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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각사상 11집
소태산의 깨달음과 법신불신앙운동*
노 권 용 **
• 목 차 •
Ⅰ. 서 론
Ⅱ. 소태산의 깨달음과 불교혁신운동
1. 시대적 배경
2. 구도와 대각
3. 원불교의 창건과 불교혁신운동
Ⅲ. 법신불 일원상과 그 신앙ㆍ수행
1. 법신불 일원상
2. 법신불 일원의 신앙과 수행
Ⅳ. 법신불 신앙의 의의와 과제
1. 원불교 법신불신앙의 의의
2. 원불교 법신불 신앙의 과제
Ⅴ. 결 론
Ⅰ. 서 론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다. 그것은 불교의 시작이 바로 불타의 깨달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불교의 목표 또한 불타가 깨달은 진리의 구현에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로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격동과 고난의 한국근대사회 속에서 제생의세의 종교적 구원의식으로 일생을 살다간 소태산 박중빈(少太山 朴重彬, 1891~1943)에 의하여 전개된 원불교의 법신불 신앙운동 또한, 한국불교의 유구한 흐름위에 개혁시대의 사명을 띠고 펼쳐진 또 하나의 깨달음 운동이요 진리구현의 모습이라 본다. 최근세 한국불교의 성격은 불교적 시대사명의 자각과 그 실현을 위한 개혁불교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불교가 천수백년동안 국가이념과 민중의 지도이념으로 역할해오다가 숭유억불 체계에 의해 상실되었던 사회적 지위와 민중교화의 기반을, 근대의 격변기를 맞아 새롭게 회복하기 위해 기울인 거교적 움직임이었다. 따라서 개혁의 구체적 사례는 종통종맥의 확립이나 승단제도의 개혁은 물론, 의례작법의 체계화, 승려교육과 포교의 현대화, 그리고 구국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개혁운동은 당시의 시대적 요청으로서 불교계 전반에 걸친 사조였다.
물론 여기에서 유의되는 것은 이러한 최근세 한국불교개혁운동의 근본바탕에는 언제나 불타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불타가 깨달은 진리를 이 시대와 사회에 구현하려는 불교의 근본이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태산 또한 당시 개혁사조의 맥락에서 불타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법신불 운동을 전개했다고 본다. 특히 당시 대부분의 불교개혁 선각자들이 선승 또는 학승의 입장에서 전통불교 교단과의 관계 속에서 불교개혁 이념의 제시와 그 실천에 노력해 왔음에 비해, 유독 소태산은 불교교단과의 관계없이 전통교단의 틀 밖에서 독자적으로 불타의 근본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개혁운동을 펼쳐왔음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하 Ⅱ장에서 소태산의 깨달음과 그에 바탕한 원불교의 개창과 불교개혁 운동을 살펴보고, 나아가 Ⅲ장에서 불타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소태산의 법신불 신앙의 구체적 내용인 법신불 일원상과 그 신앙ㆍ수행의 정체를 살펴본다. 끝으로 Ⅳ장에서는 이러한 소태산의 법신불 신앙운동이 지니는 불교사상사적 의의와 과제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본고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미래의 인류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상적 불교신앙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일조를 얻고자 한다.
Ⅱ. 소태산의 깨달음과 불교혁신운동
1. 시대적 배경
소태산의 탄생과 원불교 출현을 전후한 시기는 민족사에 있어서 격동의 고난시기요 전환의 격변기였다.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중반에 이르는 150여 년 간은 전제왕조의 모순이 심화확대 되면서, 이를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극복하지 못한 채 서구열강과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적 모순에 빠지게 되는 시기였다. 특히 소태산이 대각을 이루고 원불교를 개창하여 불교혁신운동을 펼쳐나가던 당시 한국의 정치, 사회 상황은 일본 제국주의의 기만적 문화정치와 경제적 수탈, 그리고 문화ㆍ역사에 걸친 민족말살정책, 대륙침략을 위한 조선의 병참기지화 등으로 일제의 군국주의의 식민정책이 한층 심화된 시기였다.
한편 당대의 한국종교계 또한 커다란 변혁기에 처해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회변동기에 있어서의 기존 종교는 혁세의 이념으로 재탄생되거나, 아니면 기존가치관을 대변하면서 수구화 된다. 우선 조선왕조 500여년 동안의 지배이념이었던 주자학적 세계관과 가치이념은 선택 집단의 사적 도구로 전락한 채 민중과 사회를 이끌어나갈 힘을 잃고 만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유학 스스로의 자기변혁운동이 일어나게 되니, 한말을 전후한 격동기를 통해 유학은 크게 세 줄기의 흐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주자학의 재연과 위정척사론, 둘째, 경세치용의 실학적 유교사상, 셋째, 개화기의 양명학적 개신유학운동 등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당시 상황 하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만다. 다만 이 가운데 박은식(1859~1926) 등에 의하여 일어난 개신유학운동은, 당시 우리 민족이 처해 있던 현실적 요구에 응답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유학사상으로 변모코자 노력한 이상적 시도였다고 본다. 그리고 그 방향이나 시기가 불교의 유신운동과 같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음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이와는 달리, 천주교, 기독교 등 서양종교들은 일찍이 서구근대화의 역사적 현장 속에서 자체의 변혁과 조정을 통해 근대화된 종교체계를 확립한 토대위에 서세동점의 대세를 타고 해외선교를 위한 물적, 정신적 지원을 활발히 했기에 그토록 숱한 압박과 장벽을 넘어서서 민중 속에 파고들게 된다. 더욱이 삼남지방을 중심으로 한 갑오동학혁명의 실패이후 절망에 빠진 민중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었던 것이다.
다른 한편 많은 신흥종교들이 출현하던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즉 최재우(1821~1864)에 의해 창교된 동학, 강일순(1871~1909)의 증산교, 나철(1864~1916)의 대종교, 그리고 김일부(1826~1898)의 정역 등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난다. 이들은 대체로 전환기의 종교요, 위기의 종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바, 그 이면에는 당시 민중들에 널리 퍼져있던 참위설, 정감록, 미륵신앙, 후천개벽사상 등 일종의 운세사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편 억불책에 눌려 민중과 괴리된 채 산중불교로 전락하고만 불교계는 구한말의 격동기를 맞아 유교적 국가지도체계가 무력화되면서, 불교계 스스로의 자각에 의한 사회지도 이념의 정립과 민중교화의 장을 확보하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일제의 강압에 의한 을사조약체결을 전후하여 한국 불교계는 현실을 직시하는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일제의 회유와 통제로 일부는 친일불교로 기울기도 하였지만, 일단의 승려들과 불교인들에 의하여 친일 승려의 배척과 일본불교의 침투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거기에는 강한 시대인식과 함께 민중사회를 이끌어나갈 종교적 사명을 다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과 노력이 경주된다. 이러한 노력은 자연 개혁불교의 성격으로 표출되는 바, 이를 다음과 같은 5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본다.
첫째, 1800년대 초기 개화사상의 발아로 시작된 개화파의 불교운동으로서, 유교이념 대신 불교의 가르침에 입각하여 세상을 개혁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유대치(1831~1890?)를 비롯한 김옥균(1851~1893), 박영효(1861~1939), 그리고 불교계 최초의 개화승 이동인(1849?~1881) 등이다.
