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은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이지 뱅킹(Easy Banking)’이란 코너를 새로 만들었다. 일반 인터넷 뱅킹과 기능은 똑같지만, 돋보기로 보는 것처럼 글자 크기가 커서 화면이 시원시원한 게 특징이다. 작은 글자를 보기 힘든 어르신 고객을 배려한 것이다. 이효권 e뱅킹부 대리는 “인터넷 뱅킹을 하고 싶어도 화면 글자가 깨알 같아 불편하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버 머니를 잡기 위한 금융권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퇴직금과 연금을 손에 쥔 실버 세대가 고수익 고객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 금융자산(1041조원·2004년 3분기 기준) 중 55세 이상 남녀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약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인터넷 홈페이지 개편, 고령층 전용 금융상품 출시, 건강관리 무료 서비스 등 전략도 다양하다.
조흥은행은 지난해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종의 장수(長壽) 지원 서비스인 셈이다. 은행 PB고객이라면 누구나 병원에 가기 전에 질병·상해 관련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졸업한 건강 관리사가 직접 집을 방문해 몸 상태도 체크해 준다.
삼성생명·교보생명 등도 보험 일정액(주계약 1억원) 이상 가입한 고객에게 건강 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상호저축은행은 영업점 9곳에 어르신 고객을 위해 좌석형 안마기와 혈압 측정기를 설치해 뒀다.
AIG손해보험은 고령층 전용 보험 상품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보험사들은 50세 이상 노인들은 사고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 판매를 기피해 왔다. 하지만 AIG손보는 만 50~75세 고령자 전용 보험을 내놔 틈새시장을 뚫었다.
동양생명의 ‘수호천사 아가사랑보험’은 이른바 ‘손자 작전’으로 예상 밖의 높은 판매액을 올렸다. 보험엔 별 관심이 없는 노인들도, ‘손자용 보험’이라고 소개하면 일단 설명은 듣고 보자면서 태도가 180도 변한다는 것. 어린이 보험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 가입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 보험은 어르신 고객이 손자를 위해 가입하는 비율이 전체의 25%를 웃돌았다고 한다. 금호생명도 최근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치매 관련 보상을 강화한 ‘베스트라이프 간병보험’을 내놨다.
한편, 실버 최고경영자(CEO)들에겐 사후(死後)에 회사 운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만년(晩年)을 맞이한 CEO를 위해 ‘성년후견제도’ ‘생전증여신탁’ 등 다양한 실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국민은행이 상속이나 사업 승계(承繼)와 관련한 신탁 상품을 개발 중이다.
-----------------------------------
금융권 '실버머니' 붙잡기 경쟁
건강진단권도 드리고 金利도 우대…
입력 : 2004.09.12 17:45 24'
“안마도 해 드리고, 금리도 우대해 드립니다.”
실버 세대를 잡기 위해 금융권 경쟁이 뜨겁다. 저금리 속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은퇴한 이자소득 생활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특별 금리를 얹어주고, 안마 서비스와 건강진단권을 제공하는 등 혜택도 풍부하다.
한국상호저축은행(회장 윤현수)은 오는 15일 구로디지털점 개점을 기념해 15~17일 사흘간 연 9%의 확정금리를 주는 후순위채권을 공모한다. 금리 생활자를 위해 이자는 3개월에 1번씩 지급한다.
5000만원을 맡기면, 석 달마다 93만9380원씩 받을 수 있다. 만기는 5년이며, 총 50억원 한도로 판매된다.
또 개점 기념으로 60세 이상 고령자 등 고객 1000명에 한해 금리가 연 4%인 ‘제비꽃 보통예금’도 특별 판매한다. 경영지원부 고원용 팀장은 “어르신 고객이 은행 객장에서 편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좌석형 안마기와 혈압 측정기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다음달 판매 예정인 ‘더불어 자유적금’(가칭) 가입고객 중 60세 이상 어르신에 한해 금리를 0.2%포인트 우대할 계획이다.
조흥은행은 ‘CHB미래든통장’ 정기예금 가입 고객 중 1년 평균 잔액이 20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다음달 중 건강진단권을 증정한다.
13~17일 연 수익률 5.7%짜리 고수익 채권을 한정 판매하는 전북은행은 60세 이상 고령자 고객에게 세금우대 혜택을 준다.
대구은행은 최근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한 전용 통장을 선보였다. 개인영업기획팀 박판용 과장은 “어르신 고객이 은행에서 도장과 비밀번호 없이 ‘손도장’만 찍어도 손쉽게 돈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