 가르쳐주겠다는 생각이나 아이의 질문에 정답을 말해야 한다는 부담은 여행을 즐기지 못하게 만든다. 어려운 질문이 있다면 함께 스마트폰을 찾아보며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다.
“여행을 다니다 박물관에 들어갔는데 열 살 꼬마아이가 엄마와 같이 박물관을 와서 열심히 안내판 내용을 적고 있었어요. 기특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선 엄마가 큰 소리로 혼을 내더라고요. 아마 방학숙제를 늦게 한 모양이에요. 엉뚱한 질문을 하면 혼을 내는 경우도 많지요. 여행을 하려고 들인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돼요. 가장 중요한건 여행 자체가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야 한다는 겁니다.”
구완회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금 당장 어디든 가는 게 중요해요. 여행을 하다보면 길은 보일 거예요. 아이와 친해지고 재미있게 놀다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이 됩니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호기심을 키워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지금 당장 떠나세요.”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황유영 | 참고도서 <열두 달 놀토 아빠표 체험 여행>(구완회, 웅진리빙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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