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이가 명품 연기를 만든다(인간실격 16화 4)

[라니86]

자장면을 먹으며, 저녁 연속극을 보는 순규와 우남.

순규는 드라마에 심취해있다.

"어머어머어머 와 사장님 말이 맞았네. 자매네."

"누가."

"저 싸가지 없게 생긴 애랑. 요 재수 없게 생긴 애."

마치 민자씨에 빙의된양 말하는 순규.

"예쁘게 생겼구먼. 말 좀 예쁘게 하지."

"뭐가. 이 드라마는 이렇게 보는 거야."

드라마는 이렇게 봐야 재밌긴 하지^^

"어머어머어머 이렇게?"

우남의 몹쓸 재연에 표정이 싸해지는 순규^^

오늘따라 순규 얼굴을 자꾸 쳐다보는 우남.

"뭐...왜 또. 뭐가 또 할 말이 있는데?"

"나 담주에 이사해."

"응?"

"담주에 이사한다고. 역 근처로."

내심 놀랐으면서도 태연한 척하는 순규.

"왜? 역이 멀어서?"

"미안해서... 내내 생각했는데...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결심을 못했어."

"그냥...이렇게...서로 약속 없이 같이 사는 건...내가 너무 뻔뻔하니까."

"그래서...나간다구?"

"응...나가서...다시...더 천천히...더 길게...너랑 보고 싶어. 그래야 내가...나중에 너한테 덜 미안할 거 같애. 이제 퇴근하면 밖에서 데이트하고 그러는거야. 극장도 가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평범하게...니가 나한테 진짜로 반해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터지려는 울음을 겨우 참아가며 아무렇지 않은 듯 한 마디 한 마디 이어가는 우남의 진심.

순규는 벌써 이런 말을 하는 우남에게 반한 것 같은데^^

우남이 진짜 결심 잘 한 것 같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로 그냥 같이 사는 건 순규에게 희망고문이겠지.

사람 미치게 하는 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관계니까.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면서 제대로 된 사랑을 하면 좋겠다.

생활 말고 먼저 사랑을 하는 커플이 되길.

말할 때 얼굴 근육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표정 부자 우남.

"섭섭해도 나 잡으면 안돼. 정말 어렵게 한 결심이란 말이야."

"어유... 안 잡아. 누가 잡는데. 나도 나가라고 할려고 했어. 진짜야. 내가 먼저 할려고 했는데 니가 먼저 한 거야..."

말만 세게 하지 실은 누구보다 여린 그녀.

"그래. 미안해."

"어물쩍 허락 없이 들어올 생각은 하지도 마."

"최선을 다할게."

우남의 진심에 감동해서 턱이 미세하게 떨리도록 울음을 참는 순규.

진짜 연기 잘한다. 다들.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함께 사진을 찍는 두 사람.

둘 다 너무 행복해보인다.

둘이만 찍은 사진이 거의 없던데 순규 너무 좋겠다. 이제 약국 조제실에 요 사진이 딱 붙어 있겠다.

민정의 이삿짐을 들고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딱이의 다친 발이 신경쓰이는 민정.

교육방송 같던 딱이 스타일이 많이 민정이스러워졌다.

뜬금 없이 운전면허 없냐고 묻는 민정.

이에 운전병이었다고 약간 으스대며 말하는 딱이.

"그럼 돈이 없는거구나."

"...?"

"상처받을 거 없어요. 그냥 있는사실을 말하는 거 뿐이니까."

보통은 이렇게 짐을 옮길 때 차로 옮길텐데 딱이가 차가 없으니까 이렇게 이고 지고... 그래도 차가 없는 딱이 입장에선 조금은 상처받을 수도 있을 듯. 지금까지 민정이가 만나본 남자들은 거의 차가 있지 않았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취직해서...월급 받으면...모아서...그런거죠. 뭐."

대화 내용은 무척 현실적이지만 두 사람의 뒷모습은 낭만적이다.

바람직한 키차이^^

"같이 써도 돼요? 월급 받으면 같이 써도 되냐구요?"

요즘은 사귀자는 말을 이렇게 하는 건가.

