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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문화,.영화♡ 스크랩 영화 팔순농부와 마흔살 소의 동행 다큐영화 "워낭소리"
비바리 추천 0 조회 204 09.01.31 13:54 댓글 14
게시글 본문내용

 

 어제 오후에  지인께서 오셔서는  설선물이라면서 영화 한편  보여줄테니 함께 가자고 하셨다.

안그래도 그저께 시네마 M에서 "톰크루즈 "주연의 "발키리"를 보고 온 터라 속으로 혹시 그 영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대뜸 "무슨영화예?" 라고 되물었다.

아주 괜찮은 다큐영화인데 꼭 보았으면 한단다. 다큐멘터리라면 무조건 좋아하는지라 더군다다

최근에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지라 사뭇 궁금하였다.영화제목이 워낭소리" 란다.

워낭소리? 워낭소리라..어디선가 얼핏 광고를 보았던 기억이 났다. 소와 노인의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대구 동성아트홀로 향했다. 인근에 주차장이 없어서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걸어 들어갔다

비가 오는지라 우산을 챙겨야 했다. 미로같은 영화관 계단을 올라서 들어가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연세들이 모두 지긋지긋 하신데 동행인들은 모두 젊었다.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부자간, 고부간, 아니면 모녀간..이런 커플들이다. 마침 아는 분이 다가오더니 인사를 건네는데

며느리와 함께 왔다면서 인사를 시킨다. 50대 아주머니들끼리 온 팀들도 계셨다. 어떤 아저씨는 광고 보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서 혼자 오셨다고 한다.사뭇 기대를 하면서  우리는 상영실로  입장을 하고선  자리에 앉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최원균 할아버니는 80세이시다. 오로지 소를 이용해 농사짓는 천연기념물 같은 농부다.

기계를 쓰면  소 꼴을 못먹인다면서 매일 묵묵히 소를 몰고 논으로 나간다.

할머니에게는 뭣 하나 안해드리면서 소의 먹이만큼은 고집스럽게도 당신손으로 모두 다 걷어다 먹인다.

귀가 잘 안들리고 다리 한쪽이 불편하셨어도 소 풀을 뜯기 위해 매일 무릎으로 기다시피 산을 오른다.소에게 해가될까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잽쟁이시다, 소 또한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할아버지가 고삐를 잡으면 그 어디든 가고 온다.

할아버니와 소의 절친함(?) 때문에 할머니는 늘 불만이시다. 16살에 시집와 9남매를 키웠다

입만 열면 "에구 내팔자야~~" 농약쳐~~저 소가 죽돈동..영감이 죽돈동 그래야 내 팔자가 편치" "소나 나나 주인 잘못 만나서 이고생"이라고

늘상 불평을 늘어놓지만 구수하고도 귀에 익은 카랑카랑한  경상도 입심에 영화관은 자주  웃음바다가 된다.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할머니 말씀으로 인해 많이도 웃었다.영감 죽으면 혼자는 못산다면서 따라 죽어야제..하시는 대목에서는 두 분이 저리 오래 함께 계신다는

사실이 은근히 부러웠다. 내가 죽을때 누가 내 옆에 있지? 아니 누구옆에 내가 있을까?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소의 나이는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마흔살! 정말 소가 마흔살까지 살 수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오랜 세월 할아버지와

함께 하였다는 소릴게다.이름도 없다. 최노인과 30년을 동고동락하였다. 어느 해 봄 수의사로부터 소가  1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소릴

듣는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더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교? 라고 되묻는다. 이제 소와의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데.....

 

 

 

할아버지께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소와 함께 논갈이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할머니께서는 저 소가 없었다면 할아버지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하신다.한쪽다리는 어릴적에 침을 잘못 맞아 그리 되었다고 한다.옆 논은 현대식 기계가

 다니면서 획~~획~~갈아 모내기도 하고 그러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오로지 소를 이용한다.

밭갈이 장면에서 난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께서도 몇십년을 소를 몰고 쟁기를 동여매고 밭을 갈으셨다.

겨울농사도 가능한 따뜻한 제주도였기에비가오면 쉴까..쉬는날은 거의 없없다. 소 먹이러 다니고 소에게 꼴을

가져다 주는 역할도 곧잘 했었기에 이 영화는 장면장면마다 고갤 끄덕이게 만들고 유년의 추억들을 슬금슬금 들춰낸다.

