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보다 미물이 천하의 변화에 더 민감하다던가, 그래서 제비 한 마리가 먼저 천하의 봄을 알린다 했던가. 내가 잠시 머물렀다 떠날 한반도 남부 내륙 오지, 거창 문화마을 한 누추한 가택 이층 베란다에서 마을 앞 들판을 바라본다. 들판 위를 자유로이 유영하는 새떼들의 군무가 나날이 활발발해진다. 까치, 까마귀, 참새, 뱁새, 딱새, 가마우지, 개똥지바귀, 노랑지빠귀, 되새, 멋쟁이새 같은 지빠귀 종류, 중대백로, 왜가리, 물닭, 물까치 같은 텃새들과 이국을 넘나드는 철새들, 그리고 이름을 알고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새, 이름을 몰라 물어도 가르쳐 주지 않는 무수한 종류의 새들......”(2)
(하이젠베르크가 말하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일정 수준의 정확도 이상으로는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다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합천호수가 10여 분 거리에 있어서 새들의 왕래가 잦고 종류가 다채롭다. (여름이 되니) 한 단위의 떼거리로 어울리는 떼새(무리새)들의 숫자가 나날이 불어나고, 그들의 울음소리도 더욱 명랑해지고, 그들이 전후좌우 멀리 가까이 천방지축으로 창공을 치솟아 오르는 반경이 점점 확산되고, 뉴턴의 만유인력 자장을 벗어나 솟구치는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어떤 놈들은 구름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힘차게 퍼덕이는 날갯짓이 더더욱 기운차지고, 군무(떼춤)가 허공에 긋는 무수한 비행선들이 더욱 예측 불허가 된다. 이와는 한 편, 떼 단위로 어울리지 ‘못하거나’, 아니면 자진하여 ‘않거나’ 하여 고고히, 드높이, 홀로 고독한 단독 비행을 즐겨 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들의 날갯짓은 유난히 우아하고 유장하다.”(2)
(이놈들의 무장무애(無障無礙)한 현존을 형용하려니 부족한 내 글도 촛점이 갈팡질팡이다.)
“과거 사람들은 높은 것과 신성한 것을 동일시했고, 곧 하늘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때문에 많은 경우 신화에서 주신(主神)은 태양처럼 하늘에 있는데, 이러한 하늘에 접근할 수 있는 새라는 존재는 천상계로 다가갈 수 있는, 즉 지상을 초월하는 대상으로 숭배되었다. 실제로 많은 새들이 신격화되기도 했는데, 천둥새, 피닉스, 로크, 가루다, 호루스, 토트가 그 예이다. 독수리와 매는 고대 이집트 이래로 수천 년 동안 유럽 문화권에서 특권층의 상징이었으며 책 '사탄의 종말'에서는 새가 천사로 변하기도 한다. 올빼미는 아테나 여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나무위키’에서 인용)
새는, 조류(鳥類)는, 수십 만 년 인류 역사와 영욕을 함께 했다. 선사시대 동굴 속의 벽화에서부터 고대 신화와 전설 속에도 서로 다른 이름의 무수한 새가 등장한다. ‘가루다, 봉황, 삼두일족응, 삼족오, 시무르그, 주작, 지즈, 불사조, 하피, 천둥새, 케찰코아틀, 바실리스크, 이카루스(3), 알바트로스(4) 등등......’ 새가 나오는 시(詩), 새가 주인공인 소설(5), 새가 가사가 되는 무수한 노래, 수많은 영화(대표적으로 히치콕의 ‘새’), 애니메이션, 마을을 지키는 솟대, 속담들, 관용구가 그러하다.
새와 나와의 첫 인연/기억은 이러하다. 먼저, 내 출생지가 경남 고성 회화면 삼덕리 ‘치명(꿩 치雉, 울 명鳴)’ 마을이다. 유난히 꿩이 많이 살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릴 적 동네 형님들이 종종 꿩을 잡아와서 가마솥에 물을 펄펄 끓여 무를 빼지 넣어 형님 누나들과 한밤의 모꼬지(6)를 즐기기도 했다. 꿩고기를 한 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국물을 뜨는 족자를 잡은 누님에게 야양을 떨었다. 참새/까치/까마귀는 가장 흔한 텃새였다. 겨울철, 한가한 농한기면 밤 시간 동네 젊은이들이 집집이 들러 초가집 추녀 이엉 안에 깃들인 참새를 회중전등으로 비춰서 잡기도 했다.
