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연수원에서 마련한 연수에 강사로 참여하여 올해 학교교육과정 편성을 하기에 앞서 지난 해 운영한 내용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년 동안 학교에서 이루어진 일들을 적어보고 이를 이를 '교육인 것', '교육이 아닌 것', '교육은 아니지만 해야할 것', '교육을 위해 해서는 안될 것'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모두 동의하는 내용들은 제외하고 이견이 있는 내용들만 모아서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청강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신 중등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했는데 아래의 이야기는 비단 강원도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지난 1년 간 학습연구년을 보내며 찾아간 전국의 학교는 대부분 대동소이했거든요.
선생님들이 함께 나눈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학교의 속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올해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이야기 내용을 이렇게 이렇게 나누어 봅니다.
○ 입학식
- 입학식과 시업식을 동시에 하다 보니 준비 부담이 크다. 시간 차이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 딱딱한 진행 방식을 바꾸어 보면 좋겠다. 학교에 대한 첫인상인데 입학하는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부담을 느낀다.
○ 받아쓰기
- 학년별로 통일해서 하고 있는데 반별 교사의 재량에 맡기면 좋겠다.
- 100점으로 점수를 주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
- 아이스크림 등에서 제공하는 규격화된 받아쓰기 문제를 미리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몇 번씩 쓰게 하는 방식이 과도한 학습노동을 유발한다.
○ 학교신문 제작
- 교육적으로는 필요하다고 느끼나 방식을 바꿔보고 싶다.
- 2주에 한 번 정도 내는데 한 학기에 한 번 정도로 횟수를 줄이고 싶다.
- 형식이 규격화되어 있어서 신문의 의미가 퇴색한다.
- 소식을 알리는 것보다는 학습결과물을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 제작 부담이 크고 발행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가는 반면에 독자는 없다.
- 학교문집은 학생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어렵다.
- 스마트한 시대에 꼭 지면신문을 제작해야 하나? 학교홈피에 올리고 SNS 등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좋겠다.
○ 학예회
- 무대를 마련하여 학생들이 서 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나 예산 낭비가 심하다.
- 준비로 인한 수업 결손이 많다.
-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서 하는 것이 좋겠다.
- 교장의 퇴임식과 맞물리며 보여주기식 학예회로 진행되는 것이 못마땅하다.
- 시간, 찬조출연 등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관리자의 완벽을 요구하는 것이 피곤하다.
- 자랑, 발표회 수준이어야 하는데 공연 수준을 요구한다.
- 소규모 학교의 경우 한 학생이 3~4개 정도의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 대규모 학교의 경우 일부 학생들의 잔치가 되고 있어서 학교 차원이 아닌 학급별로 치루는 게 좋겠다.
- 학예회와 운동회를 격년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 운동회
- 군대식 훈련으로 진행된다. 꼭 연습이 필요한가?
- 단체무용 등의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기식 행사가 여전하다.
- 수업 결손을 초래하므로 준비하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
- 즐겁게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구상해보면 좋겠다.
- 업체에 의뢰하여 준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방안이 될 것 같다.
- 추진위원회(교사, 학생, 학부모 참여)를 구성하여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면 좋겠다.
- 담당교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
-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도록 자율성을 주면 좋겠다.
- 큰 학교의 경우 학년별로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
○ 육성종목 운영(운동부 지도)
- 몇몇 학생을 위해 다수의 학생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 개인 특기이므로 학교에 부담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 승진가산점과 연계하여 교사가 지도하게 함으로써 파행이 불거진다.
- 육성종목은 개인코치를 이용하여 지역사회에서 전담하면 좋겠다.
- 스포츠클럽 활성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좋겠다.
○ 주간학습 안내
- 계획 따로 실제 따로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 필요성은 늬나 지금과 같이 보여주기식으로 결제를 받고 나가는 방식은 변화가 필요하다.
○ 과학의 날 행사
- 물로켓, 에어로켓을 아무리 쏜들 아이들에게 과학하는 마음이 길러질까?
- 재미에 너무 치우친다.
- 교육청 대회 출전을 위한 학생대표 선발을 위한 목적은 아닌 것 같다.
- 특정한 날을 잡아 ‘과학’ 한 과목만을 위한 행사는 아닌 것 같다. 교육활동 속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과학탐구경진대회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의 과학행사가 학생선발용으로 획일화되고 있다.
○ 연구학교
- 연구학교 주제에 따른 수업 시간 확보를 위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이 불거진다.
- 아이들을 위해 하기보다 승진자들을 위한 수단이다. 절대 교육적이지 않다.
- 과열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 정책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구학교는 필요하다. 그러나 위로부터 내려오는 일방적인 연구 대신에 학교에서 주도적으로 연구과제를 선정해서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 보여주기식 점주따기 운영은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
- 연구학교 운영으로 월별행사가 많이 만들어진다. 이런 부담을 줄이고 내실을 다지면 좋겠다.
