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惠園) 신윤복의 풍속화첩인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
혜원(惠園) 신윤복에 관한 기록은 오세창(1864-1953)의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에
나오는 다음의 짧막한 구절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신윤복, 자, 입보(笠父), 호, 혜원(惠園), 고령인, 참사 신한평의 아들,
벼슬은 첨사다. 퐁속화를 잘 그렸다."
부친 신한평은 화원이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신윤복이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를 살았다고
짐작한다. 후대에 전하는 말에 따르면 신윤복 역시 화원이었으나 비속한 그림을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밖에는 전하는 말도 없다. 거의 추정에 가까운 이야기들 뿐이다. 말하자면
당대의 다른 화가들에비해 철저히 그 시대 속에서 지워졌던 인물이었다. 어떻게 그렇게완벽하게 자신의 시공간에서 배제될 수 있었을까? 오히려 이러한 은폐의 지층속에서 우리가 드러내야 할 어떤 진실이 묻혀 있지 않을까? 그의 풍속화첩인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은 국보 135호 지정되어 있다.
청금상련 (廳琴賞蓮) 혹은 연당야유 (蓮塘野遊)
-거문고를 들으며 연꽃을 감상하다-
좌상객상만(座上客常滿), 주중주불공(酒中酒不空).'
" 자리엔 손님이 가득 차고 술단지에는 술이 빌 새가 없네. "
그런데 이그림을 그린 혜원 신윤복도 한잔 걸친 모양입니다.
'酒中酒不空'에서 앞의 '酒'자는 혜원이 잘못 쓴 것으로 '술동이 준(樽)자가 돠어야 뜻이 통합니다.
한잔 걸치고 놀던 시절을 생각하다보니 흥분하여 글을 잘못 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도도한척 팔을 괴고 있는 왼쪽 기생의 다른 손이 안보인다는 것입니다.
손이 어디 가있기에... 안보일까요? ㅋㅋ... 그럼 미스테리 속으로 빠져 듭시다~.
그림에는 술단지가 보이지 않지만 다들 얼굴이 불그레한 걸보니 술상을 치우고 여흥에
들어갔나 봅니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은 남자와 여자 모두 셋으로 짝을 맞추었습니다. 남자들은 수염 난 정도나 모양으로 봐서 엇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인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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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갓을 쓴 정장 차림이고 맨 왼쪽 남자는 갓이 없죠. 대신 바닥에 벗어놓은 정자관이 보이는 걸로 봐서 이 사람들은 꽤나 높은 사람들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의 도포 빛깔이나 호박(瑚珀)으로 만든 갓 끈,그리고 도포에 두른 자주색과
붉은색 띠로 보아 적어도 당상관 이상의 고급관료들로 보입니다.
여자들은 짐작하는 것 처럼 기생입니다. 그렇게 단정하는 것은
담뱃대를 들고 있는 여인이 머리에 가리마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TV 드라마 '대장금'에서 내의원과 혜민서의 의녀들이 머리에 쓰고 나와 기억하시죠? 이들 의녀들이 기생으로도 활동하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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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진과 같이 보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그림의 장소는 어디일까요? 그림의 오른 쪽 소나무 아래에는 기와를 이은 돌담이 있고,
위쪽에는 2단으로 축대를 쌓아 나무를 심었으며, 아래쪽에는 연꽃을 심은 호사스런
석축 연못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급 주택임은 분명하죠.
그런데 이 집은 누구의 것일까요?
많은 전문가의 추측으로는 맨 왼쪽 정자관을 벗어 놓고 있는 사람의 집이라고 합니다. 원래 정자관을 쓰고 집 밖을 나돌아 다니는 법이 없고, 저렇게 풀어진 자세로 있는 것으로 보아도
자신의 집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자기 집이 제일 편한 법이죠.
단오풍정 (端午風情) -단오날의 풍경-
주유청강 (舟遊淸江)
-맑은 강 위에서 뱃놀이를 하다-
"피리 소리는 바람을 타서 아니 들리는데, 흰 갈매기가 물결 앞에 날아든다"
-우측 바위에 쓰인 글-
쌍검대무 (雙劍對舞)
-양손에 칼을 들고 대작하여 춤을 추다-
가운데서 긴 칼을 들고 춤 추는 무녀를 중심으로 악단과 양반, 기녀들이
둘러 앉아 있다. 주변의 푸른 빛들과는 대조적으로 무녀의 치마는 붉은 색이다.
