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기_안동교구 화령성당 모서공소
배효심 베로니카 안동 Re. 명예기자
안동교구 상주지구 화령성당(주임신부 김시영 베드로) 소속 모서공소는 남서쪽에 모동면과 충북 영동군 황간면을 경계로 백화산이 있는 모서면 삼포리에 위치해 있다. 해발 270m의 산간지대여서 주야간 일교차가 심해 특산품인 포도의 맛과 향이 뛰어나고 신자들 대부분이 포도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화서면 지산리에 있는 화령성당에서 승용차로 20분쯤 달리면 모서공소가 있다. 모서초등학교와 모서중학교가 가까이 있어서 공소의 입지로는 아주 좋은 곳이다.
4월9일 화요일은 평일미사가 있는 날로, 특별히 공소에 모여서 공동체가 함께 식사하고 판공성사를 보는 날이다. 부활 전 바쁜 일정 가운데도 화령성당 주임신부님은 자세하게 안내해주셨다.
“4월25일에는 화령성당에 꾸리아가 창단됩니다. 화령성당에 세 개 쁘레시디움이 있고, 최근 모서공소에 바다의 별 Pr.과 모동공소에 자비의 어머니 Pr.이 새롭게 설립되었어요. 바다의 별 Pr.은 오늘 두 번째로 회합을 합니다. 레지오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교본 읽기와 훈화 등 기본 활동에 주력하여 천천히 제대로 된 레지오 단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레지오 활동을 하면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개인 성화를 통하여 각자가 더욱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또 봉사활동의 뿌듯함을 체험하게 되면 신앙의 보람도 더 커질 것입니다.”
부임하신 후 공소신자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레지오 단원이 되기를 설득하여 모서공소에 10명의 남녀 혼성 쁘레시디움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화령성당에 꾸리아를 창단하게 되었다.
공소에 도착하여 성당으로 들어섰다. 제대 뒤에는 예수님 벽화가 있고, 오른편 벽을 가득 채운 벽화에는 성령의 빛을 받는 우리들의 모습이, 제대 왼편에는 성가정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1969년 앙드레아 부통(Andre Bouton) 신부님이 그린 작품이다. 십자가 위 부활하신 예수님은 미소를 띠며 우리를 바라보고 계신다. 화사하게 채색된 벽화로 공소성당은 유명한 벽화가 그려진 서구의 성당에 못지않은 신비로움이 감돌았으며 소박하고 편안했다.
온 공동체가 판공성사를 준비하며 만찬과 정담 나눠
성모상 왼편에는 신자들의 손으로 건축된 ‘은총이 샘솟는 집’이 있다. 공소 초기에는 건물이 없어서 15평의 사택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은총이 샘솟는 집’이 있어 회합실, 공부방, 사랑방 구실을 한다. 벽에는 십자가의 길 14처 그림이 걸려 있는데, 성당에 있던 것을 옮겨와 보존하고 있다.
신부님을 맞아 40명 남짓 되는 공소신자들은 바쁜 밭일을 끝내고 함께하는 만찬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마련했다. 갖은 나물을 담은 비빔밥과 집에서 가져온 김치며 반찬, 과일로 차린 밥상이다. 신부님의 기도로 만찬이 시작되었고, 여기저기에서 이야기가 꽃을 피우며 정겹고 훈훈한 시간이 되었다.
성사를 본 신자들이 다시 은총이 샘솟는 집에 모여서 미사시간을 기다리며 한쪽에서는 회의를 하고, 한쪽에서는 정담을 주고받았다. 회의 내용은 공소 차량 운행에 관한 것이다. 공소에서 먼 곳에 사는 주일학교 어린이와 어르신들을 실어 나를 차량 봉사 조를 짜는데, 농사철이 시작되어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모서공소는 1968년 화령성당 3대 주임 송만협 요셉 신부님(성베네딕도수도회 알빈 신부)께서 건립하였다. 독일의 은인인 요셉 그레벨(Josef Grlebl) 형제의 후원금 100마르크로 대지를 구입하고 교육관을 건립하였다. 송 요셉 신부님의 선교 열정과 독일 은인의 후원, 그리고 신자들의 후원과 노력 봉사로 공소 건물이 완공된 것이다.
가족적인 공소 분위기에 귀농․귀촌한 신자 늘어나
‘한때 신자 수가 늘어나서 1969년 6월6일 오도 아빠스 신부의 주례로 53명이 견진성사를 받았다.’라고 모서면사무소 홈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70년대 산
업화의 영향으로 1세대 신자들의 자녀와 젊은 신자들이 이농해 신자 수가 줄었고, 2000년에는 13명이었지만 지금은 귀농과 귀촌을 한 40~50대 신자들로 인해 활기를 띠고 있다. 공소 안 신자들의 가족적인 삶이 고스란히 알려지자 선교에 활력이 생겨서 신자가 50여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공소에서 12킬로미터 떨어진 벽촌의 신자 가정에 불이 났을 때, 신부님과 의논하여 교구 사회복지과에 알리고 가톨릭신문사 ‘헌집 고쳐주기’의 도움을 받아 신자들이 합심하여 집을 복구해 준 일은 참 보람이 컸다고 3대 김종국 바오로 회장님이 전해주었다. 전윤태 요셉 현 회장님은 귀향해 온 50대 젊은이로, 이상적인 소공동체인 모서공소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7년 전에 세례를 받았다. 공소생활은 귀촌한 신자들이 농사일을 배우고 지역사회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고 귀띔해 주었다.
화서면 지산리에 있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소속 수녀님 두 분이 다문화가정과 소외가정의 자녀 16~17명을 대상으로 공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도 수녀님들이 함께 미사에 참례하였다. “기쁘고 떳떳하게!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공소 신자들과 작별하며 돌아오는 길 내내 안동교구 사명선언문이 입에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