둘째, 전통불교의 수호운동으로서, 산승들의 선풍진작에 의하여 비불교적 불순물을 제거하고 불교본래의 면목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근대선의 중흥조 송경허(1849~1912)를 비롯하여 송만공(1871~1946), 방한암(1876~1951) 등이다.
셋째, 참여혁신 불교운동이다. 승려신분으로 직접 사회에 뛰어들어 일제에 항거하고 민중지도에 노력하는 한편, 불교자체의 교리와 제도 등을 시대의 조류에 맞게 혁신하고자 한 한용운(1879~1944), 박한영(1870~1948), 백용성(1864~1940) 등이 이에 속한다.
넷째, 학자불교 운동으로서, 일제에의 직접적인 항거와 부정에 앞장서기보다는 한국문화 전통의 수호자적 입장에서 국학의 개발과 전승에 힘쓴 이들이다. 권상노(1879~1965), 이능화(1868~1945), 김영수(1884~1967) 등이다.
다섯째, 재가주의적 생활불교운동으로서, 전통 불교교단의 밖에서 불타의 근본진리에 바탕하여 금후의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개혁불교운동을 펼쳐나간다. 본고에서 논하고자 하는 소태산의 원불교운동이 이에 속한다.
2. 구도와 대각
소태산의 구도노력과 깨달음! 그것은 불교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불타가 깨달은 진리를 오늘의 우리 사회에 되살리기 위한 종교 구원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소태산은 26세에 진리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개창하여 법신불 신앙운동을 전개한다. 그는 1891년 전남 영광에서 부친 박성삼과 모친 유정천의 4남 2녀 중 제3남으로 태어난다. 일찍이 7세 때부터 우주자연의 현상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갖게 되고, 나아가 11세 때에는 인간의 생사와 존재문제에 대한 근원적 의문으로까지 확대되어 존의론적 회의를 품게 된다. 이러한 근원적 회의를 해결하기 위해 대각(26세)을 이룰 때까지 20여 년간의 피나는 구도역정이 이어진다. 즉 11세부터 4년에 걸친 산상기도, 16세부터 4-5년에 걸친 부단한 구사고행, 그리고 20세에는 그의 구도과정의 유일한 후원자요 생활의 지주였던 부친의 사멸을 맞게 된다. 때는 마침 1910년 조국의 일제병탐과 부친의 영면은 그로 하여금 더욱 깊은 회의의 늪에 빠지게 한다. 정신적, 물질적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의 모든 의심은 더욱 깊어져, 결국 ‘장차 이일을 어찌할꼬?’라는 한 생각으로 단일화되어 큰 의단이 뭉치게 된다. 마침내 25세 되던 해에는 그 한 생각마저 잊어버리고 돈망의 입정상태에 들게 되었으니, 이제 대각을 열기 위한 백척간두의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26세인 1916년 4월 28일 새벽, 동트는 햇살과 함께 드디어 대각을 이룬다. 이때의 심경을 그는 “맑은 바람 불고, 달 떠오르니 모든 만물의 모습이 자연히 밝아지도다.”라고 술회하며 대각의 기쁨을 홀로 즐겼다 한다. 이로써 그의 모든 존의론적 회의는 해결되었으며, 그 깨달음은 나아가 불타에 의하여 밝혀진 진리의 빛을 오늘의 우리사회에 새로이 빛나게 하는 일대 전환점을 이룬다. 특히 이러한 소태산의 대각과 그에 의한 원불교의 개창을 한국 근대사에 비춰볼 때, 당시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극심한 무력탄압정책에 억눌려 있던 한국 민중들에게, 그것은 한 개인의 깨달음이나 일개 종단의 개창 차원을 넘어서서 민족구원의 종교적 메시지의 출현이라 볼 수 있다.
3. 원불교의 창건과 불교혁신운동
1) 원불교의 창건
원불교의 개창은 1916년 4월 28일 소태산의 깨달음과 함께한다. 당시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국내외에서 민족의 구원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다양한 운동을 전개한다. 소태산은 국망과 더불어 해외로 망명의 길을 떠나지 않고 국내에 남아서 종교운동을 통해 민중과 민족의 구원에 생애를 다 바친다. 그것은 마치 불타가 인간의 실존적 고통의 초극을 통해 중생구제운동을 펼쳐나갔던 것과 같이, 소태산 또한 인간과 존재의 본질에 관한 존의론적 회의 속에서 민족구원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갔던 것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개교표어》에 그 취지가 잘 드러나 있으며, 그 내용은 정전《개교의 동기》에 자세히 밝혀져 있다. 특히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원불교의《개교의 동기》는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볼 때, 다름 아닌 불타의〈고집멸도 4성제〉를 오늘의 우리사회에 맞게 재정리해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가운데〈진리적 종교〉와 〈사실적 도덕〉이라는 개념은 소태산이 전개하고자 하는 미래지향적이고 이상적인 종교운동, 즉 법신불신앙운동의 종교적 성격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그 의미를 깊이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송천은 박사는,〈진리적 종교〉란, ①지엽적인 것을 넘어서서 궁극적인 하나의 진리를 향하게 하는 열린 종교, ②상징적인 형식을 넘어서서 참다운 의미와 본질을 실현하는 종교, ③원만한 사고와 생활방식을 열어주는 원만한 종교라 하고, 이어서〈사실적 도덕〉이란 인간화, 생활화, 시대화, 대중화에 적합한 도덕이라 설명한다.
이처럼 소태산의 깨달음에 의하여 시작된 원불교는 위에서 살펴본《개교의 동기》뿐 아니라, 근본이념으로서의《교리표어》와 그에 바탕한 원불교 창건의 역사를 통해 그 종교적 성격과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우선 원불교의 근본이념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표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처처불상 사사불공
② 무시선 무처선
③ 영육상전, 이사병행, 동정일여
④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
이러한 기본이념을 전제로 소태산은 제자들과 함께 새로운 불교운동을 펼쳐나간다. 우선 1916년 <불법연구회>를 개설하여 밖으로는 저축조합운동(1917년)과 간척사업(1918년)을 펼치고, 안으로는 중생구제를 위한 혈인기도(1919년)를 진행하는 등 교단의 경제적, 정신적 토대를 다져나간다. 그 후 부안변산 실상사 부근의 봉래정사에서 교리의 기본틀을 제정 발표하고(1920년), 드디어 1924년 익산에 원불교 총부를 개설하여 교서의 발간과 교역자의 양성, 그리고 교화ㆍ교육ㆍ자선의 3대 사업을 위한 기관을 설립해 나감으로써 명실 공히 새로운 교단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2) 소태산의 불교혁신운동
이상 소태산의 발심으로부터 구도과정과 깨달음에 이르는 경로를 살펴보면 불교와의 직접적인 인연이 전혀 없는 자수자각의 과정이었다고 본다. 이는 그가 출가 승려도 아니었으며, 일정한 스승의 가르침도 받아보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직접ㆍ간접으로 불교사상의 영향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태산은 대각 후 불법을 주체로 한 교단의 설립을 선언하고, 법신불신앙을 중심으로 한 불교혁신운동을 펼쳐나간다. 즉, 정전《교법의 총설》이나 대종경 등에는 소태산의 불교교리와의 만남과 석가모니불에의 연원 설정, 그리고 불법을 주체로 한 교법선언과 함께 불교혁신의 방향 등 그의 불교관이 언급되어 있다.
