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냥.. 광명....... 나의 고향, 그곳을 논한다. - 1

[【天指花郞】]

태어날 때 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광명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광명을 떠나서 돌아다니기는 많이 해 봤지만.

태어나기는 광명4거리에 있는 양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가끔 희안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XX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사람~!"

지금은 그 산부인과들 기억도 안난다.


처음에 내가 살던 동네는 광명1동, 정원슈퍼 부근이다(지금이야 일반 슈퍼마켓이지만, 옛날엔 광명 시내의 택시기사들 치고 모르는 이 없었을 정도로, 광명시에서는 가장 큰 가게 중 하나였다고 한다.). 몇번 이사를 다니긴 했지만, 13년간 여기서 반경 200m를 벗어난 적이 없다. 물론 이것은 내 학교 때문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 난 이 동네 이름도 몰랐다. 다만 정원슈퍼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이틀에 한번 30번을 타고 외삼촌댁에 놀러갔는데, 그 버스가 종점을 '개봉동'이라고 써 놓고 있어서 난 어릴적에 이 동네가 개봉동인줄만 알았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전철 타려면 개봉역으로 가지, 버스는 개봉동이라고 쓰여있지......

내가 이 동네가 '광명시'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아마 6살때인가 그랬을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아버지 회사 동료분의 차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데, 광명대교를 건너면서(그 때 생전 처음으로 광명대교를 건너보았다.) '안녕히 가십시오 광명시'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판을 보았다. "엄마, 광명시가 뭐야?" "우리 집이 광명시야." 그때 '광명시'라는 단어에 너무 큰 영향을 받았는지, 난 지금도 '광명'이라고는 못하고 '광명시'라고 말을 한다.


어렸을 때, 내 기억속의 광명시란 동네는 그리 범위가 넓지 않다. 해봐야 시장이 있는 광명사거리에서부터 철산주공10단지까지. 철산주공8단지 가는 것만 해도 내게는 미지의 세계였고, 시청도 초등학교 저학년때 까지 두번인가 가 본게 전부였다. 하안동에 처음 가 본 것이 초등학교 2학년때, 아버지가 도덕산 데리고 갔을 때였다. 신기한 것은, 관악산이나 안성 같은 멀고 먼 곳은 많이도 갔으면서 정작 바로 하안동이나 소하동을 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건 문제가 아니다. 광명사거리란 말을 그렇게 많이 들었으면서, 그리고 가 보기도 많이 가 봤으면서, 정작 광명사거리가 어디인지를 몰랐다. 광명다리 건너 진성학원 앞을 광명사거리인줄 알았던 것이다.

철산2동과 광명1동, 그리고 철산1동. 세 곳을 옮겨다니면서, 초딩 저학년때까지 내가 타 본 버스는 30번과 60번, 121번, 121-3번, 2-2번, 21번, 140번, 그리고 언젠가 한번 타 본 100-1번, 이 정도가 다였다. 이 중에서 항동 가던 세풍운수 121-3번과 도림동 가던 화영운수 2-2번(이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 꼴로 왔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어느 세월에 올지 모르는 버스."라고 했다. 큰집 가기에는 좋았지만......)은 어느새엔가, 내가 초등학교 가기도 전에 소리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광화문 가던 상신교통 60번도, 개봉역에서 가리봉역 가던 화영운수 21번도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초등학교 1학년때였던가, 잘 기억이 안 난다. 갑자기 시 전체가 시장을 뽑는다고 난리였다. 태어나서 10여년동안 귀동냥으로 뉴스를 들어왔지만, 생각해 보니 국회의원 선거는 들어봤는데 시장 선거는 처음 들었다. 선거 끝나고 몇일 있다가 보니깐 뉴스에 전재희란 아줌마가 나왔다. 우리 광명시 시장이 되었댄다.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광명시에 고속철도가 들어온댄다. 경륜장도 들어올거랜다. 사실 광명시에서는 기차는 커녕 전철도 구경을 못한다. 열차를 타려면 무조건 하천 건너 서울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광명시에 고속철도가 들어오고 지하철도 들어올거랜다.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2000년대라는 말에 그만 질려버렸다. 어느 세월에 그걸 기다리나. 아직 10살도 안 된 나에게 2000년대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상 그 자체였다.

