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듯이’ 오랜 시간을 들여 가을에 피어나는 꽃이다.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가장 역사가 노래됐으며 사군자의 하나로 귀히 여겨졌던 꽃이고, 건강을 지키는 약이 되는 식물이다. 전원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가을을 맞아 약이 되는 국화인 구절초가 생산되고 있는 함해국을 찾아가 보았다. 은은한 국화차와 함께 시작된 함해국과의 만남은 소박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함해국을 찾았을 때 유독 젊은 여성이 반갑게 맞아주었는데, 바로 유은미 대표(31)다. 유은미 대표는 한국 건축사를 공부하던 대학원 시절 한옥마을의 건축적 특성에 대해 논문을 쓰기 위해 함라면 일대의 부농가옥을 연구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함해국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함해국’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 하는 단계부터 참여한 그는 이후 함해국의 직원이 되어 실무를 보다가 3년 전(2009년)에 공동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또 한 명의 공동대표는 3년 이내에 탈수급을 목표로 열심히 업무를 보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이다.
아직 미혼인 젊은 여성이 연고가 있는 곳도 아닌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농업 법인체를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초반에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의외로 유 대표의 어머니가 ‘젊을 때 아니면 언제 해 보느냐’며 힘을 실어줬다고. 유은미 대표는 대표직을 맡은 3년을 포함해 6년 여의 함해국 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익산시에는 산이 두 개 뿐이다. 이 중 함라산의 산자락에 함라면이 있다. 완만하게 뻗은 능선을 따라 낮은 산줄기에는 갖가지 산나물 및 들꽃이 성장하고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어느 날, 우리는 함라면에 위치한 함해국(咸奚菊)을 찾았다. 함해국은 옛 마한시대 함라의 옛 지명인 감해국(感奚國)에서 이름을 따 ‘누구에게나 널리 이로운 국화’라는 뜻이라고 한다. 익산시 원광지역자활센터 추진사업의 하나로 기초생활수급자들의 자활, 자립을 돕고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조성된 5ha 부지의 구절초 단지에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50% 이상의 구성원이 기초생활 수급권자일 정도로 지역 사회의 소외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봄부터 늦가을까지만 작업자가 필요한 농업의 특성 상 상시 고용을 할 수 없어 비주기적인 고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이 확장되는 데에는 정부 지원 공모사업을 따 낸 것이 큰 몫을 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판매처가 마땅치 않으면 헛수고이고, 판매처가 있다 하더라도 제품이 없어 못 팔면 역시 헛수고에 불과하다. 함해국은 2008년 ‘고소득 벤처농업육성사업’의 하나로 지원비를 받아 지금의 사업장을 만들었다. 구절초는 꽃이 피는 9월 중순에서 하순에 채취된 꽃을 가공해서 판매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공할 수 있는 공간과 작업장이 필요한데, 작은 영세 사업자들이 작업 공간을 만들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 그래서 정부 지원 공모사업에 참여해 지금의 작업장을 만들고 작업장 위층에 조그마한 사무실도 마련해 함해국의 기틀을 세우게 되었다.
구절초는 농업 전문가들도 무농약으로 재배하기는 어려운 작물이다. 하나의 꽃에 한 송이의 꽃만 피기 때문에 꽃이 피지 않고 마르거나 상해버리면 그 해 농사는 마감이 되는 것이다. 함해국은 5ha의 부지에서 구절초, 산국, 감국 등 한국의 자생식물을 재배하고, 무농약을 고집한다. 최상의 품질, 깨끗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결벽증에 가까운 노력을 하고 있다. ‘행복한 자연의 이름’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듯이 함해국은 청정 자연을 담은 건강한 제품으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소박한 삶을 꿈꾼다.
구절초는 꽃과 줄기, 잎을 활용할 수 있는데 구절초환, 꽃차, 비누, 화장품, 베개 등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하지만 효능을 살리고 고객들이 좀 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유 대표는 다양한 제품으로 구절초를 가공하기 위해 연구개발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화장품을 개발 할 때는 화장품에 대한 교육을 받고, 차를 개발할 때는 다도를 배우며, 한국의 자생식물에 대한 공부를 한다. 또한 인근 대학 교수님들의 자문을 받아 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고, 사업성을 검증받는다.
그리고 항상 좋은 제품을 일정하게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재배방법과 가공방법을 매뉴얼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한다. 구절초의 줄기를 활용하는 베개, 꽃으로 만드는 차, 잎을 이용하는 비누, 그리고 꽃과 잎의 추출물로 만드는 다양한 제품들은 각기 만드는 방법도 다르고 기술도 다르다. “꽃은 자연 건조를 해야 하고, 잎은 동결건조를 해야 한다.”라는 유 대표는 제품마다 적절한 가공 방법을 사용해야 품질을 보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기도 하고 인근 대학 제약공학과의 도움을 받기도 해서 에센스, 바디로션 등 구절초 화장품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즐기면서 하니 어려운 것은 없다. 보통 회사에서는 자금이 어렵다고 하지만 법만큼만 쓰면 되니까 그 점은 그리 어렵게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는 유 대표. 현재 함해국의 제품들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오프라인으로는 전주 한옥마을의 기념품점을 비롯한 관광단지의 기념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구절초 단지가 있는 함라면으로 찾아와서 직접 현장구매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아직 직영 매장을 운영할 정도가 되지는 못한다. 게다가 수입이 정상적이어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판로개발에 대한 유 대표의 고민은 계속된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자부심에서 알 수 있듯이 매년 재고가 거의 남지 않도록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재고가 나더라도 그 해 수확한 것을 그 해 파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함해국에서는 재고품을 전량 폐기하고 있다. 남는 구절초가 있으면 잘 보관했다가 제품으로 만들어 팔면 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내년에 또 새로운 구절초가 필 테니 새로운 꽃으로 제품을 만들면 된다.”라는 유 대표의 말을 들으니 농사짓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업은 이문보다는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먼저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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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초 >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구절초는 예로부터 부인병과 보온용으로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여인이라면 항상 곁에 두고 상비약으로 사용하던 구절초는 월경 불순ㆍ자궁 냉증ㆍ불임증에 효능이 있어 꽃과 줄기, 잎, 뿌리를 모두 약용 및 건강보조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식품: 구절초를 이용한 꽃차, 음료, 고추장, 식품용 천연방부제 등
- 의약: 항균, 항염 성분을 활용한 여드름, 아토피 등의 피부 트러블 치료제, 구취제, 자궁관련 의약품 개발 가능
- 생활용품 : 구절초의 공기정화 기능을 활용한 방향제, 베개, 방석 등의 갖가지 생활용품 활용가능
- 미용: 구절초 추출물을 이용한 비누, 화장품, 천연샴푸 등
- 기타: 천연 곰팡이 제거제, 천연 청소용품 등
<문의 (유)함해국>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615번지,
063-856-0922, 0923 / www.hamhaeguk.com/
< 그린매거진 9월호에서.. >
출처:농촌진흥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