소태산은 대각 후 모든 종교의 경전들을 열람한 후 과거의 모든 성자들이 하나의 궁극적 진리를 깨달았으나 그 가운데 “석가모니불은 진실로 성인들 중의 성인이라.”고 찬탄한다. 또한 “불법은 무상대도요, 불교는 장차 세계의 주교가 되리라.”고 확신하면서, 불법을 주체삼아 교법을 펼쳐나갈 것을 천명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이상불교를 이루기 위하여 혁신운동을 펼쳐나간다. 이렇게 볼 때 소태산의 대오분상에 비춰진 불교의 모습은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불교는 근본진리나 수행의 길이 탁월하여 무상대도라 보며,
둘째, 미래의 세계를 전망하여 볼 때 불교는 장차 세계의 주교가 되리라 확신하며,
셋째, 부분적인 교리나 제도, 또는 편벽된 수행 등은 개벽의 대상이라고 본다.
이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하는 그의 불교혁신의 내용과 방향 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은 1920년 봉래정사에서 초안하여 1935년에 출간한 조선불교혁신론이다. 그 총론에는 혁신의 대요를 3가지로 요약한다. ① 외방의 불교를 조선의 불교로, ② 과거의 불교를 현재와 미래의 불교로, ③ 출가 수행자 중심의 산중불교를 세간생활의 일반대중의 불교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는 무상대도로서의 불교의 본질을 계승하면서도, 세간의 현실 삶속에서 불타의 가르침이 구현될 수 있도록 부분적 교리와 제도, 방편 등을 시대와 인심에 따라 맞도록 쇄신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동론에서 강조된 불교혁신의 방향을 신앙, 수행, 제도 등 세 가지 측면으로 정리하여 살펴본다.
첫째, 신앙의 대상과 행위에 관한 문제로서 불상숭배의 허구성과 기복 위주의 비합리적 불공법을 비판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는 진리적 신앙대상으로서 법신불일원상의 숭배를 제창하고, 그에 따라 합리적이고 사실적인 실지불공(당처불공)과 함께 근원으로서의 법신불에 향한 진리불공이라는 2대 불공법을 제시한다.
둘째, 수행방법에 관한 문제이다. 염불종, 교종, 선종, 율종 등 특정 수행방법의 강조와 그에 대한 집착에 따른 종파간의 갈등을 넘어서서, 전인적 인격완성의 길로서 계ㆍ정ㆍ혜 3학의 병진에 의한 원만한 수행법을 역설한다.
셋째, 민중과 사회의 교화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으로서 불법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강조한다. 즉 출세간적 산중불교의 폐쇄성과 비현실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과감히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사회와 역사에 기여하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불교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신앙, 수행, 교화제도 등 전면에 걸친 소태산의 불교혁신론이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사상전개나 이념제시에 그치지 않고, 직접 민중의 삶속에서 구체적 실천운동으로 전개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원불교의 법신불 신앙운동이다.
Ⅲ. 법신불 일원상과 그 신앙ㆍ수행
1. 법신불 일원상
1) 법신불 일원상 상징
이상에서 소태산의 깨달음과 원불교의 창건과정, 그리고 불교혁신운동의 이념과 방향 등에 대해서 살펴본 바, 그것은 한마디로 법신불신앙운동이라 단정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원상(○)은 소태산의 대각에 의하여 밝혀진 궁극적 진리의 상징으로서 원불교의 최고 종지이다. 그러므로 원불교에서는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하여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신다. 원불교 교리의 진수를 집약하여 일목요연하게 도식으로 표현한《교리도》에서는 이 최고 종지로서의 일원상(○)을 중앙 상단에 그려놓고, 그 아래
일원은 법신불이니,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이다.
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여기에서 먼저 주목되는 것은 <일원은 법신불>이라는 명제이다. 이를 ‘법신불 일원상’ 또는 ‘일원상 진리’ 라고도 표현하는데, 이 명제는 원불교의 종교적 성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 본다. 즉 이와 같은 기본명제에서 볼 때 원불교의 ‘일원상 진리’는 소태산의 깨달음에 의하여 천명된 진리관일 뿐 아니라, 그것은 전적으로 불교적 진리관의 토양위에서 전개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원불교의 교리전반에 비춰볼 때, 거기에는 불교 이외에도 유교, 도교, 한국 고유신앙은 물론 기타 다양한 종교의 진리관들이 조화적으로 회통된 통종교적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회통적 전개는 무엇보다도 불타가 깨치신 불법의 바탕 위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때 불교 또는 불법이란 단순히 전통불교의 교리적 전승이나 종파적 전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근본적 진리관 또는 불교교리 발달사 전반을 통해 전개된 다양한 불교사상들이 소태산의 대오분상에서 종합 지양된 불교 또는 불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기서 말하는 법신불(Dharma-kāya Buddha)이란 3신불 중의 하나인 협의의 법신불을 의미하기보다는, 광의의 법신불을 지칭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교사상사 또는 신앙사 위에는 제 유형의 불타관 내지 불신론이 다양하게 분화 발전되어 왔던바, 원불교의 법신불 개념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부각되어진 다양한 신앙적 의미요소들이 종합 지양된 이상적 불타관을 지향한 것이라 본다. 그러므로 원불교의 법신불은 우주의 궁극적 진리(實在) 그 자체를 佛로 본 것으로서, 그것은 진리의 체성뿐 아니라 작용까지도 동시에 포함한 통일자로서의 진여실상을 지칭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태산은 불상숭배를 넘어선 법신불일원상숭배, 즉 이ㆍ지ㆍ비(理智悲)가 충만한 법신불신앙운동을 주창했던 것이다.
2) 법신불 일원의 존재론적, 인성론적 의미
원불교에서는 이상과 같은 궁극적 진리로서의 법신불 일원을 모든 존재와 가치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위의《교리도》에 표명된 <우주만유의 본원>, <일체중생의 본성>, <제불제성의 심인> 등의 명제에서 그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⑴〈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 일원
이는 궁극적 실재로서의 법신불 일원이 지닌 전체성과 근원성, 그리고 절대유일성 등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 본다. 즉 일원상은 만유가 한 체성에 바탕해 있는 무한한 존재세계의 전체상을 상징한 것임과 동시에 나아가 그러한 만법의 근원을 상징한 것이다. 이처럼 일원상으로 상징된 본원세계는 유와 무의 분별 이전의 세계이며, 동시에 유와 무를 총섭하되 그 자체는 유도 아니요, 무도 아닌 진여실상의 세계이다. 또한 그것은 대소, 생사, 선악, 변ㆍ불변 등 일체의 상대개념과 차별상을 총섭함과 동시에 그 모두를 초월한, 이른바 절대 유일의 포월자라 보지 않을 수 없다.