그쯤 해서, 철산동 삼거리(이때까지만 해도 어떤 이름도 없었다.)에 무슨 건물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백화점을 짓는댄다. 나산백화점이래든가...... 참 기대들을 많이 했다. 백화점 가려면 하안동 한신코아를 가든가, 아니면 멀고 먼 영등포 롯데백화점까지 가야 했던 나에게, 이렇게 가까운(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철산동은 내겐 너무 멀었다. 지금이야 산책 코스에도 못 끼지만.) 곳에 백화점이 생긴다는 사실은 기대에 또 기대를 안겨다 주었다. 언젠가 엄마가 "거기 백화점 안 들어서고 그냥 빌딩으로 쓴대."라고 말했을 때, 내가 너무나 황당해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나산에서 백화점 짓는다고 처음 듣고나서 한 3년이 지나서야, 그토록 기다리던 '백화점'(굳이 말하자면 종합할인매장이지만.)은 생겨났다. 이름이 없던 그 삼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클레프 앞 삼거리'라고 불렸다.

그 작은(?) 백화점 하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나만 해도, 그리고 우리 가족만 해도 전에같으면 영등포나 하안동으로 갈 시간에 이젠 코앞에 있는 클레프로 찾아갔다. 광명시장 상인들은 장사 안된다고 울상이었다. 물건들이 어떻게 이렇게 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 내게 그곳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내가 보아 온 광명시를 바꾼 가장 큰 주역 두가지를 꼽으라면, 지금 당장은 지하철과 함께 망설이지 않고 클레프를 꼽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광명사거리와 중앙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기 시작했다. 도로 가운데를 포크레인이 파기 시작했다. 지하철 놓는댄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광명5동 사람들은 생존권이 위협받는다고 시끄럽고, 언젠가 한번은 지하철이 철산한신아파트 밑을 지난다고 해서 시끄러워졌다. 또 한번은 한여름에 광명사거리에서 배수관이 터졌다. 지금도 광명사거리는 신호등 두번으론 통과 꿈도 못 꾸지만, 그 때 광명사거리는 한번 통과하는데 짧으면 30분, 길면 한시간이다. 사거리에 있는 병원 가려면 차라리 걸어가는게 나았다. 차 가지고 갔다간 유턴하러 가는 사이에 벌써 병원 문 닫히기 쉽상이었으니까. 자가용 운전자만이 아니라, 그때까지도 버스 외에는 대중교통이란게 전혀 없던 광명시민들 전체가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광명시청 게시판에 가면 지하철 공사 빨리 좀 끝내 달라는 민원이 하루에 서너개씩은 꼭 올라왔다.

지하철 파는 사이에, 경부선 철도에는 역이 하나 새로 생겼다. 초딩 저학년 때, 국회의원인가가 돌린 홍보물에서 보았던 그 역이었다. 그 때 그 홍보물에는 이 역 이름이 '하안동'역이었다. 그런데 문 열고 보니까 '독산(하안동 입구)'랜다. 어이가 없었다. 물론, 그 보다도 어이없었던 일은 여러가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일이라면 무엇보다도 '하안대교'가 어느순간엔가 '금천교'로 바뀐 일...... 아버지 차를 타고 시흥대교 건너러 서부간선도로 타고 쭉 내려가면, 분명히 '철산대교' 다음엔 '하안대교'가 있었다. 이게 어느새 '금천교'로 바뀌어 있었다. 국회의원 누가 죽고 난 다음부터 바로 다리 이름이 바뀌었댄다.


초등학교 저학년때까지만 해도 광명시에는 고등학교가 얼마 없었다. 내가 진성고는 광명시 학교로 치지 않으니까 빼고(그게 어디 광명시 학교인가, 서울놈들 학교지.) 예나 지금이나 가장 좋다고 평하는 광명북고, 그리고 광명고와 광명여고가 있었다. 여기에 광명공고와 광명상고가 있었다.(언제부터인가 광명상고가 광명정산고로 바뀌었다.) 그런데 언제였던가, 갑자기 고등학교 세개가 새로 생겼다. 문제는 이 새 학교들이 예나 지금이나 영 평판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재희 시장이 주었던 시정 홍보물에서 설명하던 바로는 광명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 세운다더니......

