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벼르던 숙원 사업!!!
가마솥 사둔지가 언젠데... 게을러? 아니,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지, 생각에 생각,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
드디어 작년에 귀농본부 주재로 적정기술연구소에서 벌인 워크샵에 참여, 기초를 눈쌀미로 훑어 놓았다가, 이번에 맘 먹고 지어버렸다.
수월치 않은 시간. 그리고 검증을 거치지 않은 나의 실력 때문에 마음 조아렸지만, 마침내 완성, 그리고 시험 연소에서 대만족을 얻었다.
올해는 그 좋아하는 100% 유기농 자연산(?) 가마솥 누룽지로부터 메주까지 원없는 겨울을 맞으리라.
집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가마솥.
드디어 공개합니다.
-저 앞에 수도 옆에 집 위쪽 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다 자리를 정했습니다.
-바로 곁에다 시험 화덕을 급조... 불 한번 피워보았더니 괜찮아보여 그대로 진행키로...
-내화벽돌. 너무 큰 걸 사가지고... 벽돌집에서 남은 악성재고 싸게 준대서 덜렁 들고왔더니 손이 많이 갑니다.
-바닥 기초를 먼저 해야죠? 대강 한 10cm 정도 파내고 땅을 평평하게 골랐습니다.
화덕 짓는 바로 곁 사과나무 아래서 작년에 먹고 버린 복숭아 씨앗이 싹을 틔웠습니다. 얼마나 앙징맞고 귀여운지^^ 잘 크거라!
- 기초 작업 시작합니다. 따로 준비해 둔 자갈이 없어 시멘트+모래에 집에 천지로 돌아다니는 작은 돌맹이들 주워서 일 좀 시켰어요.
- 왕겨입니다. 펄라이트? 좋긴 한데, 한정 없이 들어가는 것 같애서... 지난 번 구들방 아궁이 밑바닥 기초에 펄라이트 넣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면, 시멘트와 모래에 섞어 비벼 넣었더니 이건 뭐 물 먹으니까 어디로 갔나 흔적도 없고 결국 아궁이 하나 기초 하는데 펄라이트 한자루 다 들어가 버렸어요. 그래서 이번엔, 그냥 있는 왕겨 섞기로...^^;
- 1차 기초 위에 메쉬를 깝니다. 저 메쉬는 비 맞으며 집 한구석에 3년간 외로이 서 있다 이번에 제 몫을 챙겼네요^^?
- 색깔이 좀 그런가요? 왕겨 섞은 시멘트+모래 비벼 메쉬 위에 다져 넣습니다.
- 자, 이제 본격적인 로켓스토브 심장부를 내화벽돌로 조적합니다. 작년 초겨울 구들방 아궁이 기초 작업 때 저 내화 모르타르가 굳질 않아 엄청 불안했었는데, 조적하시는 분들 말씀이 아마도 얼어서 그럴거라 했지만, 설마... 그렇게 춥질 않았는데. 근데 이번에 모래 조금 섞어서 비벼넣었더니, 아주 딱딱하게 잘 굳었더군요. 역시 경험자들 말씀이 존중되는 사회가 되어야지...^^;
- 이 거 할려고 플라스틱 드럼통 중고로 샀더랬습니다. 사실은, 작년에 귀농본부에서 주최한 적정기술워크샵 갔다가 로켓스토브와 태양열건조기 만들려고 작년 가을에 자재 준비해 두었던 것, 이번에 좀 풀었습니다. 시간 되면 태양열건조기도 만들어 버릴 겁니다. 왜냐하면, 100만원이 넘어가는 고추건조기를 따로 사줄 형편이 안되니, 자연 유기농 공짜연료 건조기를 꼭 만들어 주어야 하거든요. 하필 올해는 두식구 사는데, 울 마님이 왠 욕심이신지, 고추를 12판이나 심었으니... 진짜 없으면 안되게 되었어요^~; 휘유~~~
아! 모래와 황토를 2.5:1 정도로 하고 시멘트 색깔 보고 대충 넣어서 비볐습니다.
