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오후 6시 고흥읍내 우주주점에 모여 한 잔씩 걸치고 준비해온 서대회에 필받아서
도라지식당으로 일행 전체가 이동하여 본격적인 전야제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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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전라도 토종술 잎새주 한 잔에 지나간 추억들을 하나 얹져 이야기꽃을 피워본다.
모든게 너무 자연스럽다. 아주 오랫동안 조우하지 못한 일상이건만 전혀 생경하지않고 바로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편안하다.
잠깐 도라지식당을 소개해보기로 한다.
고흥읍내 터미널에서 구 터미널자리로 가다보면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기전 좌측에 위치한
선술집이다. 도라지식당은 제주도에서 해물뚝배기로 유명세를 타고있는집인데 고흥에 있는
도라지 식당은 그곳과 무슨 연관이 있는건지는 파악해보지 못했다.
다만 이곳에서 내놓은 안주종류는 남도사람들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을 내놓는다.
새콤달콤한 서대회가 이곳 음식점의 자랑이다.
오늘은 병어의 선도가 떨어졌는지 병어가 회로 나오지않고 찜으로 나왔다.
살짝얼린 병어를 회로먹는 맛이 일품인데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아는 사람만 안다는 금풍생이구이가 나왔다.
요거 무지귀한 생선이다. 우리나라 남해안 중에서도 일부에만 잡혀 귀하기도 하지만
그 맛이 어찌나 맛있는지 샛서방괴기라고 부른다. 즉, 너무 맛있어서 애인에게만 몰래준다는 생선이다.
금풍생이구이가 나왔는데 친구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 어느누구도 금풍생이구이를 화제에 올리지않는다.
그나마 몇 마리 올라오지않아 사진찍는것도 마다하고 한 마리를 내 앞에 놓고 독식했다.
전라도말로 "금풍선이는 빼가 씨서 묵을때 잘 볼가묵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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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동창 이창현회장님과 천우회 고안석회장,김대근총무가 친구들을 위해
뒷바라지 하느라 동분서주 고생이 많다.
도라지식당에 앉아있다보니 이곳을 찾는 선 후배님들과 자연스레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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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오전풍경.
벌써 30년이 흘렀다.
중학교 교정에서 뛰어놀던 때가...
우리가 가꾸었던 가느다란 포플러나무는 이제 아름드리 수목이 되어 뜨거운 뙤약볕을 피하라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포플러나무 그늘아래 자리잡은 풍양중 8회~ 14회 동문이 모여 친선 체육대회를 가졌다.
고개돌려 학교밖 그리운 시골풍경을 바라본다.
여름의 들판에는 풀꽃들이 온통 가득 피어났다.
화려한 그림이된 들판에선
어릴적 동산에서 익히 맡았던 여름의 냄새,
그리고 풀벌레 소리가 나지막히 들려왔다.
내 고향, 내 동무들...
참으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편안함과 행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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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그랬다.
먹을것이 부족하던 시절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고구마나 감자를 캐서 볏짚에 불을붙혀 구워먹거나
보리나 콩을 구워먹으며 서로의 얼굴을 묻은 검댕이를 보며 까르르웃던 그런 시절말이다.
지금도 여름이면 혹간 어렸을때 입가에 상처를 내던 달디단 옥수수대의 단물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땐 그랬다.
동네에서 돼지라도 한 마리 잡을라치면 돼지오줌보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돼지오줌보에 바람을 가득넣어 둥근공처럼 만들어 논바닥에 돌 두 개씩을 놔두고 골대를 만들어
축구를 하던 그런시절 말이다.
그땐 그랬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변변한 수영복 하나 없이 누런 팬티하나입고 둠벙이나 저수지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다 입술이 새파래질때서야 물밖으로 나왔던 그런 어린시절이 있었다.
그땐 그랬다.
까까머리 남학생과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어른들의 눈을피해 튀김집이나 빵집에서
혹간은 방죽이나 저수지등에서 수줍게 데이트를 한던 그런 시절... 그땐 그랬다.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교정에서 그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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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음식이 준비되어 나온다.
토종닭에 쓰러진소도 벌떡 일으켜세운다는 낙지와 전복을 넣고 푹고아낸 낙삼전에 맛무침, 제주앞바다에서
낚시로 잡아올렸다는 참치회에 흑염소 한 마리.갈비탕에 불고기에... 먹다 지치면 잠시 그늘에서 오수도 즐기기도 하고...
좋은 친구들과 맛있는 먹을꺼리 그리고 고향의 냄새... 신선놀음이 따로없다.
이럴때 생각나는 한 마디가 있다.
"안온놈만 손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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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먹은탓일까?
제자리에서 묵묵히 내 곁을 지켜준 모든 것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무탈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고맙고,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게 고맙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모든것들이 내 곁에 있는것만으로도 고맙고 그저 감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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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김영길 군의원님을 비롯한 많은 선배님들이 격려차 참석해주시어 일~~~장 연설을 해주셨다.
어린것들이 뭐가 죄가 있다고 뙤약볕에서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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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기 길어지자 참지못하고 뺀질이들이 나타난다.
뒤에서 쭈구려앉아 있는 아그는 문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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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시간에 그렇게 째려보시던 이순신장군님께서 오늘도 여전히 급 째려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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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진회행사를 몇일 앞두고 갑작스레 우리곁을 떠난 풍진회총무 고 공용섭님을 기리는 패를 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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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바라본 천등산과 별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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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말 안할려고 했다. 누워서 침뱉기라...
그런데도 입이 근질근질하다.
축구경기에서 8회와 10회가 붙었다. 결과는 8회가 승리했다.
운동이라면 천하가 알아주는 잼뱅이인 내가 주전으로 뛰었는데도 10회가 8회를 못이겼다는 것은
그 실력이 어찌했음이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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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들은 항시 이맘때면 솥단지 걸어놓고 흑염소 한 마리를 통째로 고아서 묵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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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뭉개구름 떠있는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해맑은 모습으로 그렇게 뛰어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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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를 준비하기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않은 이창현 풍진회 회장님과
고안석 천우회회장.김대근 총무님
그리고 물심양면 후원을 아끼지않은 박성주 8회동창회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모임에 참석차 멀리서 달려와준 영임이,동환이를 비롯한 모든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로 덕분에 무지하게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내 생에 가장 행복한 날들로 기억되고 추억할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 고향에서 천하주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