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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한글날) 서울 강남구에서 주최한 제20회 국제평화마라톤대회(국평)에 참가했다. 햇수로 5년 만에 참가하는 마라톤 풀코스다. 코로나19로 참가하지 못했고, 작년에는 발목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그리고 가민 시계를 차고 달리는 첫 대회다. 가민 시계가 없었을 때는 카시오 시계를 차고 1킬로미터당 버튼을 누리고, 기록을 확인했다. 이제는 1킬로미터마다 가민 시계가 진동으로 알려주고, 현재 페이스와 현재 몇 킬로미터를 달리고 있는지도 모두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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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평 대회는 다음달에 있는 JTBC마라톤을 대비하기 위한 대회다. 한마디로 장거리 달리기라고 보면 된다. 국평 풀코스 주로는 좋지 않다. 일단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라 양재천, 탄천, 한강 산책로를 달리는 거라서 산책하는 시민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중간중간 만나게 되어 자칫 사고의 위험도 있고, 달리다가 속도를 늦춰야 하는 곳도 있다. 더구나 일반 도로보다 지대가 낮은 길이라서 시야감도 좋지 않다. 한마디로 좀 답답한 코스라고 보면 된다. 내년부터는 국평 대회는 참가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리고 러너들을 그룹별로 나누지 않고 한꺼번에 출발시켜서 위험하기도 하고, 영화의 전쟁 신(scene)에서 돌격대들이 무대포로 적군에게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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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목표는 32킬로미터까지 5분 언더 페이스로 달리고, 나머지 10킬로미터는 체력이나 힘이 남으면 자유주(인터벌 혹은 템포런 개념, 1킬로미터당 4:00-4:30 페이스)로 달릴 생각이었다. 32킬로미터까지는 목표한 기록으로 달렸다. 1랩(0-1km)은 한꺼번에 러너들이 출발해서 5:43로 천천히 달리고 그 후에는 5분 언더 페이스였다. 최고 페이스는 4:32가 가장 빨랐다. 30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을 다녀와서 30초 정도 까먹었다(5:31). 사실 1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줄곧 고민했다. 달리면서 시원하게 배출할까? 아니면 찔끔, 찔끔, 찔끔 땀과 섞이도록 고도의 조절감으로 배출할까? 그래도 땀 냄새와 오줌 냄새가 한꺼번에 나면 안 될 거 같아 30초 정도 시간을 까먹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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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킬로미터 지점이 지났을까, 오른쪽 무릎 바깥쪽 근육에 통증이 왔다(사실 이 통증이 그전부터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배가 당겨지면서 통증이 왔다. 오른쪽 무릎은 발이 땅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왔고, 오른쪽 배는 지속적으로 아팠다. 자유주로는 달리지 못하고, 오른쪽 배는 오른쪽 손으로 움켜쥐고 달렸고, 오른쪽 무릎은 통증 때문에 페이스를 올릴 수가 없었다. 딱히 위장에 부담이 되는 것을 먹은 것도 아니고, 급하게 생수나 이온음료를 벌컥벌컥 마신 것도 아니다. 그래서 32킬로미터 지점부터는 평균 5분 5초 정도 페이스로 달렸다(최고 4:47, 최저 5:45[42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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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이 소진이 되지는 않았다. 파워젤 2개, 포도당 2개(알약), 마그네슘 1개(알약), 중간에 급수대에서 생수와 이온음료를 마셨다. 바나나와 초코파이는 1개도 먹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의 체력 훈련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급수대에서 생수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이온음료는 있는데, 생수가 없었다. 생수는 마시기도 하지만, 땀을 씻기 위해 머리에 뿌리기도 한다. 생수(PET병) 대신에 우유팩처럼 하얗고 작은 팩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우유인 줄 알았다. 우유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우유가 달리기에 좋은 건가? 한 7-8킬로미터 정도 남겨놓았을까, 나는 그 하얀 우유팩 안에 생수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뿔싸! 생수가 우유팩 안에 들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종이컵에 담겨 있는 물을 연신 2-3번 머리에 끼얹었다. 시원하고 시원하고 시원했다^^. 달리는 내내 하얀 생수가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클럽 캠프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캔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나서 다시 피니시 라인으로 되돌아가 간식을 주는 데스크로 가서 그 문제의 생수(자연드림 기픈물[DEEP WATER]) 2개를 받아왔다. 