- 내화벽돌이 꼭 같은 규격으로 준비되었더라면... 어쩝니까? 싸게 가야지... 밑에 공기구멍. 그리고 격자 그레이팅인가... 잘라서 넣고 올렸습니다. 저 그레이팅인가 자르는데... 헉헉!!~ 손그라인더로 엄청 긴장하고 자르기 시작했는데, 아, 커터 돌이 걸려서 어느 정도 이상은 안되잖아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용접기 들고와 그냥 지져서 녹여내렸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식한 절단... 하지만 달리 방법이...
- 로켓스토브 화덕의 가장 핵심 포인트. 심장부인 연소부가 만들어졌습니다.
- 연소부를 빙 둘러 벽돌로 쌓아 외부와 단열을 시킬 몸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버렸어요. 1일차... 기억해 두세요?
- 간 밤에 비가 온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비닐들 주워 모아 테이프로 붙여 놓았더랬습니다.
- 뒤쪽은 언덕이라 조적이 안되네요. 그래서 돌로 이리저리 막고 높이를 맞춰 줍니다.
- 로켓스토브 화심부를 막고 스토브와 몸체 사이에 단열재를 채웁니다. 단열재로는 흙과 왕겨를 그냥 섞어서, 아마 1:1 정도 된 것 같군요.
- 단열재 다 채웠습니다.
- 가마솥을 얹을 자리에 벽돌로 하부 받침대를 만듭니다. 수평? 당연하죠!
- 이게 중국식 개량화덕인가요? 스토브에서 올라온 열기가 화덕 앞쪽으로 빠져나왔다가 뒤로 돌아나가면서 가마솥 바닥을 완전히 감싸 안고 열을 실컷 준 다음 뒤쪽 연도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사실, 한번도 안해 보고 적정기술센터에 올라온 사진들만으로 감 잡기에 상당한 애로가 있었습니다만, 솥을 걸고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핵심이 무언지 파악하려 노력하면서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관건은 손맛, 손맵시? 저는 못했지만, 만약 참고로 하실 분들은 장갑 벗고 손에 물칠한 다음 저 곡선부들 아주 맨들맨들하게 마치 유약바른 도자기처럼 잘 처리하실 것을, 그리고 솥바닥이 화구에서 올라오는 저부분에 완전히 밀착해야만 한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 솥 얹기 전에 불 한번 붙여 보았습니다. 타나 안타나... 걱정되서... 근데 괜찮을 것 같았어요.
- 이제 솥 얹고 날개 아래까지 싸잡아 돌려 붙여버렸습니다. 매입형입니다. 솥 안내릴 거래서... 이렇게 또 하루가 저뭅니다. 화구에다 부탄가스통 박아두고 그냥 왔군요... 에휴~;
- 또 하루가 있습니다. 3일차 네요. 한 2~3일이면 다 될줄 알았어요. 근데, 해보니 아니네요. 혼자서...
화덕 뒤쪽에서 본 모습입니다.
- 이제 연도를 연결한 굴뚝 차례군요. 벽돌이 없어서... 그냥 널려있는 돌들로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굴뚝이 올라갑니다.
- 또 밤입니다. 그리고 또 비가 온답니다. 좀 늦게까지 했는데, 오늘은 화덕을 노지에 내놓아서는 가마솥이 녹슬어 안되니까, 우선 급한 것이 지붕인 것 같아 네 귀에, 이 참에 아예 수도까지 포함해서 기둥박을 자리에 각 자리의 사정에 따라 기둥 기초를 했습니다.
- 아침에 왔습니다. 4일차. 비가 제법 왔어요. 봄비가 아니라 마치 장마나 든듯. 밤엔 얼마나 천둥이 많이 울었는지. 하늘에선 때려잡을 뭔가가 많이 보일테죠?
- 아시바 파이프 박을 기둥 기초 보이시나요? 왼쪽 앞에 벽돌로 기둥자리 만든 건, 그 자리가 콘크리트 30cm 친 자리라서, 그리고 거기 걸터앉아 발이라도 씻으려고 그랬답니다.
- 아시바 파이프로 기둥과 대들보 올리고 25mm 하우스 파이프 대충 밴딩해 길이 맞춰 엮어주고, 돈 좀 줄이려고 여기서 그만 하려했는데, 앉아서 보니 도무지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하우스 파이프 2개랑 조리개 등 사러 나갔습니다.
