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인 영화 입문기

[오월에]

1981년 고입을 위한
연합고사가
끝나고 난 직후였다.

대업(?)을 치룬 후,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 하던,
까까머리 3인방이 만났는데
갈 곳도 마땅치않고,
그저 거리를 배회하던 중.

한 친구가(A),
"야,우리 영화 보러갈래?
"좋지,근데 뭘 보냐?

"별들의고향3"(A)

순간,우리(B,C)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어,그거 미성년자 관람불간대"

"괜찮아,볼 수 있어.가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방황 끝. 젖과꿀이 흐르는 곳으로 go

호기롭게 극장 앞에
도착은 했으나,
긴장되고, 떨리고,불안하고,
영 마음이 심란하더라니.
금단의 땅으로 들어가기전
겪어야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라고나 할까.

암튼, 선봉에 선
A라는 친구 덕에
무사히 진입 성공.

A가 하는
티켓팅 과정을
지켜 보니,괜한 걱정을 했었다.
미성년 여부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표를 내주더라는.

기억 나시는지?
요즘에야 티켓존이 오픈되어,
표를 끊을 때, 각종 할인 여부 물어 보고,
좌석도 확인시켜 주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것저것 과잉 친절.
아니,과잉응대를 하지만,

그 당시 영화 티켓이래봐야
버스 회수권 보다 약간 큰 사이즈에,
몇번 좌석번호 있고,
티켓존이라게,
극장 밖에 있었다.

대략,투명유리로
,가로,세로
30X40 cm에
매표소.
이렇게 씌어 있고,
우측이나 좌측에 대인,소인,군경장병 요금
이 게시.
티켓은 투명유리밑
타원형으로 뚫린
약15cm 구멍으로
돈받고,표를 내주는 구조였다.

심지어,투명 유리가 아닌 아크릴로
만들어져
티켓팅하는 사람이 누군지 전혀
보이지 않고,돈과 표를 잡은
손만 교류 하던 곳도 제법 있었으니,
우리의 타켓이 된 극장이 바로 그랬다.


일단,티켓팅을 하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면
표를 받는 사람이 있었는데,
거긴 그 조차도 없었다.

한 마디로, 땡잡은 거다ㅎ


어두침침한 객석을
더듬 더듬 대다
마침내,착석 완료.

본 영화 시작 되기 전,
기억나시는지?

애국가도 따라부르고,
대한뉴스도 봐야 하고,
지역 광고도 보고.


암튼, 긴 기다림 끝에
드뎌, 고대하던,
유지인 누님 등장.

시실,지금도
남자주인공은 커녕,
영화 내용 조차도
전혀 기억이 없다.

오로지,유지인 누님만
기억날 뿐.
우리가 뭐 스토리 보러
간게 이니니,
본래의 목적에 충실 했을뿐ㅎ

영화가 점점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며,
지인 누님의 나신이
조금씩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온 몸의 혈액이
빛의속도로 배꼽 아래
부분으로 몰리는데,
달리,혈기왕성 이라 하겠는가?
몸은 통제가 안 되고,
심장마저 벌렁벌렁,
마른 침만 꼴깍꼴깍.

내 평생 그렇게 집중해 본
영화는 없는듯하다.

대략 2시간 여의
대장정이 끝났으나,
우리는
한동안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감동 해서?

No!!!

모여서 한바탕
궐기대회를 했던,
혈액들이 제 자리를 찾도록
각자 진정의 시간이 필요했으니,
남성이라면 공감하실듯ㅎ


이렇게,찐하고,열정적인
성인영화 입문 후,

속으로 결심했던
한가지.

'빨리 어른이 되어,
저 금단의 사슬을 끊어 버리고,
마음껏 극장가를
주유해 보리라.
딱 3년만 참자'

잘 참고,3년 후,
성인 영화 참 많이도 봤으나,
그 때의 감동과 떨림만은
느낄 수 없더라는.

