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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을 다녀와서
가야산은 伽倻山으로 이곳에 깃들어 살았던 가야인의 숨결이 묻어 있는 산입니다.
伽자가 절을 의미하는 글자이므로 삼국시대 말미에 전달된 불교의
숨결이 느껴지는 산이기도 하지요.
제일 높은 것은 상왕봉(象王峯, 1,432.6m)으로 우두봉이라고 불리기도 하나
실제로는 칠불봉(七佛峯, 1,433m)이 더 높은데
상왕봉에게 일봉 자리를 양보한 것이 부처의 덕을 닮아 있습니다.
춘천에서 4시간을 달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겨울이지만 날씨는 안온하여 춥지 않았고
날은 흐렸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산행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입니다.
단풍을 이미 늦었지만 길가 가로수로 심기운 단풍나무가
애잔한 붉음으로 가는 세월을 배웅하고 있고
야생화가 사라진 등로엔 마른 낙엽만이 뒹굴고 있습니다.
서성재까지 가는 길은 쉽지만 풍광이 별로인 길과
어렵지만 만물상이 있는 길로 갈립니다.
다리의 어려움보다는 눈의 호사를 선택하여 만물상길로 접어듭니다.
초입부터 데크와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은
산행이 쉽지 않음을 예고합니다.
상아덤까지 가는 길은 간간히 만나는 기암과 괴석으로 인해
어렵긴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가야산 일대에 화강편마암 그리고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석이
불쑥 불쑥 솓아나 있는 것은 경이로움 자체입니다.
택리지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와있습니다.
“경상도에는 석화성(石火星)이 없다.
오직 합천의 가야산만이 뾰족한 돌이 줄을 잇달아서 불꽃 같으며,
공중에 따로 솟아서 극히 높고 빼어나다.
골 입구에 홍류동과 무릉교(武陵橋)가 있다.
나는 듯한 샘물과 반석이 수십 리에 뻗쳐 있다.”
상아덤까지 오르는 길은
앞으로 바위들이 울울 창창한 나무숲과 같이 어우러진 멋진 경관과
뒤로도 만물을 연상케 하는 기암의 늘어섬이
어디를 보아도 경탄할 만한 풍광의 연속입니다.
덤이란 옛날 심마니들이 비박을 했던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니
상아덤은 삐쭉한 산 속에서 나름 포근함을 갖고 있는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잠시 더 걸어 서성재에 도착합니다.
앞으로 칠불봉과 상왕봉이 한 눈에 보이고..
높긴하지만 경치에 매료되어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깁니다.
칠불봉에 오릅니다.
이름이 칠불인 것으로 보아 돌의 형태가 부처님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범인의 눈으로는 그 명명의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았고
다만 일망무제로 펼쳐진 시야의 툭 트임과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복기할 수 있는 조망이 참 좋았습니다.
칠불봉에서 10여분을 진행하면 상왕봉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곳부터는 땅의 주인이 해인사라고 하니..
그 절의 규모와 부유함을 생각합니다.
상왕봉(우두봉) 인증을 하고
바로 아래에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이제는 하산길...
꾸준히 내리막으로 이루어진 길은 오르막과는 달리
그리 큰 감동을 주는 바위는 보이지 않았고
해인사로 이어지는 길은 짧지 않습니다.
해인사는 주지하다 시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절로 유명합니다.
고려때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팔만대장경..
어찌보면 적을 방비하기 위해서는 칼과 창, 화살을 만들어야 옳은데
나무를 깎아 그것도 양각으로 대장경을 조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합니다.
대장경은 제주도·완도·거제도 등에서 나는 산벚나무를 재료로 사용했고
부패 방지를 위해 바닷물에 절인 다음 그늘에서 충분히 말려 사용했다고 합니다.
국보 제32호인 대장경은 1,516종 8만 1,258판으로
고려시대에 간행되었다고 해서 고려대장경이라고도 하고,
판수가 8만여 개에 달하고 8만 4천 법문을 실었다고 하여 8만대장경이라고도 하지요.
이 대장경은 천자문 순서대로 배열했으며,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지요.
팔만대장경을 뒤로하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주차장에서 닭볶음탕에 소주 일배로
피곤을 풀으면서... 참 좋은 산과 좋은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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