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개똥아 개똥아

[egonism]

TV 개똥아 개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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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영>·아동극단 <굴렁쇠> 공동작품

TV 개똥아 개똥아

극본 : 강승균 / 송귀선

극단 영


아동극 대본 <TV 개똥아 개똥아>

프롤로그 <거리>

M. (1930년대를 상징하는 동요조)

((앞막이 열리고, 조명 IN. 동네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며 놀고 있다. 갑자기 독립군 한 사람이 무엇에 쫓겨 들어온다.))

[아이들] 엄마야- (한쪽으로 몰린다)

[독립군] (사방을 둘러 보다가) 얘들아, 철산을 갈려면 어느쪽으로 가야되니?

[아이1] 저어--- 쪽--- 인데, 왜 그러세요?

[독립군] 저, 난 독립군이다. 순사가 날 쫓아 오고 있어. 모른척 해라. 알았지?

[아이들] 네---

((이어서 순사가 들어와 독립군을 찾다가 아이들을 발견한다.))

[순사] 너희들, 이리 도망이노 하는 사람 못 봤나?

[아이들] 저, 저,--- (제각기 더듬거린다)

[순사] 에이! 빠가야로. 어디로 갔느냐 말이다.

[아이들] 그게--- 이쪽인가? 아냐, 이쪽 같은데---

[순사] 뭐라 하는지노 알 수가 없잖아. 에잉! (급히 다른 쪽으로 나간다.)

((급동이가 품바타령을 하며 들어온다.))

[급동이]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아, 절씨구 씨구 들어간다아. 작년에 왔던--- (한바탕 돈다)

[아이1] 급동아!

[급동이] (노래조로) 먹을걸 주겠다고 불렀나아, 마실걸 준다고 불렀나아---

[아이2] 그게 아니고---

[아이1] 방금 순사가 독립군 잡으려고 쫓아 갔어.

[급동이] (역시 노래조로) 순사가 독립군을 잡으러--- 뭐?

[아이2] 그래. 도망가는 사람이 자기는 독립군이라고 그랬어. 그런데 왜 순사에게 쫓겨 다니니?

[급동이] 글쎄--- 그게--- 뭐랄까---

[아이2] 넌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잘 알꺼 아냐?

[급동이] 이건, 들은 얘긴데--- 너희들에게 말해도 될까?

[아이1] 우리가 뭐 순사한테 일러 바칠까 봐 그러니?

[급동이] 음--- 좋아. 그대신 이런 말, 나한테 들었다고 말하면 안돼. 약속할 수 있지?

[아이들] 그래, 약속!

[급동이] 너희들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빼앗은 거 아니?

[아이1] 어른들한테 들었어.

[급동이] 그래서 일본사람들에게서 우리나라를 다시 찾겠다고 독립운동을 시작했어. 너희들도 저 기미년 만세 사건을 알고 있겠지?

[아이들] 응.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삼월일일에--- 만세를 부르고---

[급동이] 맞았어! 그걸 시작으로 온 나라에서 독립운동을 시작한 거야.

[아이1] 우리동네에서도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대---

[급동이] 이 동네뿐이 아니고 온 나라가 그랬대. 그래서 사람들은 독립군을 만들어 일본사람과 싸우고 있는 거야. 일본사람들은 독립군을 눈이 벌개서 찾아다니고 있고---

((이때 간난이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흠칫 하다가 놀리기 시작한다.))

[아이1] 짭이, 짭이, 앞잡이.

[아이2] 일본놈의 앞잡이.

[아이1] 일본똥도 좋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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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2] 앞잡이 딸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간난이는 울면서 나간다)

[급동이] 얘들아, 간난이가 불쌍하잖어. 그러지들 말아.

[아이1] 흥, 일본놈덕에 잘먹고 잘사는데 뭐가 불쌍해?

((그때, 개똥이가 들어온다.))

[개똥이] 얘들아, 나도 같이 하자. 응?

[아이1] 흥, 하긴 뭘 하니?

[아이2] 저리 가. 가란 말이야.

[아이1] 가서 간난이하고나 놀아, 응?

[개똥이] 으흐흐흐--- 간난이하고 놀라구---

[일동] (개똥이의 주위를 돌며 웃음. M. 전주. 이어서 노래)

어머, 어머, 어머, 어머, 개똥아∼ 개똥아∼ 얼레 꼴레 개똥아

얼레리 꼴레리 놀려도 바보처럼 웃기만 하네

[개똥이] 으흐흐---

[일동] (웃음)

[아이1] 얘들아, 우린 가자. (모두 나간다.)

[개똥이] 급동아, 왜 아이들이 나만 보면 좋아하니?

[급동이] 개똥아--- 그건 말야---

[개똥이] 알았다. 내가 바보니까 그런 거야--- 으흐흐---

[급동이] (독백) 네가 보통아이 같았으면, 나하고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개똥이] 그래, 좋은 일 해줘. 어디가야 약을 구할 수 있지? 어머니가 아프셔---

[급동이] 그건 말이야--- 한약방에 가야 해. 앗, 개똥아, 난 그만 간다.

((품바타령을 하면서 나가는 급동이. 순사가 투덜거리며 들어온다.))

[개똥이] 어? 아저씨, 잠깐 이리 와 보세요.

[순사] 뭐야? 이 바보가---

[개똥이] 아주 중요한 말씀이 있는데요.

[순사] 혹시 독립군이라도 본 게 아냐?

[개똥이] 귀 좀 대주세요. (귀를 대는 순사) 아저씨도 어머니 계시나요?

[순사] (끄떡이며) 그래.

[개똥이] 그럼 다행이네요. 우리 엄마가 아프시대요. 한약방이 어디 에요?

[순사] 뭐야, 이런---

[개똥이] 어서 가르쳐 주세요.

[순사] 이런 멍청이가--- 에잇 (칼집으로 때린다)

[개똥이] 아이구--- (쓰러진다)

[순사] 에이 재수 없어. (나간다)

[개똥이] 으--- 괜히 때려. 으--- (울며 나간다)

M. <암전>

[장] 1장 개똥이네

((막이 열리면 개똥이의 어머니가 머리에 무명천을 두르고 누워있고, 간난이가 간호하고 있다. 개똥이가 들어온다.))

[어머니] 으--- 으---

[개똥이] 어머니 많이 아프세요?

[어머니] 으--- 으---

[간난이] 개똥아, 어디 갔다 오는 거야?

[개똥이] 어머니 약을 구하러 갔는데, 매만 맞고 왔어.

[간난이] 많이 아퍼?

[개똥이] 난 괜찮어. 어머니 병만 나으시면 난 하나도 안 아프다구.

[어머니] 난 안 아프다. 으--- 으---

[개똥이] 아녜요. 어머니가 아프신데 안 아프다고 하시는 거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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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니다. 난 안 아프다.

[개똥이] 에잇 (벽에 매달린 메주를 머리로 받는다) E. 쿵! (그 충격으로 개똥이가 넘어진다)

[개똥이] 아이구 아야---

[어머니] (놀라 일어나며) 개똥아, 왜 그러느냐?

[개똥이] 제가요, 어머니 대신 아플려구요. 에잇 (다시 받고 또 넘어진다)

[간난이] 개똥아. 아픈 거는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어머니] 간난이 말이 맞다.

[개똥이] 그럼, 어떻게 해야 어머니가 안 아플 수 있나요?

[간난이] 약을 구해---

[어머니] 아니다. 그냥 있으면 나을꺼야.

[개똥이] 아녜요. 약을 구해야 돼요. 간난이는 역시 똑똑해. 그래서 난 네가 좋아.

[간난이] 남들은 모두 나를 싫어하는데?

