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과 중고 트랙터로 짓는 유기농 콩농사
혹시 ‘ 호밀농법’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인터넷 검색사이트의 지식검색에 물어봐도 속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는 , 다소 생경한 히 농법은 친환경농업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잡초 방제와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가는 퇴비 만들기 및 사용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해준다.
경기도 안성에서 3만 5000여평에 친환경 콩과 잡곡 농사를 짓고 있는 최준열 씨(54)는 “호밀이 아니었다면 치환경농사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골에 호밀을 심는 거죠. 즉 잡초를 심는 거예요.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풀을 뽑기도 정신없는데, 풀을 심는다니 더 정신없는 소리라고․․․. 하지만 친환경농업에서 풀은 뽑아 없애는 개념이 아니라 키워서 잘라줘야 하는 개념으로 바꿔야 해요. 그러면 호밀 이외에 다른 풀들은 잘 자라지 않고, 호밀은 나중에 예취기로 잘라주면 됩니다. 친환경농업을 하면서 일일이 풀뽑으면 이렇게 대규모로 농사짓지 못하죠.”
호밀로 토양을 살린다.
그의 말대로 호밀농법에서 호밀은 잡초와 다르지 않다. 잡초를 키워 땅의 속살을 덮는 것인데 , 이것이야 말로 토양 살리기의 근본이라는 것. 우리 땅은 밭에 비닐을 멀칭하면서 작물의 조기재배가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밀ㆍ보리 등 월동작물이 작부체계에서 빠지게 됐고, 잡초를 완전히 땅에서 떼어내 생각하면서 제초제를 쉽게 이용하게 됐다. 각종 농약으로 인해 수천 년 동안 건강하게 살아온 토양이 병을 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최씨는 “잡초는 흙이 자신의 생채기를 덮으려고 발버둥치는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런 잡초를 키워 마지막에 잘라준다는 의미에서 호밀농업은 자연농법의 이치를 따르고 있다. 호밀은 특성상 메마르고 척박한 땅, 냉한 기온에서 잘 자란다. 또 뿌리가 땅 속 2m까지 내려가므로 가장 우수하고 통제 가능한 잡초이다. 호밀을 심은 밭은 수직배수가 되기 때문에 메마르고 척박한 땅, 냉한 기온에서 잘 자란다. 또 뿌리가 땅 속 2m까지 내려가므로 가장 우수하고 통제 가능한 잡초이다. 호밀을 심은 밭은 수직배수가 되기 때문에 고랑에 물이 고이지 않아 작물에 병이 없다. 최씨는 고추밭에도 호밀을 심어 약 한 번하지 않고 탄저병과 역병에 강한 고추를 키워냈다. 하지만 고추는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 대규모로 짓지는 않는다.
또한 호밀은 퇴비 역할을 충분히 한다. 최씨는 친환경농업 교육이나 유기농재배 교육을 많이 다녔다. 실제 농사에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단다. 퇴비를 많이 넣어야 하고, 풀을 뽑아야 하고, 각종 액비와 목초액을 만들어 써야 하는데 대규모 농사에는 맞지 않을뿐더러 자본과 노동력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호밀은 잡초, 잡초는 키워서 자른다
“퇴비 문제만 해도 그래요. 친환경교육에 가보면 퇴비를 잔뜩 넣으라고 하는데, 그럼 온 산과 들에 있는 풀을 긁어다 퇴비를 만들어 끝장내자는 말인가요? 그리고 그 퇴비는 누가 언제 만들어요? 돈 많이 들어가고 노동력까지 많이 들어가니까 친환경식품이 비싼거예요. 나처럼 농사지으면 비쌀 이유도 없지요.”
호밀은 뿌리를 통해서 다양한 유기산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유기물퇴비처럼 다양한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되고, 뿌리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미생물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살아 있는 호밀 뿌리가 계속 ‘큰길’을 내고. 미생물들이 작은 ‘길’들을 끊임없이 만들기 때문에 퇴비를 만들어 넣는 것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호밀은 아무 종이나 관계없이 4월에 심는다. 비닐을 멀칭하면서 호밀을 심어도 되는데, 이때 비닐의 두께가 0.013mm의 비닐을 쓰면 좋다. 비닐을 씌운 밭이라면 다음해에 고랑에 호밀만 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우리 농업은 궁극적으로 비닐을 멀칭 안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
호밀은 쑥쑥 자라는데 그 모습이 분수 모양처럼 퍼져 다른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한다. 뜨겁고 습한 여름이 되면 호밀은 생명을 다하는데, 키가 약 80m 정도 자랬을 때 예취기로 쳐준다. 예취기로 호밀을 칠 때는 원형톱날을 달고 그 끈에 갈퀴를 달아 쓰는데, 이 고리가 작물은 다치지 않게 하고 풀이 잘 베어지도록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는 콩을 심을 때도, 비닐을 멀칭할 때도, 수확할 때도 따로 인건비를 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3만 5000평의 대규모 농사를 매형과 단 둘이서 거뜬히 짓는다.
“여기가(임대료가 만만찮은) 경기도 안성입니다. 임대료만 해도 3만 5000평에 3000만원이 들었어요. 여기에 로터리치고, 비닐을 멀칭하고, 작물을 심고, 풀을 뽑고, 수확까지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겠어요. 올해 콩 값이 떨어져 1kg에 2500원 한다던가요? 콩값이 떨어지며 친환경농산물이라 해도 값을 많이 받지 못하는데, 많이 받아서 4000원이라 해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요. 그러니 나는 어떻게 하면 사람 쓰지 않고 돈 쓰지 않고 농사할까, 이런 생각만 하거든요.”