덕분에 시선이 무녀들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역동적으로 펄럭이는
치맛자락을 보니 얼마나 현란하게 춤을 추는 지 알 것 같다.
월야밀회 (月夜密會)
-달이 뜬 야밤에 몰래한 만남-
달빛 고요한 밤중에 인적 드문 길의 후미진 담장 밑에서 한쌍의
남녀가 정을 나누고 있다. 남자는 차림새로 보아 관청의 무관인 듯 하고
여인은 기생인 것 같다. 그들의 만남을 한 켠에서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여인은 이들의 만남을 주선해준 사람인 듯.
연소답청(年少踏靑)
-젊은이들의 봄나들이-
말 한필씩을 끌고나온 권문세가의 자제로 보이는 한량들이 기생들과 짝지어 봄나들이길에 올랐다.
그림 맨 오른쪽 한량은 마부벙거지 뺏어 쓰고, 검정 허벅대님까지 매고선 충실한 구종(驅從) 역을 자청했다.
화면 맨 뒤에 쫓아가는 나이든 마부는 벙거지를 빼앗겨 맨상투에 헛채찍을 들고 뒤쳐져 비슥비슥 따라간다.
입을 앙다물고 내심 `자~알 논다, 제가 마부하지 왜 날 데려왔냐'라며 부아가 치민 듯 하다.
그 바로 앞의 건달도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손수 담뱃불을 붙여 기생에게 대령 중이다.
말탄 기생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내민다.
화면 맨 아랫쪽에서 옷자락을 휘날리며 바삐 돌아나온 한량은 표정이 다소 굳어있다.
그 앞의어린 마부는 눈길을 화면 바깥으로 던지며 아예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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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무사(妓房無事)
-기방 안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
방안에서 남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당황한 듯 하다. 아마도 방 안의 여인은 기생의 몸종이고 방안의 남자는 기생을 찾아왔다가 그녀의 몸종과 사랑을 나누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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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쟁웅(遊廓爭雄)
-유곽에서 싸움이 벌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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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신무 (巫女神舞)
-무당이 신들린 춤을 추다-
일반 집에서 굿을 하고 있는 풍경이다. 갓 쓰고 부채 들고 춤을 추는 무당 앞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빌고 있는 아낙들의 모습이 보인다. 혜원은 이렇게 흥미롭고 이색적인
생활 풍경을 화폭에 담길 즐겼다.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이 기녀 무녀들이다.
기녀의 붉은 의상이 우리의 시선을 기녀에게 집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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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정인(月下情人)
-달 아래에서의 두 연인-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月沈沈夜三更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 兩人心事兩人知 (왼쪽 담에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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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거배(酒肆擧盃)
-술판이 벌어지고, 잔을 들어 올리다 -
주막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취객들과 주모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그러나 여느 주막과는 다르게 주변의 기와집과 마당 안의 매화도 보이는 것이 양반들을 상대하기에도 손색없는 집 같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손님들도 선비와 양반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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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대주 (紅樓待酒)
-홍루(주막,술집)에서 술이 나오길 기다린다-
상춘야흥(常春野興)
-무르익은 봄날의 들판에서 여흥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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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심사(聞鐘尋寺)
-종소리를 듣고서 절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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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탁발 (路上托鉢)
-중이 길위에서 시주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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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탐춘(이婦耽春)
-과부가 색을 탐한다-
이부는 과부를 뜻한다. 소복 입은 여인이 개와 참새의 짝짓기를 보고 웃음을 머금고,
몸종이 나무라는 듯 주인의 허벅지를 꼬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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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추가연(三秋佳緣)
-세 명이 가을에 맺은 아름다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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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모행(夜禁冒行)
-심야에 금지된 비밀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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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야화(井邊夜話)
-야심한 밤 우물가에서 수다를 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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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투호(林下投壺)
-수풀 아래서 투호놀이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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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루소일(靑樓消日)
-청루에서 시간을 보내다-
계변가화(溪邊佳話)
-시냇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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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색만원(春色滿園)
-봄기운이 온 곳에 만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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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전홍(少年剪紅)
-젊은이가 진달래를 꺾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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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영기尼僧迎技
-비구니가 기녀를 맞이하다-
버드나무 가지에 새 잎이 돋는 봄날, 장옷을 입은 여인과 보퉁이를 든 여인이 절에 찾아가는 그림이다.