70년 대 말 군대생활 시절, 보초 근무를 나가 초소에서 휘파람처럼 우는 휘파람새의 휘파람 소리를 자주 들었다. 참 신기한 것이, 한 나뭇가지에서 앉아 홀로 우는데, 마치 3D 입체음향처럼 소리가 왼쪽 나뭇가지에서 오른쪽 하늘로 날아가는, 다시 역방향으로 이동하는 환청을 들었다.
‘까치밥’. 만물과 한 몸이라는 조상님들 지혜의 일단이 만든 조어(造語). 뜨거운 물을 수채 구멍에 부을 때, 그 구멍 안에 사는 미물들에게 미리 조심하라며 ‘들어갑니다.’라고 아뢰며 물을 붓는 마음 씀, 바위나 흙 같은 무생물에게도 영(靈)이 깃들어 있다는 만물 ‘물활론(物活論).
몇 년 전 암놈을 ‘앵’, 숫놈을 ‘무’라 이름 붙인 앵무새 한 쌍을 길러 보았다.(7) 실패했다. 그놈들의 시중을 제대로 들려니 일상의 리듬이 흔들렸다. 발성을 깨치기도 불가능 했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분양하고 말았다.
진화생물학상으로 새(조류)는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의 단계를 밟는다. 화석으로 시조새가 있고, 중생대에 이미 하늘에 거대하고 다양한, 날개로 나는 익룡(翼龍)들이 있었다 한다.
‘새’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내 밑천이 바닥이다. 새를 보라, 우리 인간은 시(時)간으로 유한하고 맨몸으로는 공(空)간을 날 수 없다. 그리고 시공(時空)이 혼효되는, 뉴턴의 고전 물리학을 뒤집은 아인슈타인의 E=MC²를 뒤집는, 빛이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라는 양자역학, '불확정성의 원리', 엔트로피로 설명하는 열역학 제2, 제3법칙을 정면으로 전복시키는, 또 다른 법칙이 지배하는 신세상이 열릴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새는, 적어도 새는, 오늘 우리 면전에서 시와 공을 벗어난 듯 창공을 날개 치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화양연화의 춤을 추고 있다. 단순한 먹이 행위, 무리 행위라고 말하지 말자. 가슴을 열고 바라보자. 단군 할아버지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弘益人間) 제세이화(濟世理化)’, 나아가 ‘홍익만물(弘益萬物) 제세이화’가 아닌가?
이쯤 하고 마지막으로 새가 등장하는 우리 속담(8)으로 한 번 놀아볼까?
♣ “같은 깃의 새는 같이 모인다.”―유유상종(類類相從)
♣ “고두리에 놀란 새”― 옛날, 고두리살이란 것이 있었다 한다. 작은 새를 쏘아 잡기 위해 대나무나 철사로 고리처럼 만들어 살촉 대신 끝에 가로 끼워 만든다. 그 고두리살에 맞아 놀란 새와 같다 함이니,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려워만 하고 있음을 이르는 말.
♣ “관청(官廳)에 잡아다 놓은 닭” ( ⇒ 촌놈 관청에 끌려온 것 같다.) 영문 모르고 낯선 데로 끌려와서 어리둥절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 “궁한 새가 사람 쫓는다.”( ⇒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
♣ “금년(今年) 새(鳥) 다리가 명년(明年) 쇠다리보다 낫다.” ( ⇒ 내일 쇠다리보다 오늘 메뚜기 다리에 끌린다.) 불투명한 장래를 기대하는 것 보다 비록 그만 못하더라도 당장의 이익을 얻는 것이 이롭단 말.
♣ “깃 없는 어린 새 그 몸을 보전(保全)치 못한다.” 어린 아이는 부모의 보호가 없으면 온전히 자라기 어렵다는 뜻.
♣ “꽃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다.” 비록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속마음으로는 느끼고 있다
♣ “까 먹는 새를 쫓는다.” ① 새 한 마리가 곡식을 까먹은들 얼마나 먹을까만, 그것을 못 먹게 쫓아버린다 함이니, 아무리 적고 보잘 것 없는 것도 먹는 음식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뜻. ② 한참 좋아하거나 재미 보는 판을 깨트려 남을 훼방하는 것을 비유.
♣ “까마귀가 까치 보고 검다 한다.” ( ⇒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 남의 흉이 한 가지면 제 흉은 열 가지 = 매달린 개가 누워 있는 개를 비웃는다. = 언덕에 자빠진 돼지가 평지에 자빠진 돼지를 나무란다.)
