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2020학년도 서울지역 사립위탁에 합격한 오의경이라고 합니다. 공립합격이 아니라서 합격 수기를 쓸 자격이 있는 것인가 고민했습니다만, 부탁을 받기도 했고, 또 저처럼 갑작스럽게 생각하지 못했던 사립 위탁 1차에 합격하여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하여 부족하게나마 글을 적어 내립니다.
저는 총 3년을 공부했습니다. 3번 모두 서울로 응시했는데 초수(2018)때는 서울이 유독 컷이 높긴 했으나 컷에서 20점 가까이 차이가 났고, 재수(2019)때는 서울 최탈, 삼수(2020) 때 사립위탁에 최종 합격한 상황입니다. 쓰고보니 참 다사다난했네요. 김구 전공역사는 최탈했던 재수 때 1년 직강으로 들었었고 삼수 때는 중학교에서 주8시간 시간강사를 병행하며 혼자 공부하다가 9-11월 모의고사반을 인강으로 수강하였습니다.
올해는 1차 컷 자체가 낮아서 전공 과락이신 분들도 많으실 것으로 생각되고, 또 컷에서 차이가 많이 나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처음 학원에 등록하여 김태규선생님과 했던 첫 상담 때 제일 먼저 ‘전년도에 이런 점수를 받고도 이번 해에 합격하는 사람이 있나요? 가능할까요?’라고 여쭤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김태규선생님께서 확신있는 목소리로 ‘그럼, 가능하지. 그런 사람 많아~’라고 답해주셨고, 바로 그 해에 비록 최종 탈락은 하였으나 높은 점수였던 서울에서 1차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따위 점수를 받은 내가 1년 더 공부한다고 과연 가능할까 고민하고 있으시거나 혹은 작은 차이로 공립에서는 떨어지고 사립위탁에 합격하여 어쩌면 저처럼 조금은 상심하셨을지도 모르는 분들께 제 글이 작은 희망과 용기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2. 사립 위탁 전형에 대한 안내
먼저 사립위탁 전형이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다만 사립위탁전형은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지역의 예년 공고안을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서울을 지원했었으므로 서울에 국한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립위탁은 말 그대로 사립학교가 교육청에 교원 임용 선발 중 일부 과정을(간혹 지역에 따라 모든 과정인 경우도 존재) 위탁한다는 말입니다. 이 때 위탁하는 일부 과정이란 보통 1차인 필기시험을 말하며 이는 임용고시 1차를 가리킵니다. 서울은 몇 년 전부터 계속 동시지원으로 사립위탁전형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립을 쓰면서 본인의 교과 티오를 낸 사립학교 중 1곳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이때 1순위 지원을 공립으로 할 것인가 혹은 사립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사립을 1순위로 선택하여 임용고시를 본다면 혹 해당 지역의 공립 1차 컷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공립은 지원하지 않은 것이 되어 사립으로만 합격하게 됩니다.
다만 서울은 사립 1순위 지원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편인데요, 왜냐하면 서울의 경우 사립 1순위 지원과 2순위 지원(1순위 공립, 2순위 사립)에 관계없이 무조건 성적 순으로 1차 합격자를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를들어 A학교를 지원한 사람들 중 본인이 임용고시 점수로 12등이라고 가정해봅시다. A학교에서는 역사과를 1명(7배수) 뽑겠다고 공지해 1차에서 총 7명이 뽑힐 예정입니다. 12등인 본인은 7등 안에 들지 못하였으므로 탈락인 상황이지만, 만약 본인보다 앞에 있는 11명이 공립에 동시지원했고, 공립 1차에 합격한 상황이라면 본인이 1번째 순위로 A학교 1차 시험에 합격하게 되는 겁니다. 반면 다른 지역의 경우 1순위로 공립학교를 쓰고 2순위로 사립학교를 썼다면 본인이 임용고시 12등(사립 1‧2순위 지원자 중 전체 1등)이더라도 임용고시 30등(사립 1순위 지원자 중 1등)이 먼저 선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만약 사립 1순위 지원자만으로 7명이 채워지면 훨씬 높은 1차 점수를 받았더라도 사립 2순위 지원자는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바로 이럴 때 1차 공립 컷과 사립 위탁 합격 컷이 10점 이상 차이나는 경우들이 생기는 건데, 서울은 지원순위와 상관없이 성적 순으로 7배수를 선출하기 때문에 대체로 1차 공립컷과 큰 점수 차이없이 사립 위탁 1차 컷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서울을 지원하시는 분들은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사립위탁을 동시지원하시면 혹시 1차 공립컷에서 근소한 차이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교사가 될 수 있는 2번째 기회를 얻으실 수 있게 된답니다. 반드시 공립에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시라면, 최근 교육청에 1차 시험을 위탁하는 사립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므로 원서를 쓰실 때 공사립 동시지원을 해보시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학년도까지는 사립위탁 지원시 1차적으로 교육청에 인터넷 접수를 한 이후 11월 중순 경 직접 교육청에 방문하여 서류 접수를 추가로 진행해야 했으나 2020학년도부터는 인터넷으로 지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신청 과정 역시 간단해져 그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기도 합니다(물론 올해는 또 바뀔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서울은 공립 고등학교보다 사립 고등학교가 훨씬 많기 때문에 고등학교 근무를 마음에 소원하고 계신다면 사립위탁이 지름길일 수 있습니다.
3. 1차 시험 준비
사립위탁 전형도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임용고시를 동일하게 봅니다. 따라서 1차 시험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러나 구구절절 제 1년 동안의 공부과정을 설명드리기보다는 몇 가지 제가 공부하면서 도움받았던 방법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공부법에 대한 확신을 가지시기에 도움이 되실까하여 제 1차 점수를 말씀드리자면, 저는 작년(2019학년도) 임용고시에서 서울 1차 합격(컷+2 = 66점)을 했었고, 올해는 1차에서 떨어졌으므로 정확한 점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서울 컷에서 1문제 정도 차이의 점수였으며, 점수만 놓고 보았을 때 지역에 따라 1차 합격이 가능한 점수(55-59사이)를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 임용고시는 암기와 인출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결국 임용고시 합격이란 어떤 암기법을 선택할 것인가에 달려있고, 이를 인출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실수를 줄일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는 일반대학원을 졸업한 이후에 임용고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임용을 위한 암기 위주의 공부법이 생소한 편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때도 암기보다는 이해와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한 공부를 했었고요. 개인적으로 역사를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학부 때부터 임용고시 준비를 하셨다기보다는 대학원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암기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3-1. 내용 이해 및 정리
이미 1-2월이 거의 지나가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1-2월은 개론서를 1번 읽어보고 내용을 정리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보통 1-2월에 1차적으로 개론서를 읽고 3-4월에 다시 읽으며 체크하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상반기는 전체적으로 개론서를 읽고 내용을 숙지하고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시면 충분합니다. 초수냐 재수냐 N수냐에 따라 1-4월을 보내는 방법과 내용을 이해 및 정리하는 방법이 달라지겠습니다만, 그런 구별과 상관없이 차례대로 제가 시도했던 방법들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 개론서를 읽으며 빈칸 만들고 채우기
해당 방법은 개론서를 처음 읽으시는 분들이나 여러번 읽으신 분들이나 그 횟수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빈칸 채우기의 방법은 다양한데요, 초수 때는 일주일에 1번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그 주의 개론서 분량에 해당하는 빈칸 문제를 각자 만들어와 스터디 시간에 푸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재수 때는 오프라인 스터디가 용이하지 않아 온라인 상으로 짝스터디를 진행했는데, 매일 일정 분량의 개론서 읽기 계획을 세우고 상대와 같은 시간에 같은 분량의 읽기를 시작한 뒤 밴드 어플에 실시간으로 문제를 올리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상대가 완전히 문제를 다 올린 것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끝내면 분량 옆에 [완료] 표시를 했고, 이렇게 완료되었다는 표현이 있는 글에는 상대방이 다음날까지 댓글로 답을 다는 형태였어요. 오프라인 스터디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활용하시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삼수 때는 개론서 빈칸은 스터디를 진행하지 않고 재수 때 밴드에 올려놨던 문제들을 재편집하여 프린트 해 혼자 문제를 풀며 내용을 점검했습니다.
