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강절도에 한인 업주들 ‘울상’
▶ ‘수도계량기도 떼어가’ 최근 개업한 한인 식당
▶ 이틀간 문닫고 영업 허탕… LA ‘소매범죄’ 전국 1위
2023/10/30
수도계량기 절도 피해를 당해 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한인 식당 출입문에 이를 알리는 게시문이 붙어 있다.
남가주 지역에서 대형 샤핑몰이나 명품샵, 보석상 등을 노린 플래시몹 떼강도와 스매시 앤 그랩 강도 사건이 빈발해 치안 불안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강·절도 범죄가 한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소매업소 등을 포함한 스몰 비즈니스들을 대상으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주 한 한인 운영 식당은 도둑들이 밤새 수도계량기까지 떼어 훔쳐가는 바람에 물이 나오지 않아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같은 피해를 당하는 한인 업주들은 “범죄 때문에 장사를 못할 지경”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샌퍼난도 밸리 지역에 최근 문을 연 한인 운영 설렁탕 업소는 지난 26일 새벽 시간에 수도계량기를 도둑 맞아 식당 운영을 이틀간 중단해야 했다. 식당 측은 27일 출입문에 ‘수도계량기를 밤사이 도난 당해 물 공급이 중단돼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합니다. 불편함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영어로 쓰여진 안내문을 게시하고 28일까지 수리를 한 후에야 29일 식당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또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LA 다운타운의 인기 타코 식당인 ‘게릴라 타코’에 이달 19일 강도들이 침입해 금고에 있던 수천 달러를 훔쳐 달아났다. 게릴라 타코의 공동 소유자인 브리크니 발레스는 “최근 들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떼강도 사건이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면 식당은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50여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업주 이모(47)씨도 “아직 강도 피해는 당하지 않았지만 주변 피해 소식을 들으면 매일 밤 불안하다”며 “요즘같이 식당 운영이 두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가주 지역에서는 주로 식당들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범죄가 1년 내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8월 소매업소들을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태스크포스는 LA 경찰국과 LA 카운티 셰리프국, 가주 고속도로 순찰대, 글렌데일 경찰국, 버뱅크 경찰국, 베벌리힐스 경찰국, 샌타모니카 경찰국, FBI 요원 등으로 구성된다. LA카운티 검찰의 검사들과 LA시 검찰 사무실, 가주 검찰총장 사무실도 태스크포스에 포함된다.
전국소매연합(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 전역에서 가장 많은 소매범죄가 발생한 대도시 순위에서 LA는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LA에 뒤이어 2~5위에는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휴스턴, 뉴욕, 시애틀 등이 올랐다.
LA는 5년 연속 조직 소매절도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도시로 꼽혔다. 전국소매연합은 177개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2021년에 비해 지난해 소매업체 감소율(shrink rate)는 1.4%에서 1.6%로 상승했다. 감소율이란 소매업체 업계에서 도난 당한 재고 비율을 일컫는 것으로, 0.2%의 상승은 182억 달러의 추가 손실을 의미한다.
NRF는 보고서에서 “소매업 절도 범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범죄 증가 추세는 미 전역 소매업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