♣ “까마귀가 아저씨(할배) 하겠다.” 손발이나 몸에 때가 많아서 시커멓고 더러운 사람을 놀리는 말.
♣ “까마귀가 오지 말라는 격(格)” ― 까마귀는 ‘까옥 까옥’ 하고 울기 때문에 그 소리가 ‘가오’, 즉 오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그러므로 아무렇지도 않은 남의 말을 잘못 듣고 공연히 언짢아 할 때 이르는 말.
♣ “까마귀가 알 물어 감추듯 한다.” =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 “까마귀 대가리 희거든” 도무지 될 가망성이 없음을 이르는 말. (= 배꼽에 노송나무 나거든 = 병풍에 그린 닭이 홰를 치거든.)
♣ “쇠고기 열 점(點) 보다 새(鳥)고기 한 점이 낫다.”―참새 고기가 맛있다는 비유.
이쯤 하자.
‘새’,
필시, 우리 인류가 멸망한 이후에도 새는 이 지구별 창공을 날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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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열 이열 삼열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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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식 노래 <새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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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처: 유튜브(Bald Headed Eagle catches salmon)
(2) 다음 카페 ‘차연’에 올린 글 하나 중 새에 관한 부분 인용
(3) ‘이카루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을 향해 날아올랐다가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녹아내려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그래서 이카루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어리석음'을 상징한다.
(4) ‘영겁(永劫)’을 상징하는 ‘알바트로스’. 1겁(劫)은 1,000년에 한 방울 떨어지는 물방울로 큰 바위에 구멍을 내거나 100년에 한 번씩 내려오는 선녀의 치맛자락에 바위가 닳아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본래 겁이라는 표현이 산스크리트어인 칼파(kalpa)를 음차한 표현이다. 영겁은 이러한 겁이 영원히 계속된다는 뜻으로,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을 말한다. 유사한 표현으로 억겁(億劫)이 있다. 불교에서는 전생에 쌓은 500겁의 인연으로 옷깃을 스칠 수 있으며, 1,000겁의 인연이 쌓이면 한 나라에 태어나고, 2,000겁의 인연은 하루 동안 길을 동행하게 되며, 3,000겁의 인연으로 하룻밤을 한 집에서 자게 된다고 한다. 4,000겁은 한 민족으로 태어나고, 5,000겁은 한 동네에 태어나며, 6,000겁은 하룻밤을 같이 한다. 그리고 부부의 인연은 전생에서 7,000겁의 선근(善根)이 쌓여 만나는 인연이라고 한다. 흔히 억겁의 인연이 쌓여야만 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고 표현한다.
(5) 대표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등장하는 아프락사스.
(6) ‘모꼬지’.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
(7) https://cafe.daum.net/cafe.differance/Jtbc/952?svc=cafeapi
(8) 元英燮 엮음 《우리속담사전》 (서울시: 세창출판사, 1993) 여기저기 인용.
(9) <나무위키>에 있는 시 전문(全文)과 해제(解題)
(10) 노래 가사.
“새는 노래하는 의미도 모르면서
자꾸만 노래를 한다.
새는 날아가는 곳도 모르면서
자꾸만 날아간다.
먼 옛날 멀어도 아주 먼 옛날
내가 보았던
당신의 초롱한 눈망울을 닮았구나.
당신의 닫혀있는 마음을 닮았구나.
저기 저어기 머나먼 하늘 끝까지
사라져 간다.
당신도 따라서 사라져 간다.
멀어져 간다.
당신의 덧없는 마음도 사라져 간다.
당신의 덧없는 마음도 사라져 간다.”
*** 새 관련 정보들 ***
[‘아름다운 새소리와 함께 90분의 휴식-20종 한국의 새소리’] (출처: 유튜브)
[<나무위키> 중 ‘새’ 항목]
[<위키백과> 중 ‘새’ 항목]
https://ko.wikipedia.org/wiki/%EC%83%88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중 ‘새’ 항목]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7431
[《디지털거창문화대전》-삶의 터전-동식물-동물상]
* 거창 아월천 청둥오리
http://www.grandculture.net/geochang/toc/GC06301092
* 거창 한들 겨울 까마귀떼
http://www.grandculture.net/geochang/toc/GC06301093
* 거창 관등산 백로 도래지
http://www.grandculture.net/geochang/toc/GC06301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