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터치 듀얼’를 앞세워 야심차게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딛은 HTC코리아가 5년 만에 한국 사업을 정리하고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HTC관계자는 블로터닷넷과 전화통화에서 “철수는 사실이다. 내용을 갑작스럽게 전해받았다”고 밝혔다. 당장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고 신제품 출시 없이 기존 제품들 위주로 운영과 지원을 이어가다가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HTC는 “기존 고객들에 대한 지원이 끊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HTC의 한국 사업 철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계속 언급되던 내용이다. 지난 6월 브라질 사업소를 철수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연구소도 정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원스러운 성과를 못내던 한국 시장이 다음 차례가 아니겠는가 하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지난주 2분기 순익이 전년 대비 58% 하락했다는 발표가 나면서 세계적으로 감원이 결정되는 등 HTC로서는 몸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HTC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떠오르는 강자였다. 1997년 문을 연 이 회사는 그 동안 소니, HP 등에 스마트폰을 OEM 공급해 오던 기술을 갖고 직접 시장에 뛰어 들었다. 윈도우 모바일 시절에는 운영체제의 한계를 고성능 하드웨어와 센스 UI를 통해 풀어내는 등 기술력도 인정받았고 디자인 면에서도 좋은 평을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를 내놓으면서 애플과 경쟁 구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삼성은 HTC부터 이기고 오라’고 비꼬기도 했을 정도다.
안드로이드 초기에도 구글과 직접 협력해 안드로이드의 표준을 세운 ‘넥서스원’을 개발했고 스마트폰의 역할이 업무보다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되는 것을 고려해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옴니아 2 이후 자존심 회복에 나선 삼성전자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 대 삼성 구도로 자리잡으면서 급격히 불린 몸집을 이겨내기에는 현재 상황이 그리 녹록치않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대표 스마트폰 주자로 급부상했지만 애플의 특허 공세 1차 타깃이 되면서 무한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이 틈을 삼성전자가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안드로이드 대표주자라는 말도 삼성전자에게 고스란히 넘겨줘야 했다.
HTC코리아는 최근 갤럭시 S3와 상대할 만한 주력 스마트폰인 ONE X의 출시를 확정짓지 못하고 계속 연기하는 등 한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태블릿 ‘플라이어’가 신통치 못했고 스마트폰 시장의 영향력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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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꼭 HTC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한국 시장은 외산 휴대폰들의 무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하다. 삼성전자과 애플이 시장을 절대적으로 주도하고 나머지를 LG전자와 팬택이 경쟁하는 구도로 자리잡고 있다. 상대적으로 외산 휴대폰들은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외산 스마트폰은 LTE가 자리잡으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주파수를 쓰는 3G에 비해 LTE는 나라마다 전부 다른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개별 국가에 따른 제품을 모두 따로 내놓기 어렵다. LTE 빠진 신제품은 성능이나 디자인 등을 모두 떠나 시장과 통신사들에게 주목조차 받지 못하기 때문에 3G모델을 꺼내놓기는 쉽지 않다.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가 올해 들어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애플조차도 3세대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한국에서는 LTE를 서비스하지 못했다.
국산 브랜드의 강세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니에릭슨은 신제품 출시를 신중하게 결정하더라도 한국 시장에 꼭 맞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정책이고 RIM은 블랙베리 10의 출시를 내년으로 미뤘고 올 초 발표한 포르쉐디자인 블랙베리 P9981의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키아 역시 윈도우폰인 루미아 710 이후 잠잠하다. 윈도우폰 8 발표 이후 신제품을 통해 재도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흐음 HTC가 국내시장 철수를 선언.. 먼가 씁쓸하면서도 안타깝군요.
기사출처 - 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