2) 내용 단권화
저는 재수를 하던 2018년(2019대비)에 대부분의 단권화노트를 완성했는데요, 사실 다른 공부나 스터디에 밀려 상반기에 정리를 끝내지 못했었습니다. 서양사나 역교 같은 경우에는 10월까지 제본을 하지 못한 상태였어요. 물론 계속 수정하고 반복해서 보는 과정에서 도움을 얻는 것도 분명 있습니다만, 돌이켜보니 가뜩이나 정신없고 할 것이 많은 하반기에 정리를 하시기보다는 1-4월에 미리미리 계속해서 반복해서 볼 ‘정리물’를 만들어두시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듯 하여 이 부분에 작성합니다.
초수 때는 특별히 개론서를 아우르는 정리본을 만들지는 못했고, 앞서 언급했던 대로 재수를 할 때에서야 학원 공부를 하면서 함께 단권화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서양사와 역교의 경우에는 1-6월 강의를 따라가면서 김태규 선생님께서 함께 개론서를 읽고 밑줄 쳐주시거나 중요하다고 언급해주셨거나, 혹은 추가적으로 설명해주신 부분들을 집에 와서 타이핑했어요. 저는 암기를 당일에 바로 완성하는 타입이라기보다는 일단 내용을 기억해놨다가 나중에 해당 내용의 명칭 등을 연결해서 시험 직전에 완벽히 외우려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개론서 자체’에 단권화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역사 임용고시는 반복 암기가 제일 중요한데, 시험 1달 전에는 200쪽 이상 되는 개론서들을 넘기고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서양사와 역사교육은 김태규선생님의 가이드를 충실히 따르며 따로 단권화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11월까지 더 추가로 알게 되는 사실들은 손으로 추가해넣었어요.
그런데 역사교육의 경우 파란책 – 녹색책 – 남색책 순으로 정리하니 정작 제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 되고 내용이 뒤섞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극화수업’의 장점은 파란책에도 나오고 녹색책에도 나오는데 그게 잘 구별이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2019학년도 역사교육 문제 중 갈색책에 나와있는 것이 답이다, 아니다 남색책에 나와있는 것이 답이다라며 논란이 붙은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듣는 제 기분은 ‘그래서 어느 게 갈색책이고 어느 게 남색책인데...’였거든요. 그래서 2020학년도 임용을 준비하면서 2019학년도에 했던 역사교육 단권화를 다시 재편집했습니다. 밑에 사진에 나와있는 것처럼 개론서별로 따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주제끼리 묶었던 겁니다. 예를 들어 크로체를 설명하는 파란책의 용어와 남색책의 용어를 한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지요. 이렇게 하니 여러 수업방법들의 장단점을 외우거나 비교하기에 용이했습니다. 두 책 모두 동일하게 써져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외우고 한 쪽 책에만 나와있는 내용을 차선으로 외우는 등의 방법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권화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으니 본인의 성향에 맞게 만드시면 됩니다.
반면 한국사나 중국사의 경우 직접 타이핑해서 단권화를 하다가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대신 구영모선생님의 교재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구영모선생님의 교재는, 특히 한국사의 경우 정말 방대한 양을 깔끔하게 정리해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선생님께서 11월까지 계속 교재를 사용하시므로 추가하는 내용들을 써넣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영모선생님의 교재에 출처에 따라 색깔펜을 다르게 하여 계속적으로 내용을 추가해가는 방식을 사용했어요. 예를 들어 주황색의 경우 뿌샘, 갈색의 경우 9-10월 모의고사 문제 해설에 나와있는 내용 이런 식으로 정해두었더니 이후에 원본을 찾아보기도 좋았답니다. 그러나 동양사 교재의 경우 제가 처음 사용했던 2019대비판은 내용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다음 카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경기도 합격자 서브노트를 중국사부분만 따로 제본하여 함께 읽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던 건 이미 하반기가 된 상황이라 제 스스로 정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2020학년도에는 합격자서브노트를 병용하기보다는 선생님께서 새로 발간하신 2020학년 대비 동양사 개론서를 새로 구입하여 교재 필기를 옮겨 적으며 한 번 더 눈에 익히고 동시에 2월에 신동개를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계속 구영모선생님 책에 내용을 추가해나갔습니다. 선생님께서 계속 개정해 출판하고 있으시기 때문에 올해 발간된 2021대비 동양사 책은 제가 사용하던 것보다 더 보완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한국사에 비해서는 빠져있는 부분들이 종종 있기 때문에 이를 채워넣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구영모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충분히 보충해주시니 이를 활용하시거나 개인적으로 여유가 되신다면 동양사 관련 개론서 및 심화책들도 한 번쯤은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동양사는 최근 계속 지엽적으로 출제가 되고 있으니까요.
여러 단권화 중에 정말 꼭! 추천드리고 싶은 단권화는 ‘교과서 단권화’예요. 물론 선생님들께서 7-8월에 교과서 출처의 문제들을 열심히 만들어 제공해주십니다만, 문제만 푼다고 다 기억나는 건 아닌데다가 오히려 ‘학원에서 해주니까’라는 생각에 교과서에 소홀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오답률이 높았던 문제들 중 다수(찬양회, 광개토대왕 동부여, 아이히만, 원산노동연합회, 제2의 성 등)는 ‘교과서에서’ 출제된만큼 반드시 교과서를 숙지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과서를 숙지하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저는 모든 교과서를 읽고 수능특강 책에 단권화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교과서의 종류가 아주 많기 때문에 혼자 하지는 못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짝스터디를 진행했는데, 모든 종의 교과서를 1/2로 나누어 각 주마다 같은 단원을 읽고 각자 정리해온 다음 오프 스터디를 하면서 ‘이 부분엔 이런 게 있더라’하고 말해주면 받아적는 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시험에 출제되었던 원산노동연합회는 7차 근현대사 중앙교과서에 나와있는 내용인데, 노동운동 파트를 읽을 때 중앙을 읽어온 사람이 ‘원산노동자총파업 주도한 세력이 원산노동연합회래...중앙 237쪽에 있어.’라고 말해주면 상대가 ‘악! 그건 뭐야 또’ 이러면서 적는 방식입니다. 생각보다 교과서는 정말 많은 내용을...다채롭게 담고 있습니다...구영모선생님께서 물론 상당부분 수업시간에 커버해주십니다만, 직접 눈으로 읽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 스터디를 2018년 여름께 시작했기 때문에 거의 10월까지 지속했는데 실제로 2019학년도 시험에서 크게 효과를 보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번 보게 되므로 잘 안 외워지던 단체들까지 어느샌가 외워지는 효과도 있어요. 다만 시간 상 본인이 맡지 않은 출판사는 상대적으로 볼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대신 꼼꼼하게 봤을 거라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본인 역시 그만큼 사소한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준비해가야 하고요.
제 친구의 경우 구영모선생님께서 주력하여 설명해주시던 교과서 하나에 단권화를 하였는데, 저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시험에 가까웠을 때 최대한 빠르게 넘겨보기 좋은 ‘적은 페이지’를 중시했기 때문에 ebs수능특강 교재를 활용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편하신 쪽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제가 수능특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수능특강에 인쇄되어 있는 내용의 경우 모든 교과서의 ‘공통 내용’일 것이므로 ‘공통 내용’과 ‘특별한 추가 내용’을 구별하기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능특강은 저처럼 시중에서 구입하셔서 쓰셔도 좋습니다만, 중간 중간 있는 문제들이 거슬리기도 하므로 직접 풀어보실 생각이 아니시라면 ebsi(ebsi.co.kr)에 올라오는 무료 pdf 파일을 원하는 크기로 제본하셔서 활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한국사(7차 근현대사, 09개정), 동아시아사(09개정, 15개정), 세계사(09개정, 15개정)를 모두 단권화했고(세계사 15개정만 2019년도에 진행), 각 교과서 pdf파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읽는 즉시 사료들을 크롭하여 공용 드롭박스 폴더에 업로드했습니다. 올해는 15개정 한국사가 출판되니 15개정 한국사도 보셔야겠지요. 또 교과서 내용을 읽으면서 그 때 그 때 사료를 드롭하여 올려놓으면 나중에 사료 문제를 출제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요근래 교과서 사료를 가지고 문제도 여러번 나오기도 했고요. 또 이렇게 정리해두면 나중에 2차 스터디를 할 때 단원별로 교과서 내용을 정리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교육청에서 2차용 교과서를 정해주는 게 아니니까요.