[개똥이] 난 다른 애들하고 다르잖어. 으흐흐---

[어머니] 간난아, 고맙다.

[간난이] 뭘요.

[어머니] 남들은 개똥이를 바보라고 놀리는데 넌 친구가 되어주고, 나까지 보살펴주니---

[개똥이] 어머니도 간난이가 좋죠?

[어머니] 그럼, 좋고 말고---

[개똥이]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건 뭐든지 나도 좋아해요. 아 참, 약을 구해야지. (나가려는데 앞잡이가 들어온다)

[앞잡이] 우리 간난이가 여기 있지? 옳지, 너 여기 있었구나. (간난이의 손을 잡고 끌어낸다) 이리 와! 너 여기 오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니? 엉?

[어머니] 그만 참아요. 내 병을 간호해 주려고 한 것뿐인데---

[앞잡이] 시끄러워요! 너 이 바보하고 다시 만났다간 혼날 줄 알어! 가자!

[개똥이] 앞잡이 아저씨.

[앞잡이] 뭐라구?

[개똥이] 남들이 아저씨보고 앞잡이래요. 앞잡이가 뭐예요?

[앞잡이] 이게 그냥! (때린다)

[개똥이] 아이구 아야. 왜 때려요.

[간난이] 아버지 그만 하세요.

[앞잡이] 넌 가만있어! (다시 개똥이를 때릴려고 하는데)

[어머니] (그 사이로 끼어 들며) 간난 아버지. 이 아픈 나를 봐서 용서해 줘요.

[앞잡이] (밀치며) 저리 가요.

[어머니] 아이구--- (쓰러진다)

[개똥이] 어머니---

[간난이] 아버진 너무 하세요.

[앞잡이]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흥, 자 따라 와! (간난이를 끌고 간다)

[개똥이] 어머니, 괜찮으세요?

[어머니] 그래, 난 괜찮다. 으윽---

[개똥이] 아녜요, 어머니는 괜찮지 않은 거예요. 으흐흐 (운다)

[어머니] 개똥아, 울지 마라. 남자는 아무 때나 우는 게 아니란다.

[개똥이] 그럼, 언제 울어요? 난 울고 싶을 때는 아무 때나 우는데---

[어머니] 너도 어른이 되면 언제 울어야 되는지 알게 된단다.

[개똥이] 어머니--- (끌어안는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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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2장 간난이의 집 앞

간난이의 할아버지가 태껸을 하고 있다. 그곳에 앞잡이가 간난이를 끌고 들어 온다.

[할아버] 어딜 갔다 오는 게야?

[앞잡이] 쓸데없이 나돌아다니지 말고 집에서 일이나 하라고 했지!

[간난이] 할아버지- (앞잡이가 미는 바람에 할아버지 곁에 쓰러지려고 한다)

[할아버] (간난이를 잡으며) 너 마침 잘 왔다. 나하고 태껸이나 할까? (태껸 시늉)

[앞잡이] 그만 두세요. 아버지!

[할아버] 싫다? 넌 돌아다니면서 나라나 팔아먹어라.

[앞잡이] 뭐요? 아아니, 망녕이 나셔도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요? 내가 뭘 팔아먹어요!

[할아버] 독립군을 잡으려고 눈이 벌개서 쫓아다니는 건 나라 팔아먹는 게 아니냐?

[앞잡이] 누가 식구를 먹여 살리는데 그따위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버지든 누구든 내 일을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할아버] 그래? 좋아. 나한테 덤비겠다고? 으랏차차.

[앞잡이] 으--- 속 터져.

[간난이] 할아버지, 그만 두세요. 으흑흑---

[앞잡이] 재수없게 왜 울어! 에이--- (나간다)

[할아버] 가긴 어딜가? 게 섰거라아--- (쫓아 나간다)

[간난이] 어머니- 보고 싶어요--- (나간다)

[할아버] (그 모습을 보고) 에이구--- 어떻게 저런 불효자식에게 이런 효녀가 나왔을까?

M. <암전>

[장] 3장 무밭이 있는 산

급동이가 개똥이를 데리고 산에 오른다.

[급동이] 동네사람 눈을 피하느라구 개똥이를 데려 오긴 했는데 이제 어떡하지. 독립군을 빨리 만나야 하는데.

[개똥이] (소리) 급동아- 어딨니---

[급동이] 여기야! 빨리 와.

[개똥이] (들어오며) 약이 있는 곳이 어디야?

[급동이] 응, 여기 어딜꺼야. (무밭을 보고) 이런 산 속에 왜 무밭이 있지?

[개똥이] 있으니까 있지. 무같은 거 말고 어머니 약을 구해야 되잖어. 어머니 약을 구해 준다고 날 데려 왔잖어---

[급동이] 아--- 그거.

[개똥이] 까먹었구나. 너도 바보 같을 때가 있구나.

[급동이] 아냐. 난 독립군을 만나러--- 앗.

[개똥이] 독립군을 만난다구?

[급동이] 아냐 .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너 배고프지?

[개똥이] 응.

[급동이] 그럼 저기 가서 무 하나만 뽑아 먹어.

[개똥이] 안돼. 남의 것을 훔치는 건 나쁜 일이야.

[급동이] 야, 저 무는 주인이 없는 거니까 괜찮아.

[개똥이] 넌 안 먹을래?

[급동이] 난 급한 일이 있어서---

[개똥이] 아, 알았다. 너 쉬하고 싶어서 그러지?

[급동이] 아냐. 어서 가서 뽑아 먹기나 해.

[개똥이] 알았어 혹시 주인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제일 작은걸 뽑아 올께. (가면서) 그래야 매를 맞아도 조금 맞을 테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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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까 급동이는 사라졌다) 어? 얘가 어디갔지? 쉬하러 갔나 봐. 으흐흐---

((개똥이는 작은 무를 뽑아 바지에 쓱쓱 문지른 다음 씹어 먹는다.))

[개똥이] 아이구 써. 무슨 무가 이렇게 쓰냐. 그래 맞았어. 무새끼니까 쓴 거야. 그래도 배가 고프니까 먹어야지. ((먹다가 그 기운에 못견뎌 딩구는 개똥이.))

[개똥이] 어! 이거 왜 이래. 으악--- 개똥이 죽는다-. (딩굴다가 축 늘어진다)

((M. 잠시 정적. 개똥이가 비틀비틀 일어난다.))

[개똥이] 내가 쓰러졌었나? 왜 그랬을까? 맞아. 이 무새끼를 먹어서 그런거야. 에잇 (버릴려고 하다가) 아냐, 이따가 배가 고플 때 다시 먹어야지. --- 그것도 아냐. 어머니에게 갖다 드려야지. 안돼. 어머니에게 이렇게 쓴 무새끼를 드리면 어머니는 막 우실꺼야. 버릴 수도 없고, 가져갈 수도 없고--- 에이 모르겠다. 호주머니에 넣어두자. 하지만 기운이 펄펄 나는 것 같아. 아무거나 머리로 받아보고 싶은걸. (옆에 있는 나무로 가서) 에잇! (나무가 부러지면서 쓰러진다) 어라? 머리가 하나도 안 아프네. 어어, 나무가 쓰러지네. (나무토막을 받아 놓으며) 이 나무가 왜 이렇게 가볍지? 속이 텅 비었나? 내 머리처럼. (들여다 보려고 한다)

((그때, 간난이가 들어 온다. 절뚝거리며, 훌쩍거리며--- ))

[개똥이] 어? 간난아. 너 왜 그러니? 이 산 속에 왜 왔어?

[간난이] 어머니 산소에 왔다가 그만 다리를 다쳤어.