⑵〈인간 자아의 본성〉으로서의 법신불 일원
한편 법신불 일원은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 존재의 본성 그 자체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원불교의 인성론에 관한 문제로서, 진리의 내재성과 그에 따른 인간 스스로의 주체적 자각성을 강조한 것이다. 즉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일원은 동시에 우리들 인간 자신의 본성으로서, 누구에게나 천성적으로 법신불일원의 진리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성은 바로 법신불일원의 내재불로서 이를 자성불, 심불, 불성, 성품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이는 '법등명(法燈明) 자등명(自燈明)'의 법문을 통해 지금, 여기, 이 마음 가운데 영원 무한의 진리를 찾을 것을 강조한 불타의 가르침에 대한 재확인이라 본다.
⑶〈제불제성의 심인〉으로서의 법신불 일원
이는 진리의 각증성, 회통성, 귀일성 등의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 본다. 다시 말하면 근원적 진리로서의 법신불일원은 깨달음[覺證]이라고 하는 성자들의 심오한 종교체험의 차원을 통하여 만이 드러나는 것이며, 역으로 그러한 성자들의 깨달음이나 계시를 통하여 밝혀진 각각의 종교적 진리관들은 결국 하나의 근원적 진리에서 만나고 융통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바로 원효의 통불교적 화쟁사상을 계승 발전한 것으로서, 특히 삼동윤리를 제창한 송정산(宋圭, 1900~1962)은 “모든 종교와 종파가 그 근본은 다 같은 한 도리임을 알아서 서로 대동화합하자.“라고 하며 동원도리를 역설한다.
3) 법신불의 진리(논리)적 구조
이상에서 <법신불일원> 그 자체와 그것이 지니는 존재론적, 인성론적 의의에 대해 살펴보았다. 본 절에서는 그러한 ‘법신불 일원’의 구체적 내용이라 볼 수 있는 진리(논리)적 구조를 살펴본다. 물론 법신불일원 그 자체로는 언어도단이요 심행처멸의 경지로서, 일체의 상대적 개념이나 일상적 인식작용의 한계를 넘어선 초논리적이고 초경험적인 차원이라 본다. 그러나 상대적이고 유한한 인식작업의 범위에서나마 그에 대한 우리들 인간차원에서의 이해작업 내지 논리전개의 시도가 없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인류 정신사 상에는 다양한 진리관이나 형이상학적 논리전개가 시도되어 왔던바, 원불교 또한 ‘법신불 일원’의 진리적 구조에 대하여 갖가지 논리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진리관은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공ㆍ원ㆍ정>의 3속성관이라 본다. 왜냐하면 이들은 불교를 비롯한 동양종교사상의 전통적 논리를 계승한 보편적 진리관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다른 여타의 진리관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진공ㆍ묘유>의 양면관은 기존의 불교사상사에 있어서도 전통적으로 보편화되어온 진리의 설명법이다. 정전 「교의편」《일원상의 진리》에서는 법신불 일원을 진공과 묘유의 양면으로 구분 설명하고 있다. 즉 “일원은 대소유무의 분별이 없는 자리며, 선악업보가 끊어진 자리며, 언어명상이 동공한 자리”라 하여, 일원의 근본체성에 대해 일체의 상대적 차별과 관념을 넘어선 진공체라 설명한다.
그러나 이 진공체는 단순한 무기(無記)의 공이나 악취공이 아니라, 그 공적함 가운데 본유의 영지광명에 의하여 묘유의 조화작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를 위의《일원상의 진리》에서는 “공정영지의 광명을 따라서 대소유무의 분별이 나타나며, 선악업보에 차별이 생겨나며, 언어명상이 완연하여 시방삼계가 장중에 한 구슬 같이 드러나고, 진공ㆍ묘유의 조화는 우주만유를 통하여 무시광겁에 은현자재 하는 것” 이라 설명한다.
이처럼 진공의 체성과 묘유의 작용이라는 양면으로 구분 설명하는 것은 보조 지눌(1158~1210)이 그의 「진심직설」에서 법신을 진심이라 하고, 그것을 다시 묘체와 묘용으로 구분 설명하는 것과 같은 논리의 전개이다.
한편 대종경 「교의품」7에서는 이 법신불 일원을 <공ㆍ원ㆍ정>의 3속성으로 파악하고, 양성과 견성과 솔성의 3학공부 각각에 그 진리성을 표준으로 할 것을 강조한다. 송정산은 이를 <진공ㆍ묘유ㆍ인과>의 3구분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때 유의할 것은 이들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공ㆍ원ㆍ정의 3속성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양자 모두 법신불 일원에 대한 설명상의 구략(具略)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대체로 공은 진공에, 그리고 원과 정은 묘유에 배대시킬 수 있다고 본다.
2. 법신불일원의 신앙과 수행
모든 종교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궁극적 실재(the Ultimate Reality) 또는 궁극적 진리(the Ultimate Truth) 그 자체는 인간의 언어와 사유 등 일체의 상대적 차원을 넘어선 것이나, 그에 대한 인간의 종교적 상징작업의 태도 여하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의 종교체험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유형으로 정리하면 하나는 궁극적 실재를 神이나 佛 등의 절대자로 대상화하여 그 절대자의 감응과 은총 속에서 살아가려는 종교적 태도라면, 다른 하나는 역으로 그 궁극적 실재를 절대적 자아로 내재화하여 그 참된 자아와 계합된 주체적 삶을 추구하는 종교적 태도이다. 이들은 흔히 계시종교와 개오종교 또는 타력신앙과 자력신앙의 개념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바, 불교 내에서는 정토종과 선종이 각각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원불교에서는 이들 두 가지 유형의 종교체험의 길을 상보적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둘로 보지 않는 통종교적 종교체험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러므로 원불교에서는 법신불 일원상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심과 동시에 수행의 표본으로 받들어 신앙과 수행의 양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는 타력적 신앙과 자력적 신앙, 또는 대타적 신앙과 즉자적 신앙이라 부를 수 있다. 이처럼 신앙과 수행, 타력신앙과 자력신앙의 양면적 노력을 원불교에서는 <자타력 병행신앙>이라 한다. ≪교리도≫에서는 이들을 각각 <인과보응의 신앙문>과 <진공ㆍ묘유의 수행문>이라 명시하고 있는바, 본고에서는 이를 다시 그 구체 내용에 맞추어 <법신불 사은신앙>과 <자성불 3대력 수행>이라 의미지어 정리해 본다.
1) 법신불 사은신앙
먼저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일원에 향한 타력적 신앙, 곧 <법신불 사은신앙>에 대해 살펴본다. 원불교에 있어서 일원상(〇)은 <법신불 사은>의 상징이라고도 하는바, 이 가운데 법신불은 본체론적 입장에서 본 일원을 지칭한 것이라면, 사은은 그것의 현상론적 파악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신불 사은신앙>은 본체[本源]와 현상의 양면을 통해 종교적 의의를 찾고자 하는 원불교 신앙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다시 <법신불신앙>과 <사은신앙>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법신불신앙>은 모든 존재와 생명의 원천이면서도 일체 상대적 현상세계를 초월함과 동시에 무한 성덕이 구족한 법신불 그 자체에 향한 절대적 신앙과 전인적 귀의를 통하여, 그 법신불의 무한한 은혜와 위력의 감응 속에 살아가는 신앙적 모습을 말한다. 이를 불공적 입장에서는〈진리불공〉이라고도 한다.