3) 주제별 표 정리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암기를 한번에 끝낸다기보다는 한 번 듣고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가 시험이 닥쳐왔을 때 키워드를 외우는 타입이었습니다. 예를들어, ‘회취법’이라는 단어 자체는 10월에 확실히 외우더라도 ‘납을 제거해 은을 얻는 방법이 조선시대에 있었다’에 대한 이해는 미리 해두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학원 강의가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태규선생님과 구영모선생님 두분 모두 저보다 더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으신 뒤 ‘제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전달해주셨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기억’하기에 좋았기 때문입니다. 꼭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놓치지 말고 모든 내용을 필기해두시길 바랍니다. 언젠가 꼭 찾아볼 날이 오더라고요.
다만 저런 성향이었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내용만 기억하다보면 혼동스러운 부분들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양렴은제’와 ‘창법’은 모두 ‘관리/서리들에게 돈을 주어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방식인데 정작 양렴은제와 창법이라는 단어는 시간이 지나면 까먹기 때문에 명나라 시대를 배우는 과정에서 양렴은제를 접하면 ‘아 양렴은제랑 비슷한 뭔가가 있었는데? 그거 뭐지?’라며 찾아보기 바빴어요. 혹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언급하셨던 내용만 기억에 남아 ‘훈족과 치룬 전쟁이 있었는데? ㅅ....뭐시기...?’과 같은 고민들을 자주 했습니다. 그냥 듣고 말면 1~2일이면 정작 법의 명칭, 전투의 명칭, 조약의 명칭과 같은 ‘키워드’는 오래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당 전투는 샬롱전투(=카탈라우눔전투)를 입니다. 만약 본인 스타일이 그날 배운 것은 그 날 완벽하게 외워 장기기억으로 넘기시는 타입이면 굳이 이런 정리를 하시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표로 정리’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한 눈에 기억을 비교하며 내용을 확인하기 가장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서양사 정리는 제가 초수 때 혼자서 한 것으로, 당시 함께 공부하던 대학친구들과 한/동/서로 각각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친구들에게 ‘뭐가 가장 헷갈려?’하고 물어본 뒤 ‘법’, ‘공의회’, ‘각 국가의 왕과 교황’, ‘세계대전 과정 및 관련 단체’ 등 몇몇 주제들을 뽑아 서양사개론 내용을 중심으로 서양사총론을 추가하여 정리했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각 세기마다 각국의 왕의 업적과 교황의 업적 및 동시대 전쟁 내용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해두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었기 때문에 재수 당시 학원을 함께 다니던 선생님들과 3명이서 중국사 주제별 정리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주제를 정리할 때는 조금 사소한 주제다 싶더라도 나중에 읽으면서 버리더라도 일단은 다 정리하자는 생각으로 다 쑤셔넣었고, 그런 덕분에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유안 등도 놓치지 않고 정리해두어 이번 시험에서 맞출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기출 분석이 확실하게 되어 있어야 합니다. 유형을 살펴서 비슷한 류의 문제가 나온다면 어디까지 봐야할지 꼼꼼하게 공부해두어야 정리도 그만큼 자세하고 확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2019학년도 시험에서는 중국사 부분에서 조약에 등장하는 항구도시를 쓰라고 나와 많은 분들이 틀렸습니다. 그래서 2020학년도 대비시에는 모두가 각종 조약에 나오는 도시들을 외웠죠. 그런데 정작 2020학년도 시험에는 조약에 등장하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철도와 관련된 도시, 광둥에 해당하는 도시 등 한 단계 더 좁힌 식으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이 중국사에서 도시가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했겠으나 저 정도로 나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따라서 정리하실 때 이같은 기출분석에 기반하여 적어도 도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부분까지 추가해두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고 정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2. 암기 및 인출
지금까지 제가 실제로 정리하면서 추천드리고 싶은 방법들을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소개해드렸습니다. 그 외에도 방법은 다양하게 있으니 무엇이든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활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역사 임용고시에서 정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암기와 인출입니다. 암기가 정확히 되어 있어야 정확한 답을 인출할 수 있고, 그래야 나가는 점수 없이 온점을 모두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매하게 아, 아는건데...하다가 틀리면 너무 속상하잖아요.
암기와 인출은 정말 반복과 연습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사용했던 방법은 백지쓰기, 빈칸채우기, 문제 풀기 등이 있고 이것을 여름부터 지속적으로 반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만 백지쓰는 방법, 빈칸 채우는 방법, 만드는 문제 등의 종류는 다양하므로 제가 시도했던 것을 소개해드릴테니 개중 해볼만 하다 싶으신 것이 있으시면 시도해보시면 되겠습니다.
1) 백지쓰기
‘보통 암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백지쓰기를 추천하십니다. 그러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기죠. 대체 백지쓰기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걸까하고요. 일반적으로 백지쓰기라고 한다면 당연히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목차 정도만 적어두고 관련 내용을 쏟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초수거나 아직 개론서 내용이 완벽히 숙지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헷갈리고 자존감을 하락시키는 수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초수 때는 그 날 그 날 읽은 개론서 내용을 이야기식으로 쭉 타이핑하는 방법을 사용했었습니다. 이는 제가 내러티브 기억에 강하고, 또 그렇게 치환해야 내용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해당 사건에 대한 인과관계를 갖춰 내용을 인출하게 되므로 사건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과 정작 중요한 키워드는 다소 빠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 내용이 숙지된 상태였던 재수 때는 그 날 학원에서 배웠던 내용을 집에서 복습하면서 내용을 추가하여 도식화하여 인출하는 백지쓰기를 진행했습니다. 이 때는 임용고시 카페에서 짝 스터디원을 구해 온라인스터디를 병행했는데요, 약속한 시간까지 백지쓰기 한 내용을 찍어 올리면 상대방이 그 내용 중에서 문제를 제출해주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스터디로 진행한 이유는 혼자 하다가는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간에 하다 멈출 것 같아서예요. 이 방식의 장점은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좋고 도식화할 수 있어 체계적인 정리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아주 꼼꼼하게 정리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놓치는 부분들이 상당하거나 전개과정을 이해 못한 상태로 그냥 들은 내용을 무의식중에 써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삼수였던 올해는 상반기에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목차나 키워드를 써놓고 말그래도 인출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스터디를 활용했는데, 하루에 4-5번 약 2-3시간에 한번씩 백지쓰기한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때 사진은 시간이 함께 찍힌 것을 올리도록 약속했고, 1분이라도 늦게 올리면 어김없이 벌금을 물어야 했습니다. 확실히 억지로라도 뭔가를 하게 돼서 좋았어요. 어떤 키워드를 써둘 것인가는 그 때 그 때 달랐습니다. 개론서 목차를 보고 내용을 써내린 적도 있고, 역사교육은 따로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스터디원쌤들이 물어보는 질문을 써놓고 백지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반기에는 항상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 서양사개론 인덱스를 보고 인출하는 백지쓰기를 했고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서 다시찾는우리역사 인덱스를 보고 백지쓰기하는 것도 병행했는데, 저희가 너무 늦게 시작하여 시간의 압박과 학습량의 부담으로 끝까지 하지는 못했으나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반기부터 천천히 시간을 두고 반쪽씩 인출해보시면 정말 해당 개론서는 씹어먹을 수 있게 되실겁니다. 저희가 인덱스를 보고 백지쓰기를 했던 이유는 서양사개론을 다 외우겠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김태규 선생님께서 시험 전에 서양사개론의 인덱스를 쭉 눈으로 훑으면서 모르는 내용이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나서도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일단 정말 적나라하게 자신이 알고 모르는 내용이 드러난다는 점이 가장 장점입니다. 오늘 읽은 내용, 오늘 공부한 부분을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 주어지는 주제를 인출하기 때문이지요. 첨부한 사진을 보시면 드골이 있는데요, 샤를 드골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막상 써보라고 하면 자유프랑스나 제5공화정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항이나 떠오르죠.. 그런데 인덱스 백지쓰기를 하면 1962년에 알제리를 포기했다거나 1953년과 1967년에 영국의 EEC가입을 두 차례 거부했다는 내용까지 확실하게 암기하게 됩니다. 단점이라면 역시 양의 부담과 너무 지엽적으로 들어갈 경우 중간 중간 내가 이렇게까지 공부해야하나라는 회의감 및 약간의 시간 아까움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2) 빈칸 채우기