[개똥이] 어머니하고 얘기하고 오는거야?

[간난이] 그래. 아이구 다리야.

[개똥이] 그럼, 내가 업어줄께. 으흐흐흐---

[간난이] 괜찮아. 그런데 넌 여기 왜 왔어?

[개똥이] 으응, 급동이가 어머니 약을 구해 준다고 해서 따라 왔는데 급동이가 독립군 어쩌구 그러면서 없어졌어. 그런데 급동이는 왜 안 오지?

[간난이] 잘 된거야.

[개똥이] 네가 잘 된 거라면 잘 된거야.

[간난이] 급동이가 독립군을 만난다는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마, 알았지?

[개똥이] 그래, 그래, 네가 하지 말라면 안 할께. 으흐흐---

[간난이] 급동이가 늦을지 모르니까 그냥 가자.

[개똥이] 자, 업어.

[간난이] 괜찮아---

[개똥이] 아냐, 너 다리 아프잖아. 자, 어부바---

((개똥이는 억지로 간난이를 업고 나간다. 잠시후, 독립군 세 명이 들어 온다.))

[독립1] 동지들, 여기가 그곳 맞습니까?

[독립2] 네, 이곳입니다. 저기, 화전민이 가꿔 놓은 무우밭이 보이죠?

[독립1] 아, 그렇군요. 그럼, 급동이만 오면 되는군요.

((급동이가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독립3] 백두산---

[급동이] 한라산---

[독립2] 두만강---

[급동이] 낙동강---

[독립1] 무사했구나

[급동이] 네. 모두 건강하시죠? 전할 말씀이 있습니다.

[독대장] 급한 일인가?

[급동이] 네. 오늘 낮에 동지 한 명이 동네에 잘못 들어 와, 순사에게 쫓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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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녔습니다. 빨리 조치를 하셔야 합니다.

[독립1] 아, 그 동지는 무사히 우리에게 찾아 왔다. 그 밖의 일은?

[급동이] 주재소에 본부 경찰서의 고등계형사가 한 명 새로 왔습니다.

[독립1] 음--- 우리가 하는 일이 더 어렵게 되겠소. 애국지사들이 독립자금을 보내려 해도 감시가 심해서 어렵다는 보고도 들어 와 있구요.

[급동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독립1] 이제부터 우리와 만나는 일을 더욱 조심하고, 눈치채지 않도록 행동하기 바란다. 그리고, 야학당에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을 보내, 우리의 글을 모두 배우도록 해야겠소. 적당한 사람을 보냈으니까, 잘 보호해 주도록, 알겠지?

[급동이] 알겠습니다.

[독립1] 그리고 이 동네의 한의원이 위험하지 않도록 부탁한다.

[급동이] 염려 마십시오. 제게 맡겨 주십시오.

[독립1] 좋다. 그럼,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 조심해 가거라.

[급동이] 모두 안녕히 가십시오. 독립!

[독립군] 만세!

((제각기 흩어진다))

M. <암전>

[장] 4장 거리

((앞잡이가 동네사람1. 2를 묶어 주재소로 끌고 간다.))

[앞잡이] 어서 걸어! 이 독립군들아.

[동네1] 우린 독립군이 아녜요. 그냥 동네사람이라 구요.

[동네2] 앞잡이께서도 잘 알잖아요.

[앞잡이] 뭐라구, 앞잡이?

[동네2] 아, 그만 말이 헛 나왔어요. 아저씨. 나으리---

[앞잡이] 너희들은 이 어르신네를 깔보고, 욕하고, 수근거리고, 비웃었지? 그래서 너희들은 독립군이 되는 거고, 난 독립군을 잡아가야 하거든.

[동네1] 우린 독립군이 아니잖아요.

[앞잡이] 시끄러! 내가 독립군이리고 말하면 너흰 독립군이 된거야.

[동네2] 그런 법이 어딨어요.

[앞잡이] 여기 계시다. 왜?

((거기에 개똥이가 들어 와 끼어 든다.))

[개똥이] 뭘 하는 거예요. 앞잡이아저씨--- ?

[앞잡이] 뭐? 너 언제까지 앞잡이아저씨라고 부를 꺼야? 이걸 그냥! 에잇! (밀친다. 그러나 오히려 반동으로 제가 넘어진다) 어이쿠!

[개똥이] 얼레? 왜 내가 안 넘어지고 아저씨가 넘어지지?

[앞잡이] (일어서면) 아니 이 녀석이 언제부터 이렇게 힘이 세어졌지? 이번엔 때려보자. 에잇! 아이구 손이야. 이녀석 머리가 돌로 변했네.

[개똥이] 난 하나도 안 아픈걸.

[앞잡이] 이상하다. 야! 너 약 먹었니?

[개똥이] 아뇨. 무새끼는 먹었어요.

[앞잡이] 뭐, 무새끼?

[개똥이] 요렇게 가느다란 무새끼요.

[앞잡이] 어디서?

[개똥이] 저어기 산에서요.

[앞잡이]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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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이] 거기 무가 많이 있어요. 난 그 중에서 제일 작은 새끼무를 먹었는데.

[앞잡이] 가만, 가만--- 너 그곳에 다시 갈 수 있겠니?

[개똥이] 왜요?

[앞잡이] 네가 먹은 게 아마 산삼일 꺼야. 그래, 틀림없어. 산삼이라 구.

[개똥이] 산삼이 뭔데요.

[앞잡이] 넌 몰라두 돼. 어서 그 무밭으로 가자.

[동네1] 우린 어떡하구요.

[앞잡이] 너희들은 집에 가 있어.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구. (동네사람들은 재빨리 도망친다) 자, 가자.

[개똥이] 난 가기 싫은데---

[앞잡이] 왜?

[개똥이] 거기 가면 독립군을--- 아, 아니---

[앞잡이] 뭐? 독립군?

[개똥이] 독립군이 뭔데요?

[앞잡이] 너 독립군을 만났지?

[개똥이] 아뇨. 급동이가 쉬하러 갔는데, 난 무 새끼를 뽑아먹고--- 그리고---

[앞잡이] 독립군을 만났어?

[개똥이] 아뇨 간난이를 만났어요. 간난이를 데려다 주고---

[앞잡이] 이런 멍청한 바보!

[개똥이] 나 집에 갈래요. 어머니 밥해 드려야 하거든요---

[앞잡이] 이걸 그냥 (때릴려고 하는데)

[개똥이] (놀리듯) 때려 보세요--- 때려 보세요--- 안 아프데요--- 안 아프데요---

[앞잡이] (쫓다가 말고) 어휴---

((형사가 들어와 이 꼴을 본다.))

[형사] 뭘 하고 있나!

[앞잡이] 앗, 형사님

[형사] 그 바보하고 뭐로 하는 거야! 밥 값이노 해야지, 이런데서 놀고 있어?

[앞잡이] 아, 그게 아니라, 저어---

[형사] 넌 내 명령대로만 하는 거야. 괜히 딴짓을 했다간 가만 두지 않을 꺼야, 알았스므니까!

[앞잡이] 하잇! 알았스므니다.

[형사] 알았으면 빨리 주재소로 따라 와! (간다)

[앞잡이] 넷! 형사님. 너 집에 가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부르러 갈테니까. (나간다)

[개똥이] 앗참, (호주머니에서 먹다 남은 산삼을 꺼낸다) 이걸 보여줄 껄---

M. <암전>

[장] 5장 주재소 안

((앞잡이가 개똥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앞잡이] 제가 한껀 올렷습지요.

[형사] 또 엉뚱한 이야기겠지?