이와는 달리 <사은신앙>은〈실지불공(사실불공, 당처불공)〉이라고도 하는데, 이에는 세 가지 특징적 의미가 있다. 첫째,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신앙이다. 즉 우주만유는 바로 법신불 그 자체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응신불(Nirmāṅa-kāya Buddha)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사물과 이를 대할 때 언제나 존엄한 부처님을 모시고 받드는 경건한 신앙태도, 즉 불공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감사 보은의 신앙이다. 이와 같은 법신불의 응화신으로서의 우주만유는 동시에 법신불 그 자체의 무한생성력의 은적 현현체이므로, 우리는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4은이 아니고서는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무한 은혜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지, 부모 등 백억화신을 나투는 법신불의 무한한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불공의 자세, 곧 보은즉불공(報恩卽佛供)의 신앙자세를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 인과이법에 바탕한 합리신앙의 강조이다. 이와 같은 사은의 무한생성의 은혜 그 자체는 우리들 범부차원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불가사의한 무한절대의 은혜라고 볼 수 있으나, 적어도 우리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적 측면에서 관찰해 볼 때 그것은 지극히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과의 이법을 통하여 발현됨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사물을 대할 때 오직 부처님을 모시고 받드는 원만하고 공정한 진리적 태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지닌 사은신앙은 불공의 입장에서는 실지불공이라고도 하는바, 이는 원불교 신앙법 내지 불공법의 독창적 특색의 하나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에서 살펴본 <법신불신앙>과 <사은신앙>은 궁극적으로 둘이 아니므로 이들을 합칭하여 <법신불 사은신앙>이라 한다.
2) 자성불 3대력 수행
다음 인간 자아의 본성으로서의 법신불 일원에 대한 자력적 신앙으로서 제기되는 <자성불 3대력 수행>에 대해 살펴본다. 이에도 3가지 특징적 의미가 있다. 첫째, 자성불에의 확신과 자각이다. “자기 마음이 부처이며 자기 성품이 곧 법임“을 확신하고 자기 경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즉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이 인간자아의 본성을 떠나 따로 초월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스스로의 본성에 내재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진정한 종교적 삶의 출발점은 무엇보다도 참된 자아의 발견과 그 실현을 향한 자기경외의 경건한 삶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둘째, 자성불 3대력 수행에 의한 인격완성과 진리적 삶의 구현이다. 이에 대해 소태산은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각자의 마음을 깨닫고[見性], 양성하며[養性], 사용하자[率性].”라고 하여, 자성불의 본래 구족한 정ㆍ혜ㆍ계 3대력을 회복하여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진리적 삶을 살아갈 것을 강조한다. 원불교의 구체적 수행방법은 정신수양[定], 사리연구[慧], 작업취사[戒]의 삼학수행으로서, 특히 소태산은 법신불의 3대 속성, 곧 공ㆍ원ㆍ정의 진리에 바탕하여 삼학을 병진할 것을 역설한다. 이렇게 볼 때, 공ㆍ원ㆍ정은 일원상 진리의 요약인 동시에 모든 진리적 행위의 평가기준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이를 원효의 삶에 적용하여 보면 그의 초종파적 무입장은 공이요, 불편불의한 통불교적 수용은 원이며, 사회와 민중에 대한 적절한 응용은 정이라 볼 수 있다.
셋째, 무시선에 의한 부단한 구도노력과 진리실현의 자세이다. 여기서 선(Dhyāna)이란 법신불 일원의 내재적 진리로서의 자성불 그 자체와 합일된 종교체험의 경지, 즉 절대진리의 자기화 또는 주객합일의 전일자 체험을 말한다. 위에서 살펴본 자아완성의 노력으로서의 3학수행은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전개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이를 원불교에서는 무시선이라 한다. 즉 유사시나 무사시, 또는 동할 때나 정할 때 등 언제 어디서나 자성불을 떠나지 않는 삶이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무사시는 생명의 본원심으로서의 일심을 양성하고 유사시는 생명의 창조작업으로서의 정의를 실현할 것을 강조한, 이른바 <동정간 불리선>을 제시한다.
Ⅳ. 법신불 신앙의 의의와 과제
1. 원불교 법신불신앙의 의의
이상에서 살펴본 불교혁신운동의 근본이념으로서 소태산에 의해 전개된 원불교의 법신불 신앙이 지니는 의의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첫째, 원불교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법신불 중심의 신앙임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원불교교헌에는 “본교는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한다.”라고 명시하여, 사상적으로 뿐만 아니라 모든 신앙의례에서 조차 일체의 인격적 불상이나 존상을 모시지 않고 법신불 그 자체를 직접 신앙의 대상으로 모신다. 이러한 법신불신앙은 미륵불과 용화회상에 대한 소태산의 설명을 통해서도 그 취지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바, 원불교의 주불은 바로 법신불이며, 회상 또한 본질적으로 법신불의 회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둘째,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은 범재불론(汎在佛論)적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은 법신불 중심의 신앙은 3신을 구별하여 보는 협의의 법신이라기보다는, 삼위일체 내지 우주불론(宇宙佛論)적 광의의 법신불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우주전체를 그대로 광대무량한 불격으로 보는 화엄의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사상은 물론, 우주전체가 그대로 대일여래의 6대ㆍ4만ㆍ3밀에 의한 구체적이고 상황적인 현현 아님이 없다고 보는 밀교의 대일여래사상과도 상통하고 있다.
셋째,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은 범은론(汎恩論)적 무량은혜불의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은 법신불 내지 그 응화신으로서의 만유불은 우리와의 관계에서 볼 때, 무엇보다도 우리를 살리고 구제하기 위한 무한 자비의 은혜덕상을 지닌 무량은혜불로서, 이른바 우주 만유 전체를 그대로 자비 법신불의 은적 현현으로 보는 범은론적 성격을 지닌다. 이는 마치 우주전체 그대로를 대자비불이라고 보는 일부 학자들의 아미타불사상과도 상통한다. 더욱이 법신불의 구체적 은혜덕상으로서의 사은을 강조하고 있음은 밀교의 5지여래(五智如來) 또는 4종법신설(四種法身說)과 근본적으로 일치한다고 본다.
넷째, 한편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은 특히 내재불로서의 자성불의 의미를 강조한 것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범재불론적이고 범은론적인 성격을 지닌 ‘법신불 일원’은 우리의 본성을 떠나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 그 자체가 바로 법신의 내재불로서, 바로 지금, 여기, 이 마음에 즉하여 영원무한한 법신불이 약동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영성심리학이 강조되면서 Ken Willber(1949~ )나 Stanislav Grof(1931~ ) 등에 의하여 우주의식(Cosmic Consciousness) 또는 생명의 실상 등이 중요 화두로 제기되고 있음은 이와 관련하여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본다.
