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도배 부탁 드려요.
덕분에 즐거웠는데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 나이 되면 웃을 일이 별로 없거든요
앞으로도 행복하게 해 주세요!
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내려 오는 모습도 참 예뻤어요.
따라 다닐때 열심히 데리고 다니세요.
내아들은 산에 같이 가제도 절대 안가고
다 키워 놨더니 여자 친구만 챙기고
엄마는 밥을 먹었는지 죽을 먹었는지
어디가 아픈지 암것두 몰라요.
가끔 챙겨줄 때도 있지만...
오늘 참 반가웠어요.
담에도 꼭 나오세요.
보고 싶을꺼 같아요.
--------------------- [원본 메세지] ---------------------
칠갑산은 산책하기에 좋다는 산행란을 참조...
아들을 데리고 산행에 참석했다.
버스를 타고도 어색함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먼저 못했는데
게시판을 도배한 보람이 있는지....
몇몇분들이 포플러냐며 일부러 인사를 하러 오셔서
쑥스러웠지만 고마우면서 약간의 낯가림도 점차 사라져 갔다.
이렇게 저렇게 휴게소를 들르며 나름대로 분주해 보이는 버스안에서
잠깐 잠들었다 눈을 뜨니 신기하게도 밖엔 흰눈이 쌓여 있었다.
그동안 산에도 못가고 모처럼 올라보는 산...
어느새 조금은 구불한 산길을 돌아 버스는 힘차게 올라섰고
저만치 차창 밖으로
우두커니 서있는 눈덮인 산자락을 보면서 가슴에 콩닥거림이 밀려왔다.
버스에서 모두 내려 한치고개부터 시작된 산행...
눈이 쌓인 길은 많이 미끄러웠지만 거무티티한 나무둥지 사이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차갑지만 신선한 느낌으로 얼굴을 스치어 갔다.
연신 콩콩대는 아들을 보랴,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을 응시하랴..
더군다나 아이젠이 바닥에 부딪치는 둔탁한 발소리 때문에
산의 음성을 듣고 싶던 내겐 어느샌가 안타까움만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곤 산이 아닌 다른 생각들로 마음이 온통 복잡해져 왔다.
아들을 데리고 온게 잘한건가...아닌건가...
마음 한편 괜시리 뒤꼭지가 간지러워지기도 하고...
나하고 반대의 처지인분들이 내 아들을 보면서
혹시나 가슴 아픈 그리움 때문에 외롭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들...
마음이 순간적으로 착잡해져 왔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얼마 못가서 아들하고 난 어느새 시시콩콩대는
바퀴벌레 한쌍이 아닌 찰떡 모자지간이 되어 있었다.
산에서도 좀더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었기에 사람들을 제치고 항상
앞서 가려고 우리는 더 팔짝팔짝 뛰어 다녔다.
너무도 친절한 사람들...
아들은 내려오면서도 연신 기분이 좋아 보였고
나는 그 장단에 발맞추느라 똑같은 애가 될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 보였으면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자기 소개할땐
나도 모르게 모두다 미남이시고~란 말이
걍 저절로 툭 튀어 나왔다.
(여자분들이 미인이신건 전에 이미 입증..^^)
인사 끝나고 자리에 앉아서도
나 스스로 한참을 속으로 웃었었다.
어째서....그랬을까나...하고.....
그건 나도 잘 모른다. 그냥 모두다 미남으로 보였다. ^&^
맘속으론 뒷풀이 한번 참석해 보았으면 원이 없겠지만...
집이 먼 관계로 서울도 못가고 아들과 난 천안에서 내려 집으로 왔다.
"범호(아들이름)야, 오늘 산행 좋았니?"
"응, 너무 좋았어."
"독신자 산악회는 어때?"
"응. 괜찮어."
"사람들은 어때? 아저씨들 잘생겼지?"
"응."
"아줌마하고 누나들은?"
"다 이뻐. 000님만 빼놓고." 비밀임다..그건..^^*
"그 산악회 참 좋지이."
"응, 좋아 담에 또 따라갈래..아저씨들 다 좋아."
"그중에서 00아저씨가 젤로 좋고..00아저씨도 좋고...."
신이나서 나열해가는 아들을 보면서 애들은 애들이구나..하는 생각도 해보고
저녀석이 아빠의 손길이 그리웠나보다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 해보았다.
산에 다녀오면 크고 작은 산을 떠나서 항상 뒤를 돌아보게 되는것 같다.
큰산에 갔을땐 산에 치어서 그산을 사랑하면서 마음을 비우게 되고,
작은 산에 갔을땐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면서 마음을 비운다고 해야할까?
오늘도 작지만 칠갑산을 다녀 오면서
나는 내 마음 뒤쪽 저편 한켠을 바라 볼 수 있었다.
제비꽃 같은 사람들.....
솔로인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 보노라면 .
한결같이 모두들 고와 보인다.
곱디 고운 마음속에 자리한 차가운 고독 때문일까?
날씨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
자연과 친구 하면서 혼자만의 공간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
그들에게선 화려한 장미의 향기가 아닌
작은 바람에도 온몸을 뒤뉘이는 제비꽃의 가련함이 물씬 풍긴다.
神은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것일까?
아니면 바람이 질투하는 것일까?
고운 사람들은 대개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그 아름다움에 대한 댓가로
때론 자유로움을 고독으로 호소하면서
솔로들은 제비꽃처럼 그렇게 조용한 자리를 지켜가나 싶기도 하다.
※ 감사의 표시
~~~~ 은빛님 먹을거 마니 주셔서 감사해요 ~~~~
~~~~ 태호아자씨, 호수누나(아들이 누나래요 글쎄...^^),도사님
아들이 너무 너무 감사하다고 먹을거 다 풀어놓고 입이 함지박만해졌어요.. ~~~~
~~~~~~~~~~~ 감 사 합 니 다 ~~~~~~~~~~~~~
~~~~ 푸른하늘님, 진주님 오늘 점심 덕분에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 ~~~~~
~~~~ 그리고 제게 먹을거 주시고 신경써 주신분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
그리고 다른님들 닉네임 적으라 하면 다 적을 수 있지만 생략하고..
만나서 정말로 반가왔답니다.
포플러 도배 많이 안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버릇 개주나요?
개주기 아까와서 앞으로도 걍 도배할까..어쩔까 고민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