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점심 먹는 동안 내내 바라본 Krapanj 섬마을 ]
여행 기간은 정해져 있고,
동유럽과 그리스, 터어키, 북유럽 모두를 가보고 싶고...
때문에, 남들처럼 한 도시에 며칠 씩 머물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호사는
여행 계획 단계부터 포기를 했다.
대신, 크로아티아 듀브로브닉과 그리스 산토리니섬,
터어키 카파도키아 지역, 노르웨이, 스위스에 집중을 하고,
나머지 도시들은 이동 중 거쳐가는 곳으로 계획을 잡았다.
시간의 한계로 인해,
더 머물고 싶은 곳을 그냥 지나쳐야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지만,
여행은 아쉬움이 있어야 다시 올 수 있는 기약이 있다고 보기에..
눈물을 꾹 참고 짐을 꾸릴 수 밖에 없었다.
여행 중 사용한 GPS는 두 개.
차량 계약 당시 내장된 GPS가 프랑스만 지원된다는 얘기를 듣고,
출발 전 헝가리에서 저렴한 GPS를 하나 구입했는데,
막상 차를 받고 보니 왠걸~
터어키를 제외한 모든 유럽 국가의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트로앵 차량의 내장형 GPS는 모든 유럽 지역을 포함한다고 한다.
해서, 두 GPS에 동시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계획된 루트와 두 GPS의 결과를 비교해가며,
비교적 정확한 길들을 찾아 여행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세부 데이터가 없는 발칸반도 국가들에서는 조금 고생을 하긴 했지만.....
전날 소나기 덕분에 상쾌해진 아침 공기를 맡으며 플리트비츠를 출발.
D1 국도와 A1 고속도로를 이어 달려 자다르 (Zadar)로 향했다.
A1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스플릿 (Split)까지 빠르게 갈 수 있으나,
그 유명한 크로아티아 해안 도로를 조금 더 경험하기 위해, D8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자다르 시내 도로변에서 만난 체리 노점에서
(자기집 체리나무에서 바로 따서 팔고 있음.. ㅎㅎ)
2유로에 체리 1Kg를 사고 너무나 좋아하던 우리 아가씨들~
이 때부터 길거리에서 산 체리, 살구, 복숭아 등의 과일이 없으면
여행을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 사진 : 해안도로변에서 수려한 경치를 반참 삼아 함께한 점심 식사 ]
자다르로부터 한 시간 정도 달려
Brodarica를 통과 후 멋진 다리를 지나자 마자
괜찮은 도로변 피크닉 사이트를 발견하고 차를 세워 라면으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테이블에서 바라다 보이는 Krapanj 섬마을의 경치 때문인지,
여행 중 최고의 야외 점심으로 기억된다.
[ 사진 : 치오보섬에서 바라본 트로기르 전경 ]
식사 후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도착한 트로기르 (Trogir).
계획을 세울 당시 스플릿에서 괜찮은 펜션을 찾기가 힘들어,
싸고 괜찮은 펜션 정보를 구하다 관심을 갖게 된 곳.
조용하고 경치도 좋을 것 같아 내심 숙소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치오보 (Ciovo)섬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지나는 순간,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길거리를 꽉 메운 자동차와 스쿠터.
시끄러운 관광객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리.
조용한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바로 스플릿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 사진 : 트로기르에서 스플릿으로 가는 도로변에서 난 사고.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혼잡스럽다 ]
[ 사진 : 스플릿 올드타운 입구의 광장. 반들 반들한 대리석 바닥이 인상적이다 ]
[ 사진 : 그나마 스플릿에서 마음에 들었던 곳. ]
하지만, 스플릿 역시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다.
갑자기 우중충해진 날씨 탓도 있겠지만,
올드타운 입구에서 호객 행위를 하던 턱수염난 할머니 때문에
우리 일행의 기분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버렸다.
한 눈에 봐도 숙소 호객꾼임을 알 수 있는 할머니.
그냥 무시하며 지나치는데,
자기 말에 대꾸를 안해 기분이 상해서 그랬는지,
우리 차 유리창을 마구 두들기며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도 어의가 없어 잠시 째려봐 주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 사진 : 관광객들을 위해 로마 황제와 근위병들의 상황을 재연하는 모습 ]
이미 스플릿에 대한 호감도는 제로 상태.
2시간 정도 책에 안내되어 있는 곳들을 찾아
숙제 하듯 사진을 찍으며 올드타운을 돌아보고,
원래 다음날 아침에 들르려 했던 보스니아의 모스타르 (Mostar)로 직행 결정.
[ 사진 : 스플릿 올드타운의 야채 및 과일 시장 ]
두 GPS에 모스타르를 입력하니, 루트가 서로 다르게 나온다.
한 대는 계획대로 Metkovic를 거쳐 올라가는 길.
다른 한대는 산악 지역을 통과하여 모스타르 서쪽으로 진입하는 길.
오고 가며 같은 길을 지나야 하는 원래 계획을 버리고 과감히 새로운 루트를 선택했다.
두 결과의 거리는 후자 쪽이 훨씬 짧으나 예상 시간은 비슷.
의아한 생각이 들었으나 일단 무시하고 산길로 들어섰다.