[앞잡이] 이번에는 정말 큰 껀수입니다요. 헤헤헤--- 아마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 걸요?

[형사] 어디 한번 놀래 볼까?

[앞잡이] 독립군이 있는 곳을 알았습니다요.

[형사] 뭐? 알았다구? 알아냈단 말이지. 그게 정말인가?

[앞잡이] 그것 봐요. 놀래셨죠?

[형사] 수작부리지 말고 어서 그곳으로 가야지. 모두 출동시켜!

[앞잡이] 넷! 하지만 그곳은 개똥이가 알고 있는데---

[페이지] 008

[형사] 뭐얏!

((그때, 개똥이가 들어온다.))

[앞잡이] (무척 반가워서) 어? 너 마침 잘 왔어!

[개똥이] 앞잡이 아저씨. 아까 말한 무새끼를---

[앞잡이] (개똥이 입을 막으며) 쉿!

[형사] 개똥아, 네가 독립군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니?

[개똥이] 독립군이 뭔데요.

[형사] 독립군이 뭐냐--- 하면--- 자네가 설명해 봐.

[앞잡이] 네, 네--- 개똥아, 독립군이란, (형사 눈치를 살피며) 잃어버린 나라를 찾겠다고 싸우는 사람들이야.

[개똥이] 으흐흐--- 그 사람들 정말 바보네. 왜 나라를 잃어버려요?

[앞잡이] 그래, 그래, 바보들이야.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어디 있는지 말해 봐.

[개똥이] 아마, 산에 있을걸요. 그 사람들 바보야. 산에서 나라를 찾고 있으니---

[형사] (지도를 꺼내 들고) 야! 이 지도를 보고 독립군이 있는 곳을 표시 해 봐.

[개똥이] (들여다보고) 누가 그림을 이렇게 그렸지? 나보다도 못 그렸네.

[앞잡이] 독립군이 어디 있는지 손으로 짚어 보란 말야, 이 멍청아.

[개똥이] 종이 위에 어떻게 사람이 들어가요, 앞잡이 아저씨.

[형사] 아이구, 머리야. 앞잡이 아저씨!

[앞잡이] (울상을 지으면서) 네가 아까 그랬잖어. 독립군과 만났다구, 산에서 말야.

[개똥이] 아, 그거---

[앞잡이] 그래. 그거---

[개똥이] 이거 말이죠? (먹다 남은 산삼을 꺼낸다)

[앞잡이] 이 멍청이가! (때릴려고 하면)

[형사] 무슨 수작이야! 자네 안되겠어! 이 따위 짓을 하면 만주로 쫓아 버릴꺼야.

[앞잡이] 아, 네, 네. 제발---

[형사] (개똥이에게) 넌 왜 여길 왔지?

[개똥이] 아, 참. 깜박 잊었네. 저어--- 한약방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형사] 이 녀석아! 그런 건 딴데 가서 알아봐! 어서 나가지 못해?

[개똥이] 괜히 화를 내고 그래--- 가면 되잖어--- 형사 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앞잡이 아저씨는 안녕하시지 않아도 돼요. (나간다)

[형사] 그 녀석 바보주제에 인사는 잘 하네.

[앞잡이] 저 녀석이 딴청을 부리는 겁니다요. 아까는 독립군을 봤다고 했거든요.

[형사] 아니라고 하지 않나!?

[앞잡이] 그게 그러니까---

[형사] 닥쳐! 아무래도 야학당이 수상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앞잡이] 넷!

[형사] 좋아. 어흠--- 독립군이 어디 있는지 짐작 가는 곳이 있다. (호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며) 상부에서 보낸 서류를 보면 저 앞산의 동굴이 수상하다고 돼 있어. 모두 모이면 그곳을 공격하는 거야.

[앞잡이] 모두 모이려면 내일 밤---

[형사] 쉬잇!

((급동이가 한곳에서 듣고 있다가 재빨리 사라진다.))

[앞잡이] 왜 그러십니까요?

[형사] 이런 일은 비밀로 하는 거야, 이 멍청아!

[앞잡이] 아무도 없는데요?

[형사]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그것도 모르나?

[앞잡이] 너무 신경을 쓰시는 겁니다.

((간난이가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본다.))

[페이지] 009

[형사] 닥쳐! 조센징이 뭘 안다고!

[앞잡이] 저는 조센징이 아닙니다요. (차렷 자세로) 대 일본의 신민으로써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간난이] 아버지!

[형사] 뭐야, 이건?

[앞잡이] 아 제 딸자식 입니다요. 어, 이럴 때오면 어떡해!

[간난이] 도시락을 가져 올 시간인데--- 요.

[형사] 에잉! (나가며) 독립군을 잡아오던가, 있는 곳을 알아오지 않으면, 너희 식구들을 몽땅 만주벌판으로 쫓아 버리고 널 감옥에 처넣을 테니까, 알아서 해!

[앞잡이] (나간 방향에 대고) 핫! 알겠습니다! (꾸벅 절을 한다)

[간난이] 아버지가 불쌍해요.

[앞잡이] 뭐?

[간난이] 아버지가 일본사람인가요?

[앞잡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래?

[간난이] 우리는 조선사람이에요. 조선사람이 일본사람 행세하는 것 정말 싫어욧! (울면서 나간다)

[앞잡이] 간난아!

M. <암전>

[장] 6장 야학당 (밤)

((불이 켜진 창문이 보이는 야학당이 실루엣으로 서 있다. 개똥이와 간난이가 들어온다.))

[개똥이] 공부하는 게 정말 좋은 거야?

[간난이] 그래. 글씨를 쓰고 읽을 줄 알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구 선생님이 그러셨어. 그러니까 너도 배워야 해.

[개똥이] 난 어머니가 공부하라고 그러시니까 왔지만, 넌 누가 시켜서 왔니?

[간난이] 누가 시켜서 공부하는 게 아냐. 난 아버지 몰래 오는 거야.

[개똥이] 그러다가 아버지에게 들키면, 너 혼 날꺼야.

[간난이] 괜찮아.

((동네 어른이 들어오다가 둘을 본다.))

[동네] 간난이하고 개똥이구나

[간난이] 안녕하세요.

[개똥이] 아저씨 안녕하세요.

[동네] 그래, 너희들도 공부하러 왔구나.

[간난이] 네 아저씨도 공부하러 오셨어요?

[동네] 그럼.

[개똥이] 어른도 공부해요?

[동네] 공부하는데 어른 아이가 따로 없단다. 모르면 배우는거야.

[개똥이] 우와-, 아저씨 똑똑하시다. 난 간난이만 똑똑한 줄 알았는데---

[동네] 그 녀석, 바보인 줄 만 알았는데 귀엽구나. 엣따, 이거 먹어라.

[개똥이] 이게 뭐- 에요?

[동네] 엿도 모르냐, 인석아.

[개똥이] (받으며) 맛있겠다. 어디 (먹으려다 한손으로 자기 머리를 때리며) 아이구 이런, 이러니까 바보 소리를 듣지. 아이구, 아이구.

[동네] 뭣해 인석아.

[개똥이] 우리 어머니 갖다 드려야 되는데 저 혼자 먹을 생각을 했어요.

[동네] 그 녀석 참 효자네. 옛다, 이거 하나 더 주마.

[페이지] 010

[개똥이] 우와- 신난다. 두개 다 우리 어머니 갖다 드려야지. (깡충깡충 뛴다)

[간난이] 호호호---

[동네] 원 녀석두--- 자, 이제 공부하러 들어가자.

[둘] 네. (셋이 들어간다)

((잠시후, 창문에 불이 켜지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보인다.))