빈칸채우기는 앞서 언급드렸던 대로 보통 내용을 정리할 때 사용하던 방식이었는데요, 암기파트에도 추가로 써넣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9학년도 임용고시는 개론서의 지엽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습니다.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낀 이유 중 상당부분이 그 점에서 기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례로 저는 테오도릭을 틀렸는데, 테오도릭 문제에서 분명히 어느 부분에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도저히 누군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로마로부터 아시아를 선물로 받았던 페르가뭄왕과도 좀 혼동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1점 차이로 최종에서 떨어지면서 그 1점, 1차의 고득점에 대한 억울함이 상당했고, 그래서 2020학년도 대비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개론서 내용을 지엽적인 것까지 빠짐없이 외우겠다는 다짐을 세우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개론서를 달달 외워야할까를 고민했는데 단순히 여러번 읽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고득점을 받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단답형 답변을 할 때 실수를 종종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테오도릭을 써야 하는데 테도오릭을 쓴다든지 테우드릭이라고 쓴다든지 하는 실수를 자주 합니다. 이는 제가 확실하게 적어가면서 암기하지 않고 눈으로 한 두 번 보고 외우는 안좋은 습관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어쨌든 그렇다보니 반드시 뭔가 ‘써서 인출’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올해 공부를 떨어진 직후인 2월에 바로 시작했어요. 금요일에 최종 탈락을 확인하고 돌아오는 월요일에 쉬지 않고 바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화가 나서’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어쨌든 바로 공부를 시작했고, 1-2월 반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원을 다니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2차 실연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화 나는 마음’으로 시간 강사를 지원한 터라 상반기는 혼자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상태였어요. 삼수쯤 되니 개인 공부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혼자 어떻게 공부할지 고민하다가 앞서 소개해드렸던 밴드 빈칸 스터디를 편집해서 개론서를 읽고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혹시나 하고 살펴봤더니 제가 떡하니 테오도릭 부분을 빈칸으로 출제해두었더라고요. 2018년에 반복해서 외웠으면 풀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들면서 이 부분을 2019년에 보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서양사개론을 더 자세히, 특히 인명은 빠짐없이 빈칸을 뚫어 2월부터 끊임없이 돌렸습니다. 처음 2월부터 4월까지는 작년 밴드스터디 빈칸 문제를 2주에 1번씩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밴드스터디 빈칸은 정말 중요하다싶은 부분들만 뚫어놓은 것이었기 때문에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고, 5월부터는 항상 함께 공부하는 친구와 함께 2019년도에 새롭게 문제를 만들었어요. 각자 문제를 만들어 공용폴더에 올리면 이후 태블릿pc에 다운받아 문제를 풀어 캡쳐본을 다시 공용 폴더에 올리고 틀린 부분에서 주에 1번씩 문제를 제출해준 뒤 토요일 오프라인 스터디 때 그렇게 푼 문제에서마저 틀린 문제를 다시 구두 제출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태블릿pc를 사용한 이유는 저희 둘 다 태블릿pc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일일이 인쇄해서 풀기에는 그 페이지 수가 너무 많아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며 사진을 찍어 올리기에도 태블릿pc 캡쳐가 더 깔끔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태블릿pc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사실 태블릿pc용 펜슬이 일반 펜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손목이 더 자주 아픈 문제가 발생하기는 했습니다.
동양사와 한국사의 경우에는 한국사통론이나 동양사개론,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를 모두 그렇게 공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경향이 있어서 한국인을 위한 중국사만 그렇게 문제를 내고 대신 구영모선생님의 교재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구영모 선생님의 교재를 사용한 이유는 학원을 다녔을 때 김태규선생님께서 구영모 선생님 교재만 외워도 합격은 하고도 남는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났고, 저 역시 동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그럼 한 번 외워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단권화를 구영모선생님 교재에 했기 때문에 그 자체를 여러 번 보고 외우는 것이 중요하리라 여겨졌습니다. 방법은 교재를 말 그대로 한글 파일로 타이핑 쳐서 옮기면서 주요한 단어들 혹은 문장들을 비워두고 이후에 인쇄해서 써내려가는 겁니다. 이 방법 역시 처음에는 혼자 하다가, 이러다가는 끝을 보지 못하고 또 중도 포기할 것 같아서 친구에게 함께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친구도 흔쾌히 동의해주어 함께 빈칸 쓰기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기타사의 경우에는 구영모선생님의 동양사 교재와 09, 15개정 세계사 교과서 본문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교과서 문제는 서양사개론 문제처럼 문장을 통으로 쓰되 주요 키워드를 빈칸처리하는 식이었습니다.
3) 문제 풀기
문제의 경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일정 시대를 정하고 사료 등을 활용하여 임용고시 형태로 문제를 내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로 암기 확인에 더 주목하여 간단하게 단답/서술형으로 풀 수 있도록 문제를 내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학원에서 제공해주는 형성평가나 모의고사 문제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문제 제출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잘 아실테니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문제를 푸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모르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점검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사료문제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게 주목되고 있으니 꼭 사료 공부도 함께 병행하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현대 중국사의 경우 대부분의 문제가 ‘사료로 보는 아시아사’에서 나왔습니다. 모택동의 문화대혁명,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등의 문제 모두 해당 책에 떡하니 나와있는 사료와 그 밑의 해설에서 답변이 출제되었으므로 현대 중국사를 공부하실 때는 꼭 저 책을 함께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문제 출제는 혼자 하기는 어렵고 보통 스터디로 진행하는데요, 서로 일정부분 공부가 된 상태일 경우 자신이 놓치는 부분을 상대가 주목하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스터디 준비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부담스러우시면 김구선생님들께서 제공해주시는 문제를 적극 활용하시면 됩니다. 수험생이 출제한 문제보다야 훨씬 양질의 문제들이니 여러 차례 반복하시며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3. 그 외
1) 공부 계획 세우기
공부 계획은 꼭 1년을 단위로 크게 잡으시고 1달, 1주, 하루 단위로 세분화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년 단위로 계획하시라는 말씀은 적어도 어떤 흐름으로 내가 공부하겠다, 몇 월까지는 이런 것을 끝내겠다라는 큰 틀의 구상을 해두시라는 말씀입니다. 저의 경우 올해는 2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는데 11월 임용고시가 있는 주까지 계산하니 약 41주가 나왔습니다. 마지막 주는 복습 주로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40주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해당 기간 동안 개론을 몇 번 돌려야겠다, 스터디 진도는 몇 주에 걸쳐서 나가야겠다와 같은 큰 틀을 잡을 수 있습니다.
