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포커스] 이명우 소니코리아 사장 지난달 22일 일본 소니 본사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20여 개 국가에서 온 소니 현지법인 대표와 본사 최고경영진 등이 모여 경영 전략 회의를 가졌다. 그동안 일본어로만 진행되던 회의가 이날 만큼은 영어로 진행됐다. 일본인 일색인 회의 참석자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어를 단 한 마디도 못하는 외국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로 소니 창사 이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의 현지인 사장으로 발탁된 소니코리아의 이명우 사장이다. 소니가 지난 연말 이 사장을 한국 법인 대표로 스카웃한 사실은 여러 가 지로 신선한 사건이었다. 소니가 전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 르고 있는 삼성전자 출신을 데려온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사장이 삼성에서 십수년간 해외 근무만 했을뿐 국내 근무경험은 없는 터라 국내 시장상황이 오히려 낯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소니가 국내 시장에서 공 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 확대를 목표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사장 본인도 "매출을 늘리기 위해 친정 집을 상대로 이전투구를 해야 하는 자리였다면 나 자신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라며 "소니측에서 나의 글로벌한 경험과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생각을 높이 산 것으 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소니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뒤 이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도 매출 확대 보다는 질적인 변화를 꾀하는데 촛점이 맞춰졌다. 회사를 소니 이 름에 걸맞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 제로 삼고 있다. 소니코리아를 전세계 소니 가운데 '가장 일 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소니코리아 직원을 '서로 데려가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이 사장의 포부다. 이 사장은 "소니의 세계적인 명성에 비해 국내 소니코리아의 경쟁력이 많이 모자란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에 대한 투자와 서비스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 명했다. 이를 위해 '업그레이드 소니코리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다양한 경 영혁신 활동에 착수했다. 우선 근무시간을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블 타임'으로 전환했고 자유복장을 실시했다. 특히 직원들이 글로벌 기업인 소니의 경영전략과 조직문화를 직접 체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본 본사와 싱가포르 아시아지역 총괄법인에 한국인 역주재원을 처음으로 내보냈다. 또 매 분기마다 우수사원 10명을 선발해 미국과 유럽의 우수경영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 이 사장은 "삼성에서 근무할때 소니는 항상 뒷머리를 짓누르던 거대한 존재였고 항상 소니는 어떻게 저런 존재가 됐을까를 고민했다"며 이제는 소니 내부에서 가장 우수한 경영관행을 본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케팅에서도 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사장은 고객만족을 위해 제품을 더 파는 것보다는 A/S망에 투자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수익성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소니에 대한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서비스 인 프라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본사 최고경 영진을 직접 설득해 서비스망 구축에 필요한 투자를 약속 받아냈다. 소니코리아는 이에 힘입어 현재 40여개 수준인 전국 A/S센터를 올해안에 50여개로 늘릴 계획이며 고객센터를 24시간 가동체제로 전환해 고객들이 언제라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이 사장은 "다른 나라 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일본 경영인들이 농담으로 우리가 요청을 했으면 본사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줬겠냐고 할 정도로 본 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소비자 수요에 맞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신모델 출시때도 소니코리아가 과거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도 본사측과 적극 협 의하고 있다. 이 사장은 "소니는 전 세계적으로 적기 출시(Time to Market)에 가장 강 점을 지니고 있지만 한국시장은 비중이 떨어져 신제품 출시가 상대적으 로 늦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 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직후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토착기업과 경쟁을 하지 않겠다" 고 밝혔던 이 사장은 장기적으로 소니코리아가 한국 전자업체들과 소니 가 협력체제를 갖추는데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는 인터넷사업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한국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시장으로 여 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발전한 한국을 소니그룹의 광대 역 사업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를 위해 당분간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지 않거나 국내 소비 자들 수요에 맞추지 못하는 제품을 주로 들여다 판매하는데 주력해 네트 워크 장비와 디지털방송용 장비 공급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매출목표 자체도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90년 설립이후 98 년까지 국내 매출이 연간 1000억원에도 못미칠 정도로 제자리 걸음을 계 속했으나 99년 2500억원, 2000년 5966억원으로 고속성장을 했다. 지난해 는 반도체부문의 부진으로 2000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올해는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수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증가 보다는 체질개선이 중요하다는 이 사장의 판단때문이다. 소니 내부에서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1등을 하지 못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이 사장은 이에 개의치 않고 글로 벌 스탠더드 정착을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소니코리아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소니에서 유망한 사 업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기회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 기업들과 바람직한 제휴모델을 개발해 궁극적으로는 한국전자산업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포부를 안고 있다. 이 사장은 "꼭 한국기업에 다녀야만 한국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외국기 업에 다니면 외국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하며 소니코 리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결국 한국 전자산업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 라고 말했다. <이명우 사장 프로필> 54년 생/ 부산고/ 서울대/ 미국 와튼스쿨 MBA/77년 삼성전자 입사/82년 제다 법인장/88년 영국법인 총괄/90년 컴퓨터 구주판매법인장/95년 국제 본부 마케팅팀장/97년 미주 본사 전략기획팀장/98년 미국 가전부문 사장 /2001년 소니코리아 사장 =그는 누구= 소니코리아 이명우 사장은 소니의 현지경영 중시 전략에 따라 아시아.태 평양지역에서는 최초로 선임된 현지인 출신의 최고경영인이다. 이 사장은 54년 부산에서 출생해 부산고와 서울대를 마치고 미국 와튼스 쿨에서 MBA를 마쳤다. 7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4년간 근무하면서 주 로 해외 사업을 맡아 해외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마케팅 전문가이기도 하 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입사초기에는 국내 마케팅을 경험한 뒤 82년 제다 지점장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를 해외영업만 담당했다. 영국법인 총괄 을 맡아 런던에서 2년간 근무했고 이후 컴퓨터 구주판매 법인장으로 독 일 프랑크프루트에서 5년간 일했다. 또 국제본부 마케팅 팀장과 미주 본 사 전략기회팀장을 거쳐 98년부터는 삼성전자의 미국 가전사업을 총괄하 는 미국 가전부문 사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북미시장 진출에 앞장서 현지 대형유통업체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국내에서도 드문 해 외영업 전문가이자 유통전문가로 실력을 쌓아왔다. 미국에서 근무할 때는 경영능력을 현지에서도 인정받아 99년에는 ADL이 미국 가전업계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국제휴머니테리언상(S . David Feir International Humanitarian Award)'을 수상했다. 또 2001년에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전자공업협회(EIA) 산하 관리자이사회 멤버로 지명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미국 전자업계 유력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으며 한국 전자 산업의 경쟁력을 깊이 인식시키는데도 한몫을 했다. <매경2002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