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사모 멘토 알파한입니다.
오늘은 정시 원서접수 전, 수험생 여러분께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칼럼의 주제는 '원래 교대 생각이 없었던 나, 과연 지원해도 괜찮을까'입니다. 몇 번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저는 12월에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교대를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의대를 목표로 늘 살아오다가 현역 때 의대 갈 성적은 부족하고, 그렇다고 재수하기는 싫어서 정말 끝까지 나군의 고려대학교 화학과와 서울교대 사이에서 지원을 고민하다가 결국 서울교대에 지원해 합격하였습니다. 교대에 들어와 보니 저는 다행히 적성에 너무 잘 맞아 3학년까지 무사히 마쳤지만, 저랑 비슷한 경우 중 반수를 생각하시거나, 실제로 반수하신 분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특히 수능에서 생명과학 1 + 지구과학 1 표점이 유독 높아 이 두 탐구과목을 선택하신 이과생 분들이 서울교대 지원을 많이 하실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에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이에 대한 제 솔직한 의견을 글로 써보고자 합니다. 아래 내용은 알파한 개인의 의견이므로 주관이 다수 포함되어있으니 100% 믿지는 말아주세요. 단지 수험생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쓰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알파한의 솔직한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 아래 글에는 서울교대를 지원할 때 반드시 고려해볼 현실적인 내용 위주로 작성한 것이라, 다소 비판적인 접근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교대의 장점과 관련된 내용은 http://cafe.daum.net/snuelove/j5sd/20 에서 따로 다룬 바 있으니, 같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교대란?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
아마 서사모에서 이 글을 읽는 수험생 분들이라면 교대가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이라는 것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이 생각해보셨나요? 저는 사실 원서를 접수할 당시 '사대는 담임 선생님께서 죽어도 반대하셨고, 공대는 가기 싫은데, 과연 내가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교대 3학년을 끝낸 이 시점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모했습니다. 이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초등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생각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일단, 초등교사는 중등교사와 달리 전과목을 가르쳐야 합니다. 실제로 임용고시에도 전과목이 출제되며, 교대에서 가르치는 강의에도 모든 과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과목 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에 실과 (코딩), 특수 교육 등이 있으며, 과목마다 배우는 내용도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저는 음악이라고 그래서 악보와 가창, 리코더, 피아노만 생각했는데 음악의 역사와 국악의 장구, 단소도 있었고, 체육도 앞구르기, 뜀틀, 구기 종목만 생각했는데 전통 무용과 같이 다소 생소한 것들도 같이 배웠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잘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한 것을 두루 얕게 배우게 되는데, 이런 점은 사범대 및 타 대학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단, 여기서 과목별 얕은 정도는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과정 수준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대가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학교임에도 교과 내용과 관련한 최소한의 배경지식은 알아야 하기에 과학탐구 기준으로 화2, 생2의 내용도 일부 다룹니다. 물론 교육학은 훨씬 깊게 들어갑니다) 따라서 교대 지원을 희망하시는 분들을 교대에서 이런 것들도 같이 배운다는 것을 생각해보고 지원해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교대는 4년의 과정이 예비 초등교사 양성에 맞춰져 있기에, 2학년부터는 매 학기 초등학교로 실습도 2주씩 나가고, (사범대는 4년 동안 1번 나가는데 서울교대는 2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 총 5번을 나갑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의수업 실연 과제도 많습니다. 특히 3학년이 되면 거의 모든 과목에 수업 실연이 있으며, 배우는 내용도 교육 이론과 현장 적용 방식 위주입니다. 그래서 교대에 들어온 이상 초등교사를 꿈꾸지 않더라도 강의 내용은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과정 위주의 수업을 들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회의를 느껴 반수를 선택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물론 수험생 입장에서 지금 당장 교대가 적성에 맞을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교대생 중에서도 실습을 다녀온 이후 생각이 바뀔 수 있지만, 교대 지원을 희망하시는 분이라면 이러한 점들을 꼭 같이 고려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 교대 임용 및 전망과 관련하여
아마 많은 수험생분들이 관심을 가지시는 부분이 교대 임용 및 전망과 관련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저도 아직 임용고시를 보지 않았고 워낙 예민한 주제라 다루기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수험생분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어,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전달해보겠습니다.