[선생님] 우리의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만들어 내신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입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우리 글을 없앨려고 합니다. 그럴수록 우리들은 우리 것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야 일본사람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않을 것이고, 우리나라를 다시 찾게 될 것입니다. 자, 어제에 이어서 우리의 한글을 배울 테니까 공책에 한자씩 적으세요.

((앞잡이와 순사가 어느 틈에 들어와 이 모습을 엿보고 있다.))

[앞잡이] 요것 봐라. 무슨 공부를 하나 했더니 한글을 배우고 있네. 혹시 저 선생이 독립군일지도 몰라.

[순사] 지금 바로 쳐들어가서 저 선생이노 잡읍시다.

[앞잡이] 좋소. 혹시 이쪽으로 도망 나오면 내가 잡을 테니까, 순사나리는 안으로 들어가세요.

[순사] 그럼, 이곳을 잘 지키시요. 놓치면, 당신이노 형사한테 혼이노 날꺼다.

((순사가 들어가 혼란이 일고, 잠시 후, 선생을 잡은 순사가 나온다.))

[앞잡이] 아 잡았군요. 헤헤헤--- 내가 드디어 독립군을 잡았다!

[순사] 무슨 말이노 그렇게 해. 내가 잡은 거야!

[앞잡이] 내가 시켜서 잡은 거지!

[순사] 뭐라고!

((그때. 하회탈이 나와서 다짜고짜 순사와 앞잡이를 때려뉘고, 선생을 데리고 사라진다.))

[앞잡이] 저놈 잡아라-

[순사] 독립군이노 도망간다- !

((둘은 그 뒤를 따라 비틀거리며 나간다.))

M. <암전>

[장] 7장 한의원 (아침)

((한의사와 남장 독립군이 밀담을 하고 있다.))

[한의사] 어젯밤에 야학당에서 선생이 잡혀가는 걸 하회탈이 구했답니다.

[남독립]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요.

[한의사] 동지도 조심해야 됩니다.

[남독립] 그래서 이렇게 남자노릇을 하고 있죠---

((거기에 개똥이가 두리번거리며 온다. 멈칫하는 남장 독립군.))

[한의사] 걱정 말아요. 저 녀석은 동네에 소문 난 바보니까요.

[개똥이] (들어서며) 바늘아저씨 안녕하세요?

[한의사] 어흠, 오냐

[개똥이] 여기가 한약방인가요?

[한의사] 그래, 한약방이다.

[개똥이] 그런데 바늘아저씨가 여기 웬일이세요?

[한의사] 인석아, 여기가 내 집이니까 여기 있지.

[개똥이] 와아-, 그럼 바늘아저씨가 한의사세요?

[한의사] 그래 맞다. 허허허---

[남독립] 무슨 일로 왔느냐.

[개똥이] 어머니 약을 구하려구요. 어머니가 많이 아프세요. 내가 대신 아프려구 해도 안돼요. 우리 어머니 약 주세요.

[페이지] 011

[한의사] 개똥아, 약이란 아픈 사람을 보고 나서 짓는 거야. 내가 너희 집에 가서 어머니를 진찰하고 약을 지어 줄께. 알았지?

[개똥이] 돈도 없는데요?

[한의사] 너한테는, 아니 네 어머니에겐 돈을 안 받아도 돼요.

[남독립] 아저씨는 지금 바쁘시니까 지금은 그냥 가거라.

[개똥이] 으음--- 그럼, (산삼을 꺼내 주며) 돈 대신 이걸 드릴께요.

[한의사] (받아서 자세히 보고, 깜짝 놀란다) 너 이거 어디서 났니?

[남독립] 그게 뭡니까?

[한의사] (귓속말로) 산삼이에요. 아마 천년은 자랐을 껍니다.

[남독립] 네에?

[개똥이] 왜 무새끼를 보고 놀라세요? 저 산에 무밭이 있는데 거기서 제일 작은 것을 뽑아 먹다가 남은 거예요.

[한의사] 뭐? 먹었다고?

[개똥이] 에이, 무슨 무가 그렇게 쓴지 아주 혼났어요. 나중에는 몸이 이상하고 아픈 것 같아서 죽는 줄 알았는걸요?

[한의사] 잘 됐다. 이건 아주 좋은 약이야.

[개똥이] 그래요? 어쩐지 그걸 먹고 난 다음엔 힘이 막 나고요, 머리로 나무를 받았는데 머리는 안 아프고 그대신 나무가 부러졌어요.

[한의사] 호오, 그랬구나. 좋다. 이걸로 어머니 약을 지어 드릴 테니까, 그 대신 내 심부름 좀 해 주겠니?

[개똥이] 우와-, 신난다. 어머니가 좋아하실 꺼야. 근데 무슨 심부름을 해야 돼죠?

[한의사] 너, 독립군이 뭔지 아니?

[남독립] 아, 그건---

[개똥이] 알아요. 산에서 나라를 잃어버리고 찾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맞았죠?

[한의사] 엉? (웃음을 참고) 그, 그, 그래--- 너 그 독립군에게 편지를 전해 줄 수 있겠지?

[개똥이] 그까짓 것 쉬운 일이네요. 난 아주 어려운 줄 알았는데---

[남독립] 괜찮을까요?

[한의사] 믿어도 됩니다. 자, 이걸 옷 속에 감춰라. (편지를 주고) 잠깐 기다려. 내 어머니 약을 금방 지을 테니까.

[개똥이] 고맙습니다. 아저씨.

((한의사는 부지런히 약을 짓는다.))

M. <암전>

[장] 8장 주재소 안

앞잡이가 안절부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개똥이가 약봉지를 들고 지나간다. 앞잡이가 불러 세운다.

[앞잡이] 야, 너 잠깐 이리 들어와.

[개똥이] 아, 앞잡이 아저씨. 거기서 뭘 해요?

[앞잡이] 그건 알아서 뭘 해, 이리 와 봐.

[개똥이] 싫어요. 이 약을 뺏을려구요?

[앞잡이] 약? 무슨 약?

[개똥이] 어머니 약이에요. 빨리 어머니에게 갖다 드리고 심부름을 가야 돼요.

[앞잡이] 아, 그래? 좋아. 네 맘대로 해. 그 대신---

[개똥이] 뭐요?

[앞잡이] (작은 소리로) 그--- 무새낀가 뭔가 네가 먹었다는 그거, 어디 있는지 가르쳐 주지 않을래?

[개똥이] 에이, 그거 어려운 일도 아닌데 소근거려요?

[페이지] 012

[앞잡이] 그래? 그럼 어딘지 말해 봐.

[개똥이] 그 대신 저한테도 한가지 가르쳐 주실래요?

[앞잡이] 뭘?

[개똥이] 독립군이 어디 있는지--- 그 나라를 잃어버렸다는 사람들 말예요.

[앞잡이] 뭐 독립군?

[개똥이] 네.

[앞잡이] 왜?

[개똥이] 심부름을 가야 하거든요. 편지를 전해 줄 거예요.

[앞잡이] 편지를? 아, 이제야 잃어버린 내 명예를 되찾게 되는구나

[개똥이] 아저씨도 뭘 잃어버렸어요? 야아, 세상엔 뭘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구나.

[앞잡이] 저 말이다. 독립군은---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거든. 그러니까---

[개똥이] 여기에도 독립군이 있다구요?

[앞잡이] 그, 그래--- 저어 안에도 한사람 있어.

[개똥이] 거기서 뭘 하는데요?

[앞잡이] 그. 그냥 앉아 있지 뭐.

[개똥이] 와아, 잘 됐다. 그럼 앞잡이 아저씨가 이 편지를 전해 주세요. 그럼, 내가 심부름을 안가고 어머니 약을 끓여 드릴 수 있거든요. (편지를 건네준다)

[앞잡이] 너, 아주 똑똑하구나.