  

 

 

 

소에게 먹일 꼴을 잔뜩 지고  논두렁을  걸어오신다.

우직한 소는 할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할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셨다. 힘든 걸음으로 시내를 향하는 우직한 소는 이번에는 들로 논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태우고 병원으로 간다. 현대식 차들이 주차한 곳에 할아버지의 소와 달구지가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은 참으로 묘했다.

일을 줄이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의사선생님은 충고를 하신다.

 

 

이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소의 모습이 평생을 농사와 소를 위해 헌신하는 할아버지의 모습과 어쩜 저리도 닮을까.

갈라진 발틈 사이까지 닮아있다. 지친 걸음도 닮았다. 소의 걸음이 하도 느려터져 또 할머니께서는

카랑한 목소리로 궁시렁 거린다. 이때 할아버지가 버럭 소릴 지른다."내려~~!"

할머니는 이 말씀 한마디에 바로 내려서는 달구지를 뒤에서 민다.또다시 팔자타령을 한다.

소만 바라보고 소만 챙기는 할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불평을 토로하지만 왠지 정겨워보인다.

 

 

 

 

 

 한번은 할아버지께서 장날  봉화 읍내에 가셨다가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 달구지 안에서 그만 깜박 잠이 드셨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글쎄 집이었다. 소가  알아서 5km 나 되는 거리를 차도 피하고 안전하게 할아버지를 집까지 모신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자식보다 나은 소 라고 말씀들을 하시면 소가 죽으면 장사지내준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내 고향에서는 소가 이끄는 달구지가 아니라 말이 끄는 말마차 (바래기) 였다. 어릴적에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필자도 어릴적엔 밭으로 가고 올때, 짐을 실어나를때 , 무거운 곡식들을 운반하고.심지어 학교 등교 할 때에도 마차를 타고 다녔었다.

우리들의 자가용이었다. 경운기가 등장하면서 마차는 하나 둘 사라지고 이젠 완전히 사라져 버린 애잔한 운송수단이었다.

 

 

 사진관에서 할아버지를 향해 "웃어" 라고 던지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생생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풀없이 던지는 말씀들이 영락없이 경상도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다. 하지만 왠지 정감이 폭폭 간다.평소엔 그렇게

궁시렁 대면서도 늘 할아버지에게 지고 마는 애부(愛夫)가시다.하지만 소와의 질긴 인연은 곧 이별이란 아픔으로 다가왔다.

기력이 다한 소를 내다 팔려고 한번은 우시장엘 가셨는데  100만원엔 안판다고 500만원을 고집하시던 분..

소와의 30년 우정이 100만원으로 환산하기엔  어림도 없음을 외치신다. 500만원은 그들이 내놓는 소의 가격이 아니라

그것은 바로 당신과 소와의 30년 동행의 값이었으리라.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값을 마음으로 책정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다시 소와 함께 집으로 향했고. 우사에서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를 향해 "일어서~~" 를 외쳐보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30년 동행지기 우직이는 결국 눈을 감고야 말았다.

소가 죽으면 장사 지내준다는 호언장담차럼 30만원을 들여 장례를 치뤘다. 코뚜레와 워낭을 떼어주고 저승 가서는 일 하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봉화 청량사에 가서 불공도 들였다 한다.소가 없는 썰렁한 빈집엔   할아버지의 아픈 신음소리만이 가느다랗게 울려 퍼지고

 소의 목에 달렸던 워낭을 손에 들고 소가 묻힌 산소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곧잘 앉아 계신다.봉화 상운면 하눌리 산골마을의

팔순 농부와 마흔살 소와의 우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뭔지 모를 울컥함과 뭉클함이 솟구친다.

 

 

 

 

소는 마지막까지  할아버지 내외가 따뜻하게 지내라고 땔감을 집뜰 가득  실어다 놓고 간다.

소는 가고 없는데 산더미같이 쌓여진 그 땔감들을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   사진/소가 평생을 달고 다녔던  워낭..)

 

                                       영화 "워낭소리"는 이충렬 감독의 첫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2005년 2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찍었다.

밭 주변 야산에 참꽃이 피고 논에 모를 심고, 고추를 따고...그러다가  겨울이 오면 소죽을 끓여 먹이는 장면장면들이

 또 다시 떠오른다."워낭"이란 마소의 귀에서  턱 밑 부분에 다는 방울 또는 쇠고리를 말한다.