강재 못지 않게 '사랑이 돈'이라고 생각하는 민정이다운 고백.

"그럼요."

"얼마나요?"

"난 쪼끔만 쓰면 되니까...나머지는 다 쓰면 되죠. 얼마긴 얼마에요."

이렇게 경제권을 넘기는 건가. 나중에 후회할지도...딱이는 안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약속해요. 그럼. 대신에 나도 많이 벌면 같이 쓸게요."

민정이 확실한 성격이구나.

"아...진짜요?"

딱이 진심으로 좋아하는구나^^

요즘 시대는 맞벌이가 대세긴 하지.

"뭘 그렇게 좋아해요. 매력 없게."

"어떻게 해야 매력이 있을까요?"

"나만 봐요. 나만. 나한테만 잘하고 돈도 나하고만 나눠쓰고 이런 말도 나한테만 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딱 이런 남자지. 만인의 연인 말고 나에게만 연인인 남자.

"다 왔네."

민정이가 이사하는 곳은 여성 전용 고시원.

"우리 한 바퀴만 더 돌면 안돼요? 한 바퀴만 진짜. 진짜 딱 한 바퀴만."

"어쩔 수 없지 뭐. 한 바퀴에요."

"같이 가요. 내 옆에 딱 붙어서 가요."

입이 귀에 걸린 딱이.

딱이의 넉살에 이쁘게 웃는 민정.

둘이 오늘처럼 계속 이쁜 사랑하길.

"자?"

"아니..."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참...아버지답게 가셨어. 아무도 성가시게 안 하고 누구한테도 조금도 짐이 안 되게...무게가 하나도 없으셔...나비처럼..."

정수 말처럼 아버지는 진짜 누구에게도 부담 주지 않고 가볍게 가셨다. 무게 없이 사셨지만 모두의 마음에 묵직함을 남기시고.

나도 이렇게 아부지처럼 살고 싶다.

"부러워."

"뭐가."

"아버지 딸인게..."

"당신도 아부지 사위잖아."

"난 자격이 없지. 난 자격이 없어."

인간실격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하는 말. 자격이 없단 말.

"비밀 얘기 하나 해줄까? 어머니랑 다들 아는 거 말고...나 죽으려고 했었어. 알고 있었나? 인터넷 자살 카페에서 사람들하고 같이...그건 몰랐지. 돈도 모았어. 오만 원씩. 이거저거 필요한 게 많대서...결국엔 못 죽고...아픈 아이 치료비에 썼지만...현장 답사도 가고...그랬어...만나기도 하고."

"다행이다."

"뭐가?"

"안 죽고 살아 있으니까...다행이라는 거지. 뭐가가 어딨어."

"몇 달밖에 안됐는데 되게 오래된 일 같애."

"나 그거 알아. 전생 같은 거."

"응. 전생 같애..."

편안함을 넘어 감정이 거의 없이 대화하는 듯한 두 사람.

"일 년전에 나한테 고백했었잖아. 옛날에 좋아하던 사람 다시 만난다고. 나 유산했을 무렵에...그때 그 얘기 나한테 왜 했어?"

하...유산했을 무렵에 그런 고백을...안 그래도 힘들 땐데...부정이 진짜 힘들었겠다.

"..."

"내가 물어본 것도 아니고...들킨 것도 아닌데...갑자기 작업방에 들어와서 얘기했잖아. 왜 그랬어?"

들킨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미안해. 그때 나 때문에 다 너무 힘들었어. 내가 죽일 놈이야."

"아니...그런게 아니야...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야. 지나간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나...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 같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아무래도 아까 정수가 뭘 하는지 부정이 본 것 같다.

"그냥...아무한테도...말할 사람이 없어서...난 친구도 없고...아무도 없잖아. 그때는 일 년 전에 왜 이런 말을 하나...바보같이...그렇게 생각했는데...이젠 당신이 왜 그랬는지 알 거 같애. 너무 말하고 싶었던 거잖아. 좋아하면 말해야 되니까...좋아한다고..."

누군가를 좋아하면 티내고 싶고 말하고 싶은 건 너무 당연하지만 그 말을 배우자한테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관계를 끝내려고 하는 거 아님 모를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상대가 누군지 알 것 같은 정수.

