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日晩興1(추일만흥1)-金正喜(김정희)
稻黃蟹紫過京裏(도황해자과경리) : 누런 벼와 자색 참게 나는 절기 서울에서 보내려니
秋興無端鴈江邊(추흥무단안강변) : 기러기 강가엔 가을 흥이 끝이 없도다.
最是漁亭垂釣處(최시어정수조처) : 고기 잡는 누대 저기 저 낚싯줄 늘인 곳에
任放沙禽自在眠(임방사금자재면) : 제멋대로 나는 물새가 조을고 있다.
秋日晩興2(추일만흥2)-金正喜(김정희)
銀河當屋柳旗斜(은하당옥유기사) : 은하 지붕에 이르니 버들 깃대 빗겨서있고
喜事明朝占燭華(희사명조점촉화) : 내일 기쁜 일 있는지 촛불이 점친다
佳客來時多酒食(가객래시다주식) : 좋은 손님 오실 때는 술과 밥이 많아야지
夜光生白吉祥家(야광생백길상가) : 상서롭고 길한 집엔 밤 빛도 밝게 비치는구나
秋日晩興3(추일만흥3)-金正喜(김정희)
碧花無數出堦頭(벽화무수출계두) : 이끼 꽃 무수히 섬돌가에 돋아나니
占斷山家第一秋(점단산가제일추) : 산 속을 차지한 저 집이 제일 가을이로다.
榴後菊前容續玩(류후국전용속완) : 석류 뒤 국화 앞에는 구경거리 잇따르니
壯元紅是竝風流(장원홍시병풍류) : 장원홍 저 붉은 것이 바로 풍류를 겸했구나
鵲巢(작소)-金正喜 (김정희)
喜鵲喳喳繞屋茆(희작사사요옥묘) : 기분 좋은 까치 까악까악 띠 집을 맴돌다가
窓南直對一丸巢(창남직대일환소) : 창 남쪽에서 한 둥근 둥지를 마주보네
新來不唾靑城地(신래불타청성지) : 새로온 신참은 청성 땅에 침도 못 밷는다지만
透頂恩光敢自抛(투정은광감자포) : 정상 뚫는 은혜로운 빛을 감히 스스로 포기할까
庭草(정초)-金正喜(김정희)
一一屐痕昨見經(일일극흔작견경) : 하나 하나 나막신 자국 어제 지난 길을 보니
蒙茸旋復被階庭(몽용선복피계정) : 무성한 풀들이 다시 자라나 섬돌 위 뜰을 덮었구나
機鋒最有春風巧(기봉최유춘풍교) : 기봉에는 최고의 봄바람 교묘히 불어오니
纔抹紅過又點靑(재말홍과우점청) : 붉은 색 발라 놓고 지나가자 또 푸른 점을 찍는구나.
二樂樓(이락루)-金正喜(김정희)
紅樓斜日拜三字(홍루사일배삼자) : 붉은 누각에 지는 해가 세 글자에 절을 하니
二百年中無此君(이백년중무차군) : 이백 년 동안에 이 분 밖에 아무도 없으리라.
想見當時洗硯處(상견당시세연처) : 당시에 벼루 씻던 그곳을 생각해보니
古香浮動一溪雲(고향부동일계운) : 옛 향기 온 개울에 물안개 속에 떠 흐른다
涵碧樓(함벽루)-金正喜(김정희)
綠蕪鶴脚白雲橫(녹무학각백운횡) : 우거진 푸른 풀 위를 날아가는 학의 다리 사이
흰 구름 빗겨있고
取次江光照眼明(취차강광조안명) : 몇 줄기 강 빛을 보니 눈이 밝아진다.
自愛此行如讀畫(자애차행여독화) : 그림을 읽는 듯한 이 행차가 사랑스러운데
孤亭風雨卷頭生(고정풍우권두생) : 외론 정자에 비바람이 책머리에 이는구나
題翁星原小影(제옹성원소영)-金正喜(김정희)
端莊雜流麗(단장잡유려) : 단정하고 씩씩함이 물 흐르듯 고우니
剛健含阿娜(강건함아나) : 굳세고 건장함에 곱고 아리따움을 머금었구나.
坡公論書句(파공논서구) : 소동파가 평론한 글귀들
以之評君可(이지평군가) : 그것들로 그대를 평하는 게 옳은 것 같네.
此圖十之七(차도십지칠) : 이 그림의 십 분의 칠은
莊健則未果(장건칙미과) : 씩씩하고 건장하다고는 못하겠노라.