한참을 달린 후에야 거리는 짧은데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를 알았다.
[ 사진 : 크로아티아의 남부 해안도로는 북쪽의 아기자기한 해안도로와 달리 매우 웅장한 모습이다 ]
인적이 드문 산악 지역 도로로 접어든 후, 조금씩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이 길이 맞나~?.... 중간에 국경이 폐쇄되었으면 어쩌지....?"
걱정이 조금 심해질 무렵 우연히 앞서 가는 보스니아 번호판을 단 차량을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번호판 가드에 "Mostar 대리점" 정보가 인쇄되어 있다.
"오케이~ 무조건 저 차만 따라가는거닷~!!"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보스니아 차를 졸졸 쫓아 가는데,
크로아티아 남쪽 국경 산악도시인 Imotski를 지나자
그 차가 갑자기 우리 GPS가 알려준 길과는 다른 길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
그 짧은 찰나.
약 100번의 갈등을 하였다.
우리 GPS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저 보스니아인들을 믿을 것인가?
혹, 저 친구들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라면?
결국, 우리 GPS를 믿기로 하고 과감히 따라가는 것을 포기.
허나..... 약 10분 뒤부터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온통 공사 중인 도로로,
한쪽 길을 막고 통제를 하는 곳이 다반사였으며,
도로 사정도 매우 좋지가 않았다.
나중에 확인을 하니, 그 들이 선택한 길이 새로 생긴 길인듯 하였다.
"역시.. 짧은 길인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가 있었어... ㅡㅡ;;"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모스타르.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우울한 곳이라 생각되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들로 거리는 활기차 있었다.
특히, 전쟁 중 파괴되었다가 다시 지은 Stari Most 주변은
밤늦도록 불빛이 꺼지지 않아 위험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 사진 :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분위기의 모스타르 올드타운 ]
올드타운에 위치한 깔끔한 펜션에 숙소를 정하고
Stari Most로 향한 시각은 밤 8시 반 경.
뒷골목 현지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낯선 동양인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참을 쳐다 본다.
한 용감한(?) 소년은 우리를 보자
자기 손가락으로 눈을 쫘~악 찟어 보이는 동양인 퍼포먼스를 한다. ㅡㅡ;
[ 사진 : 스타리 모스트 건너편 이슬람 종교 지역. 군데 군데 모스크들이 많이 보인다 ]
전쟁전까지 평화롭게 두 종교가 공존하던 이 곳.
지금은 전쟁의 앙금이 남아 예전같지가 않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서 무엇인가 결연한 의지가 슬쩍 보이기도 한다.
하긴, 모스타르로 들어오는 길에 보이던 보스니아의 풍경.
크로아티아 못지 않은 크고 잘 꾸며 놓은 주택들.
주차장마다 세워져 있는 유럽 유명 브랜드의 고급 차들.
마을 곳곳마다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공사들.
보스니아인들은 곧 그들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 사진 : 생각보다 작은 크기의 스타리 모스트 ]
복잡한 생각을 지우고 잠시 Stari Most를 둘러본 후,
숙소 주인이 추천한 레스토랑을 찾아 허기진 배를 채웠다.
주변 식당들 중 고급에 속하는 편인데도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푸짐한 정식 메뉴와 친절한 서비스에 만족스럽게 식사를 하였으나,
계속해서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본인 할머니가 왜 그리 신경쓰이는지..
테이블 밑에서 끊임없이 귀찮게 하던 고양이들 보다 더......
우리 한국인들도 이정도 여유는 즐긴줄 안단 말이다~!!
■ 차량 운행 일지
- 이동 거리 : 500 Km (플리트비츠 - 자다르 - 스플릿 - 모스타르)
- 이동 시간 : 9시간 (주유 1회, 휴식 5회, 점심 식사)
- 주유 : 520 Kn (약 12만원, 52 리터)
■ 주요 경비
- 고속도로 통행료 (Gornja Ploca-Zadar Zapad 약 62Km 구간) : 20 Kn (약 4,500원)
- 주차비 (스플릿 올드타운 앞 공용주차장 2시간) : 20 Kn (약 4,500원)
- 아이스크림 (스플릿 올드타운 내) : 6 Kn (약 1,400원)
- 감자칩 (크로아티아-보스니아 국경 근처 주유소) : 8 Kn (약 1,800원)
- 숙박비 (모스타르 Nadin 펜션 2인실, 욕실, 에어컨) : 25유로
■ 식사
- 점심 : 도로변 피크닉 사이트에서 라면과 밥
- 저녁 : 보스니아 현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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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푸짐한 양의 Mostrian Pljeskavic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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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먹기 힘들 정도로 단 디져트 ] |
■ 식당 정보
- 식당명 : Sadrvan 레스토랑
- 위치 : Stari Most 입구
- 가격 : 빵과 샐러드 및 디저트 포함된 정식 8.2 유로 / 현지 맥주 1.53 유로 / 팁 1유로
- 메뉴 : Mostrian Pljeskavica - 현지식 구운 고기와 감자 및 야채 요리
Cevacici - 오뎅처럼 다져 구운 고기와 야채 요리
Grilled Meet - 고기와 야채를 꼬치에 구운 요리
[ 사진 : Sadrvan 레스토랑의 그림 메뉴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