"모르겠어. 그냥 지금은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이 말을 강재가 들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 사람한테 얘기했어? 그렇다고?"

이런 대화까지 나눈 부부가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

눈시울이 붉어진 채 욕실로 들어온 정수.

초조해지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부정의 버릇.

침대에 걸터앉아 강재와의 대화창을 보는 부정.

강재가 보낸 문자를 끝으로 멈춰진 대화.

가만히 대화창을 보고 있는 부정.

출처: 인간실격 갤러리, 인간실격 대본집, 티빙 캡처

[너였을까나였을까]

행복해보이는
우남과 순규
뒷모습이 낭만적인
딱이와 민정
응원 하고픈 커플이예요
정수는
유산으로
몸도 맘도 아픈 부정에게
왜
옛사랑과 다시 만난다는
고백을 한걸까요

[라니86]

우남과 순규, 딱이와 민정은 너무나 이쁜 사랑을 할 것 같습니다^^ 정수가 말한 타이밍이 부정이 제일 힘든 때라서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좀 참았으면 어땠을까요. 안 그래도 힘든데 그런 말을 들은 부정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실직, 유산, 남편의 외도...시련이 이렇게 한꺼번에 온다면 누구든 무너지지 않을까요.

[신경통]

순규와 딱이의 슬픈 짝사랑이 몹시 안타까웠는데 결실을 맺게되어 정말 좋네요.

[라니86]

순규와 딱이는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 이렇게 결실을 맺게 되어 너무 좋아요. 모두 다 행복하길.

[강재앓이_ryu]

정수의 고백은 지금까지도 참 의문이긴 해요. 우리가 모르는 속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아님 너무 착해서(융통성 없어서) 부정이에게 잘못을 용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부정이와 정수가 조곤조곤 대화 했지만 내용은 핵폭탄급. 두사람은 보통 부부의 모습은 확실히 아닌것 같아요.

[라니86]

정수의 고백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말도 하고 싶고 부정에게 고백함으로 그만두고 싶었던 것 같아요. 부정에게 잘못하는 거니까. 저런 핵폭탄급 대화를 남 얘기하듯 저리 말할 수 있군요.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걸까요. 아님 다 내려놓고 하는 대화일까요. 암튼 이 부부의 모습은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사랑하며]

정수는 진심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한거 보여요.
마음과 몸이 모두 지쳐있을때 마음의 진심이 나오는듯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버지에게만큼도 다가서지 못한 거리가 큰듯합니다...가족이란 무언지..부부란 무언지 너무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장면입니다.
강재를 마음에 담았으면서도 표현 할 수없음에 정수의 마음을 알아버린 부정이의 상황이 참 무겁네요..
모두에게 다시 두사람씩의 관계가 형성되어가는데.. 울 강재는 또 어디에서 혼자 있는겁니까~~!!!

[라니86]

정수는 창숙씨에게 진짜 진심이었던 것 같아요. 둘 사이의 구심점은 어쩌면 아부지였을지도...우리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게 가족과 부부의 관계인데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9화처럼 모두가 사람으로 상처받기도 하지만 구원받기도 하는데 강재는 유실물처럼 덩그러니 남아있네요. 그래도 미선씨가 있어 다행이지만요.

[별빛류]

무게없이 가셨지만 모두의 마음에 묵직하게 남아계실 아부지. 저도 정말 그런 존재가 되고 싶네요…

정수와 부정은 서로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게 되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경우라니 참 아이러니 하죠… 그래도 고백은 그 상대에게 해주었으면🥲

부정은 왜 메세지 창을 보면서도 차마 고백하지 못했을까요🥺🥺

[라니86]

살았을 때는 아부지 같은 삶을, 죽을 때는 아부지 같은 죽음을...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저도. 부부가 서로에게만 고백하고 상대방에게는 고백을 못했네요. 그래도 둘의 사이를 깨고 싶지 않았던걸까요. 이 부부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 궁금하네요. 부정의 상황에서는 강재에게 마음이 너무 가지만 자신을 둘러싼 상황들이 너무 복잡한 것 같아요. 엄청난 결단 없이는 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