- 급해서 그냥 쳤습니다. 하우스 비닐로 비 가리고 그늘망으로 햇빛 가리고... 제일 싸게 먹히는 것 같아서... 5년전 시골에 처음 내려와서 비닐 하우스만 보면 들어가 이리저리 보면서 눈으로 복사를 많이 했었더랬습니다. 어떻게 짓는지, 지어 놓은 게 부러웠어요. 5년 동안 비닐 하우스만 5동 지었습니다. 근데, 다 혼자서 지었어요. 비닐 입히는 것 조차 혼자서... 난, 혼자 하는 게 편해요. 시간 되면 비닐 하우스 지어놓은 것,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의외로 인터넷에 자료가 많질 않더군요.
- 5일차입니다. 벌써... 밤에 자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굴뚝 개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굴뚝 청소구도 없다는 것... 마음에 걸렸어요. 없어도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기왕이면... 게다가 비 많이 오면 물이 화덕쪽으로 쏠려 내려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물길도 잡아야겠고... 그래서 굴뚝 하부의 땅을 팠습니다. 막은 돌 깨내고...
- 굴뚝 개자리와 청소구 들어설 자리가 확보되었어요.
- 구조재와 돌들을 적절하게 배치해 모양을 잡아 재청소구를 만들고 그 안쪽은 연도에서 나오자 바로 밑으로 툭 떨어지는 굴뚝개자리입니다. 청소구 입구는 벽돌 한장으로 막을 생각으로 그 만큼의 공간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 굴뚝 완성단계입니다. 끝까지 위로 돌 쌓아 올라가면 비닐지붕에 닿기 때문에 저 정도에서 200mm 연관을 1m 잘라 집어넣고 지붕 아시바 파이프에 스텐 바인더로 고정시켜 주었습니다.
- 완성된 굴뚝. 거의 다 왔군요.
- 휘유~! 6일차입니다. 이제 화덕 윗면 솥날개와 맞춰 미장을 했습니다.
- 굴뚝 청소구 입구에 벽돌 한장을 놓고 그 위 빈틈을 시멘트+모래+황토 반죽으로 막아주었습니다. 굴뚝 청소하려면 벽돌만 빼내면 되죠? 벽돌 위에 시멘트 반죽 바로 올리면 벽돌이 붙어서 굳어버리므로 벽돌 위에 골판지를 잘라 올리고 그 위에 시멘트 반죽을 비벼 넣었죠. 나중에 벽돌만 빼내면, 그냥 쏙~
- 밤 늦게까지... 10시에 마쳤어요. 화덕 왼쪽 수도 옆에 가마솥 들여다 보며 일하려면 발판이 필요하다는 긴급제안에 따라 있는 돌들 동원령을 발효시켜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기왕지사, 거기 앉아서 배추도 다듬고, 미나리도 다듬고... 그러라고 앉을 수 있도록 했고, 앞에 보이는 지붕 기둥 미장도 완성했습니다.
- 수도 옆에 평석 하나 갔다 놨습니다. 거기 앉아서 햇빛 피하며 뭐든 씻고 하라고... 시간이 흘러 세월의 흔적이 내리면 제법 운치가 있을 것 같아서...
- 7일차입니다. 화덕 몸체 바깥쪽 돌아가며 벽돌 사이에 그냥 황토 섞은 시멘트+모래 반죽으로 매지 채워 넣어 보기 싫다고 투정하는 마나님 심기 좀 가라앉혀 드리고 완성! 가마솥에 물 한바가지 떠다 붓고 나뭇가지 몇개 넣은 다음 시멘트 푸대 집어넣고 부탄가스로 불 붙였습니다.
2분이 안돼 물이 따뜻해졌고 4분쯤 되니 제법 뜨겁다는 느낌까지... 솥의 질도 내야하고 하니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만 살짝 맛보고... 곧 질 낸 다음에 누룽지부터 해 볼 생각입니다. 맛있는 누룽지 나오면 추가 샷 한장...!
드디어 가마솥의 질 내는 날입니다. 우선 불을 피웠죠. 이제 화덕공사 제대로 됐나 확인 들어갑니다...
들기름 한병으로 완전히 새인물 났습니다...
이 중후한 뺀질거림... 확인하셨나요?
자 이제 불드는 모습도 한번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