대삿갓을 쓴 여승이 웃으며 맞이하고 있고, 가까이 개울을 그려 넣고는 다른 배경은 과감히 생략해 버렸다.
장옷은 원래 서민의 여인들이 외출할 때 입고 다니는 옷이다. 치마여밈을 보자. 양반집 여인들만이
왼쪽으로 여미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 보이는 장옷 입은 여인은 치마를 오른쪽으로 돌려 여미고 있다.
기생이 아니면 서민 가운데 부잣집 여인으로 보인다. 이상하게도 뒤 따라오는 여인이 양반집 여인들의
치마 여밈을 하고 있다. 즉 앞선 여인과 그 하인으로 보이는 여인의 치마 여밈이 바뀐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신윤복이 김홍도처럼 그림을 바꿔 그렸을까?
이것은 당시 사회가 어땠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는 이미 조선후기로 신분질서가 무너져
일반 서민들도 장사 등으로 큰 부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돈으로 양반직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아무리 양반집이었다고 해도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이상 벼슬에 오르는 사람이 없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즉 먹고 살기 위해서 남의 집 일을 돌보는 사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난한 양반들은 하층민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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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 (彈琴)-거문고 줄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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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림질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2down.cyworld.co.kr%2Fdownload%3Ffid%3D642215b6f4c2e50667ff15e16281d47e%26name%3D%25EC%2582%25AC%25EC%258B%259C%25EC%259E%25A5%25EC%25B6%2598.jpg)
사시장춘(四時長春)
-어느 때나 늘 봄빛이다-
사시장춘은 봄그림이다. 하지만 단순한 봄그림이 아니라 봄그림을 빙자한 노골적인 춘화도이다.
어느 주막 후원쯤으로 짐작되는 공간에서 댓돌도 아니고 쪽마루에 갸냘픈 여자 신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 옆으로 남자 신이 놓여있는데 얼마나 급했으면 가지런히 벗어놓지 못한 채 신발 한짝은
비딱하게 벗겨져있다. 마루 높이가 제법 높아 보여 긴치마를 입은 여인 혼자 오르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남자가 먼저 마루에 올라 여자를 부축하여 위로 끌어올려 방안으로 들인 후 급한 마음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을 새도 없이 문을 닫아버렸을 것이다
남자의 마음은 흑심이라 했던가. 남자 신은 검은색으로 부끄러운 듯 여자신은 달아오른 도화빛으로 그려져있다.
신발을 아래 댓돌도 아니고 쪽마루 위에 올려놓은 이유는 무언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만남은
아닐 것 같은 상상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닐까.
오른쪽 후경을 보니 가는 실낱같이 흐르는 계곡이 굽이굽이 흘러 폭포를 이루고 있는데
주변은 거무틱틱하니 여체를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술병을 들고 문 앞에 선 계집종은 아직 남녀간의 춘정을 이해하기에는 어려 난감한 순간일것이다
그렇게 참으로 곤혹스러운 순간을 앞으로 내민 손과 뒤로 엉거주춤 뺀 엉덩이의 대조를 통해
기가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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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석을 읽으며 그림을 보니 영화 필름이 숨가쁘게 지나가는듯 합니다. 재밌네요. 좋은 공부도 되구요. 감사.........
덕분에 공부 많이 했어요. 수필 쓰지말고 이런 것 조사해 정리하라면 신바람 날텐데...ㅎㅎㅎㅎ...조사한 것이 더 있으니까 시간나는 대로 보완할게요.
그림마다 이야기가 있어요. 너무 재밌어요. 혼자 뒷이야기를 지어내며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어요 고마워요 선생님.
이귀복님 축하해요. 아시지요? 무슨 축하인지.
고마워요 선생님. 동인지 만드시랴 유익한 정보 퍼 주시랴 우리들의 든든한 대들보십니다. 존경을 보냅니다.
야아 대단한 자료인데......시간내어 틈틈이 잘 감상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