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세기] 13~14장

[마루]

증오의 세기 13. 살인자와 협력자

인간을 몰살하는 동시에 품위를 지키는 것, 그것이 바로 나치즘의 본질이다. (하인리히 히물러)

당신들은 우리가 누군지 알고 있다. 우리는 외국인이 아니다. 얼마전에도 우리는 당신들의 이웃이었다. 당신들이 나를 위해 울어 주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거나 나의 불행에 약간의 동정심을 보여 주길 바란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동부 일반 계획

소련 공격은 히틀러의 치명적인 실수였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 (히틀러) “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어두운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여러 면에서 스탈린에 대한 공격은 제3제국을 강하게 만듦. 1) 나치의 반공 성향과 독소 불가침 조약 간의 부조화 완화. 새로운 전쟁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열의. 독소 전쟁이 사람들에겐 자부심의 원천 2) 소련 침공은 유럽을 위한 십자군 원정. 유럽 대륙 전체가 볼세비즘에 대항한 연합전선으로 하나가 될수 있음. 독일 지배가 소련 공산주의보다 낫다고 여기는 보수주의자들의 코드와 일치. 3) 소련이 민족자결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무자비한 짓을 자행함으로 동유럽의 여러 민족 사이에 스탈린의 소련에 대해 느낀 본능적인 적대감 존재.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침략군 전차에 붙은 검은 십자가를 모스크바의 반기독교에 대항한 성스러운 십자군의 표지로 생각함. 실제로 히틀러나 괴멜스는 동유럽 민족주의의 힘을 이용할 생각은 없었음.

절멸 전쟁

히틀러는 처음부터 소련 출정을 새로운 규칙 혹은 아무런 규칙 없이 실행해야 한다고 정함. 절멸전쟁으로 특정한 적군 포로를 체계적으로 총살.(러시아에서의 군사행동 지침, 인민위원 학살령,나치 친위대의 절멸부대) 독일의 대군이 소련 영토에 진격해 들어온 뒤 만연한 혼란 속에서 이러한 명령은 거의 모든 사람들 죽일 수 있는 허가증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나치의 선전은 불법적인 폭력을 교묘하게 조장함. 히틀러는 독일 포로에 대한 러시아군의 잔혹행위를 촬영하여 뉴스 영화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 바르바로사 작전이 개시된 처음 몇주 동안 독일군은 60만명 포로를 즉결 처형. 작전이 펼쳐진 첫 겨울까지 소련군 200만명 사망. 전투 중에 300만명이 넘는 소련군이 생포된 뒤 죽었는데 이는 전체 소련군 포로의 거의 3분의 2에 해당. 러시아 포로들의 사망률은 1차 세계대전의 열배

히틀러의 마음속에서 공산주의를 상대로 한 전쟁은 언제나 유대인을 상대로한 전쟁. ‘파르티잔’으로 확인되는 사람은 누구든 죽임을 당하기 십상. 파르티잔이란 말이 유대인과 집시에서 독일이 죽이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으로 포괄적인 용어가 됨. 나치는 1941년 옛 소련 땅에 대략 550만 명의 유대인들이 살고 있다고 추정. 이는 나치가 점령한 다른 유럽 땅의 유대인 수와 맞먹음. (히틀러) “유럽에 유대인만 없다면 더 이상 유럽의 통일은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단 하나의 국가에서 단 하나의 유대인 가족이라도 살게 놔둔다면 이들이 유럽을 새로이 해체할 세균의 온상이 될 것이다.”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책’(아돌프 아이히만) 옛 소련 영토에 새로이 게토를 세우는 대신 오스틀란트(발트해 3국과 폴란드 동쪽지역, 벨로루시의 서쪽지역)의 전체 유대인을 거의 100퍼센트 즉각 청소. 계획적인 대량학살이라는 개념은 히틀러가 키예프를 손에 넣고 레닌그라드를 에워싼 뒤 모스크바 공격을 시작하려던 무렵에 정해진 듯.

가해자

홀로코스트로 알려진 사건의 가해자는 누구였는가? 소련 침공(1941년 5월) 이후 체계적인 학살의 첫 단계는 폴란드에서처럼 4개 절멸부대가 실행. 1942년 4월 중순까지 절멸부대는 정확히 51만 8388명을 죽였다. 이는 붉은 군대와의 전쟁에 대비하여 후방에서 수행되던 유대인과의 전쟁이었다. 너무나 대규모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독일 정규군 뿐만 아니라 경찰대대를 포함한 비전문 조직들이 참여.

대개 희생자들을 일렬로 무릎 꿇린 다음, 한 사람씩 목덜미를 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일단 사살이 시작되자 군인 몇 명이 임무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비열한 짓을 계속해 나갔다. 그들은 정오에 보드카를 배급 받고 다시 기운을 차렸다. 술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다. 살인은 오후와 저녁내내 계속되었다. 총 열 일곱 시간이 걸렸다. 1943년 말까지 독일은 소련계 유대인 약 270만명을 죽였는데 이는 바르바로사 작전 이전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했을까? 나치가 독일에서 생겨난 암적인 존재일수도 있고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독일인이 예외없이 반유대주의들일수도 있다. 이 보통 사람들이 본인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지만 억압적인 권력과 동료 집단의 압력이 양심의 가책을 눌러 이겼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자기 보존 본능이라는 명백한 충동도 잊어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해친 사람들 수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바르바로사 작전의 첫 단계에서 독일군의 사상자는 히틀러가 그전에 벌인 어떤 군사행동에서의 사상자보다 훨씬 많았다.