[개똥이] 에이. 거짓말도 잘 하시네. 난 멍청이요.

[앞잡이] (편지 받아 들며) 그래, 이 멍청아!

[개똥이] 전 이제 가 볼께요. 그리고 간난이와 놀아도 되죠?

[앞잡이] (편지에 정신이 팔려서) 그래, 네 멋대로 해라. 멍청아.

[개똥이] (가면서) 고맙습니다. 앞잡이 아저씨.

[앞잡이] 이히히히--- 이건 정말 하늘이 내게 주신 기회다, 기회야.

[형사] (들어오며) 저 바보가 왜 또 찾아 왔지?

[앞잡이] 앗! 형사님. 이제야말로 정말 깜짝 놀라실 일을 제가 해냈습니다.

[형사] 보나마나 또 헛발질이겠지.

[앞잡이]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요. (편지를 내민다)

[형사] (받아 들고) 이건--- 엉? 굉장한 걸 얻었군. 이것만 있으면 일당들을 몽땅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자네, 정말 잘 했어.

[앞잡이] 헤헤헤--- 이젠 절 믿어 주시는 거죠?

[형사] 물론이지. 하하하---

((한쪽에서 이를 몰래 지켜보는 하회탈.))

M. <암전>

[장] 9장 개똥이집

((개똥모가 누워 있고 간난이가 옆에서 간호하고 있다.))

[어머니] 개똥이는 또 어딜 가서 여태 안 오누. 날이 어두워지는데---

[간난이] 아주머니 약을 구한다고 갔어요. 곧 올꺼에요. 공부하러 가야죠.

[어머니] 그렇지 그래. 개똥이가 공부는 열심히 하던?

[간난이] 네.

[어머니] 내가 어서 나아서 일어나야 되는데--- 개똥이만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개똥이의 힘찬 소리가 들린다))

[개똥이] (들어오며) 어머니, 어머니! 약을 구했어요. 이것 보세요.

[어머니] 뭐라구? 네가 어떻게?

[개똥이] 간난아. 어서 이걸 끓여 드려. 뭐라고 써 있을꺼야. 바늘아저씨가 거기 쓴 대로하면 된다구 그러셨어.

[간난이] 잘 됐다. 개똥아. (약봉지를 들고 나간다)

[페이지] 013

[어머니] 한의사가 돈도 안 받고 주시던?

[개똥이] 네. 이상한 남자하고 무슨 독립군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시다가---

[어머니] 독립군얘기를 네 앞에서 하셨어?

[개똥이] 그럼요. 독립군이 뭐냐고 물으시길래 나라를 잃어버리고 찾는 사람이라고 대답했어요. 어머니, 제가 말 잘했죠?

[어머니] 그래, 장하다. 네 아버지도 독립군이셨어.

[개똥이] 네에? 그럼, 지금도 산에서 나라를 찾고 계시겠네요?

[어머니] 지금은 안--- 계--- 셔---

((M. BG (과거를 상징하는) E. 전투. 어머니의 회상에 따라 독립군의 활약상이 스크린에 비춰진다.))

[개똥이] 왜요?

[어머니] 일본군과 싸우시다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돌아 가셨어--- 일본군을 없애야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독립을 할 수 있다고 모두 용감하게 싸웠지. 만주벌판에서, 중국땅에서--- 이봉창의사, 안중근의사, 그리고 김좌진장군---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싸웠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너희 아버지도 그렇게 돌아 가셨어. 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너도 남들처럼 잘 지낼텐데---

[개똥이] --- 아버지---

[어머니]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구나.

[개똥이] 아녜요. 저도 아버지처럼 독립군이 될 거예요.

[어머니] 넌 아직 어려서 안 된다.

[개똥이] 그럼--- 독립군을 도우는 일을 할께요. 그러면 되죠?

[어머니] --- 그래. 이건 비밀인데--- 너 비밀이 뭔지 알지?

[개똥이] 다른 사람은 모르는 거 말이죠?

[어머니] 그래. 그 한의원아저씨도 비밀로 독립군을 도우고 계시단다. 아버지와 친구 셨지.

[개똥이] 아아, 이제 알았다. 그래서 약을 돈도 안 받고 지어 주셨구나---

[어머니] 그래--- 우리를 많이 도와 주시고 계시지---

[개똥이] 정말 좋은 분이세요. 그래서 제가 심부름을 해 드렸어요.

[어머니] 그것 아주 잘 했다. 무슨 심부름인데?

[개똥이] 독립군에게 편지를 전해 주는 거예요.

[어머니] 그럼, 네가 독립군을 만났단 말이냐?

[개똥이] 아뇨. 앞잡이아저씨가 주재소에 있는 독립군에게 전해 준다고 그래서 드렸는데요?

[간난이] (약을 들고 들어오다가 떨어뜨린다) 어머! 아버지에게 편지를?

[어머니] 저걸 어쩌나!

[개똥이] 잘못 됐나요?

[간난이] 생각 해 봐. 아버지는 일본의 앞잡이---

[개똥이] 아, 알았다. 내가 편지를 잘못 전했어! 간난이 아버지가 일본 형사에게 전할꺼구, 그러면--- 아이구, 이 멍청아! (제손으로 제머리를 때린다) 에잇! 바보! 바보! 알았어! 그걸 얼른 도로 찾아 와야지. (나가려는 개똥이에게)

[어머니] 조심해라.

[개똥이] 네, 어머니. 간난아. 부탁한다. (나간다)

[간난이] 어머, 약을---

[어머니] 괜찮다. 다시 다리면 돼---

M <암전>

[페이지] 014

[장] 10장 주재소 (밤)

((하회탈을 쓴 급동이가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이리저리 살피다가 책상 서랍을 열고 비밀 문서를 꺼낸다. 확인을 하고 그 중의 몇 장을 품속에 넣는다. 잘못 건드려 소리가 난다.))

[소리] 누구얏!

((급동이는 재빨리 달아난다. 문 앞에서 순사와 마주친다. 일격에 쓰러뜨리는 급동이. 이어서 앞잡이와 형사가 들어온다. (애드립) 세 사람의 싸움. 점차 급동이가 불리해 진다. 그곳에 개똥이가 들어온다.))

[개똥이] 어? 어? 왜들 싸워요?

[앞잡이] 넌 저리 비켜!

[개똥이] 내 편지 내 놔요.

[앞잡이] 뭐야. 이 멍청이가! (때린다) 아이쿠 손이야.

[개똥이] 으흐흐--- 날 때려 봐야 아저씨 손만 아프지. 더 때려 봐요.

[형사] 이게 그냥! (개똥이를 밀치지만 오히려 자기가 넘어간다) 어이쿠.

((이 소동 속에 급동이는 재빨리 도망친다.))

[형사] 저놈 잡아라!

[앞잡이] 잡아라!

[개똥이] 도망가라! 도망 가!

[형사] 이 녀석아. 너 때문에 도둑을 놓쳤는데 누구보고 도망가라는 거야, 앙?

[개똥이] 저기 도망가는 할아버지요.

[형사] 할아버지? 저건 노인이 아냐, 노인탈을 쓴 젊은 놈이야, 이 바보야!

[개똥이] 할아버진데---

[앞잡이] 너 오늘 혼 좀 나봐라.

[개똥이] 앞잡이 아저씨도 혼 좀 나봐라.

[앞잡이] 내가?

[개똥이] 그래요. 내 편지 내 놔요. 아저씨가 날 속였어요.

[형사] 그게 무슨 소린가.