弗妨百千光(불방백천광) : 결코 방해되지 않노니, 백 천 가지 빛깔이여
都攝牟珠顆(도섭모주과) : 소 울음 구슬 한 알로 모두 끌어당긴다
惟是致君來(유시치군래) : 옳도다. 이곳으로 그대를 불러서
共我一堂中(공아일당중) : 나와 함께 한 집에서 마주 보는구나.
烏雲萬里夢(오운만리몽) : 오운이라 만 리 먼 곳의 꿈
海濤廻天風(해도회천풍) : 바다에는 거센 파도 하늘에는 회오리 바람
覃室儼侍歡(담실엄시환) : 담실을 공손히 모시니 기쁘고
蘇筵執役同(소연집역동) : 소연과도 일을 함께 한다.
文字聚精靈(문자취정영) : 문자는 정력과 영혼이 모여진다면
神理合圓通(신리합원통) : 신령스런 이치도 원활히 통할 것이다.
愧我慙雌甲(괴아참자갑) : 보잘것없는 내가 짝수의 날을 맞은 것이 부끄럽고
生辰又特別(생진우특별) : 태어난 시간 또한 특별하도다.
以君家墨緣(이군가묵연) : 그대의 집안과 붓의 인연으로 헤아리면
宜君生臘雪(의군생랍설) : 그대는 섣달 출생이 마땅하도다.
如何我生日(여하아생일) : 하필이면 이 내가 태어난 날이
而復在六月(이복재육월) : 유월달이란 말인가.
依然蘇與黃(의연소여황) : 소동파와 황산곡을 우연하게도
君我各分一(군아각분일) : 그대와 내가 하나씩 각기 나눠가졌구나.
飆輪轉大世(표윤전대세) : 바람바퀴 큰 세상을 돌아다니니
前夢吾夙因(전몽오숙인) : 지난날의 내 꿈은 나에게는 오랜 세월의 인연이구나.
笠屐存息壞(입극존식괴) : 삿갓과 나막신은 저 식양 땅에 남아있거니
石帆叩梁津(석범고양진) : 양진은 석범에 물어보는구나.
秋虹結丹篆(추홍결단전) : 단전에 맺혀있는 가을 무지개
吐氣蟠嶙峋(토기반린순) : 토해낸 기운이 서리어 높이 솟아라.
回首石幢影(회수석당영) : 고개 돌려 석당의 그림자를 바라보니
息息與塵塵(식식여진진) : 숨결마다 속된 일들이도다.
擧似匡廬偈(거사광려게) : 사광려의 게송을 들어 보이니
坡像涪翁拜(파상부옹배) : 파상 소식 앞에 부옹 황정견이 절을 드리는구나.
金石申舊約(금석신구약) : 금석에다 옛 언약을 드러내니
銖縷窮海外(수루궁해외) : 저울 눈금 실오리도 바다 밖으로 다하는구나.
石銚鳴松風(석요명송풍) : 돌솥에 솔바람이 울리니
琅琴答天籟(랑금답천뢰) : 구슬 거문고는 천뢰에 답하는구나.
一念逾新羅(일념유신라) : 한 생각에 신라로 들어가니
竟有何人解(경유하인해) : 끝내 어떤 사람이 이치를 이해랄 수 있을까.
棲碧亭秋日(서벽정추일)-金正喜(김정희)
幽洞螺旋入(유동라선입) : 그윽한 골짜기를 돌고 돌아 찾아드니
細泉潑乳紅(세천발유홍) : 작은 샘이 붉은 젖을 뿜어내는구나.
禽鳥似持世(금조사지세) : 온갖 새는 제 세상 만난 것 같고
晝陰石壇空(주음석단공) : 낮인데 날씨는 그늘지고 돌단은 비었구나.
春來厭繁華(춘래염번화) : 봄이 오면 번화함이 싫고
愛此秋玲瓏(애차추령롱) : 이 가을의 맑고 깨끗함을 좋아한다네.
人癯如枯木(인구여고목) : 사람이 너무 여위어 고목 같으니
前身應老楓(전신응노풍) : 응당 저 늙은 단풍나무가 전신이었으리
南窟(남굴)-金正喜(김정희)
千秋幽怪歎燃犀(천추유괴탄연서) : 천 년 동안 숨은 괴물도 무소뿔 태우니 탄식하고
肅肅靈風吹暗溪(숙숙영풍취암계) : 쓸쓸하고 영묘한 바람 어두운 개울로 불어온다..
彈指龍蛇皆化石(탄지용사개화석) : 용과 뱀을 퉁기어 가리키니 모두 돌로 바뀌어
燈光猶作紫虹霓(등광유작자홍예) : 등 불빛은 오히려 자색 무지개를 만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