다섯째, 이와 같은 원불교 법신불신앙에 나타나는 특징으로서 조화적 회통성 내지 병진성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그것은 자력과 타력, 신앙과 수행, 진리불공과 실지불공, 영과 육, 이와 사, 그리고 본체(실상)와 현상 등 인간의 삶 전반에 걸쳐 두루 조화적으로 회통시킨 원만한 종교신앙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2. 원불교 법신불신앙의 과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불교의 법신불 신앙은 불타관의 발달사를 통해 부각되어진 다양한 신앙적 의미요소들의 상당부분이 조화적으로 융섭되어 있는 포괄적 신앙관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래사회의 이상적 불교신앙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검토보완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본다. 이하 원불교의 법신불신앙과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는 해석학적 과제 내지 실천적 문제들을 열거해 본다.
첫째, 신앙대상의 호칭문제 : 이 문제는 최근 원불교학의 중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교화 현장에서는 신앙정서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호칭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현재는
법신부처님! 법신불 사은님! 원불님! 진리부처님! 부처님!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둘째, 법신불 신앙의 재확립 : 특히 교조론이나 회상론에 있어 법신불 중심의 논리를 보다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모신다.”는 원불교의 근본취지는 물론, 소태산의 미륵불관이나 용화회상론에서 알 수 있듯이 원불교는 철저히 법신불중심의 불교신앙이다. 이와 관련하여 밀교의 현밀2교판에 의한 법신교주설 등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된다.
셋째,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 : 이는 법신불과 현상만유의 관계에 관한 문제로서, 현재는 이들 양자의 관계를 하나로 직결시켜보는 상즉(相卽)의 논리와, 구별하여 보는 본원(本源)의 논리가 양립되어 있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현상세계 밖에 따로 본체(실상)의 세계가 없다는 철저한 일원론을 주장한다면, 후자의 경우는 본성에 있어서는 본체와 현상이 다를 수 없으나 존재의 질적 차원에 있어서는 엄연히 구별되어야한다는 이원론적 일원론의 입장이다. 본체(실상)와 현상의 상호관계를 규명하는 이 문제는 모든 종교사상사에 있어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어왔다. 논자의 견해로는 이원론적 일원론의 입장에 서서, 동양사상 일반에서 주장되어온 ‘一而二’ 또는 ‘不一不二’의 관계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이법신앙과 인격성 수용의 문제 :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에 있어 이법성의 강조는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과연 법신불 그 자체에 지혜와 자비 등을 부여한 인격성 [靈性]을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불타관의 발달과정을 살펴볼 때, 거기에는 탈인격화, 비인격화의 경향과 인격화, 불격화의 경향이라는 양면적 성격이 부각되어 왔다. 이는 불교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고등종교에 있어서도 그 경향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인격성과 비인격성의 양면성은 근본적으로 배재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유한한 현상 세계 속에 살고 있는 민중의 신앙정서와 심리는 대체로 비인격적이고 탈인격적인 신앙에 대해서보다는, 인간적이고 인격적인 대상에 대해 보다 강한 친화력과 신앙감을 느껴왔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신불일원 그 자체에 대한 인격적, 영성적 의미를 보다 강화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약 이와는 달리 오로지 비인격적, 탈인격적 진리[理法]로만 파악한다면 거기에는 단지 건조하고 냉엄한 형이상학적 원리만 남게 될 뿐이다. 그리되면 민중의 신앙적 정서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서, 자칫 특정 인간이나 종교집단 등 현상적 존재를 절대화하고 존숭하는 우상숭배의 경향마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합리성과 신비성의 조화; 이와 비슷한 문제로서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에 있어 합리성과 사실성 및 내재성의 성격뿐 아니라, 초합리성과 신비성 및 초월성의 의미를 보다 강화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래 원불교의 법신불 그 자체에는 이러한 양면성이 원융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보나, 그에 대한 의미해석과 실천과정에 있어 비교적 전자의 측면을 더 강조해 왔다고 본다. 물론 그것은 종래의 종교 신앙이 주로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며 기복적인 방향으로 흘러온데 대한 반성과 수정작업으로 제기된 것으로서, 그러한 사실신앙 내지 합리신앙이야말로 근세 이후 현대산업사회의 건전한 신앙풍토의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왔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와 같은 문제는 특히 사은신앙에 대한 해석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합리적 사실불공을 강조하는 사은신앙에 있어서 합리성과 인과성은 절대 불가결의 요소로 전제된다. 그러나 과연 합리적 인과법칙만으로써 그 불가사의한 무량은혜덕상의 전모가 다 드러난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러한 문제는 논리의 정합성과 고도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과학에서조차 현대 물리학 등을 통해 신중히 고려되고 있다. 하물며 종교적 신앙세계야말로 합리적이고 사실적인 현상세계에 대한 관심은 물론, 상대적 현상차원을 넘어선 초합리적 절대세계로까지 확장된, 이른바 포월의 세계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여섯째, 향하문적 자비화현의 법신불 성격의 강화; 이와 관련하여 원불교의 신앙론에 있어서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향하문적 보신불의 성격을 보다 강화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불교신앙사에 비추어 볼 때 자아완성이라는 자력적 신앙의 측면을 강조한 향상문적 불타관의 이해도 중요하나, 관음 33응현설이나 대비천제설 등에 나타나는 등류(Niṣyanda) 사상이야 말로 시방삼계의 모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그들 하나하나의 근기와 상황에 맞추어 수많은 등류태로 자비화현 한다는 향하문적 불타관이 극대화된 것이라 본다. 더욱이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토록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각종의 모습들은 다름아닌 절대유일 법신의 향하문적 화현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사상은 원불교에서도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라 하여 일체만유가 모두 우리를 살리기 위한 법신불의 무한생성의 은적 현현체 아님이 없다고 하는 법신불 사은신앙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러나 그 교리해석에 있어서 자칫 사은 당처와 나 자신과의 관계 위주로, 그것도 인과이법에 바탕한 죄복개념 중심으로 이해하기 쉽다. 그 결과 사은 당처 당처에 대한 개체적 관심과 관계개선의 노력은 강화될지 모르나, 그 사은 개개물물이야말로 다름 아닌 법신불 자체의 나를 구제하기 위한 향하문적 자비화현, 즉 동체대비적 등류태라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그것은 마치 개체의 나무들에만 관심을 갖다보면 전체의 숲을 보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와 관련하여 그러한 사은 당처에 대한 보은행위로서의 <실지불공>에 대해서도, “죄복 권능의 직접당처에 대한 불공”이라는 의미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자칫 이해타산적 공리주의의 오해를 낳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불공이란 죄복개념의 차원을 넘어서서, 법신불의 중중무진한 무한절대의 은혜덕상에 대해 감사하고 보은하는 <보은즉불공>의 종교적 태도를 말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일여래와 그 자비화현으로서의 만유제불에 대한 <신구의(身口意) 3밀불공>을 강조하는 밀교의 입장은, <보은즉불공>을 강조하는 원불교의 불공관과 근본적으로 상통한다. 나아가 그러한 무량은혜불로서의 법신불에 대한 간절한 신앙적 귀의의 염(念), 다시 말하면 목숨 들어 귀의한다는 귀명의 <신앙염불>로까지 확대되지 않을 수 없다.