[개똥이] 독립군한테 가는 편지를 이 아저씨가 가졌어요.

[형사] 그게 사실인가?

[앞잡이] 아, 네, 네. 그게 바로 아까 그---

[형사] 흥, 알고 보니 이 바보를 속이고 빼앗은 거였구면. 그러고도 자기가 얻은 것처럼 꾸미고---

[앞잡이] 그거야 어쨌든 잘 한 일이죠.

[형사] 이 멍청아!

[개똥이] 네?

[형사] 너말고!

[앞잡이] 그럼, 나요?

[형사] 그래, 너! 이 바보가 독립군에게 편지를 가져간다는 걸 알았으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고 뒤를 따라 가야 독립군이 있는 곳을 알게 될 것 아냐! 이 바보 멍청아!

[개똥이] 나 아니죠?

[형사] 그래, 너 아니다. 으이그--- (가슴을 친다)

[개똥이] 어? 자기가 자기를 때리네. 아저씨, 제가 대신 때려 줄께요. (다가간다)

[형사] (피하며) 저리 가! 이 멍청이!

[개똥이] 이번에도 저 아니죠?

[형사] 이번엔 너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 한의원을 잡아 와.

[페이지] 015

[앞잡이] 넷! 알겠습니다. 당장 잡아오겠습니다. (나가려고 한다)

[개똥이] (그 앞을 막으며) 안돼요. 그 바늘아저씨는 우리 어머니 약을 지어주신 분이라구요.

[앞잡이] 비켜!

[개똥이] 안돼요. 가더라도 내 편지 주고 가야죠.

[앞잡이] 네 편지는 아까 그 도둑놈이 훔쳐 갔어!

[개똥이] 거짓말! 내가 또 속을 줄 알고요?

[앞잡이] 이거 어떡하죠?

[형사] 음--- 개똥아. 그 편지는 아까 그 탈을 쓴 도둑놈이 훔쳐갔어. 그러니까 네가 그 탈을 쓴 도둑을 잡아서 달라고 해. 알았지?

[개똥이] 틀림없죠?

[형사] 그래, 거짓말 아냐.

[개똥이] 좋아요. 그럼 난 그 탈을 쓴 할아버지를 찾아볼께요. (나간다)

[형사] 됐다. 어서 한의원을---

[개똥이] (돌아서서) 형사아저씨 안녕히 계세요. 앞잡이 아저씨는 가다가 팍 넘어지세요. (간다)

[앞잡이] 어휴-, 저걸 그냥---

[형사] 뭘 하고 있나!

[앞잡이] 네, 네, 갑니다. 간다구요.

[형사] 어이구---

M. <암전>

[장] 11장 무대 밖

((급동이(하회탈을 쓴) 가 이리저리 도망친다. 개똥이가 찾고 있다. 급동이는 자기를 쫓는 사람이 개똥이라는 걸 알고 다가간다.))

[개똥이] 잡았다아.

[급동이] 네가 잡은 게 아니고 내가 널 찾았어.

[개똥이] 왜요?

[급동이] 너 내가 누군지 아니?

[개똥이] 내 편지를 훔쳐간 할아버지요.

[급동이] 그렇지.

[개똥이] 내 편지 돌려주세요.

[급동이] 그 편지는 내가 독립군에게 전해 줄꺼야.

[개똥이] 와아-, 할아버지가 독립군을 알아요?

[급동이] 나는 독립군을 위해서 일하고 있지.

[개똥이] 그래요? 잘 됐네요. 나도 독립군을 위해서 일하고 싶은데---

[급동이] 너도 다음에는 이 탈을 쓰고 독립군을 위해서 일할 수 있을 꺼야. 지금은 이 편지를 나한테 맡겨라. 괜찮겠지?

[개똥이] 그러세요. 할아버지를 믿을께요.

[급동이] 좋아. 그럼 다시 만나자. (나간다)

[개똥이]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 야아, 나도 독립군을 위해서 일하고 싶은데--- (나간다)

M.<암전>

[장] 12장 주재소 (고문실)

((남장독립군과 한의원이 잡혀와 고문을 당하고 있다.))

[페이지] 016

[앞잡이] 헤헤헤--- 꼴 좋다. 너희들이 아무리 날쳐 봤자 일본사람하고는 상대가 안돼. 그러니까 맘을 돌리고, 나처럼 일본사람과 친하게 지내는거야.

[남독립] 일본놈의 앞잡이가 뭘 안다고 입을 놀려!

[앞잡이] 시끄럽다! 좋게 타이르려고 했더니, 갈수록 더 심한 말을 하는군.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볼까? (남장독립군의 주리를 튼다)

[남독립] 으악-

[앞잡이] 여자라고 해서 봐 줄 것 같애? 에잇! 에잇!

[남독립] 으악-. 으악- ! 차라리 날 죽여라---

[앞잡이] 흥, 어림도 없지, 독립군이 어디 숨었는지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 에잇!

[남독립] 으악! (기절한다)

[한의사] 이 못된 놈! 같은 조선사람끼리 이럴 수 있는 거냐?

[앞잡이] 난 조선사람이 아니다. 일본사람이 됐거든. 알겠스므니까?

[한의사] 네가 아무리 일본사람행세를 해도 몸 속에 흐르는 조선사람의 피는 못 속인다. 어서 조선사람답게 살아라.

[앞잡이] 흥, 무슨 잠꼬대야? 조선사람들이 뭘 할 줄 안다고. 일본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군. 기차가 다닐 수 있게 기찻길도 놔주지, 이렇게 양복도 입게 해 줬어.

[한의사] 그건 모두 우리나라 것을 빼앗으려고 그런 거야.

[앞잡이] 빼앗어? 뭘 빼앗는데?

[한의사] 우리가 애써 지어놓은 쌀을 빼앗아 한꺼번에 실어 갈려고 길을 만들고, 젊은이들을 빼앗아 가서 석탄을 캐라 하고, 별 짓을 다 하고 있는 거야. 얼마 안 가서 우리들의 이름도 빼앗고 저희들 이름을 붙일꺼라구.

[앞잡이] --- 닥쳐요!

[한의사] 내 말이 틀리나 두고보라구. 어서 마음을 바로 잡고 조선사람답게 살아 주게. 내 부탁이네.

((그때, 형사가 들어온다.))

[형사] 무슨 얘기가 그리 많은가. 뭘 알아냈나?

[앞잡이] 아직---

[형사] 여태까지 뭘 하고 있었나? 저리 비켜! 내가 하는걸 잘 보라구, 이래뵈두 내가 일본에서 소문 난 고문 기술자라구.

[앞잡이] 그래요? 어디 해 보시죠.

[형사] (남장 독립군에게 가서) 이봐, 그만 자고 일어나!

[남독립] 으음---

[형사] 넌 왜 변장을 하고 이 영감과 만났지? (형사의 고문)

[남독립] 으악! (기절한다)

[한의사] 잔인한 놈들---

[형사] 영감은 독립군과 어떤 관계지?

[한의사] 난 독립군을 모른다.

[형사] 모른다구? 그럼 알게 해 줄까? (고문)

[한의사] 으악---

[형사] 다시 묻겠는데--- 이 남자, 아니 여자하고는 어떤 관계야!

[한의사] 그냥 손님과 한의사일뿐,

[형사] 닥쳐! 누가 모를 줄 아나? 어디 영감도 혼 좀 나 볼래?

((고문도구를 찾아 드는데, 밖에서 들리는 하회탈의 소리.))

[하회탈] 불이야, 불이야!

[일동] 뭐? 불? (당황한다)

[하회탈] 주재소에 불이 났다-

[형사] 뭐, 주재소에?

