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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백운 따라 폭포와 절경이 무한히 이어지고>
산을 다닌 지 꽤 되었다는 모두는 곡백운을 따라 펼쳐지는 산수 진경에 탄성을 지른다. 절벽과 반석 그리고 주변 산수와 어울린 소와 담, 기암괴석이 한 폭의 그림인 양 연이어 다가온다.
용아장성을 바라보며 펼쳐지는 곡백운의 산경은 그저 아찔한 감흥뿐이다. 옥빛 물과 하얀 반석 그리고 야생화와 어울린 부드러운 바위 너울은 멋있는 단어로 표현이 부족하다.
산신이 있어 시를 읊고, 문장가가 있어 글을 쓰며, 환쟁이가 있어 그림을 그린다 한 들 어찌 이 절경을 표현할 수 있을까!
쪼그만 카메라에 담아지지 않는 안타까움이 요리조리 앵글을 맞추어 보지만 그저 소심한 표현만이 가능하다.
위험한 듯 아찔한 반석 지대를 잘도 넘나드는 산꾼들의 대담함과 저벅저벅 계곡을 빠져 휘젓는 동심의 세계가 함께하니 아름답다.
여러 계단의 아름다운 폭포를 지나 넓은 암반 저쪽으로 용아가 다가온다. 아찔한 폭포의 현기증이 주변 단풍잎과 어울려 멋 자랑을 하고 가느다란 로프에 의지한 남녀노소 산꾼들에게 동심 가득한 천진함이 우러난다.
환한 미소와 부드러운 말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꽃이 핀다.
그저 웃는다.
그저 소리 지른다.
몸서리치게 힘들고 아픈 인생이라지만 이 산경에서는 잊자.
백운폭포의 힘찬 낙수가 아스라이 귓가에 울릴 동안 한없는 곡백운 하산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부드럽게 이리저리 흐르는 곡백운의 장관은 거친 듯 흘러내린 직백운과 조우한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 두 흐름이 하나 되어 수렴동으로 나아가니 산경은 점입가경이다.
용아장성 옥녀봉의 높다란 봉우리가 담과 소에 비추고 초록빛 녹음과 푸른 옥빛 물결은 나그네의 긴 노정에 안정감을 준다.
거칠고 위험한 곡백운 백운동계곡을 무사히 완주함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훨씬 수량이 많은 수렴동 계곡을 따라 한없는 희열과 감동을 품고 계곡을 따라 한없이 흐른다.
저 앞에 홀로 산길을 묵묵히 걷는 노익장 선배님의 의젓한 발걸음이 멋있다.
산에 오면 다들 너무도 멋있고 자랑스러운 동료들이기에 아찔한 노정이지만 뿌듯한 만족감과 여유로움으로 터덜거림 오솔길이 눈부시다.
<백담계곡의 밤은 저물고>
귀연이 많이 성장했다.
능선을 따라 백두대간과 금남정맥, 호남정맥을 따르던 귀한 인연이 어느새 지리산과 설악산에 깊게 빠져든 모습이다.
하찮았던 산행 실력들이 어느새 준족이 되고, 몇 시간의 산길도 힘들어 했던 모습들이 거침없는 산꾼이 되었다.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들었는데 어느새 남을 챙기고 자연을 두루 조망하는 여유로움도 생겼다.
나보다는 남을 이해하고 도우며 아껴 주려는 아름다운 마음도 태산처럼 쌓였다.
뒤풀이의 다양한 메뉴가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 준다.
동해안의 회와 일본 술, 그리고 중국 술. 또 다른 후한 인심의 잔이 오고감에 설악의 밤은 저문다.
무용담이 귓전을 때리고, 아찔한 순간이 추억이 되고, 힘든 노정이 너무도 자랑스러워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아름다운 설악의 독주골과 곡백운의 정취가 가득한 산길을 넘나들던 감흥이 잠속으로 빨려든다.
아! 정녕 설악의 진경(珍景)을 우리가 다녀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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