제13회 부산 국제영화제 피프 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25일까지 열린 2009년 선댄스영화제 상영작

118편 가운데 다큐멘터리 국제경쟁부문에 포함되었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와 30년을  함께한 소 한마리의 이야기가 소리소문 없이 2009년 1월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현대적 세련된 영상은 아니지만 흙내음 , 사람내음, 고향의 내음, 부모님 내음들에 흠뻑 취해 본 시간이었다.

"워낭소리"그 진득한 사랑의 울림이 힘들고 지친 우리들 가슴속에 초록논에 물이 돌 듯 훈훈하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이번 주말에 우리 무슨 영화를 볼까? 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주저없이 "워낭소리"를 추천하는 바이다.단, 이번에는

우리들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주셨던 부모님을 모시고 가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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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1.31 15:02

    첫댓글 이글을 보면서도 정말 가슴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바쁘신데 수고 하셨습니다.

  • 09.01.31 20:28

    흙내음 사람내음 고향의 내음 부모님 내음 사랑합니다.

  • 09.01.31 20:36

    "워낭소리"는 소나 말을부리는 말에다 맑을, 밝을 랑을 붙여 불렀나봅니다. 우리 "핑갱이" "핑갱이 소리"라 합니다. 유년시절 여름방학이면 마을 소들을 산에 올려보내 방목했습니다. 점심 먹고 산 아래 개울에서 멱 감다가 소를 보려 올라갑니다. 확인하고 진드끼 떼 주고 놀다 그냥 돌아왔지요. 방학이 끝나면 동내로 데리고 내려왔습니다. 그 시절 여름 생각나면 요즘도 그립습니다.

  • 09.01.31 20:45

    써레질은 쉬운데...밭갈고 논가는 쟁기질은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보기엔 무척 쉬울것 같지만 처음 해보는사람은 못해요.. 소로 논밭가는것도 조만간 사라질듯 싶습니다...완전히 사라지기전에 올 봄엔 시간 나는대로 사진으로 많이 담아놔야겠어요..

  • 09.02.01 12:18

    입소문이 만들어낸 기적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

  • 09.02.02 01:43

    대구 분이시군요^^ 저두 대구 살아요..... 워낭소리.... 너무 마음 아플까봐 못 보겠는 영화에요..ㅠ.ㅠ 슬픈 영화 보면서 눈물 흘리기 싫어서요

  • 09.02.02 22:51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비바리리님의 유년의 추억과 함께한 줄거리글을 읽으며 가슴뭉클한 감동 을 느낍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

  • 09.02.04 23:23

    정말 잊혀져가는 모습이네요... 초등시절 어렴풋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워낭이라고 하나보네요... 저는 기억이 안나는데 울할아버님 생전 키우셨던 소 목에 걸어두었던 방울을 제가 소장하게 되었는데 흔들면 딸랑거리는 소리가 참 맑아 듣기 좋은데...

  • 09.02.05 08:49

    정말 좋은영화...........^^*워낭소리<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 09.02.05 09:05

    오랫만이네요...향기님 ^^ 잘 지내시지요???

  • 09.02.05 18:50

    며칠전에..잠시 티비화면으로 봤는데요..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할부지께서 소의 코뚜레를 풀어 주시는 순간..소가 스르르 눈을 감던 마지막 모습..미물이지만 정말 무언가 느낌이 오는...일상적인 삶의 진정성이 살아 있는 ...할부지와 소의사랑..교감..우리곁의 소중한 정이네요

  • 09.02.08 01:08

    글만 읽어도 이렇게 가슴이 뭉클하고 눈가가 적셔오는데 ...영화를보면 많이 울것같네요...꼭 보러가야겠네요...!

  • 09.02.20 11:04

    일부러 멋진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도 고향들녘같은 정겨운 모습, 왠지 모기가 날아들어 얼굴 어디쯤인가 붙으려 애쓰는 공간을 접하는 듯한 영화, 커다란 감동을 기대한다면 실망할테고, 잔잔한 감동을 기대하는 관객은 그냥 ... 위 사진처럼 팔순 농부와 닮아가는 소 ... 그리고 어디서나 같은 맥락의 부인'이라는 여자들의 공통점, 끝없는 바가지 ... 관심인가 (?)

  • 09.02.23 15:20

    가슴뭉클했습니다. 울 어머니 모시고 가서 보라했습니다. 우리 동생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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