○ 졸업식 준비
- 선배를 보내는 의미에서 후배들의 축하 연주는 교육적인 것 같다.
- 상 주고받기 중심이 아니라 졸업생, 재학생이 함께 마음을 나누는 자리로 갔으면 좋겠다.
- 졸업식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함께 추진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 친환경 텃밭 가꾸기
- 의미는 좋으나 특정인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지다 보니 노작이 아닌 노역이 되어버릴 때가 많다.
○ 도서관 환경 개선
- 업체 선정, 배치, 물품 구입 등 할 일이 많다.
- 교사의 일과 행정실의 일을 구분하는 게 좋겠다.
○ 공문 처리 방식
- 사전에 충분한 토의를 해서 계획 후에 수정 기안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 관리자의 성향에 따라 내부결재 문서가 천지 차로 달라진다. 교육청에서 공문 처리 매뉴얼을 만들어 학교에 안내하는 게 좋겠다.
- 학교교육과정(교육계획서)에 있는 내용을 다시 세부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부결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학부모 공개수업
- 학부모들과 교사의 소통의 장으로 필요하다.
- 평상시와는 다른 모습으로 서는 게 불편하다.
- 평소와는 다른 과한 학습자료를 준비한다. 일상수업을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 쇼인지 교사발전을 위한 것인지 고민이 된다.
- 일상수업을 나누라고 하면서 공개수업 때는 왜 지도안을 짜서 결재를 맡는지 모르겠다. 일상수업을 지도안 짜고 하나?
- 수업참관록도 일정 형식을 갖추어서 적게 하는 것은 학부모에게는 부담이다. 포스트잇 등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적어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 방과후학교
- 교사의 업무 부담이 너무 많다.
- 교실에서 운영하다 보니 교사의 공간이 없다.
- 말로는 자율선택이라는데 방과후학교 참여율을 학교평가지표로 활용한다.
- 만족도 조사 등 요구하는 공문이 너무 많다.
- 학교는 정규교육, 지자체는 방과후교육으로 확실히 이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프로그램 발표회 등이 학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 여러 대회(과학, 글짓기, 육상, 조사탐구 등등)
- 교육적인 의미는 좋으니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게 좋겠다. 매년 똑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 성과 위주의 실적물을 강조하다 보니 교육적인 의미가 사라진다.
- 교육청 차원의 대회에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부담이다.
- 상을 주기 위한 대회는 안 했으면 좋겠다.
- 체험 위주로 교과에 녹아들어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강제로 동원되는 행사는 없애야 한다.
- 교사의 안내에 따른 학생의 자발적 참여를 높여야 한다. 그래도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 대회는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
○ 방송실, 전산실 관리
-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
- 필요하기는 하나 교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시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심폐소생술 교육
- 생존의 문제이므로 반드시 필요하나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교육 방법이 구안되어야 할 것 같다.
- 행사성으로 치루기보다 학급에서 차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학생 동아리 운영
- 담당 업무교사의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많다.
- 계획서 등 너무 형식적인 면에 역량을 소비한다.
- 학교평가지표로 연계함으로써 페이퍼 클럽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 학생의 흥미보다는 교사의 특기 위주로 편성하는 것이 문제다.
- 아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적고 생기부에 기록하기 위한 형식적인 업무로 전락하고 만다.
- 학생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교사가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 청소년단체(걸스카우트, 아람단 등)
- 교사에게 억지로 업무로 맡겨지고 있다.
- 승진가산점이 있기 전에는 그래도 순수했지만 지금은 많이 변했다.
- 20~30년 전에는 체험학습의 기회가 적어서 유의미했으나 지금은 다양한 체험학습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학교에서 맡는 것은 옳지 않다.
- 지자체 등과 연계해서 학교의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다.
○ UCC 만들기
- 찍기는 찍는데 효과가 있나? 학교행사로 반강제적으로 진행되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 원하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
○ 부진아 지도
- 강사를 활용한 부진아 지도 효과가 있나?
- 형식적인 프로그램 운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 단기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되고 지속적인 학생 관리가 어렵다.
- 형식적인 프로그램 개설보다는 담임교사가 구제에 대한 신념을 갖고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프로그램 개설로 인하여 만들어지는 서류작업 부담이 많다.
○ 학생 표창
- 상을 받는 아이가 자주 받게 된다.
- 일부 학생에게 상을 주기 위해 전체 학생을 불러 모으지 않았으면 좋겠다.
- 대회를 치루어 시상하는 방식보다 발표회, 전시회 등을 다양하게 하면 좋겠다.
○ 영어캠프
- 특정한 날을 만들어 형식적으로 진행하기보다 교과에 일상적으로 녹여내는 것이 좋겠다.
- 담담교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