학교 이야기 하자면 꼭 나오는 것이 대학교 이야기다. 국회의원이고 시장이고, 선거 할 때 마다 단골로 나오는 공약이 바로 '전문대 이상 고등교육기관 유치'였다(유치원때부터 봐 와서 이젠 문구가 다 기억이 난다. 귀찮아서 옮기지는 않겠다. 그 시절 광명시 인구가 30만이랬던가? 지금 시흥시가 이 수준이다.). 그런데 개뿔, 지금 와서 백시장이고 전의원이고 하는 말이 "그린벨트 때문에 대학 못지어요."다. 언제 한번은 고려대가 광명시에 들어온댔던가. 괜히 헛물만 들이켜고 이게 뭐냔 말이다.

소하동 가는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철산동에도 새로운 버스가 생겼다. 한시간에 한번 다니던 화영운수 33번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몇년쯤 있다가 화영운수에서 23번 버스를 새로 띄웠다. 세풍운수 차고에서 충현고까지 가는 버스였다. 위에서 갑자기 학교 이야기 한 것도, 이 버스 이야기 하다 보니 생각이 난 것이었다. 23번 생기기 전까지, 우리 동네에서 충현고 다니려면 새벽 6시에 33번 타러 동사무소 앞으로 나가야 했다. 한번 놓치면 다음 버스는 7시에나 오기 때문이다. 그 외에 소하동 가는 방법이라고는 시청 앞까지 가서 22번 타는 것이었다.

그 23번도 얼마 안가서 없어졌다. 그 다음으로 우리 동네에 생긴 버스가 11-1번이었다. 그리고 11-2번이 생기고, 마지막으로 17번이 생겼다. 삽시간에 교통 여건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11-1번은 중앙하이츠, 11-2번은 하안동 지나 소하동 거쳐서 시흥, 그리고 17번은 개봉역에서 소하동 가는 버스였다. 21번을 중앙하이츠에서 가리봉역까지만 운행한다고 했을 때, 철산2동 주민들이 '우린 개봉역 어떻게 다니란 말이냐.'고 역시 하루에 대여섯건 정도 시청 게시판에 민원을 넣곤 했었다. 시청으로썬 늦었지만 그 민원을 해결해 준 셈이다.

버스들이 언제부턴가 변하기 시작했다. 서울 버스들이 노란색으로 칠해진거야 옛날 일이고, 광명시 버스들, 그러니까 화영운수 버스들도 서서히 색이 변해갔다. 과도기적인 모델의 녹두색 12번과 금속 스커트 모델의 1번을 지나더니, 모든 버스들이 원래의 파란색 하늘색 줄무늬 도장에서 초록색 연두색 도장의 지금 형태로 바뀌었다. 그냥 색만 바뀐게 아니라, 버스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21번과 17번은 조그마한 버스로 바뀌었다.(21번이 소형버스로 바뀔 때, "차라리 마을버스로 만들어라"고 역시 시청 게시판에 민원이 여러번 제기되었다. 근데 사실 서울에 가면 이보다 더 짧은 노선의 시내버스가 수두룩하다.)

생기다 없어지다를 반복한 꼬마 27번도 결국엔 지금의 버스로 부활했다(얼마나 자주 바뀌었는지 지금은 옛날 노선 기억도 안난다. 대략 하안동 현대아파트에서 독산역으로 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버스는 처음 시작할 때 붉은 차체였는데 이젠 다른 버스들과 똑같은 도장이다. 내 기억속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지금은 시골에서 군내버스로 사용되는 상아색 바탕에 남색 붉은색 줄무늬 도장 모델(한마디로 낡은 버스라는 소리다.)이 내가 초등학생때까지도 11번 노선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이다.


