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두어 달에 한 번씩,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다.
먹는 것 좋아하고 새로운 음식을 대하는 것도 그리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그래서 오늘과 같은 새로운 음식 도전에도 모임이 자연스레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얼마 전 지인이 찾은 우즈베키스탄 음식 전문점으로, 일제시대에 저 먼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후손이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 문을 연 음식점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았다.
올튼 워디의 OLTIN VODIY
대구 서구 서대구로 295-6 1층
053-355-8292
위치가 서구 끝에 자리한 대구의 북부시외터미널 안, 상가에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적힌 상호는 올튼 워디의로 적혀져 있지만 계산서에는 올튼 버디로 적혀져 있는 건 아마도 러시아어와 영어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이곳 북부정류장은 지금같이 자가용이 흔치 않던 시절, 외갓집인 의성을 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들러야 하는 곳으로 건물이나 분위기는 예전과 그리 많이 바뀐 것 같지는 않은데 그때 있었던 상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고 보이질 않는다. 대신 인근 공단의 외국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동남아 음식점이나 음식재료를 취급하는 상점과 그들을 상대로 한 이런저런 가게들이 보인다.
자가용이 생기고 KTX가 생기면서 시외버스터미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다 보니 당연 상권도 서서히 시들어가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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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졌는가 싶었더니 원래부터 간판에 불이 없다고..
멀리서 보면 이렇게 식당이 하는 듯 안 하는 듯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서는 알 수 없는 분위기다.
들어가 보면 테이블은 네 개.
포장하는 손님도 있고 들어와 먹고 가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식당은 아닌 듯 보이고 다행스럽게도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우리말을 하는 직원이 있어 주문을 하거나 계산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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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보드카라고...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지인이 주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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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안 하는 나는 블랙티로...
한주전자 천원.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차는 일상적으로 마시는 듯 다른 사람들의 식탁에도 요런 게 보인다..
홍차, 블랙티다.
우리나라에서는 찻물의 색이 붉어 홍차라고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끓여내는 찻잎의 색이 검어 블랙티라고 부른다.
서양과 동양의 보는 관점의 차이인 듯하다.
요걸로 빵도 먹고 물 대신 마시기도 하고...
김치
러시아로 이주했던 고려인들이 먹던 김치라는데 상당히 짜고 고춧가루는 살짝 들어간..
향신료도 들어가 있어 우리가 먹던 김치와는 확연히 다른 맛을 보인다.
예전 일제시대에 이쪽으로 고려인들이 갔을 때 고춧가루가 없이 소금에 절인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고려인들의 김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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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보고 있어도 당최 무슨 말인지...
문맹이 느끼는 서러움이 이런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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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OZON KABOB
양고기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
가격 만원.
구운 감자와 양고기가 나오는 케밥이라는데 케밥이라는 음식이 우리가 아는 터키식 케밥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양고기는 스테이크로 보일 정도의 두께로 적당히 두툼하고 슬라이스 한 양파와 구운 감자 토마토와 오이를 썰어 접시에 올렸다.
양고기는 바로 구운 게 아닌 삶아서 구웠는지 얼마 전에 먹었던 양갈비와 식감과 맛이 전혀 다르고 맛도 내 입에는 맞지 않다. 고기도 뼈의 색으로 봐서 냉장이 아닌 냉동고기를 사용하는 듯하고.
맛이 덜했던 양고기에 비해 감자는 맛이 좋은 편.
바로 튀겨 냈는지 아니면 삶아서 다시 한번 튀겨냈는지 식감도 괜찮고 맛도 괜찮고..
튀긴 건 다 맛있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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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스 한 양파에 파슬리 가루를 뿌려 나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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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기..
양고기의 양이 꽤 된다.
마구리 뼈를 보니 갈비로 보기엔 무리가 있고 어느 쪽 부위를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두툼하니 양은 넉넉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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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특유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런 감자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여기나 똑같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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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냄새도 적당히 나지만 심한 건 아니어서 먹기엔 무리가 없다.