그래서,저 유명한
'훔친 사과가 맛있다는'
명언이 회자되나보다ㅎ


아, 그런데,
이럴수가 있나?

추억이 베인
그 극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게 아닌가?

근 40년만의 귀향은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 남아 있길
고대했건만,
흔적조차 사라지고,낯선
빌딩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낯설다.

이젠 기억속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니ㅠ

"아,원주극장이여"


전국적으로,
오래된
'단관' 극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은
이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는데.

이야기의 공간이 ,
추억의 공간이 ,
하나둘 씩 지워지고 있다.

이야기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또 얼마나 많은
곳들이 사라져갈지...
답답하고,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원주 지역 유일무이하게
남아 있던 단관.

'아카데미' 극장이
철거를 면하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 운동을 통해,
새생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워낙 오래 되었으니,
이것저것 새단장을 하여,
2023년, 새롭게 오픈한다니,
그날을 기다려 본다^^

지킬 수 있는 것은,
지키고 싶은 것은
지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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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비쏘
2021.07.20메뉴
@방울토마토초딩때 보았다능 ㅋ 말론브란도의 와일드한 연기가 떠오르네요


풍차
2021.07.20메뉴
잘지내고 계신거죠?
형님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답댓글
다겸작성자
2021.07.20메뉴
잘 지내지.잘 지내고 있는가?
잘 읽고 있다니,보람이 있네ㅎ고마워^^


소하
2021.07.20메뉴
동시상영이 생각나네요..^^
하나는 청소년 관람가..하나는 성인영화..ㅋ
친구들과 청소년 관람가 보러 갔다가 쭈욱 눌러앉아있던 기억이...ㅋㅋㅋ



답댓글
다겸작성자
2021.07.20메뉴
네,동시상영 .
추억의 단어네요ㅎ


우필주
2021.07.20메뉴
그당시 개봉관 즉 일류 극장은 미성년자 불가
영화 청소년 절대 금지 이지만 의정부 성남등 경기권
개봉관 교복 입어도 입장 가능 서울 동시상영 극장도
오캐이~~~ㅋㅋ
토요일 친구들과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 몸매 상상
하면서 시외버스 타고 원정이 기억 납니다~~~


답댓글
다겸작성자
2021.07.20메뉴
아,경기권이 좀 트인 동네였네요ㅎ


의연
2021.07.20메뉴
다겸님은 그런데 관심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ㅎ 역쉬~~

답댓글
다겸작성자
2021.07.21메뉴
댜방면에 관심사가 있는 사람입니다ㅎ


데바
2021.07.21메뉴
다겸님 글 솜씨가 좋으시군요~!

86년 첫직장 여의도에서 엘리베이터를 탓는데 유지인이 있었고 가볍게 목례하고 단둘이 말없이 올라갔었습니다.

작은 키 아주 작은 얼굴, 단아한 몸매 유지인은 인형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81년 고입이면 저랑 동기인데,
그때 각자의 종교의식은 어디서 치르셨을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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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

7살때부터 시공관과 아카데미를 친구와 둘이서
군인들 뒷꽁무니 따라서 몰래 다녔던 기억이 나네.
그때가 1972년도.
한달 후면 벌써 50년전 추억
그 친구는 지금 영화 감독.

중학교 2학년때 단체관람으로 성룡의 취권을
시공관에서 봤던 기억.
지금은 그런 문화가 없어요

[오월에]

그러게.예전엔 단체관람으로 시공관이나
아카데미를 가곤 했었는데.
벌써 반백년의 시간이라ㅎ
세월 참 빠르네

[일월에]

아득한기억이네요:: 제가 극장갈때는 오월에님글이랑. 딴 세계였나보네요…::

[오월에]

세대 차이가 쫌 있나보네요ㅎ

[구름이]

전 영화처음본게 아가씨때네요
영화관가본게 언제인지
기억도안나네요^^

[오월에]

앞으로 꼭 가 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