큰 틀이 정해지고 나면 매 달마다 목표를 설정하시고 계획을 작성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임용고시는 2달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에 2달을 계획하셔도 좋습니다. 저는 올해의 경우 혼자 공부했으므로 1달 단위로 계획을 세웠고 아래와 같은 표를 만들어 지우면서 공부했습니다. 항상 넘치게 계획을 세워 100% 완료한 날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계획과 조금 달라질 경우 그 때 그 때 to do list나 하루 계획표를 다시 짜서 보충하는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계획만 잘 세우셔도 공부의 반은 이루셨다고 볼 수 있으니 꼭 지금부터 남은 임용고시까지의 기간을 잘 계산하셔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체계적으로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 스터디
스터디는 온라인 스터디와 오프라인 스터디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은 아주 확연하므로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하여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1차 공부의 경우 반드시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개인의 필요에 따라 하실지 안 하실지 정하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 다 하는데?’라는 마음으로 시작해봤자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오는 트러블로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경우도 여럿 보았어요. 다만 저는 공부방법은 장독립적이지만 습관은 장의존적이었기 때문에 과하다싶을 정도로 복수 스터디를 동시에 진행해 최대한 저를 빠져나갈 구멍 없이 옭아맸습니다. 한번에 4~5개씩 스터디를 했으니까요. 덕분에 할 수 있는 스터디는 거의 다 해본 것 같은데 그 종류들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생활스터디가 있습니다. 기상시간, 최종 공부시간, 중간 중간 공부한 내용 인증 등을 할 수 있는데, 초수 때는 스터디헬퍼라는 어플을 활용해 공부 시작시간과 최종 공부시간만 업로드하는 방식이었고, 재수 때는 밴드를 활용해 마찬가지로 공부 시작시간과 최종 공부시간을 업로드하되 아침에 공부 시작시 역사교육 문제를 각자 1문제씩 내고 최종 공부시간을 업로드할 때 다른 사람이 낸 문제에 대한 답과 개인이 출제한 문제의 답을 올리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삼수 때는 단체 카톡을 활용했는데요, 앞에 잠깐 언급했듯이 각자 생활 컨디션에 맞게 기상시간, 총 목표 공부시간을 정해놓고 해당 시간 중 3번 이상 공부한 내용을 백지쓰기한 사진을 인증해야 했습니다. 생활스터디를 진행하실 경우 성실한 스터디원들을 만나기만 한다면 나태해지는 자신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스터디는 아닙니다만, 스터디헬퍼 대신 ‘열품타’라는 어플도 함께 사용해 생활을 관리했습니다. 같은 군(=임용고시 준비생)에 있는 사람들 중 내가 몇 번째로 공부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어 스스로를 자극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 오프라인 스터디가 있습니다. 오프라인 스터디는 몇 차례 언급했던 제 친구나 대학 선후배, 학원에서 알게 된 선생님들과 주로 진행했는데요, 모두 성실하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라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스터디는 보통 문제를 제출하는 스터디나 내용 인출을 확인하기 위한 면대면 스터디였습니다. 올해는 제 친구와 자주 보기가 어려워 각자 빈칸을 채우고 공용 폴더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작년에는 매일매일 얼굴을 봤기 때문에 구두 인출하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는데요, 사람에 따라 다르고 제 친구는 올해 공부 방식이 더 잘 맞았다고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구두 인출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올해 공부 방식은 지엽적으로 볼 수 있고 자세히 공부하기는 좋지만 저는 듣고 말해야 더 오래 기억에 남는 타입이라 작년에 비해 많은 양을 다뤘음에도 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올해 임용고시 문제 스타일이 그런 방향으로 나오지 않기도 했고요. 본인 성향을 잘 파악하셔서 스터디를 진행하시면 되겠습니다.
세 번째로는 전화스터디가 있습니다. 물론 온라인스터디와 병행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초수, 재수 때는 대학 후배 및 임용고시 카페에 글을 올려 알게 된 선생님들과 각각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초수 때 전화스터디를 통해 알게 된 선생님은 재수할 당시 함께 박문각 학원을 다니면서 그 인연을 이어가기도 했어요. 전화스터디의 장점은 멀리 떨어져있어도 말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고, 보통 짝스터디로 진행되기 때문에 서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전화스터디로는 보통 구두 인출을 진행했는데, 대신 면대면 구두 인출에 비해 제 얼굴을 보고 있는 사람이 없으므로 답이 생각 안나면 자꾸 컨닝을 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또 너무 잘하면 저도 모르게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구두 인출은 적나라하게 자신의 모습을 까발린 상태에서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 외에는 교과서 통독 스터디도 전화로 진행했는데 이 또한 나쁘지 않은 스터디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읽다보면 점차 생각없이 글자가 보이는 대로 입만 움직이고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서로 너무 잘맞으면 전화 통화내내 한탄이나 수다를 떨다가 끝나기도 합니다.
스터디는 잘만 활용하면 무엇보다도 성적을 끌어올리기에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올바른 방향의 스터디를 할 경우 해당 스터디원이 모두 최종 합격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스터디를 진행하다보면 너무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스터디보다는 친목에 초점이 맞춰질 때도 있고, 생각과 다른 성향의 선생님들을 만나 스터디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할 때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만해야겠다 싶을 때는 과감히 그만 두시고, 이런 스터디를 구해야겠다 싶을 때는 망설이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구하셔서 꼭 좋은 결과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2) 교육학
저는 사실 교육학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늘 전공 공부하기에 바빴거든요. 역사전공의 경우 전반적으로 교육학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근거없는 안심도 한몫 했고요. 그러다보니 초수 때는 15점, 재수 때는 14점, 삼수 때는 17점을 맞았는데(소수점 생략) 3번 다 고득점은 아닙니다만 1차 합격자들이 맞는 평균 점수에 해당되었습니다. 교육학은 본인의 신념에 맞게 공부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육학이 발목만 잡게 하지 않겠다, 아니다 나는 꼭 19~20점대를 맞아 강점으로 삼겠다 등 목표에 따라 그 시간 분배를 잘 하셔서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육학을 공부하실 때 아주 중요한 점은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시는 겁니다. 부족한 부분이 암기인지 아니면 글을 조직하는 능력인지 꼭 파악하십시오. 저는 후자보다는 전자가 제 약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7월부터 진행되는 모의고사는 듣지 않았습니다. 교육학의 경우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다양하다보니 모의고사에 나오는 주제들이 그 부분을 다 커버쳐줄 수 없다고도 생각했고 교육학 강사의 개인적 신념이 강하게 적용된다고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분명 답을 썼는데도 교육학 점수가 낮게 나오시는 분들은 글을 쓰시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 수 있으므로 꼭 첨삭을 해주시는 선생님들께 모의고사 수업을 들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떤 점이 문제시든 제가 교육학을 공부하시는 과정에서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크게 3가지입니다. ①10-11월 경 몇몇 교육학 선생님들께서 진행하시는 최종 파이널 무료 특강을 들으면서 정리하시면 좋습니다. 보통 이경범, 이선화, 권지수 선생님들께서 진행하십니다. 재수 이상이라 굳이 개론 강의를 커리 따라 들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평소에는 혼자 이론서를 중심으로 공부하시고 마지막에 파이널 강의로 정리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 외에 이선화선생님의 경우에는 5만원 정도 가격으로 구조화 특강 등을 업로드해주시는데 큰 틀을 세우기 좋았습니다. 교육학 강의도 비싸니 꼭 1년 커리로 들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마시고 필요하신 부분만 뽑아가시길 바랍니다. ②암기노트를 만들면 좋습니다. 이것은 제 성향과도 관련된 문제인데요, 교육학은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초수 때 각 분야마다 꼭 봐야할 내용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했고 계속 수정 보완하면서 올해까지 잘 썼습니다. 사실 올해는 교육학 공부를 1주일도 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당연히 저처럼 하시면 안됩니다) 시험 전날 달달 외울 정리본이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올해 시험은 이론 암기를 해야 풀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점수 자체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③교육학 문제를 푸실 때는 꼭 개요를 작성하고 푸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대학도 논술전형으로 합격했는데, 그 당시에도 활용했던 방법입니다. 표를 작성하셔서 키워드를 적어놓고 글을 쓰기 시작하시면 빠지는 내용없이 구조적으로 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첨부해둘테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3) 실수를 줄이자
제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말씀드리자면 최대한 1차 점수를 잘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시험은 1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까지 있고, 최종 합격 여부는 결국 1차 점수가 합산되어 결정되니까요. 따라서 최대한 실수를 줄이고 아는 문제는 다 맞겠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저는 작년 서울 최종에서 1점 정도의 점수 차이로 떨어졌는데요, 물론 소수점 차이로 떨어지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차 때 실수한 그 1점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를 괴롭힙니다. 내용을 쓰라고 했는데 사건명을 적은 문제가 2개는 됐거든요. 실제로 작년에 단순히 답을 고쳐서 틀린 문제를 제외하고 ‘답을 썼는데 표기 등의 문제로 틀린’ 문제만 계산해도 5점을 훌쩍 넘습니다. 그 문제들만 챙겼어도 저는 작년에 합격수기를 썼겠죠...
모두가 서울은 2차로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특히 작년처럼 1차 컷은 낮은데 1차 컷과 10점 이상 차이나는 고득점자가 많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컷 근처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2차에서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득점자가 80점대를 맞아도 이미 그 사람과 제 점수차는 크게 벌어져있는 상황이니까요. 실제로 제가 작년 2차에서 맞았던 점수는 그 전 해에 저보다 1차 컷에 가까운 분들이 뒤집고 합격하고도 남은 점수였지만 2019학년도 시험에서 뒤집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맞아야 했죠. 올해는 또 다른 양상이 펼쳐지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2차는 항상 변수가 존재합니다. 아무리 공정하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채점하며, 모든 사람을 동시에, 동일 인물이 채점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똑같이 ‘구성점수’를 채점하더라도 ‘구성’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1차에서 최대한 실수를 줄여 점수를 최대한 벌려두는 것입니다. 저는 올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요...