농약 구입비와 인건비를 줄인다.
그가 농사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농약 구입비와 인건비이다. “친환경농사 짓는 사람들이 맨날 비싼 돈 들여 구입하는 친환경제제는 물론이고 목초액ㆍ액비 한번 뿌려보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농약ㆍ제초제는 쓸 수 없으니 또 쓰지 않아도 되고, 비료나 어떤 약물도 한번 쓰지 않았다. 그래도 3만 평에서 30t이나 되는 수확량을 얻을 수 있었다.
인건비와 일손을 해결해주는 것은 150만 운 주고 마련한 중고 트랙터. 이 트랙터는 탑이 없는 소형 트랙터라서 3만 평 규모의 땅을 다 갈지 모하지만 평탄 작업과 비닐 멀칭, 파종을 한 번에 끝내주는 기능이 있다.
그럼 트랙터로 이 세가지를 어떻게 한 번에 하나. 요령은 간단하다. 평탄작업(일명 나라시)과 골 만들기(일명 배토)를 깨끗하게 하면 비닐멀칭은 자동으로 잘 된다. 배토기는 평평한 모양으로 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며 약간 사다리 모양으로 올라갔는데, 이것의 각도를 잘 살려서 배토를 말끔하게 한다. 그래야 비닐이 팽팽하게 잘 씌워진다. 비닐은 울룩불룩한 며이 없이 팽팽하게 잡아당기듯 씌워야 하는데 비닐과 흙이 밀착돼 있어야만 콩을 파종기로 심을 수 있다.
일반 콩 값으로 팔아도 손해 볼 것 없다.
트랙터에 달아 쓰는 파종기는 콩이 얕게 심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최씨는 아신 회사가 판매하는 파종기를 구해서 썼다. 하지만 이 파종기는 구멍이 작게 뚫리는 단점이 있어 콩 파종에 맞지 않았다. 콩은 구멍이 작으면 싹이 올라오다 걸리기 때문에 사람이 나중에 일일이 다니면서 찍어줘야 하는 일손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파종기 끝에 삼지창을 달아 사용했다. 주둥이가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는 황금파종기는 구멍이 넓지만 깊게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콩 파종에 적합하지 않다.
“ 우리 밭에 사람 써서 비닐 씌우고, 콩 심고 하면 아마 700여만 원은 족히 들었을 겁니다. 우리는 여덟명 같이 했으니까 비닐 값 외에는 별로 들지 않았구요.”
최씨는 대학생 때 농촌문제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귀농했다. 그것이 벌써 20년 전 일이다. 그는 처음 제주도에서 혼자 1만 5000평에 땅콩을 심었는데 여름 태풍에 모두 쓸려 가는 아픔을 겪으면서 농사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제주도에서 여름에 작물을 심는 사람은 바보라는 사실을 알고, 제주도ㆍ전라도ㆍ강원도ㆍ충청도 등 거의 전국을 누비며 채소와 잡곡 농사를 지었다.
농약 중독사고 이후 잡곡 농사 시작
최씨가 자연농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8년 농약을 치다가 쓰러져 3년 동안 일으 하지 못하고서부터다. 그 뒤 농약 냄새뿐 아니라 약병도 만지기 싫어 농약 안 하고 농사짓는 방법을 배우러 다녔다고 한다. 그가 잡곡 농사만 짓는 이유도 채소에 비해 일손이 덜가고 농약을 쓰지 않고 지을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나무지 5000여 평에는 가족들과 친지가 나눠 먹을 잡곡을 심었는데 참깨와 고추 등의 작물도 아주 잘 됐단다. 사실 참깨와 고추는 무농약재배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참깨 농사는 농약을 많이 칠 때 열 세 번까지도 쳐봤다”고 한다. 싹이 날 때부터 죽는 작물은 참깨밖에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혼작도 해보고 초생재배도 해보고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참깨 농사만큼 어려운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줄에는 콩을, 또 한줄에는 참깨를 심었더니 영양제 한번 주지 않고도 잘 됐다.
참깨와 고추는 열대작물이기 때문에 6월10일 이후에 심어야 해충의 사란시기를 비껴가므로 해충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 고추는 밭을 깊게 갈면 안된다.
퇴비를 잔뜩 넣고 비료를 듬뿍 주고 두둑을 둥글게 해놓으념 농부의 처지에서 보면 다 됐다는 듯이 미음이 뿌듯하겠지만 막상 어린 작물인 고추는 자라면서 할일이 없게 된다. 스스로 강성을 키우지 못하고 약하게 자라느 것이다. 로터리를 가능한 한 안 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다면 한 뼘 정도마 깊이 들어가게 밭을 얕게 갈아야 한다.
그리고 비료를 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고추가 양분을 찾기 위해 뿌리를 뻗어 들어가 튼튼해진다.
유기농업에는 신품종보다 재래종이 유리
이런 방식으로 짓는 농사는 개량 품종이 잘 맞지 안흔ㄴ 다. 신품종 종자는 비료를 줘야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씨는 농진청 식물유전자센터에 그 지역에 맞는 재래종 품종을 신청해 놓고 있다. 재래종은 옛날 kdtlr대로 하기 때문에 그의 방식과 궁합이 잘 맞는 셈이다.
그가 거둔 콩은 한경대와 서일농원에 1kg당 4000원에 납품하기로 계약이 됐다. 판매계약도 하고 운이 좋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한다. 판로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또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투자한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 콩 수매값에 내놓아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수익에서 노동력 등의 경영비를 빼고 나며 콩 값을 1kg당 2500원씩 잡으면 순수익이 4000만원 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