일곱째, 원불교 신앙론의 구조에 대한 검토의 문제이다. 끝으로 원불교 신앙론의 구조에 있어 몇 가지 요청되는 점을 살펴본다. 전술한 바와 같이 원불교에서는 궁극적 실재로서의 법신불 일원을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공ㆍ원ㆍ정>의 3속성으로 파악한 뒤, 이들을 각각 신앙문(타력적 신앙)과 수행문(자력적 신앙)에 적용하는 바, <법신불 사은신앙>에는 주로 전자를, 그리고 <자성불 3대력수행>에는 주로 후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공ㆍ원ㆍ정> 3속성의 양자는 서로 별개의 속성이 아니라, 다만 법신불의 진리적 구조에 대한 설명상의 구체와 대략의 차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므로 양자 모두가 신앙과 수행의 양면에 걸쳐 두루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다.
우선 타력신앙으로서의 <법신불 사은신앙>의 설명에 있어서 <진공ㆍ묘유> 진리관을 중심으로 설명함도 중요하나, <공ㆍ원ㆍ정>의 진리관에 의한 논리적 전개가 절실히 요청된다. 특히 <공ㆍ원ㆍ정>의 진리적 구조는 대승기신론의 <체ㆍ상ㆍ용>의 논리와 거의 일치하는 바, 기신론이 <체ㆍ상ㆍ용> 3대를 통해 대승의 종교적 의의를 극대화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원불교의 <법신불 사은신앙>에 있어서도 <공ㆍ원ㆍ정> 즉, <체ㆍ상ㆍ용> 3대의 의미를, 그것도 체대와 용대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불가사의한 무한덕상으로서의 상대[圓大]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킴으로써 그 신앙적 의미가 한층 강화되지 않을까 한다.
또 하나 유의되는 것은 사은의 종교적 의미를 자성불에 상즉하여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즉 법신불 일원상의 진리구조의 설명에 있어서 제시되는 一(무한절대), 二(진공ㆍ묘유), 三(공ㆍ원ㆍ정), 八(천지8도) 등은 모두 법신불 내지 자성불 그 자체의 진리적 속성에 대한 구략(具略)의 설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천지, 부모, 동포, 법률 등의 사은은 나를 살리기 위한 생존의 바탕이 될 뿐 아니라, 특히 보은의 강령인 응용무념의 무한생명성, 대자대비 생육성, 상생상화성, 공명정대성 등의 사은성(四恩性)에 비춰볼 때, 그것은 바로 나의 생명 그 자체의 본질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은은 타력적 신앙의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자력적 신앙 즉 자성불 수행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Ⅴ. 결 론
불교는 불타의 깨달음을 바탕한 종교이다. 19세기 말로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격동과 고난의 한국근대사회 속에서 제생의세의 종교적 구원의식으로 일생을 살다간 소태산에 의하여 전개된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운동 또한, 한국불교의 유구한 흐름위에 개혁시대의 사명을 띠고 펼쳐진 또 하나의 깨달음 운동이요 진리구현의 모습이라 본다.
소태산은 26세(1916년)에 진리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개창하여 불교혁신운동으로서 <법신불신앙운동>을 전개하는 바, 당시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극심한 무력탄압정책에 억눌려 있던 한국 민중들에, 그것은 한 개인의 깨달음이나 일개 종단의 신앙운동 차원을 넘어서서 민족구원의 종교적 메시지의 출현이라 볼 수 있다.
자수자각으로 존재와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소태산은 “불법은 무상대도요, 불교는 장차 세계의 주교가 되리라.”는 확신 아래 미래지향적인 혁신불교운동을 펼쳐나간다. 그의 조선불교혁신론에 의하면, 무상대도로서의 불교의 본질은 변치 않으면서도 세간의 현실 삶속에서 불타의 가르침이 구현될 수 있도록 일부 교리와 제도, 방편 등은 시대와 인심에 따라 맞게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신앙의 대상과 행위에 관한 문제로서 불상숭배의 허구성과 기복 위주의 비합리적인 불공법을 비판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법신불신앙과 진리적 불공법을 제창한다,
둘째, 수행방법에 관한 문제로서 종파적 특정 수행법의 고집과 편수를 넘어서서, 전인적 인격완성의 길로서 정ㆍ혜ㆍ계 3학의 병진에 의한 원만한 수행법을 역설한다.
셋째, 사회교화의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으로서 불법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를 강조한다. 즉 출세간적 산중불교에서 과감히 민중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사회와 역사에 기여하는 역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불교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신앙, 수행, 교화제도 등 전면에 걸친 소태산의 불교혁신론은 단순히 이론전개나 이념제시에 그치지 않고, 직접 민중의 삶속에서 구체적 실천운동으로 전개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운동이다.
일원상(○)은 소태산의 대각에 의하여 밝혀진 궁극적 진리의 상징으로서 원불교 최고의 종지이다. 그러므로 원불교에서는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하여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모신다. 《교리도》에서는 이 최고 종지로서의 일원상(○) 아래 “일원은 법신불이니,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중생의 본성이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일원은 법신불>이라는 기본 명제에서 볼 때 원불교의 ‘일원상 진리’는 소태산의 깨달음에 의하여 천명된 진리관일 뿐 아니라, 그것은 전적으로 불교적 진리관의 토양위에서 전개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법신불(Dharma-kāya Buddha)이란 우주의 궁극적 진리(實在) 그 자체를 佛로 본 것으로서, 그것은 진리의 체성뿐 아니라 작용까지도 동시에 포함한 통일자로서의 진여실상을 지칭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태산은 불상숭배를 넘어선 법신불 일원상숭배, 즉 이ㆍ지ㆍ비(理智悲)가 충만한 법신불신앙운동을 주창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궁극적 진리로서의 법신불 일원은 <우주만유의 본원>이요, <인간 자아의 본성>이며, <제불제성의 심인>으로서, 모든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며, 우리들 스스로의 본성 그 자체인 것이다.
한편 원불교에서는 이러한 ‘법신불 일원’의 구체적 내용이라 볼 수 있는 진리(논리)적 구조를 <진공ㆍ묘유>의 양면관과 <공ㆍ원ㆍ정>의 3속성관으로 파악한다.
이상과 같은 의의를 가진 ‘법신불 일원상’을 원불교에서는 신앙의 대상으로 모심과 동시에 수행의 표본으로 받들어 신앙과 수행의 양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를 타력적 신앙과 자력적 신앙, 또는 대타적 신앙과 즉자적 신앙이라고도 하는 바, 이러한 양면적 노력을 <자타력 병행신앙>이라 한다. 본고에서는 이를 다시 그 구체 내용에 맞추어 <법신불 사은신앙>과 <자성불 3대력 수행>이라는 의미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일원에 향한 타력적 신앙, 곧 <법신불 사은신앙>은 본체론적 입장에서의 <법신불신앙>과 현상론적 입장에서의 <사은신앙>의 양면성을 지닌다. 이는 본체[本源]와 현상의 양면을 통해 종교적 의의를 찾고자 한 것으로서, 이를 불공적 입장에서는 각각 진리불공과 실지(당처)불공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원불교 신앙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는 <사은신앙>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①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신앙, ② 감사보은의 신앙, ③ 인과이법에 바탕한 합리신앙 등이다.