중학교 들어오고 나서 드디어 하안사거리란 곳을 가 보았다. 도덕산 기슭의 기억 때문에 하안동을 '촌'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철산동 못지 않게 번화한 하안동의 모습이 신기했다(하안동 사는 애들, 미안하다......). 아니, 그 보다도 더 신기했던 것은, '하안사거리'가 너무나 좁다는 사실이었다. 편도 3,4차선의 광명사거리만 보아온 내게, 겨우 편도 2차선의 하안사거리는 '어떻게 이 좁은 길로 저렇게 많은 시내버스들이 지나다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사실 철산역 앞 보다도 하안사거리가 더 버스가 많다. 물론 광명사거리 뛰어넘을 동네는 없을 것이다.) 더 골때리는 사실은, 그 때 까지 나는 우체국 앞 사거리를 하안사거리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버스들마다 (철산역)혹은 (광명역)이란 경유지 표시를 달고, '철산역'이란 글씨 위에 붉은 줄로 엑스표를 친 새 이정표가 곳곳에 내걸리기 시작했다. 어느새엔가 중앙로를 울리던 임시 도로덮개 철판도 사라졌다. 우리집이 이사를 온 다음날, 그 빌어먹을놈의 지하철이 개통되었다. 몇일 후에 나도 그 반짝반짝한 지하철역을 들어가 보았다. 얼마 안 있어 가족들과 함께 지하철 타고 다른 곳에 갔다오기도 했다.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중1때, 궁궐답사부에서 한번 C.A 나가려면 아예 학교에서 모이질 않고 개봉역을 집결지로 잡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얼른 지하철 개통되어서, 학교에서 모두 모여서 지하철 타고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비록 전부 개통된 것도 아니었지만, 그리고 전부 개통된대봤자 가리봉 대림 빼고는 딱히 갈아탈 역도 없는 부실한 7호선이지만, 그래도 버스 안 타고 걸어서 지하철 탈 수 있다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이 없었다.

언젠가, 대구 지하철이 개통되었던 날 한 대학생이 인터뷰 하는 모습을 보았다. "서울이나 부산에 지하철이 있어서 부러웠는데 대구에도 지하철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그 심정을 좀 알 것 같았다. 이제 생각해 보면, 지하철 없었을 때에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모이는 것도 지하철 역에서 모이고, 버스도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노선이 손질이 가해졌다(그래봐야 어차피 손 볼것도 없는 작은 도시지만.). 클레프 앞에 있는 이름없는 삼거리에도 버젓이 '철산역 앞 삼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마 광명시 역사에서 지하철만큼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있다면 이제 곧 개통할 고속철도 정도일 것이다.


몇주 전 부터 골목마다 새로 이름이 붙었다. 참 쀍한 이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안양이나 서울 다니면서 골목마다 이름 붙여놓은 것을 보고 부러워한 것이 이제 실현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광명이란 동네가 희안한 것은, 시흥군에서 안양 다음으로 떨어져나온 도시이면서 오히려 그 뒤에 독립해 나온 도시들보다도 후졌다는 것이다.(광명이 81년에 승격되었고 안산이 86년에 승격되었는데 안산은 지금 구까지 설치되어있다. 과천도 86년 승격인데 서울 뺨친다. 시흥은 92년에야 떨거지들 모아서 시가 되었는데 승격 10년밖에 안되어서 광명이 20년 모은 인구를 모아버렸다.) 정말이지 '후졌다'는 표현이 바로 나온다. 마땅한 상업시설도 없다(그나마 파보레 있었는데 이젠 그나마 1년째 잠수중이다. 이제 부상을 시작하기는 하지만.). 인구가 많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면적이 넓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솔직히 어느 동네를 다녀도 광명시처럼 변두리 없는 도시가 없다. 광명이 수도권에서도 인구 많은 도시 중 하나네 어쩌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면적 대비 인구 분포율'일 따름이다.). 여기에 대해 아버지께서 정확히 설명해 주신 바가 있다. 이 도시는 애초에 발전시키려고 떼어낸 게 아니다. 그저 시장 자리 하나 더 만들어주려고 적당한 동네 하나 뽑아서 시 명색 달아준 것 뿐이다.

