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와 생강나무
아직 흰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봄의 전령 같은 나무들 중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보통사람들은 구분이 잘 되질 않아서 힘들어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뚜렷한 차이가 나는 두 나무를 비교하면,
마을 부근 인가 근처에 주로 피는 <산수유>와 양지바른 산자락 숲 속에 언뜻 보아 산수와 너무 비슷한 <생강나무>는 자라는 곳이 다르지요.
나무껍질이 조각조각 벗겨지는 산수유에 비해 반들반들 매끄러운 생강나무.
둥글둥글 부풀어 오른 꽃포가 네 조각으로 갈라지며 꽃잎자루가 길고, 꽃잎 4장을 가진 작은 꽃 수십개가 불꽃처럼 펼쳐지듯 탐스럽게 피는 산수유,
꽃포가 두쪽으로 갈라지며 꽃자루가 짧은 6장의 꽃받침을 가진 작은 꽃 3~5개가 암수 딴꽃으로 작은 공처럼 피는 생강나무로 확실하게 구분됩니다.
산수유는 어떤 나무일까요?
큰 나무 한그루면 자식들 대학을 보낼 수 있을 만큼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나무로 대학나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건강장수약재로 널리 알려져 젊어지고 싶은 옛사람들의 로망이기도 했었죠.
<동의보감>에는 “정력을 보강하고 성 기능을 높이며 뼈를 보호해 주고 허리와 무릎을 덥혀준다. 또 소변이 잦은 것을 낫게 해 준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정력강장제이지요.
산수유의 고향은 중국 중서부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들어 온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와 관련된 기록은 <삼국유사> ‘기이’조에 있습니다.
신라 48대 경문왕은 보위에 오르자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길게 자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구인들은 물론 왕비도 눈치 채지 못했고 모자를 만드는 장인만 알고 있었습니다. 모자를 만드는 장인은 평생 이런 사실을 남에게 말할 수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 죽음이 다가오자 용기를 내어 도림사의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맘껏 외쳤습니다. 평생 감추어 왔던 비밀을 털어놓고 편히 눈을 감았지만 문제가 생겼지요.
바람만 불면 대나무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란 소리가 메아리 되어 되돌아왔던 것입니다.
경문왕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대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었습니다. 그래도 산수유 밭에서 소리가 들려왔는데 “임금님 귀는 길다”는 소리가 났다는 설화를 통해 적어도 1,100 여 년 전에 산수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생강나무 가지를 꺾으면 향긋한 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죽은 가지일수록 냄새가 더 진하며 손으로 잎을 비볐다가 냄새를 맡으면 좋은 향기가 오래도록 가시질 않지요. 그 향이 생강 냄새와 비슷하다고 하여 생강나무입니다.
생강나무는 내륙지방에선 옛날 할머니들이 머릿기름으로 쓰던 동백기름의 원료가 되는 동백열매가 달리며, 나무에서 휘발성 향이 나는데 그 냄새가 생강냄새와 같다고 해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생강나무 꽃이 진 후에 새잎이 돋아나는데, 싹이 나와 참새 혓바닥만 할 때 따서 말렸다가 차로 다려 먹었습니다. 그래서 작설(雀舌)이란 이름을 붙여 작설차라고도 했지요. 차나무가 없는 북쪽에서는 차가 귀했던 옛날 절간이나 풍류를 즐기는 가정에서는 즐겨 생강나무차를 작설차라 부르며 애용했다고 합니다.
이른 봄 차를 딴 후의 어린잎은 말렸다가 튀각도 만들고 나물로도 먹었습니다. 한 장씩 잎을 따 찹쌀가루에 튀겨내면 맛과 향, 멋을 살려낼 수 있었으며, 생강나무잎으로 삼겹살 등 구운 고기를 싸 먹으면 기막힌 별미라고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꽃을 따 말렸다가 주머니에 넣어 방에 걸어두는 민속이 있었는데 추위 속에 꽃을 피우는 강인함이 나쁜 기 즉 사기(邪氣)를 쫓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늘 일찌감치 피어나 사람들에게 새봄 알리는 마을의 전령사..
아기자기 노랑꽃들이 참 정겹습니다.
저도 산수유 생강나무땜에 곤욕을 치른지가 그 몇번이던지요..ㅎㅎ
자세한 해설과함께 고맙습니다~ 촌장님^^*
멋진 해설에 감미로운 꽃들입니다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생강나무를 상징한다는것
김유정 문학관쪽에 엄청 심었드군요
촌장님 반갑습니다. 설명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영월산골에는 산수유와 흡사한 동박나무[이곳사람들이 부르는이름입니다만,]
생강나무가 동박나무와 같은것인지 요? 아니면 다른지요? 부디 설명바랍니다.
영월분들이 동박나무라 부르는 그 나무가 생강나무 맞습니다.
춘천권에서는 동백나무라 부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