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과 동행 20] 열여섯번째 항암

[동고]

1월 12일 항암 부작용으로 아침부터 설사하기 시작했다. 오후에 장흥 숯불가마를 다녀왔다. 땀을 흘리는 것이 항암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숯불가마를 다니는 분들은 불가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면역력을 강하게 하고 암에게 영향을 미쳐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더우기 땀을 흘리면서 몸 속에 있는 항암제 찌거기들을 최외로 배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암환자가 일말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죽음의 문 앞에 서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숯불가마에서 땀을 흘리는 것이 항암후 몸에서 나는 항암제 냄새 제거를 위해서도, 머리가 무거운 증상도 완화시켜 주기 때문에 설령 항암에 크게 도움이 안될지라도 계속 할 생각이다.

1월 13일 밤새 설사를 한 덕분에 몸의 기력이 다 빠져나가 움직일 수도 없어 오전에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오후에 사택 건축 현장의 벽돌 쌓는 것을 살펴 보았다. 1월 14일 주보를 만들고 예배 준비를 하다가 오후에 청해진 찜질방에 가서 땀을 흘렸다. 1월 15일 중일예배후 오후 예배는 죽청교회 배영기 목사님을 모시고 제직 헌신예배로 드렸다. 오랫만에 복음을 설교하는 목사님을 모셨다. 저녁때 교회발전 위원회가 모여 1월 교회의 현황을 파악하고 해야될 일들을 계획했다.

1월 16일 새벽예배를 마치고 7시에 아내와 함께 천안을 향해 출발했다. 아내가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천안 청소년연수원수련관에서 청소년지도사 연수를 받아야 하였기 때문에 나는 그 기간동안 경기도 오산 성은동산에서 1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있는 영성회복훈련원 주최 전인치유훈련 1단계에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시에 천안 목천청소년훈련원에 근처의 돈까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아내를 청소년 연수원에 내려주고 오산 성은 동산에 갔다.

오후 2시에 접수를 하고 전인치유훈련에 참여 했다. 양승식 목사가 전인치유에 대해서,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이론적인 설명을 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가르치고 치료하고 복음을 전하는 3중 사역을 했는데 왕적 사역, 제사장적 사역, 선지자적 사역을 주님의 3중 사역에 잇대어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님의 사역은 치료 사역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주님은 치료하고 복음을 전하고 천국을 가르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도 치유사역이 먼저 이루어져야 나머지 사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3일간 이론적인 전인치유 사역의 근거와 사역 사례, 그리고 사역으로 인해 치유가 일어난 현장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실제 사역은 2월 6일부터 8일까지 2단계 훈련에 참여해야 훈련받을 수 있다고 했다. 1단계는 식대만 부담했지만 2단계는 부부 1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강의는 아침 7시30분 식사로부터 밤 11시까지 계속되었다. 강행군이었다. 지난주에 항암을 했으니 아직 항암의 독도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여전히 하루 두세번 설사를 했다. 식사는 먹을 만 했지만, 강의는 의자도 없이 방석만 깔고 앉아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12시간 이상 강행군 했다. 그렇게 2박 3일의 전인치유훈련 1단계가 1월 18일 오후 1시에 끝나고 천안을 향해 출발했다. 아내의 연수는 19일에 끝나기 때문에 하루의 시간이 남았다.

천안에 도착하여 옛날 천안에 살았을 때를 기억하며 원성동 일대를 둘러 보았다. 23년전 신혼초에 살았던 집도 그대로 있는 것 같고, 그 그처에 낯 익은 건물들도 아직 남아 있기도 했다. 천안은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변했지만 원성도 일대는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았다. 천안교회 김종권 목사님과 통화를 시도하는 사이 차를 카센터에 맡겨 바퀴가 약간 흔들리는 현상을 바로 잡고 엔진오일을 갈고 조명등을 교체했다. 김종권 목사가 개인 일정으로 서울에 있다고 연락이 와서 김종권 목사에게 하루밤을 의탁할려는 계획은 무산되어 천안성결교회에서 수요예배를 드리고 천지안이라는 찜질방에 들어갔다. 시설이 잘되어 있고 불가마도 있었다.

1월 19일 11시에 찜질방에서 나와 천안청소년연수원을 향해 출발했다. 연수원에 도착해서 조금 있으니 연수원생이 하나 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길이 엇갈려서 잠시 지체되었지만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고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눈발이 날렸고 점점 눈발이 굵어져 정읍을 지났을 때에는 고속도로에 눈이 쌓여 있을 정도였고, 백양사를 지났을 때 눈이 많이 쌓여 시속 3-40Km 속도밖에 나지 않았다. 고속도로 여기 저기에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차량들이 비상 깜빡이를 켜고 있었고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광주를 지나서 나주를 지나니 눈발이 조금 약해졌다. 영암 강진을 지나 완도에 가까워지니 거짓말같이 눈이 그쳤고, 완도는 눈이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가 되었다.

