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문현동~남천동 2개산 산행 코스
- 총거리 약 8km 3시간 가량 소요
- 이기대~금정산~장산이 한눈에
- 황령산 정상서 30분 걸으면
- 연꽃닮아 유래된 금련산 도달
- 산신각 인근 목양교회 앞서 마감
'거친 메?' 설 다음 날, 무리하지 않고 명절 피로를 풀 겸 해서 부산 중심지에 자리 잡아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황령산(荒嶺山·427m)과 금련산(金蓮山·403m)에 올랐다. 산행 도중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황령산'이란 이름의 뜻을 되새기면서 의문에 사로잡혔다. '거칠 황'에 '재 령' 자를 쓰는데, '령' 자에는 산봉우리란 뜻도 있으니 우리말로 번역하면 '거친 메'가 된다.
![]() | |
황령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망. 정상에 서면 부산의 사방팔방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그런 산에 '거친메'란 이름이 붙어 의아하다. |
황령산이 거칠다니? 황령산에 올라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상에 중계탑 등 돌출 시설물들이 있는 게 미관을 해치긴 해도 산세가 범상치 않은 데다, 유일하게 부산 전역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요지 중 요지다. 물론 이름이 지어진 고대 4국(고구려·백제·신라·가야) 시대에는 지금처럼 숲이 무성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지리적 위치와 산세를 봤을 때 지역 중심지의 산에 이런 험한 이름을 쓴다는 건 상식적인 이해 범위를 벗어난다.
자료를 찾아보면 이 지역이 신라에 복속되는 과정에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주변 이민족들을 '이(夷)' '적(狄)' '맥(貊)' 등의 말을 써서 '오랑캐'로 규정한 것과 같은 약소국(변방)에 대한 강대국(중심)의 언어적 천시 흔적이 읽힌다. 삼국사기에 신라 탈해이사금(脫解尼師今) 때 거칠산국(居漆山國·현 동래)과 우시산국(于尸山國·현 울산)이 신라 변경을 소란스럽게 해 탈해이사금을 섬기던 거도(居道)가 '마숙(馬叔)'이라는 말달리기 놀이를 빙자해 이들을 멸망시켰고, 거칠산국은 거칠산군으로 신라에 편입됐다는 기사가 나온다.
![]() | |
황령산 봉수대. |
이 과정에서 한자 음차를 통해 '거칠산'으로, 산이 소재한 동래는 '거칠산군'으로 명명됐다. 거칠산국은 다시 신라 경덕왕 때 '동래군'으로 명칭이 바뀌는데, '래(萊)' 자에는 '거칠다'는 뜻이 있다. 한자의 뜻을 빌려 표현한 훈차(訓借)다. 거칠산국은 또 '내산국(萊山國)'이나 '장산국(萇山國)'으로도 불렸다고 하는데, '장' 자 역시 '황량한 땅에서 자라는 덩굴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정리하면 황령산이란 이름에서 원주민의 의사를 무시한, 합병자(중앙)의 일방적 의도만이 담긴 언어폭력을 발견할 수 있다. '변방성'의 확인이다. '황' 자에는 '변방'이란 뜻도 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거칠다'는 말에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거스른다'는 뜻도 있지 않았겠느냐"며 저항의 의미를 추가하면서 "신라에 복속돼 지명이 한자로 바뀌는 과정에서 우리말 지명의 원뜻을 알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 | |
남구 문현1동 벽화마을. |
이런 점에서 이번 산행은 지역의 뿌리를 되새기는 산행이다. 남구 문현동에서 출발해 두 산을 오른 뒤 수영구 남천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거리 약 8㎞로 3시간가량 걸린다. 산행은 남구 문현동 도시철도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2번 출구 앞에서 시작한다. MG새마을금고 문현동지점 옆 골목길로 들어가 2분쯤 후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다시 2분쯤 후 삼거리에서 부성고 쪽으로 방향을 틀어 5분가량 걷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10분쯤 후 돌산공원에 이른다. 공원 맞은편 산비탈에 문현1동 15통 벽화마을이 있다. 260여 세대, 5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마을의 벽화는 2008년 그려졌다. 3분쯤 후 도로(전포고개)를 건너 황령산 입구로 진입한다. 20m쯤 가다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5분쯤 후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간다. 15분쯤 걸으면 체육시설이 있는 약수터가 나온다. 거기서 오른쪽 자드락길로 15분가량 오르면 사자봉(400m)에 닿는다.
![]() | |
전포동 쪽 오르막길. |
5분쯤 후 오거리에서 가운데 능선길로 20분가량 가면 봉수대가 있는 황령산 정상에 이른다. 1425년(세종 7) 이전부터 있었던 이 봉수대는 서쪽의 구봉 봉수대에서 신호를 받아 동쪽 해운대 간비오산 봉수대와 북쪽 금정산 계명봉 봉수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봉수대 위에 서면 이기대 신선대 봉래산 천마산 수정산 엄광산 백양산 금정산 장산 등 부산 전역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황령산 정상에서 30분가량 능선을 따라 걸으면 금련산 아래 삼거리에 도달한다. 금련산은 연꽃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련산 아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10분쯤 내려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여기서 청소년수련원 쪽으로 10분쯤 더 내려가면 또 다른 삼거리를 만난다. 5분쯤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10분쯤 후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하산한다.
![]() | |
5분쯤 후 임도를 건너 직진하다 다시 5분쯤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산신각이 나온다. 어업과 농사를 병행했던 남천동 원주민들이 400여 년 전부터 매년 음력 10월 초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는 곳이다. 산신각 인근 목양교회 앞에서 산행을 종료한다.
◆떠나기 전에
- 희귀한 구상반려암 볼만
![]() | |
황령산 기슭의 구상반려암. |
황령산 자락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암석이 있다. 부산진구 전포동 산 12번지 일원에 소재한 구상반려암이다. 반려암 속에 공처럼 둥근 구상암이 들어있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드문 암석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만 발견됐다.
지표면에 드러난 암석층의 크기가 길이 400m에 너비 300m로 세계 최대 규모다.특히 도심지 한가운데에 암석층이 있는 것은 세계 다른 구상반려암에서는 볼 수 없다. 중심핵과 한 개 이상의 동심원상 구조를 보여주는 각으로 구성된 구상반려암은 작은 것은 지름 약 1㎝, 큰 것은 5~10㎝에 이른다. 전포동 구상반려암은 보존이 뛰어나고 노두(露頭)의 형태가 완벽해 암석 생성 과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1977년 4월 처음 발견돼 1980년 10월 천연기념물 제267호로 지정(면적 3만3807㎡)됐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