한편 인간 자아의 본성으로서의 법신불 일원에 대한 자력적 신앙, 즉 <자성불 3대력 수행> 또한 세 가지 특징적 의미가 있다. ① 자성불에의 확신과 자각, ② 자성불 3대력 수행에 의한 인격완성과 진리적 삶의 구현, ③ 무시선에 의한 부단한 구도노력과 진리실현의 자세 등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불교혁신운동의 근본이념으로서 소태산에 의해 전개된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이 지니는 의의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첫째, 원불교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법신불 중심의 신앙임을 재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은 범재불론(汎在佛論)적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의미를 지닌다.
셋째, 그것은 범은론(汎恩論)적 무량은혜불의 의미를 지닌다.
넷째, 한편 내재불로서의 자성불의 의미를 극대화한 것이다.
다섯째, 조화적 회통성 내지 병진성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이와 같은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이 미래사회의 이상적 불교 신앙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직 검토 보안되지 않으면 안 될 해석학적 내지 실천적 과제들이 남아 있다고 본다. 그러한 문제점과 과제들을 열거해 보고, 나아가 필자 나름대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불타의 근본정신에 바탕하여, 소태산에 의해 천명된 ‘법신불 일원’ 그 자체에 대한 깊은 통찰이 선행되어야 하며, 나아가 불교, 유고, 도교, 한국고유신앙, 힌두교, 기독교 등 제 종교 신앙과의 폭 넓은 비교 종교학적 검토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주로 불교의 진리관과 신앙관, 특히 불타관의 발달사를 통하여 부각되어진 다양한 신앙적 의미 요소들을 중심을 그러한 과제들을 살펴보았다. ① 신앙대상의 호칭문제, ② 법신불신앙의 재확립, ③ 우주만유의 본원으로서의 법신불과 현상과의 관계문제, ④ 이법신앙과 인격성의 수용문제, ⑤ 합리성과 신비성의 조화문제, ⑥ 향하문적 자비화현의 보신불적 성격의 강화 및 불공과 염불의 종교적 의미의 재검토와 신앙성의 강화, ⑦ 원불교 신앙론의 구조에 있어 <진공ㆍ묘유>와 <공ㆍ원ㆍ정>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 그리고 그에 따른 사은의 본질로서의 사은성(四恩性)에 대한 검토 및 자성불에의 적용 등이다.
이 밖에도 본고에서는 언급하지 못했으나, 사은과 4요의 종교적 의미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은 물론, 참회, 기도, 불공, 염불, 무시선 등에 있어 법신불일원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활용이 요청된다. 또는 불생불멸의 진리에 대한 해석상에서 제기되는 개령의 영속성 문제와 대령ㆍ대아와의 합일 문제, 그리고 법신불의 신앙적 소명에 바탕한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의 강화 등에 대한 다양한 검토 보완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국문초록 】
최근세 한국불교의 성격은 시대사명의 자각과 그 실현을 위한 개혁불교운동이라 할 수 있는바, 이러한 개혁운동의 하나로서 소태산은 26세(1916년)에 진리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고 원불교를 개창하여 ‘법신불신앙운동’을 전개한다. 당시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고 극심한 무력탄압정책에 억눌려 있던 한국 민중들에, 그것은 한 개인의 깨달음이나 일개 종단의 신앙운동 차원을 넘어서서 민족구원의 종교적 메시지의 출현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조선불교혁신론의 저술을 통해 종래의 불상숭배의 허구성과 기복위주의 비합리적 불공법을 비판하고, 법신불신앙과 진리적 불공법을 제창한다. 신앙, 수행, 교화제도 등 전면에 걸친 소태산의 불교혁신사상은, 직접 민중의 삶속에서 구체적 실천운동으로 전개되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운동’이다.
원불교에서는 최고 종지로서의 ‘법신불 일원상(○)’을 본존으로 모신다. 이때 법신불(Dharma-kāya Buddha)이란 우주의 궁극적 진리(實在) 그 자체를 佛로 본 것으로서, 그것은 진리의 체성뿐 아니라 무한덕상과 부사의업용까지를 동시에 포함한 통일자로서의 진여실상을 지칭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소태산은 불상숭배를 넘어선 법신불 일원상숭배, 즉 이ㆍ지ㆍ비(理智悲)가 충만한 법신불신앙운동을 주창했던 것이다. 이러한 ‘법신불 일원상’을 원불교에서는 신앙의 대상으로 모심과 동시에 수행의 표본으로 받들어 신앙과 수행의 양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처럼 불교혁신운동의 근본이념으로서 소태산에 의해 전개된 원불교의 법신불신앙운동은 불타관의 발달사에 비춰볼 때 간과할 수 없는 의의와 특징을 지닌다.
【 주제어 】
소태산, 깨달음, 법신불, 일원상, 불교혁신, 불타관, 신앙, 수행, 사은,
삼학
【 Abstract 】
So-tae-san's Enlightenment and
the Movement of Belief in Dharma-kāya Buddha
Ro, Kwon-yong
(Prof., Wonkwang Univ.)
Won Buddhism has been set up and developed by So-tae-san, Bak Jyung-bin(1891-1943), who had realized Buddha's truth and devoted his whole life to the religious calling in turmoil and suffering in the Korean modern society from the end of 19th century to the mid 20th cent. As one of Buddhistic revolutionary activities, So-tae-san had gotten awakened spiritually and created Won-Buddhism, that was the movement of belief in Dharma-kāya Buddha. To Korean people who had been deprived of sovereignty and suppressed by the ruthless and colonial policy of Japan, this was an appearance of religious message of national salvage beyond an individual awakening or a movement of just one religion.
So-tae-san proposed the following in his book Innovation of Chosun Buddhism. ① He criticized the falsehood of worship of Buddha's statue and irrational method of offerings toward Buddha, and suggested faith of Dharma-kāya Buddha and truthful method of offerings toward Buddha as alternatives. ② And he advocated harmonious practices by threefold training, (shīla, sāmadhi, prajṅā), for the way of completion of whole personality beyond deflection and adherence to any particular sectarian practice. ③ By emphasizing on modernization, popularization, and habituation, he encouraged the old traditional unworldly Buddhism to go into people's life and reborn as dynamic and energetic Buddhism that can contribute to the society and the history.
In Won Buddhism, the symbol, ○(Ir-won sang), indicates the ultimate truth itself of the universe, and it means Buddha-Tathāgata as unification including essence and virtue and function of truth. Especially it is filled with not only truth but also wisdom and mercy.
Won Buddhism considers Dharma-kāya Buddha(〇, Ir-won-sang) as the objects of faith, and the standards of practices. So the worship of Dharma-kāya Buddha in Won Buddhism, consists of two gates of faith and practice.
These movements of belief in Dharma-kāya Buddha developed by So-tae-san, as the activity of Korean revolutional Buddhism, has significance and feature that cannot be overlooked in the history of development of Buddha-worship. On the other hand, there still remains some hermeneutic and practical tasks to be solved in order to establish an ideal faith of Dharma-kāya Buddha in the future.
【 Key words 】
So-tae-san, enlightenment, Dharma-kāaya Buddha, Ir-won-sang(〇), innovation of Buddhism, the view of Buddhism, faith, practice, four-great-graces, threefold tra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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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본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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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