아직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는 딸에게 주면서 이건 우유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딸(초등6)은 우유 마시기를 무척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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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5km라는 길고 긴 코스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맨처음 러너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던 오르막길을 오르자, 저 멀리 피니시(finish) 라인이 보였다. 으레 그렇듯이, 피니시 라인에는 카메라맨들이 있기 때문에 포즈를 잘 취해야 한다. 두 팔을 높이 들고 손가락은 브이자를 하며, 얼굴은 세상의 모든 행복은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그리고 가민 시계를 꾹 눌렀다. 종료!!!(최종 풀코스 기록은 3:26:14다). 이제 이 고통스러운 풀코스가 끝난 것이다. 그 고통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강남 시내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 담배 3개를 연신 피워댔다. JTBC 마라톤을 위한 모의고사는 나름 잘 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쪽 무릎 바깥쪽 통증은 대회가 끝나고 이틀 동안 파스를 붙이고, 마사지를 해주니 다행히 모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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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를 준비하신 운영진 선후배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로에서 응원해주고 사진도 찍어주신 조아라 선배님과 돌도사 선배님과 니케 선배 고맙습니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 콜라를 챙겨주신 짱가 선배님 고맙습니다. 캠프에서 먹거리를 챙겨주신 해피트리 선배님과 아리랑 선배님과 태경 선배님, 출발 전에 파워젤을 챙겨주신 단미 선배님, 34킬로미터 지점에서 동영상 촬영을 해주신 늘봄 선배님 고맙습니다. 피니시 라인에서 소리를 치면 응원해주신 YJ 선배님 고맙습니다. 일마 힘^^.
- 5년 만에 풀코스 완주 기록증을 받아본다.
- 풀코스 4:53 페이스였다.
- 배번과 완주 메달.
- 우유 아닙니다. 물입니다. 물!!!
마지막 들어오는 모습이 정말 멋졌습니다 좋은기록 축하합니다
YJ 선배님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포즈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응원 고마웠어요^^
두부대장은 글도 잘쓰고 달리기도 잘하구... 오랜만에 완주에 최고기록 달성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ㅎㅎ
축하해 ^^ 다들 긴장하겠는데 ㅋㅋ
타잔 선배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난 제주트레일러닝 1등 축하드립니다^^
두부 덕분에 모르고 지났을 기념사진 찾아줘서 고마워~~ 횡재했네~~ㅎ
출발 신호와 함께 전체 러너들을 리드하고 있는 라일락 선배님^^
두부대장님 이렇게 편하게 풀을 뜯어먹다니 대단합니다~~
그보다 더 대단한건 이렇게 글을 편안하게 잘 쓴다니~~ㅎ
제마가 기대됩니다
컨디션 관리 잘하세요~~
와플 선배님, 아주 많이 무척 힘이 든 풀코스 완주였습니다.
편안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JTBC마라톤에서도 최선을 다해 달리겠습니다^^
선배님도 JTBC마라톤에서 가을의 전설을 만드세요^^
👍 여유로운 풀 후기같아요~~^^ 제마때도 여유롭게 원하시는기록으로 완주하시길 바랍니다 😊
당시에는 무척 죽을(?) 거 같았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JTBC마라톤에서는 조금 더 여유롭게 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보름달님 고맙습니다.
그 나이에~
그런 피지컬로~
요 정도의 기록은 당연한 거 아닌가~
이제 다람쥐로 오면 되겠따!!
ㅎㅎ
건강하고, 재미있게 ~
오래오래 달리기를^^
그래도 “그 나이에~ 그런 피지컬로~” 달리기에는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마일리지가 별로 되지 않으니요^^. 자메이카 선배님도 어서 부상 회복하셔서 즐런 하셔요^^ 고맙습니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 축하드립니다~~
글솜씨도 좋으시네요~~
늘 호공을 바람처럼 달리는 블루진님을 보면 정말로 찐러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솜씨보다 달림솜씨가 좋아야 하는데...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두부대장님 !!!
어머나 ㅎㅎ
어쩜 글을 찰지게 잘 쓰시는지요???
너무너무 잼나게 읽어 내려 가지네요 ~~
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캔디는 그자리에서 짜름ㅋㅋ)
326에 최고기록 달성하심에
왕추카추카 드립니다 ~~^^
너무너무 멋찌세요👍최고
캔디 선배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32km 이후 무릎 통증(장경인대) 때문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울며불며 최선을 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