따라서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은 혹 본인이 2차에 더 자신있는 타입이더라도 꼭, 꼭, 꼭! 1차에 매진하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2차 준비를 시작하시면 어느 지역의 누가 잘한다더라하는 소문이 돌겁니다. 그렇지만 12월부터 2월 사이에 학원에서 아무리 2차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정작 1차 점수가 컷에 가깝고, 2차 시험 점수가 잘 안 나오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런 사람 저를 비롯해서 정말 여럿 보았습니다. 잘한다고 소문 나는 사람이 꼭 2차를 잘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2차를 잘한다는 소리를 주로 들으시는 분들은 절대 방심하지 마시고, 2차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그런 분들과 비교하여 자신감을 잃기보다는 조건 중심으로 성심성의껏 준비하여 시험에 임하시면 아무 문제 없이 합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물론 경기 등 비지도안 지역은 다를 수 있습니다. 조건 충족 여부보다 능숙함이나 여유로움을 더 중요하게 보는 지역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실수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는데 제가 만약 올해 또 공부해야 했다면 저는 최대한 학원 모의고사 시간을 활용할 것 같습니다. 9-11월에 진행되는 학원 모의고사, 특히 금요일에 치루는 시험은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분명히 모의고사 시간에도 답을 두고 고민하다가 찍는 느낌으로 적은 것이 ‘맞는 경우’가 존재할 것입니다. 이 때 무의식 중에 이건 맞은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른 틀린 문제들에 집중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시험은 ‘모르는 문제’보다는 ‘알지만 아리까리한 문제, 혹은 실수하는 문제’를 맞추는 것에서 승패가 갈리는 게 않을까요? 모의고사 때 최대한 주어진 시간을 활용하여 ‘아리까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노력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제를 직감으로 푸는 습관을 최대한 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왜 A와 B 중에 A가 답인지 꼭 시험 시간 내에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푸는 연습을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이번 시험에서 왕전제를 틀렸는데 명당이라는 단어를 보고 측천무후에 매몰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균전제는 아닌 것 같았으나 마땅히 떠오르는 다른 토지제도가 없었어요. 심지어 신나라를 생각했는데도 캐치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시험장에서는 뭐가 씌인 것처럼 문제를 풀게 되는 일이 다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의 저라면 일단 중국의 토지제도를 고대부터 쭉 써볼 것 같아요. 그리고 지워나갔다면 답을 맞출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도 꼭 모의고사를 보실 때 헷갈리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시길 권해드립니다.
4. 사립위탁 2차 준비
4-1. 스펙
사립학교 합격 수기인만큼 일정부분 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 민망하지만 부득이하게 추가합니다. 만약 사립 위탁에 1차 합격하셨거나 일반 사립을 준비하고 있으신 분들 중 스펙 부분에서 마음에 걸리는 요소가 있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제 사례가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제 경험’이 기준이 되므로 반드시 그렇다고 받아드리시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뭐든지 진리의 학바학 아니겠습니까.
출신 대학: 저는 스카이출신이 아닙니다. 서성한 라인이기는 합니다만, 스카이가 아니면 지원서 자체에서 얻는 이익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다른 교과이기는 하지만 저와 함께 합격한 동기쌤들 중에서는 제가 제일 학벌이 좋습니다. 저 외에 한 분 정도만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이시고 다른 분들은 지거국 사범대 출신이셨습니다. 어느 학교가 더 좋고 나쁘고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혹 나는 서울을 썼는데 인서울 학교가 아니라서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실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함입니다. 사립위탁의 경우 일반 사립 지원에 비해 학벌을 최우선적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임용고시로 한 번 거르고 올라온 사람들이니까요. 학벌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학력: 저는 일반대학교 사학과 교직이수 출신이며 졸업 후 교육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서 서양사를 전공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분명히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하여 메리트는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마찬가지로 동기분들 중 저 외에 석사 학위가 있는 분은 없습니다. 다만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범대 출신이시더라고요. 이 부분은 학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합격 후 이사장님께서 지나가듯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본 이유는 해당 지원자가 얼마나 선생님을 꿈꿔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언급하신 바 있습니다. 만약 저처럼 사범대 출신이 아니시거나 학창시절 장래희망에 교사 외의 직업을 적으셨었다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실 때 최대한 교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어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학교는 ‘교사’를 뽑는 거니까요.
성별: 저는 여성입니다만, 제가 지원한 학교는 남학교였습니다. 사실 그냥 집에서 가깝고 익숙해서 지원한 거였는데 막상 1차를 합격하고 나니 ‘남학교란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1차 합격자 중에 스카이 남자에 경력자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실제로 1차 합격자 중에 남자분이 계셨습니다만(출신 학교 및 경력 여부는 모릅니다) 결과적으로는 제가 선발되었습니다. 여성이어도 남학교에 붙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분명 사립학교들 중에는 ‘남학교라서 남자선생님을, 여학교라서 여자선생님을 선호’하는 학교들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지원하실 때 무턱대고 지원하시기보다는 포털 검색이나 학교알리미 등을 통해 해당 학교의 교원 성비를 한번쯤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교사 직급별 구분을 확인하시면 기간제 선생님들 외에 일반교사들만 따로 정리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해당 학교가 어느 성별을 우선적으로 선출하는지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력: 제 경력은 시간강사 1년이 전부입니다. 기간제 경험은 없습니다. 보통 시간강사는 경력으로 쳐주지 않는다고들 많이 이야기하죠. 다만 제가 면접볼 때는 교감선생님께서 ‘00학교에서 시간강사 하신 경력이 있고...’라고 언급은 해주셨습니다. 합격한 선생님들 중 기간제 경력이 있는 분은 소수셨고 대부분 무경력이었습니다. 제가 붙은 학교는 올해 이전에도 위탁전형을 진행했었는데 당시 선발되셨던 분들 역시 무경력자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임용고시를 주로 공부하신 분들은 경력이 없는 분들이 대다수이니 너무 경력없음을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나이: 사립은 어린 나이를 좋아한다, 아니다 경력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등 의견이 다양한데요. 사실 나이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남성분들은 30세 전후, 여성분들은 27세 전후가 대부분이었어요. 대체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합격하시는 분들의 평균 연령이죠. 사립도 동일합니다. 다만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27세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습니다. 다른 학교 후기를 보면 여성이고 삼십대 중반 이상인데 합격했다는 말도 있는 만큼 나이가 합불을 가르는 최우선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저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별로 안 좋습니다. 외고도 아니고 일반계 고등학교였는데도 그래요. 실제로 이사장님께서 합격 후 고등학교 때 자신의 전공과목 성적을 확인했다는 언급을 하시면서 한 명은 좀 점수가 떨어지지만...이라고 언급하셨는데 아마 그게 저일 것 같습니다. 또 변명할 거리는 많지만 어쨌든 무단 지각도 1번 있습니다. 제가 지원한 학교는 지원서 앞면에 무단 결석/지각 칸이 따로 있을 정도로 해당 부분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결과적으로 합격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내신 성적이나 출석(물론 너무 안 좋으면 좋진 않겠죠)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시다면 저 같은 경우도 있으니 본인이 먼저 포기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4-2. 2차 시험
사립학교는 정말 학교마다 시험전형이 다릅니다. 따라서 해당 학교가 위탁을 처음으로 시도하지 않았다면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등을 뒤져서 꼭 이전 시험 유형을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려요. 보통 각 학교 홈페이지에서는 3년 정도 게시물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마다 세세한 양식은 다르긴 합니다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해야 하는 준비는 동일하므로 일정 부분은 대비가 가능합니다. ①자기 소개서 ②수업 실연 ③면접이 그것인데, 학교에 따라 ②수업 실연 부분에 수업지도안이 추가되어 있는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제가 합격한 학교는 수업지도안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같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사립 2차 시험 준비
① 자기소개서
보통 대다수의 사립학교들이 1차 합격 발표를 듣고 난 후 3일 이내에 작성하여 학교에 제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공립 2차 시험보다 더 빠르게 시험 전형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교마다 최종까지 가는 단계가 더 많아서 공립 시험 이후에도 최종 시험을 보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3-4차까지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1월 중순 경에는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사립위탁 전형은 공립보다 조금 더 급박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학교마다 다른데요, 각 교육청에 들어가셔서 시간강사나 기간제 선출 시 학교에서 올려주는 폼을 한번 확인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항목을 정해서 그 항목에 해당하는 내용을 작성하라고 하거나 2쪽 이내로 자유 양식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후자였는데, 대신 그 안에 들어갔으면 좋겠는 요소를 몇 가지 제시해주셨습니다. 자유양식이었기 때문에 저는 편의상 해당 요소들을 기준으로 항목화하여 작성했는데 이런 부분들은 각자 편하신대로 자유롭게 작성하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사립에서 자기소개서는 면접 질문의 토대가 됩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실 때는 ①교사가 되고 싶은 본인의 열망이 잘 드러나고 ②해당 학교에서 중시하는 요소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면 이를 최대한 연관시켜서 작성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해당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있다면 본인이 학창시절에 어떤 인성교육을 했었는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등을 연계하여 서술하시면 면접 시 해당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질문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겠죠. 만약 자기소개서를 한 번도 안 써보셨거나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주변분들에게 최대한 많이 첨삭받으시는 것도 좋습니다.
