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자탕에는 감자가 들어가는 게 맞습니다 -
간혹 뼈감자탕집을 방문하면 으레
"감자탕에는 구황작물인 감자가 있어서 감자탕이 아니라 뼈에 붙은 감자를 가리키는 거 아시죠"라고 말하는 자칭 음식 전문가를 만나게 된다.
그런 친절함까지는 필요없는데 굳이 해부학적인 전문용어까지 들먹이는 걸 보면 대식 백종원 슨상님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새삼느낀다.
뼈와 뼈 사이에 붙은 살점과 골수를 가리켜 감저(甘猪)라고 하는데
그 부분을 우리가 취해서 먹는 것은 아니다.
뼈다귀탕이나 뼈해장국으로 불리는 것은 가축의 살코기는 가져가고 남은 뼈에 붙은 살점을 먹기위함이다 .
감자가 뼈에 붙은 감자를 의미한다면 뼈 + 뼈라는 중의적 표현과 함께 음식의 주재료보다 부재료가 강조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조선시대에 뼛 속의 골수를 감저라고 했지만 극히 일부에서만 사용했던 용어인데 이게 일반화로 불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된다.
뼈다귀탕은 구한말 개항 시기에 인천 도살장 근처에서부터 생겨난 음식이다.
개항 시기에 구황작물인 감자를 감저(甘藷)로 부르다 시대가 변해 지금의 감자가 되었으니 감자국에는 감자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여차 감자탕에 대한 유래는 확실한 게 없으니 나도 백종원씨도 맞는 말일수도, 틀린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감자탕에는 감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방아다리 감자국집을 방문했다.
(종로구 종로39길50)
이곳은 점심시간 전후로만 영업을 한다.
혼자 방문했으므로 영업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식당이 오픈하는 시간인 10시 30분에 정확히 들어섰다.
식당 안으로 들어선 순간 "씨원한데로 안즈씨요"라는 다정다감한 주인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집에는 이렇다할 메뉴판이 없다.
누군가 그랬다.
"메뉴판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불친절한 기분이 들었다고"
나는 그와 생각이 반대다.
직장인들의 고민거리중 하나가 점심시간에 먹을 메뉴를 고르는 것이다는 조사가 있었다.
이 식당 메뉴는 오로지 '감자국' 딱 하나다.
음식 선택의 고민거리를 없애주었으니 오히려 친절하다고 느껴졌다.
들통에서 팔팔끓는 감자국 사이로 쌓아둔 감자가 섬처럼 떠있다.
기름기를 걷어내고 시원하고 담백하게 내놓는다.
또 다른 들통에는 뜨거운 물로 뚝배기를 데워놓는다.
주문과 함께 엄청난 양의 얼갈이배추 우거지와 뼈 세조각이 뚝배기에 담기고 감자 한알이 더해졌다.
절기상 하지(夏至)에 나오는 감자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포슬포슬하고 분내나는 감자
그것도 생산지가 보성군 득량면이다.
감자 반을 쪼개서 으깬다음에 국물에 적시고 그 위에 우거지와 살코기를 얹어서 먹는 맛이란 긴 설명이 필요없다.
나머지 반쪽짜리 감자도 으깨어 국물에 풀어준 다음에 밥과 함께 먹어준다.
연하고 얼큰한 국물에 탱글쫄깃한 엉치살 뼈의 살코기가 더해지면 한 여름 무더위가 와도 결코 두렵지가 않을 것 같다.
푹익힌 시레기는 보들보들 야들야들하다.
감자탕에는 감자가 들어가 있어야 제대로 된 감자탕이다.
대통령실에는 대통령다운 사람이 들어가 있어야지 야매 도사님의 그림자 비춰서는 안 된다.
장관자리에는 장관다운 사람이 들어가있어야 맞지, 시정잡배같은 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도 안 된다.
맛있게 먹고 힘내서 주말에 "대통령 탄핵"을 힘차게 외쳐볼란다.
#종로맛집
#방아다리감자국
#하지감자
#보성득량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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