이 정도면 웬만한 사람이면 다 먹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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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같이 먹어봐도 맛은 그저 그런...
요기는 국물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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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르파
8천원
이름을 정확하게 몰라서 인터넷에서 찾았지만 이 이름도 정확한지 모르지만 내용을 읽어보니 가장 비슷한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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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감자 당근 우즈베크 콩을 넣어 끓여낸 국이라는데 요게 오늘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게 먹은 양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아닐까 싶다.
고기를 보면 조금은 스튜에 가까운듯하고 국물 쪽을 보면 수프에 가까운데 뭐.. 하여튼 국물 맛이 구수하니 상당이 좋다.
다들 맛있다고 칭찬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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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두툼한 게 한 덩어리 들어가 있는데 작게 자르거나 하지 않고 통째로 넣어 둔..
이렇게 나오니 세 사람이 나누어 먹기가 조금은 애매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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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물이 구수한 맛이 좋은 잘 끓인 고깃국물이다.
탕을 오래 끓여 국물 맛이 제대로 우러나왔는데 요기에 빵을 찍어 먹거나 혹은 국물과 같이 빵을 먹으니 맛이 한결 더 좋다. 빵을 주문할 시에는 요건 필히 주문해서 같이 먹어야 한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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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도 오랫동안 끓여서 그런지 부드럽고 달짝지근하니 맛있었는데 당근이 요렇게 맛있다는 건 첨 알았다.
잘게 자르지 않고 큼지막하게 넣어 둬서 더 맛나게 먹은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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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지막한 고기도 한 덩어리 들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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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맛은 꼭 사태살을 먹는 느낌이 들었는데 국물은 제대로 우러났지만 고기 맛으로 봐서는 그저 그런 맛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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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는 주로 빵 종류.
가격은 개당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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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빵.
한개 사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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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뽀쉬카.
뭐라 하는 걸 듣긴 들었는데 정확하진 않다.
NON 이란 이런 빵 전체를 이르는 이름이라는데 들어오는 입구에 몇 가지 메뉴의 사진과 영어로 된 이름이 있었으나 이 메뉴에 대한 이름은 적혀져 있지 않았다.
적혀져 있다고 해도 우즈베키스탄 말이니 무슨 말인지 알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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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상당히 담백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루텐이 듬뿍 들어간 달콤하고 쫀득함이 가득한 빵과는 달리 쫀득함도 거의 없으나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하니 씹는 맛이 좋고 먹고 글루텐이 없어 난 뒤에도 속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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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빵 하나 있다면 군것질 삼아 그냥 먹어도 맛나겠다 싶었다.
단맛도 없고 하니 살도 별로 찌지 않을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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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블랙티와 같이 먹어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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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나온 요런 수프와 같이 먹어도 맛있었는데 그냥 먹는 것보다 이렇게 먹으니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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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서는 맨 마지막 사진의 메뉴로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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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두르 쏨사, 탄두르 쌈사.
한개 4천원.
한개 두개씩 낱개로 구입 가능. 포장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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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양고기와 양파를 넣어 화덕에 구워 내는 것인듯한데 속에 고기가 익기까지 한참을 화덕에서 구워내다 보니 겉은 많이 탄 듯 보인다. 어쩌면 차이나타운의 십리향에서 보았던 화덕만두와는 비주얼이 비슷하긴 하나 속이나 맛은 차이가 많다.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던 화덕만두는 고기의 잡내가 심했는데 이곳의 솜싸는 맛도 괜찮은 편이고 잡내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약간의 향신료의 냄새만 났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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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요렇게 양고기와 양파를 넣어 채우고 화덕에 구워 냈는데 양고기나 양파의 맛은 괜찮은데 겉이 과하게 익은듯해서 그게 조금은 아쉽다. 맛은 처음 먹는 내가 봐도 괜찮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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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그냥도 먹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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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나온 토마토소스와 먹어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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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는 토마토를 이용해 만든 소스인데 토마토케첩보다는 묽은 맛을 보이고 토마토 페이스트보다는 조금 더 진한듯하고...