1월 20일 하루종일 예배 준비를 했다. 주일 예배를 준비하고 설명절 가정예배 순서지도 준비했다. 사택도 거의 미장공사가 끝나가고 창호와 바닥 보일러 배관도 깔았다. 보일러는 전기보일러로 결정하고 설치하기로 했다.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공사대금도 지불하고, 센터 어르신들도 가정으로 돌려보내 명절을 지내게할 준비를 다 마쳤다. 완도군에서 금일봉을, 송의원은 고금축협의 협찬으로 소고기 10근을 보내왔다.

1월 21일 센터 어르신들을 가정으로 돌려 보내고 센터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나누어 주고, 죽청교회, 교인동교회를 들렸다가 전남 축산업협동조합의 협찬으로 해남 희망원으로 향했다. 사진 찍고 소고기 2박스를 배당받아 차에 실었다. 해남중앙교회 김대용 목사님에게 들렸지만 안계셔서 가지고 간 홍삼근을 관리사무실에 맡겨 놓고, 옥천교회 오영주 목사님 댁에 들렸다가 화흥교회 정호성목사님 댁에 들려 차 한잔을 마시고, 성광교회 정우겸 목사님 댁에 들려 교회 건축과 교회 현황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나오는 길에 주사랑교회 김용섭 목사님께 들렸다. 돌아와서 성도들에게 준비한 설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1월 22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오후예배는 성도들의 요청에 의해 각 가정에서 가정예배로 드리기로 하고 예배 순서지를 나누어 주었다. 정종균집사님께 얻은 톳과 성도들이 준비해준 전복을 차에 싣고 어머니가 계시는 구례로 출발하였다. 어머니 생전에는 구례에서 명절을 보낸다. 어머니에게 여러가지로 죄송스럽다. 자식이 되어 노년에 편히 모시지도 못하고 오히려 여러가지로 걱정만 키쳐드리니 말이다. 더우기 암 진단후에 수심이 더욱 깊어진것 같아 안타깝다.

어머니는 아주 추운 집에서 거하신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둘러 쓰지 않으면 안되었다. 오래된 벽돌집이라 그렇다. 매번 집에 다니러 올 때마다 이번에는 꼭 벽을 보강해 드려야지 하지만 명절이 지나면 또다시 일상에 묻혀 잊어버리고 지내게 된다. 지난 겨울에 스티로폴 앏은 것을 대고 도배를 했다는데도 역시 춥다.

1월 23일 설날 아침, 돼지축사 때문에 시댁에 가지 못한 막내가 아침을 먹으러 왔다. 떡국으로 아침 식사한 후 어머니께 세배를 드렸다. 매년 어머니는 5,000원짜리 신권을 세배돈으로 정성스럽게 봉투에 담아 덕담과 함께 전해준다. 올해는 5천원권이 아니라 10만원짜리 수표였다. 어떤 의미일까?

오후에 누나가족과 전주 여동생가족, 그리고 막내매제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우리 5남매중 막둥이만 오지 않고 다 모였다. 세배하느라 왁자지껄하며 온 방이 넘쳐난다. 모처럼 활기... 작은 집에 20여명이 들어 앉으니 집이 터질 지경이다. 같이 모여 먹는 저녁식사... 행복이다.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시133:1)

1월 24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담양에 들려 비타민C IV를 했다. 12월부터 연말연시고, 또 여러가지 분주함 때문에 비타민C를 제대로 맞지 못하고 있다. 날씨마저 추원져서 운동도 별반 다니지 못하고, 숯가마도 다니지 못하고, 외식도 잦아서 식단관리도 못하고 있다. 암진단 9개월을 맞아 처음의 긴장이 많이 풀어진 것 같다.

고식적 수술을 하지 못한 상태로 항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규칙적이고도 합리적인 투병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내 앞에는 분주한 일들이 많고, 더구나 병원과 여러가지 치료활동으로 시간을 뺏기고 있으니 나머지 시간이 더욱 바빠질 수 밖에 없다. 일을 분담할 사람도 없고, 내팽개칠수도 없다..

아내가 동역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동역자는 아니라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교회는 노인과 아동복지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주간보호센터와 요양공동생활가정을 비롯하여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늘 바쁘다. 그중에 노인복지에 관한 부분은 집사님 한분이 전담하고 아내가 지역아동센터를 전담하였는데, 집사님이 노인센터 운영에 실패하는 바람에 고스란히 노인복지분야는 내가 전담하게 되었고, 아내는 아동센터를 운영했다.

내가 암진단을 받은 후 아내는 아동센터를 온전히 운영할 수 없었다. 잦은 병원 외출과 치료활동때문에 아동센터에 다른 직원을 둘 수 밖에 없었고, 작년 3월에 입사한 길권사님이 그 일을 전담하였다. 그런데 아내와 길권사님이 코드가 맞지 않아 늘 힘들어 했다. 그냥 다 맡기면 좋을텐데... 더구나 내가 운영하고있는 노인센터의 서류 행정부분도 상당부분 길권사님이 맡고 있다.