[페이지] 017

((형사와 앞잡이는 밖으로 나간다.))

[남독립] 아-, 독립운동도 제대로 못해보고 이렇게 죽다니---

[한의사] 이틈에 어떻게든 여길 빠져나가야 합니다.

((하회탈이 들어온다.))

[남독립] 다, 당신은 누구요?

[한의사] 하회탈이지요. 일본놈들이 당신을 잡으려고 주욱 깔려 있는데---

[하회탈] 어서 여길 피하시오.

((남장독립군의 포승을 끌러 준다. 이어서 한의사의 포승을 끌러주는데. 형사와 앞잡이가 들어온다.))

[형사] 앗! 이럴 줄 알았다. 거기 꼼짝 마라. (권총을 빼든다)

[앞잡이] 아니, 하회탈이---

[형사] 저번에는 널 놓쳤지만, 이번엔 어림없다. 손들고 앞으로 나와!

((하회탈은 형사 앞으로 나오는 척 하다가 별안간 달려든다. 형사는 권총을 쏜다. 쓰러지는 하회탈.))

[형사] 으하하하--- 나한테 덤비겠다고? 어디 그 탈을 벗겨보자, 어떤 놈인지.

((쓰러진 하회탈에게 다가가서 탈을 벗겨 집어던진다.))

[일동] 급동이가!

[앞잡이] 네가 하회탈이었다니---

[급동이] 음--- 아--- (신음)

[한의사] 이런! 많이 다쳤니?

[형사] 이 거지가 하회탈이라구? 난 믿을 수가 없어---

((그때, 하회탈을 쓴 개똥이가 들어온다.))

[하회탈] 으흐흐흐---

[일동] (돌아보고) 아니?

[하회탈] (형사의 손을 내리쳐서 권총을 떨군다) 내가 하회탈이지.

[형사] 에잇! (하며 몸으로 덮친다. 그러나 어이없게 튕겨 나간다) 어이쿠!

[앞잡이] 에잇! (하며 가슴을 치다가 뒤로 자빠지며) 어이쿠!

[하회탈] 진짜 하회탈의 맛 좀 볼래?

[앞잡이] 이건--- 이건--- 믿을 수가 없어!

[하회탈] 믿어 봐. 하회탈을 쓰면 모두가 하회탈이 되는 거라구.

[앞잡이] 그런 너는--- 너는---

[하회탈] 이 아저씨가 왜 갑자기 말을 더듬어. (한의사에게) 자, 여긴 내게 맡기고 급동이와 같이 가세요. 약도 발라 주구요.

[한의사] 그래, 그래. 알겠다.

((한의사는 급동이와 남장독립군을 데리고 나간다. 형사와 앞잡이가 막으려는 것을 하회탈이 밀쳐낸다.))

[하회탈] 꼼짝하면, 둘 다 혼 내 줄꺼야.

[형사] 넌, 누구냐?

[하회탈] 나? 나 말이지?

[형사] 그래.

[하회탈] 하회탈이지

[형사] 하회탈을 벗은 너는 누구냐 말이다.

[하회탈] 그건 비밀이지. 나만 아는 비밀---

[앞잡이] 난 네가 누군지 알아.

[하회탈] 알아도 할 수 없지. 난 이만 갈 테니까 여기들 있으라고. 움직이면 정말 가만 안둘테야. (유유히 나간다. 슬쩍 돌아보기도 하면서) 으흐흐흐---

[형사] 뭘 하는 거야. 뒤를 쫓아가야지.

[앞잡이] 형사님이 앞장을 서세요. 뒤를 따라 갈테니까요.

[형사] (생각난 듯) 아이구 팔이야--- 팔이 부러졌나 봐---

[페이지] 018

[앞잡이] 아이구 궁뎅이야--- 난 궁둥이뼈가 망가졌나 봐요.

[형사] 이런 멍청이!

((그때, 순사가 종이쪽을 들고 들어 와 형사에게 준다.))

[순사] 상부에서 명령서가 날라 왔습니다.

[형사] 어디--- (본다) 악! 우린 이제 죽었다!

[순사] 무슨 일입니까?

[앞잡이] 우리가 죽다니요?

[형사] 이 주재소가 폐쇄된다.

[앞잡이] 폐쇄가 뭔데요.

[형사] 이 무식한 멍청아! 주재소 문을 닫는단 말이다.

[순사]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데요?

[형사] 당분간 벌을 받게 되겠지. 이건 모두 네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 어이!

[순사1] 넷!

[형사] 이 멍청이를 끌고 가서 감옥에 넣어라.

[앞잡이] 뭐라구요?

[형사] 이제 넌 필요 없어! 너 같은 멍청이를 믿었으니--- 아이구 난 망했다---

[앞잡이] (순사가 끌고 가려는데) 제발, 제발---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다음엔 꼭 형사님 마음에 들도록 할께요. 제발---

[형사] 넌 이제 쓸모가 없다니까. 끌려갈래--- 여기서 나한테 죽을래?

[앞잡이] 아이구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간난이가 도시락을 들고 들어온다.))

[간난이] 아버지-.

[앞잡이] 간난아---

[형사] 어서 끌고 나갔!

[순사1] 넷!

[간난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앞잡이] 간난아. 아버지는 여지껏 잘못 살았어--- 이제 쓸모가 없다고 날 죽인데.

[간난이] (형사에게) 제발 아버지를 살려 주세요. 아버지는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한 죄밖에 없잖아요.

[형사] 흥, 우린 저런 멍청이가 건방지게 일본사람 행세하는 걸 봐 줄 수 없어.

[앞잡이] 좋다. 날 죽여라! 이제야 독립군이 왜 너희들과 싸우는지 알았어! 그것도 모르고 독립군들을 잡으러 다녔으니 죽어도 할말 없지. 하지만 내가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너희 일본놈들과 싸우는 조선사람이 되겠어!

[간난이] 아버지-.

[형사] 죽을 때가 되니까 좀 똑똑해지는 것 같은데? 히히히---

((언제부터인지 동네사람들이 와서 이 광경을 보고 있다.))

[형사] 무슨 구경거리 생겼어? 모두 가! 집으로 가란 말이야!

((갑자기 동네사람과 모두가 형사와 순사에게 덤빈다.))

[형사] 으악-. 살려 줘! 으악- 나 죽는다---

M. <암전>

[에필로그]

((동네사람들이 모여 있다. 개똥이는 작은 봇짐을 들고 있다.))

[개똥이] 모두 안녕히 계세요.

[간난이]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야 해.

[개똥이] 알았어, 우리 어머니 부탁 해.

[간난이] 그래, 염려말고 독립군을 열심히 도우는 거야. 그래야 독립군이 되지.

[페이지] 019

[개똥이] 야학당은 계속 하는 거지?

[간난이] 그럼, 모두에게 한글을 가르칠 거야.

[급동이] (한의사와 함께 오며) 개똥아, 몸조심해라. 그리고 이것, 가다가 먹어.

[개똥이] 거지가 바보에게 먹을걸 다 주네.

[일동] (웃음)

[한의사] 개똥아. 어머니와 동네사람들의 건강은 내가 잘 보살필 테니까 걱정 마라.

[개똥이] 아저씨, 고맙습니다. (급동이에게) 넌 여기 뭘 할거니?

[급동이] 이게 있잖아. (하회탈을 꺼낸다) 난 여기 남아서 일본군과 싸울 거야.

[개똥이] (하회탈을 꺼내며) 이것 말이지?

[일동] 너희들만 싸울 거야?

((한사람씩 하회탈을 꺼내 쓴다. 모두가 하회탈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일동] (웃음)

M. <암전>

((커텐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