② 수업지도안
제가 지원한 학교는 수업 실연 주제를 미리 알려주고 수업지도안을 미리 작성하여 준비해올 것을 요구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공립식의 수업지도안보다는 학부시절 수업지도안 수업에서 준비했던 방식으로 지도안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교수와 학습이 양분되어 있는 지도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공립에서 했던 것과는 달리 칸을 나누어 각각 작성했고, 세안과 약안 사이의 느낌으로 글을 작성해 갔습니다.
특히 저희 학교 역사교육 교수님의 조언을 받아 수업지도안 앞부분에 09개정과 15개정의 차이를 정리한 표와 학습목표, 수업시 유의점 등을 추가로 넣어두었습니다. 또 응시한 학교가 고등학교였기 때문에 수능기출 분석표도 추가해두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당락을 직접적으로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면접관으로 하여금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요소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안의 맨 앞장에는 학교 교표를 추가해두었는데 ‘뭐 이렇게까지 해’라는 생각이 들어도 일단 해두면 다 좋아하신다는 저희 교수님의 조언을 적극 반영한 결과입니다. 학교처럼 보수적인 곳에서 의전은 아주 중요하니까요.
수업지도안은 그냥 인쇄해서 스테이플러로 찝어가지 않고 파일에 넣어갔습니다. 실제로 기간제나 사립학교를 위주로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의 경우 다 그렇게 준비해가신다고 해요. 간혹 아예 제본해서 가시는 분들도 있으시고요. 저는 제본할 것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파일에 내용을 넣어 제출했습니다. 다만 클리어파일의 경우 지도안에 직접 글씨를 쓰시기 어렵고, 쫄대 같은 파일은 조금 허술해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주 사용하던 악보용 파일을 활용했어요. 악보 파일은 위 아래에 A4용지를 고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가운데는 글을 쓸 수 있게 비워져 있기 때문에 적격이었습니다. 약 10매 되는 파일을 싼 가격에 인터넷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으니 만약 수업지도안을 제출하실 일이 생기신다면 활용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③ 스터디
사립 위탁 1차에 합격한 이후 스터디를 어떻게 구해야할 것인가를 두고 눈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실연은 동교과 선생님들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고, 면접은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하는 것이 좋으니 이중으로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립에 붙기는 했으나 공립엔 떨어진 상태였고 그 전 해에 1.5배수에서도 떨어진 내가 7배수는 뚫을 수 있나, 내 스펙이 가당키나 한가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들어 조금 무기력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안할 수는 없어 임용고시 카페에 올라온 실연스터디 모집글을 보고 지원했고 덕분에 좋은 선생님들과 2차 스터디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를 제외하면 다른 두 분의 선생님께서는 시험 당일에 실연 주제가 주어지는 상황이었고, 기한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 기간 내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모두 돌리시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3명이서 돌렸으면 조금 나았을텐데 학교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주제를 정해주어서 제가 초반부터 주제 1가지만 가지고 시연을 연습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하루에 많게는 4번, 적게는 3번씩 수업을 하셨고, 저도 같은 주제지만 적어도 2번씩은 수업실연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제 판서 구조화를 함께 고민해주시고 더 나은 ppt를 위해 아이디어를 내주시며 고생해주신 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합니다.
실연스터디를 준비하는 동안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했고, 면접 준비도 해야 했으니 정말 그 열흘은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것 같습니다. 스터디 계획은 초반에는 일주일에 2일을 쉬는 것이었는데 하다보니 다들 마음이 급해져서 거의 매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출석 여부는 유동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ppt를 작성할 시간이 더 필요했고, 선생님들의 경우에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시간이나 서류를 제출하러 갈 시간이 필요하셨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2명만 모이면 스터디는 진행했기 때문에 각자 필요에 맞춰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희의 가장 큰 문제는 3명 다 공립만 준비해왔기 때문에 ‘사립에서 원하는 실연’이 무엇인가를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할 때 자꾸만 공립처럼 하게 되어서 ‘음...공립이라면 이런 부분들을 수정하시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사립이라 괜찮을 것 같다’는 말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사립에서 원하는 수업 형태는 결국 ‘어느 부분을 실연하라고 주어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전반부 15분을 수업할 것이 조건이었고, 수업실연의 주제가 따로 있었기 때문에(1차시분의 수업 단원보다 작은 단위의 주제였습니다) 활동보다는 강의를 중심으로 수업 준비를 했습니다. 아마 대체로 사립의 경우,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활동보다는 강의력을 우선적으로 보겠지요. 평소에 공립식 준비도 많이 해보셨을테니 어떤 상황에서든 수업할 수 있게 준비하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의 스터디는 서로 다른 학교의 합격자들이 모인 것이었어서 실연스터디만이었는데 중간 중간 면접에 대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고, 마지막 날에는 서로 면접 예상 질문도 만들어서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특히 각자 자기소개서를 돌아가면서 읽고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물어봐주었는데 이 부분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동일한 질문을 받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자기소개서를 더 면밀히 살펴볼 시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다른 교과이시지만 사립학교만 지원하시고 현재는 사립학교 정교사로 계신 선생님을 모셔서 실연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만약 주변에 사립학교 정교사이신 선생님이 계시다면 교과목과 상관없이 꼭 모셔서 수업실연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확실히 현장에서 수업하고, 또 사립학교를 오래 준비하셨던 선생님들은 보는 시각이 다르시더라고요. 저희는 대체로 사립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므로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실제 공립 시연 준비와 마찬가지로 수업실연을 하게 될 학교의 칠판이 어떤 종류인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보통 자기소개서를 내러가시면서 확인하실 수 있으니 잊지말고 꼭 확인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저의 경우에는 흑칠판인 줄 알았는데 물백묵을 사용하는 칠판이더라고요. 그 어디에서도 물백묵을 사용하는 연습 장소를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 연습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화이트보드냐 혹은 분필이냐, 분필 중에서도 전통적인 문교분필이냐 학원처럼 물분필이냐에 따라 판서의 느낌과 글씨체가 달라지니 꼭 확인하시고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면접스터디는 따로 구하지 않고 혼자서 준비했습니다. 다음 카페에 가면 ‘전국 기간제교사 모임(이하 전기모)’이라는 곳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특정 학교에 대한 후기나 면접 후기를 올려주십니다. 그 곳에서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면접 문제들을 정리해 읽어보면서 나라면 답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정도로만 준비했습니다. 공립 2차 준비를 하셨다면 생활지도와 관련하여 대체로 대답하실 수 있는 질문들이니 크게 겁먹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답변을 할 때 본인의 현장 경험이 녹아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시간강사를 했었기 때문에 해당 경험을 계속 언급하면서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전기모에는 각 학교에 대한 평도 올라오니 애초에 1차 지원하실 때나 2차 준비를 하시는 과정에 지원한 학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학교 이름으로 검색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각 학교 홈페이지는 열린광장 등에 학교교육계획, 교과별 교육과정 운영계획 등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1차를 합격하셨다면 꼭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셔서 그런 자료들을 읽어보고 특이한 점들은 외워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면접에서 해당 부분을 질문받지는 않았으나 제가 답변에 해당 학교의 특징들을 섞어 말씀드렸을 때 면접관 선생님들이 슬쩍 웃으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 2차 시험 내용
제가 지원한 학교는 여러 날짜에 걸쳐 시험 전형을 진행하지 않고 하루에 실연과 면접 2번을 몰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오전에는 수업실연을, 오후에는 1차 면접과 2차 면접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었어요.