그냥 먹어도 괜찮았던 쏨사를 요렇게 소스에 찍어 먹어도 괜찮다.
지인들은 신맛이 강한 소스를 같이 얹어 먹으라고 했으나 난 그냥 먹는 걸로...
내 입맛 기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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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적힌지 모르지만 사진을 보고 고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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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슬릭
1꼬지 4천원
한 꼬지 두 꼬지 씩 낱개로도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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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바비큐 동호회에서 샤슬릭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레시피에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토마토와 레몬, 양파를 슬라이스한 후 소금과 후추를 넣고 같이 버무린 후 한참을 숙성을 한 뒤 고기를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워 먹은 적이 있다. 샤슬릭을 처음 만들어 봤으니 그때 만들었던 샤슬릭이 제대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 본고장의 샤슬릭을 먹어 보지 못했으니 판단이 애매모호했는데 이번에 먹어보고 나니 그 맛의 기준이 섰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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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스한 양파에 매콤한 소스를 얹어 냈는데 그 매콤함이 생각보다 강하다.
기다란 꼬치에는 요만한 양고기가 다섯 개 정도 꿰어져 있었는데 만드는 수고로움을 생각한다고 해도 가격이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처음 먹어보지만 원래 이 정도 가격을 보이는지 아니면 이곳이 조금은 비싼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고기의 질을 봐서는 이곳의 음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조금은 비싸게 느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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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예전에 내가 구웠던 샤슬릭과 크게 차이가 없는..
후추 맛이 생각보다 강하고 고기도 퍽퍽함이 아쉽다 생각했던 샤슬릭인데 요런 건 돼지갈비양념으로 두툼한 목살을 구워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좋은 경험을 했다 생각하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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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도 이젠 예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음식점들이 군데군데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주로 공단지역이지만 그곳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제대로 된 상권으로 진출하는 집들도 생기는 걸 볼 수가 있는데 그런 집들의 특징이라면 아직 한국화가 되지 않은, 그 나라 특유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일게다.
특별히 먹는 걸 가리거나 멀리하지 않는 나로서는 상당히 맘에 드는 점이기도 하다.
많은 돈을 들여 일부러 그곳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고 한국화가 되지 않은 그곳을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오늘 가본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인 올튼 워디의는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았지만 나름 그곳의 맛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생소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음식의 재료나 위치한 상권을 봐서 내가 생각하는 가격보다 조금은 비싼듯해서 아쉽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식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같은 음식보다는 가끔은 생소한 음식들도 한번씩 먹어보는것도 괜찮습니다.
음식에는 그나라 문화와 역사가 한번에 다 들어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뭘요..
가끔 한번씩 올려 볼까 싶습니다.
사진 잘보고갑니다 ^^
예.
역시.. 포스팅이 맛깔 납니다..
몇분이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비싼느낌입니다.
고기가 좀 탄듯하여 부담도...ㅎ
세사람이 먹었습니다
음식은 처음먹어보는거라 색다르고 좋았는데 전반적인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졌네요
잊었던 기억을 찾아주셨네요^^
저 스프ㅎㅎ;; 제게 고마움의 답으로 우즈베키스탄여인이 직접 끓여 초대했던..난감했던 추억ㅎㅋ
그떈 양고기ㅡ냄새도 힘들었던지라 정말 그집에서 1키로 이상은 벗어나고 싶단 생각밖엔 ㅋㅋ
포스팅 잘 읽고 갑니당^^
그쪽 여자분들이 다 이쁘다는 소리가 있던데 부럽습니다.
@농갈라묵자 ㅎㅎ이쁜게 부럽단말씀이시져ㅋㅎ그쪽여자들은 아짐되면 거의 180도로 바뀐다지오ㅋㅋ
저를 좋아하는 아짐께서 정성스레 하루 종일 푹 고운 덕에 온집안에 저 냄새ㅠㅠㅜ
진짜@ 음식앞에 구역질 할뻔ㅜㅗㅛ고역이였지여ㅋ이젠 고향서 잘 살낍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