어머니는 언젠가 군산 외가에 갔다가 광명대교를 넘어 돌아오면서, "이 지긋지긋한 동네 또 왔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지긋지긋하다. 십수년 살아왔으면서 발전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서울의 어느 작은 위성도시에 살아왔으니, 그것도 어머니 고향이 전라도에서도 알아주는 대도시이니 그렇게 생각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한다. 이상하게 이 동네를 떠나면 섭섭하다. 암만 명색뿐인 '시'로 출발했다 해도, 분명히 어렸을 때와 지금 이 도시는 다르다. 나날이 커가고 있다. 그걸 다시 보는게 즐겁다. 가끔씩 보게 되는 하안동의 황무지 사진, 철산대교 자리의 나무다리 사진, 황량한 광명사거리 주변 사진, 옛날 시청 사진, 아버지께서 가끔 이야기 해 주시는, 철산동은 논이고 지금 시청 있는 곳은 산이었으며 사거리에서부터 목감천까지는 철산천이 있었고 사거리에서 하안동 가는 길은 구도로뿐이었고 철산동에서 그 구도로 가는 길은 지금 121번이 13단지 감고 돌아서 가는 길뿐이었으며 140번 종점은 개봉극장 부근의 '종점사진관'앞이었다는 이야기들...... 그걸 보고 듣다가 지금의 광명시를 보면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무에서 시작해 지금의 번영을 이룩한 것 처럼, 광명시도 무에서 시작해 지금의 수도권 서남부에서 가장 촉망받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이 도시에 뼈를 묻고 살게 될까, 아니면 몇년 후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쉬는날에나 가끔씩 부모님 뵈러 오게 되는 '고향'이 될까. 몇년 후의 그 광명시는, 고속철도가 들어서고 경전철이 놓이고 경륜장이 들어서는 광명시는 어떤 모습이 될까. 아무것도 알 수는 없지만, 십년 후, 이십년 후 내가 낳은 자식은 나의 아버지가 낳은 나처럼 옛날의 광명시를 궁금해 할 것이다. 그때 나는......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옛날 이곳은 시흥군 서면이었고 저기 시청 있는 곳은 아버지 고등학생 때 살았던 집까지 산이었고 지하철 생기기 전만 해도 다들 서울로 전철 타러 다녔고 고속철도 있는 소하동은 황무지였고...... 하는 이야기들을 나의 아이에게 이야기 해 줄 것이다. 그 이야기들은...... 지금의 내가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 처럼...... 언젠가 나의 자식이 아니라도 그 어느 호기심 많은 아이의 손에 의해서, '역사 기록'이라는 형식을 잠깐 구차하게 빌려서 정리(?)될 것이다.

번영하는 광명시와 그 광명시에서 살아가는 뒷 세대의 광명시민들, 그 이전에 철산천을 메꾸고 나무다리 위에 철산대교를 만들던 그 역사를.......

[불멸의 카이저]

에 원래 가리봉 - 시흥 사이에 건설 된 역은 가칭 하안동 이었으나 독산동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독산(하안동입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30번(성북역 - 철산1동)의 앞 뒤에는 개봉동이라 써 있습니

[windphia]

ㅎㅎㅎ 天指花郞님 덕분에 10년동안 살고 있는 광명에 대해 좀더 알게되었네요..^^

[S-400 Triumph]

음..... 단순히 서울의 위성도시중 하나인줄로만 알고 있었던 광명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네요...

[【天指花郞】]

윈드피아님 광명 사세요? 오오옷~~~~~~~~~~~!!!!!!!!!!!!!!!!!

[불멸의 카이저]

그래서 1년 전까지 30번 보고 아 요놈은 개봉동까지만 다니는 구나 생각했는데 1년 전에 1호선 석계역 타는 곳에서 자세히 본 뒤로(구조상 가능)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天指花郞】]

과거 140번도 그랬죠. 줄기차게 '서울대-개봉동'...... ㅡㅡㅋ '사당동-광명시'로 바뀐거 몇년 안돼요. 물론 60번도 그랬고...... 도대체 왜 광명시가 개봉동이랑 동급이 되냔 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