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고우영
출판사: 애니북스
가 격: 48,750원(전 10권+인물 해설집)
책소개
『삼국지』는 그동안 무수한 판본으로 번안되었다. 김성탄, 김구용, 박종화, 정비석, 김홍신, 이문열, 조성기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삼국지』를 의역하거나 대역하여 소설로 출판해왔다. 그런가 하면 만화로도 여러 번 각색되는데, 가장 최근에 출판된 것은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원본으로 한 이희재의 『삼국지』가 있고, 재일교포 이학인씨의 『창천항로』는 조조를 중심으로 『삼국지』를 해석하여 독자들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 그만큼 『삼국지』는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인해 편역자의 개성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불멸의 고전인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중·일에서 출간된 『삼국지』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고우영 삼국지』는 특출하다. 소설과는 다른 파격적인 시각과 구성으로 『삼국지』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인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 그렇고, 시대를 앞선 패러디 기법과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이 그렇다. 또 서민적인 구도를 통해 대하 역사극을 담아낸 재기 넘치는 연출력이 그렇다.
만화가 박재동은 "난 삼국지를 순전히 고우영 선생의 만화삼국지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이라며, "그를 통하여 관우가 얼마나 폼나는 사나이인 줄 알게 되었고, 조자룡이 얼마나 멋있는 사나이인 줄 알게 되었다. 또 유비를 쪼다로 그려놓은 그 해석의 신선함, 더군다나 유비를 고우영 선생 자신의 모습으로 그려놓아 은근슬쩍 자신을 띄웠는데 그게 밉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삼국지』의 인물들을 고우영 선생이 그린 대로 알고 있었"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이렇듯, 지은이는『삼국지』에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에게 피와 살을 붙여서 실감나는 인물로 창조했다. 그래서 30대 중반 이상의 독자들에게 『삼국지』 주인공들을 시각적인 캐릭터로 만나게 해준 최초의 책이 바로 『고우영 삼국지』이며, 한번도 소설 『삼국지』를 완독한 적이 없는 독자들이 유비, 관우, 장비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이유도 바로 『고우영 삼국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향수 가득한 그 기억조차도, 삭제되고 잘려나간 수정본에 의한 기형적인 것이라면 이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무삭제 완전판 『고우영 삼국지』는 독자들이 잃어버렸던 24년 전 그 소중한 추억의 원형공간을 되찾아주며,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면서 보던 만화의 재미를 고스란히 돌려준다...
미디어 비평
고우영(高羽榮·63)의 대표작 (전 10권·애니북스)가 24년 만에 '무삭제 완전판'으로 복간됐다.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표현 속에는 79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심의와 검열에 대한 야유의 함의가 짙게 들어 있다.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2002-10-09]
"아비로서 얼마나 행복한 날인지 모릅니다. 비유하자면 '삼국지'라는 아이를 낳아 불구로 만들고, 24세의 청년이 되기까지 길거리에서 앵벌이를 시킨 것 같은 기분이었거든요. 온갖 전문의들이 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장갑을 벗은 듯한 순간입니다."
고우영(高羽榮·63)의 대표작 <삼국지>(전 10권·애니북스)가 24년 만에 '무삭제 완전판'으로 복간됐다.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표현 속에는 79년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의 심의와 검열에 대한 야유의 함의가 짙게 들어 있다. 그 때만 해도 만화는 사전 심의를 받던 시절이었고, 폭력과 선정성 등의 이유로 무려 100여 페이지 가까운 오리지널 원고가 면도칼로 잘려 나가고 '화이트'(수정액)로 지워졌다.
가령 조자룡이 종횡무진하며 베었던 적들의 수급(首級)은 “혐오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때문에 시커먼 직사각형으로 가려졌고, 뻥 뚫린 동굴로 표현하려 했던 여성의 상징 등 곳곳에서 빛을 발했던 유쾌한 에로티시즘은 여지없이 수정액으로 하얗게 덧칠됐다. 작가는 "모든 사고가 경직됐던 시기였다"고 표현했다.
복원은 작가가 직접 참여해 이뤄졌다. 그는 "1978년 스포츠 신문 연재 당시의 오리지널 원고는 거의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면서 "잘렸던 그림을 새로 붙여 넣고, 지워졌던 부분을 새로 그려 넣었다"고 했다.
후략..
[나의 평]
사실 내가 고우영 화백의 만화를 처음 접하게 된건, 특유의 성적 묘사 장면에 의해서 였는데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특유의 유머와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한 보기 드문 명작이란걸 알게 됬다. 그렇게 고우영 화백의 '十八史略'을 쭉 봐오다가 우연히 딴지 일보에서 그분의 삼국지를 알게 되었고 읽게 된것이 동기가 됬다.
역시 그 특유의 역사적 관점이 고스란히 이 작품에 스며들어 있어 읽는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의 '수호지'에서 '바보 무대'를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 봤던 서민적인 구도도 볼수 있었고, 그 시절 당시에 대한 풍자와 해학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며, 각 인물에 대한 고우영만의 날카로운 관찰 또한 지켜 볼수 있었다.
다만 만화로 소설 속의 방대한 사건들을 상세하게 다루지 못한 부분에선 많은 실망을 했었다. 만화라는 한계점도 있었겠지만 부분부분 지나치게 생략된 부분들이 꽤 있는 편이여서 원작 소설로 읽어본 독자들에겐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는 것이 대부분이였다.(물론 이를 위해 각 권마다 큰 역사적 사건을 자세하게 서술 해놓았으나 역시 부족한 느낌이다.)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는 만큼 이 '고우영 삼국지'를 읽기전에 먼저 국내에 출판된 삼국지를 먼저 읽고 나서 본다면 몇번은 되풀이 해서 읽고 즐길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될것같다.
출처 - 파성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