① 수업 실연
수업실연의 경우 조건에 ‘시청각 자료를 활용할 것’이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ppt자료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당일에 보니 ppt자료 외에 영상 자료만 활용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자율성이 있으니 자유롭게 진행하셔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ppt를 활용할 것이기 때문에 ppt포인터를 챙겨갔고 사용해도 된다고 하셔서 ppt와 수업을 문제없이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ppt를 사용하실 거라면 ppt를 넘겨주는 포인터를 꼭 챙겨가시길 추천드립니다. 준비해주는 학교도 있다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으니까요.
수업실연은 15분동안 진행되었고 총 6분이 참관하셨습니다. 붙고 보니 앞줄에 앉아계셨던 분들은 사회과 부장, 중학교 교무부장, 고등학교 교무부장님이셨고 뒷줄에는 교장 등 관리자 선생님들이 앉아계셨습니다. 사실 준비해오라고 한 지도안 수보다 더 많은 인원이 앉아계셔서 당황했는데, 애초에 주 면접관은 앞줄의 3분이셨고 뒷줄은 선생님들은 참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ppt 등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준비시간을 갖고 수업실연을 시작하겠다 말씀드렸고 선생님들께서 흔쾌히 그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수업실연을 시작할 때 맞춰서 초시계를 눌러주셨어요. 초시계는 서울 공립 2차에서 볼 수 있는 네모낳고 커다란 전자시계였습니다.
수업 실연 이후 수업과 관련된 문답을 하겠다고 공지에 적혀있었는데 실제로 약 10분간 문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앞줄의 3분 선생님께서 각자 질문을 2~3개씩 하셨는데, ‘수업지도안을 작성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 ‘수업내용이나 수업지도안의 문제점을 언급하시고 이에 대한 해명 요구’, ‘수업시간에 과정중심평가를 할 경우 학생들이 잘 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역사의 제1가치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교실에는 상위 10%와 하위 10% 학생들이 섞여있는데 어디에 수준을 맞추고 수업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들이었습니다.
② 면접
수업실연을 진행한 뒤에는 각자 싸온 도시락(미리 공지)을 먹고 바로 면접에 들어갔습니다. 면접은 1차(교장, 교감)와 2차(이사장)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각각 3(면접관):1(지원자)로 진행되었고, 1번 선생님이 1차 면접을 보고난 뒤 바로 2차 면접장에 들어가시면 2번 선생님이 1차 면접장에 들어가시는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1차 면접의 경우 약 20분에서 25분 가량 진행되었고 2차 면접의 경우 약 30분에서 40분 정도 진행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희 학교는 서류 제출 시 새로 수험번호를 부여하거나 당일에 번호를 새로 뽑지 않고 1차 공립시험의 수험번호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제 번호는 가장 뒷번호였기 때문에 수업실연과 면접 모두 가장 마지막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면접장에 들어갔을 때 오래 기다리느라 수고했다고도 인사해주시고 시간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면접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차 면접의 경우 제가 가장 오래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1차 면접은 주로 자기소개서와 학생 생활지도 및 교사 능력과 관련된 질문들이었습니다. 면접 질문들의 내용은 아래 첨부해두도록 하겠습니다. 여선생인데 남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겠는가 이런 질문을 하지는 않으셨고, 결혼은 했느냐는 질문은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1차 면접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선에서 나왔습니다만, 문제는 2차 면접이었습니다. 저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가장 마지막 번호였기 때문에 저보다 먼저 면접보신 선생님들이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대기실로 돌아오시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는데 2차를 보고 오신 선생님들의 표정이 다들 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체 뭘 묻는거지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장에 들어가니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2차 면접은 지원자의 정치 성향과 종교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2차 면접은 제가 지원한 학교의 특징적인 부분이었으므로 다른 학교를 지원하셨을 경우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북한이나 정치성향에 대한 질문은 저 외에 다른 학교를 지원하신 선생님들께서도 짧게 1~2문제씩은 받으셨던 것으로 보아 한번쯤은 어떻게 답변할지 생각해보고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북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핵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현 정부의 지원 우선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지, 학생에게 가르치고 싶은 국가관이 무엇인지, 건국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실 1차 면접은 예상 가능한 질문들이었음에도 당황스럽고 어려워서 입이 바짝바짝 말랐었는데 2차 면접은 그런 질문들을 받다보니 그냥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긴장을 풀고 할 말 다 하며 면접을 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임하는 자세가 고압적이거나 반항적이면 안되겠지요. 적당히 예의를 갖추고 당신들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자세는 유지한 상태에서 자신의 의견을 예의바르게 제시하시면 면접관들께서도 큰 무리없이 수용하시니 너무 겁먹으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다 물어보고 모르겠는 것은 모르겠으니 가르침을 달라 부탁도 드리고 하면서 면접봤는데 면접 분위기가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저를 흥미로워하시는 분위기였습니다. 만약 대학원을 나오셔서 평소 교수님과 논문 주제나 역사적 이슈들로 종종 토론하셨다면 충분히 감당하실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막상 붙고 난 뒤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 이야기해보니 저런 식으로 사상검증을 받은 교과는 사회과에 한정되어 있더라고요. 역사를 전공한 이상 피해갈 수 없으신 것 같으니 사립학교를 준비하실 때는 전교조, 국정교과서, 북한에 대한 입장, 친일파에 대한 생각 등을 꼭 정리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 물어보면 좋지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질문받으면 너무 당황스럽더라고요. 저의 경우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답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도저히 용납하고 싶지 않는 내용들은 역사학의 장점을 살려서 역사에 정답은 없고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는 식으로 피해갔습니다.
③결과
저는 최종 합격 통보를 2차 면접 후 약 3일만에 전화로 받았습니다. 실제로 이쯤 연락올 것이다라고 언급해주셨던 것보다 약 2주 빠른 결과였습니다. 2차 점수는 공개되지 않아 제가 왜 붙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사회과부장님께서 다른 사회과 선생님께 저에 대해 ‘시강을 너무 잘했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옆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것보다는 작년 2차에서 꺾인 자신감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에 따로 최종합격 공지를 올려주지는 않아 업무분장된 표로 인증을 대신합니다.
4-3. 사립위탁 면접 질문 정리
마지막으로 제가 현장에서 받았던 면접 질문을 복기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학교마다 주어지는 질문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공통적인 질문들도 존재해요. 보통 생활지도와 관련된 질문들이 그렇습니다. 자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과정중심평가에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이야 사실 뻔할 수밖에 없지만 또 막상 생각없이 갔다가 현장에서 질문받으면 당황하기 십상인 질문들이니 꼭 한번쯤 고민해보시고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5. 나가며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작년에 최종에서 떨어지고 한동안 멍하니 불합격 화면을 바라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상태 그대로 가족 단톡방에 떨어졌다고 써서 보내고 덤덤하게 교육청에 들어가 시간강사 지원서를 쓰다가 점심 먹으러 나오라는 엄마의 목소리에 거실로 나가 엄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제서야 무너져 오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를 껴안고 같이 울어주시던 엄마의 목소리와 울고 있는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아빠의 손을 기억합니다. 저는 1년 동안 그 기억 하나를 부여잡고 살았습니다. 떨어진 당사자의 기분을 그 누가 알겠습니까. 1차든 2차든 불합격은 참 많이 아프고 괴롭지요. 그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됨을 압니다. 누구는 쉽게 붙는데, 왜 나만 늘 어렵지, 왜 나는 늘 돌아가지라는 생각, 아마 모두가 하고 있을거예요. 그렇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정말 모든 일은 어떠한 모양새로든 결국에는 지나가더라고요. 지나갈 거고, 분명 더 좋고 멋진 길로 여러분 앞에 펼쳐질 것을 믿습니다. 1년 동안 우리 참 고생했어요. 여러분께서 앞으로 치열하게 싸워나가실 1년을 응원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