결국 아내의 강력한 주장으로 길권사님을 업무에서 손을 떼게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가정의 화평을 지키는 길이었다. 자연 노인업무의 행정서류들은 내가 다시 처리할 수밖에 없다. 맡길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병원갈 때도 노트북과 서류 한 가방씩 가지고 다니는 이유이다. 병원에서도 나는 계속 일을 한다.

사실 일이 밀리니 치료와 투병은 뒷전이다. 다 내려 놓으라 하지만 내려 놓을 곳이 없다. 받아줄 사람이 있어야 내려 놓을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작년에 집사님이 운영실패하는 바람에 거의 2천만원 가까운 환수금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재정을 긴축할 수 밖에 없어 시설장 급여는 무보수이고, 다른 직책도 상당히 급여 지급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에 유급 직원을 둘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런 상태에서 길권사님마저 아동센터에서 손을 떼게되니 나의 업무는 급 가중이다. 그래도 할 수 있겠는가? 가정의 평화를 위해 더 많이 일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남편이다.

1월 25일 각 센터 1월 급여를 산정하고 결산준비를 하였다. 전년도 아동센터 결산도 완결하여 결산결과를 관공서에 인편으로 보내고, 아동센터 야간요보호사업 프로포절을 하고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점점 목회보다는 복지의 일이 많아지고 있다. 원하지 않는 일이다. 주여, 돕는 자를 보내소서...

1월 26일 다음주 항암이기 때문에 서둘러 주일예배를 준비하고 여러가지 일들로 분주했다. 사택 건축도 막바지로 가는데 건축재정도 너무 부족하다. 사택은 중천정 작업과 내부미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보일러 설비도 같이 작업하고 있다. 아직 화장실설비, 도배, 전기, 주방시설 등 할일이 태산이다. 사택 공사만이라도 누가 관리해주었으면 좋겠다.

1월 27일 모처럼 시간을 내어 청해진한의원으로 가서 왕뜸질을 했다. 뜸이 좋다고 하는데 뜸질할 시간도 없다. 쑥냄새가 평안을 준다. 그러나 온몸에 쑥냄새가 배어 결국 목욕탕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목욕탕에 갔다가 찜질방으로 올라가니 황집사님 부부가 와 있었다. 찜질방에서 나와 양푼이동태탕으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1월 28일도 결혼식 피로연에 다녀와서 예배준비와 여러가지 일들로 분주히 지내다가 1월 29일 주일을 맞았다. 주일예배를 드리고 찬양예배까지 마친 후 다시 화순전남대병원으로 열여섯번째 항암치료를 위해 출발했다. 황집사님 내외, 손권사님, 정권사님, 정종균집사님 내외까지 왁자지껄하게 광주를 들려 화순으로 갔다. 장어구이로 저녁식사를 한 후 야간응급병동으로 가서 입원 접수를 하고 환자복을 갈아 입으니 벌써 저녁 8시이다. 성도들을 보내고 채혈, 심전도, X-rey 촬영 등 항암준비를 마쳤다.

1월 30일 폴피리 6번째 항암이다. 아침에 정익주교수가 회진한 후 순서에 의해 항암부작용을 위한 여러가지 약제를 투입한 후 11시쯤 항암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빈 속이다. 언제부터인가 항암 기간동안에는 전혀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런 증상은 점점 심해 간다. 처음에는 밥냄새를 맡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음식 냄새을 맡을 수 없다.

1월 31일 어제 저녁부터 딸국질이 나기 시작했는데 멈추지 않는다. 간호사에게 부탁해서 멕페란을 주사했지만 별로 차도가 없다. 날씨가 추워서 식사시간에 밖에 나가 있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내가 식사를 못하는 바람에 아내도 덩달아 금식이다. 미안하다. 환자야 본인이 병들었으니까 그렇다 치지만 병간호 하는 사람은 멀쩡한 생고생이다. 그래서 건강해야 한다. 저녁때부터 설사가 시작되었다. 먹은 것도 없이 게속해서 설사....

2월 1일 병원에서 2월 초하루를 맞았다. 여느 때 같으면 초하루 새벽예배 후 성도들을 일일히 안수하며 기도해 주고 있을텐데, 오늘은 병원 침대 위에서 혼자 기도하고 있다. 교회가 성령충만하고 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위해 기도한다. 또 교회 부흥을 위해 기도한다. 영적 부흥.. 모두들 참된 신앙고백을 가지고 신앙에 합당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아울러 외적부흥도 구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주님 안에서 평강을 누리기를 위해 기도한다.

여전히 설사는 계속되고 몸은 천근이지만 어느새 5-FU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 들어가서 피가 역류한다. 케모포트 주사기를 빼고 샤워를 하고 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사이 또 황집사님 부부가 차를 가지고 왔다.

[소망]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였습니다.
일의 무게에 짓눌려서 자유롭지 못한 목사님에게 오로지 하늘 아버지께서만이 길을 열어주실 겁니다.
힘 내십시오.

[동고]

일이 좀 많기는 하지만 감당치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늘 마음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금강경]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