일단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리면, 지방교대를 나와도 서울 지역으로 임용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서울교대생이 서울에서 임용을 볼 때는 지역 가산점이라는 것이 붙어, 같은 지역에서 보면 기본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에서 교사를 뽑는 인원이 감소하는 추세인 것은 사실입니다. 찾아보니 서울시 초등 임용고시 기준 선발 인원이 2020학년도에 370명, 2021학년도에 302명이었고, 선발 인원이 줄면서 경쟁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물론 대기업 선발 경쟁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3점대 경쟁률에 사실상 허수가 없으며, 그만큼 치열하기에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울교대생 중에서도 타 지역으로 시험을 보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임용고시 선발 인원 + 거주 문제 등)
그런데 이렇게 공부해서 합격해도 초등교사의 대우와 전망이 마냥 낙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들이 감소하고, 교사의 월급은 높지 않고, 최근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다양한 문제가 같이 겹쳐 있습니다. 물론 안정적인 직업, 방학과 워라벨 등 분명한 장점도 있지만,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교대 지원을 희망할 때 안정적인 직장 이상으로 '과연 나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초등교사), 또는 초등교육에 헌신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 (교수, 장학사 등)'는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는 원래부터 초등교사를 꿈꿔오셨던 분이라면 상관없지만, 저처럼 갑자기 꿈을 바꾸시려는 분이라면 꼭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저도 정말 고민 많이 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있습니다)
3. 교대만의 특징
서울교대에는 예비 초등교사를 양성한다는 점 외에도 교대만이 갖는 여러 특징이 있습니다.
3-1) 같은 과 동기들이랑 4년
교대는 타 대학과 달리 2학년부터 시간표가 대부분 정해져 나오고, 같은 과 동기들이랑 거의 모든 수업을 같이 듣습니다. 1학년 때는 교양 과목이 많아 수강신청도 하고 시간표를 자유롭게 짤 수 있지만, 2학년부터는 1~2개 외에는 고정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대학교가 아닌 고등학교랑 비슷한 느낌이 들며, 보통 과 동기들끼리 임용고시 스터디도 같이하기에 교환 학생이나 휴학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안 하는 편입니다. (물론 할 수는 있으며, 없지는 않습니다) 물론 지금 코로나 시국이라 교환 학생은 어차피 힘들겠지만, 그래도 대학교에서 휴학 및 교환 학생을 꿈꾸셨던 분들은 조금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참고로 교환 학생까지는 아니지만, 방학 때 해외 단기 연수 프로그램 등은 꽤 있습니다. 그리고 남학생은 졸업 후 군대를 가면 호봉 2년을 인정해주기에 타 대학과 달리 군 휴학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CC깨지거나 카투사 또는 의경으로 가는 경우 정도랄까;;)
+ 교대는 전과 제도 자체가 없어 심화전공을 선택하면 무조건 4년 동안 있어야 합니다.
3-2) 좁은 사회
서울교대는 한 학과에 30명, 한 학번이 390명, 네 학번을 다 합쳐도 약 1500~1600명입니다. (반수 및 휴학으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습니다) 그만큼 좁은 사회이며, 현장에 나가서도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만큼 인간관계가 타 대학과 달리 좁고 깊게 형성되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으며, 인원이 적어 과 미팅도 거의 없는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캠퍼스 라이프랑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서울교대생 중 좋은 사람이 정말 많아 좁고 깊게 형성하는 것도 좋지만, 더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외활동이나 연합동아리 등 본인만의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실제로 대외 활동이나 연합동아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저 또한 연합동아리를 했었습니다)
3-3) 여초 사회
교대는 여초 대학이며, 교직은 여초 사회입니다. 18학번까지는 한 학과에 남자 6명, 여자 24명이 기준이었으며 19~20학번은 한 학과에 남자 8~10명, 여자 20~22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군휴학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정시로 들어오신 남자분들 중에 반수하시는 분들이 많아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현직에 나가보면 제가 실습을 나갔던 학교 중 한 학교는 학교 전체에 남교사가 교장/교감선생님 포함 3명이었던 곳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성비가 남자가 적습니다.
그런데 저는 남고를 나왔습니다. 남고에서 교대에 오니 성비도 적응이 안 되어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사실 지금도 쉽지는 않아 늘 여러모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여초 대학이나 여초 사회가 어떻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닌, 교대와 교직은 여초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라는 측면에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정말 초등교사를 원한다면 망설일 필요조차 없습니다. 단지 저는 교대에 지원할 당시 과연 내가 여학생들이 많은 학과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는 두려움이 꽤 컸고, 교대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 중 혹시 이 사실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잘 적응하는 분들도 많고, 반대로 적응을 잘 못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이는 개인의 성향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교대에 관한 조언을 소신껏 작성해봤습니다. 정말 누구보다 서울교대 진학에 고민을 많이 했었고, 현재는 누구보다 서울교대를 지원하는 후배들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멘토로 조언하는 만큼 꼭 후회 없는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미래의 초등교사를 간절히 꿈꿔 서울교대에 지원하시는 분들 모두 꼭 올해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저는 2021년에 더 알찬 칼럼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에는 거의 못 쓰겠지만 ㅠㅠ)
모두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도 감사합니다~♡
첫댓글 항상 좋은 칼럼 감사해요.^^
코로나 조심하고 행복한 연말연시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