빈 출신 경찰청장 발터 마트너는 여자들과 아이들을 100명 단위로 사살하는 행위를 합리적으로 설명. (아내에게 보낸 편지) 처음에 사람들을 태운 트럭이 도착해서 사살이 시작됐을 때 손이 약간 떨렸소. 하지만 이런 일엔 익숙해지기 마련이지. 열번째 트럭이 도착하자 나는 더욱 침착하게 조준하고 있었고 많은 여성과 아이들, 갓난아기들을 확실히 사살할 수 있었소. 내집에도 아이가 두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무리들도 내 아이들에게 똑 같은 짓을 할 것이오. 소련 비밀경찰들이 지하 감옥에서 수천명에게 가하던 지옥 같은 고문에 비하면 우리는 빠르고 점잖게 사람들을 죽였다오.(중략) 유럽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아직도 미국에서 판을 치고 있는 이 인간 쓰레기를 없애야 하오.

이웃들

폴란드 예드바브네에서 1931년 당시 2000명이 넘는 마을 주민의 6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 유대인들은 평생을 함께 살아온 이웃들에게 죽임을 당함. 이런 폭력이 독일이 적극 부추겨 일어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 현상이 특별히 폴란드에서만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라트비아 사람들은 몸짓과 성난 말로 유대인에 대한 증오심을 표현했다. 그들은 유대인이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소련이 지배하던 시기에 그들이 당한 불행은 모두 유대인 때문이라고 했다.(중략) 가장 큰 비극은 이러한 범죄를 얼굴도 모르는 침략군이 아니라 서로 살갑게 이름을 부르며 알고 지낸 라트비아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곧 악덕한 라트비아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독일의 보호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독일인 ‘최종 해결책’을 구상한 것을 확실하지만 많은 유럽 민족들이 살육에 열렬히 동참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1940년대 초기의 반유대주의 폭력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님. 협력자는 독일과 동맹을 맺은 이탈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뿐만 아니라 독일이 침략하고 점령한 국가들,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소련에서도 나타났다. 독일군의 접근으로 잠재해 있던 다민족 사회의 갈등이 폭발한듯 하다.

언어학자였던 빅터 클렘페러는 나치가 ‘민족 투쟁’이나 ‘근본적인 청소’같은 완곡한 신조어가 노골적인 선전보다 훨씬 더 효과적. 이러한 완곡한 표현은 인종 폭력을 더 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독일의 사주를 받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조직원들이 폴란드인 6~8만명을 학살함.

나치 제국은 유럽의 민족을 통치하면서 분할 정책을 추구. 민족 간의 경쟁관계를 능숙하게 이용하려던 독일의 시도는 많은 지역에서 지역 불화를 조장하여 내전을 제화한 것에 불과

히틀러의 인종 용광로

독일이 외국 동맹자와 협력자들에게 의존할수록 그들의 제국은 필연적으로 더욱 다민족적인 모습이 되었다. 소련을 침공한 군대에는 크로아티아인, 핀란드인, 루마니아인, 헝가리인, 이탈리아인, 슬로바키아인, 스페인인이 60만명이나 포함됨. 실제로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히믈러가 지휘한 병사들 가운데서 독일인보다 비독일인들이 더 많았다.

건장한 독일 남성들의 징집비율일 높아짐에 따라 독일 본국이 해외 노동자들의 이주지로 변하기 시작함. 제국 내 해외 노동자 수는 1939년 30만(총 고용인의 1퍼센트 미만)에서 1944년에는 총 노동인구의 20퍼센트에 해당되는 700만명 이상으로 증가함. 1941년 9월 전체 해외 노동자수의 절반에 가까운 100만명이 넘은 폴란드인이 제국에서 일함.

더럽혀진 제국

나치의 인종 전문가들이 폴란드인과 체코인을 인종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공을 들였음에도 이종족 간의 결혼이 지속됨. 독일 내 폴란드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 규정중 독일 남성이나 여성과 동침하거나 그들에게 부적절한 태도로 접근하는 사람은 누구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규정. 그럼에도 1942년 나치 친위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여성들이 외국인과 관계를 맺어 불법적으로 낳은 아이가 적어도 2만명에 이른다고 추정됨.

14. 지옥문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사람들을 마치 같은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공평하다. 같지 않은 사람들을 같지 않게 다루는 것이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아먀토 민족을 중핵으로 하는 세계 정책 검토서, 1943년)

세계 인종 질서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영국의 무자비한 인도 통치를 강조하면서 식민지 문제에서 독일의 순진함을 대비시킴. 영국이 소수 엘리트 관리자와 군인들만으로 인도를 통치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독일도 동유럽에서 영국과 똑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영국에게 인도는 우리에게 러시아 영토가 될 것이다. 영국의 부는 상업조직을 완벽하게 운용한 성과라기보다는 인도의 3억 5000만 노예를 자본주의적으로 착취한 결과이다.

여기서 나치의 동유럽 통치를 위한 모델이 탄생했는데 이는 악의적인 방치에 해당됨. 예를 들어 점령지의 공중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조처에 대한 반대 등. 동유럽인 5000여만명을 시베리아로 추방하려 했던 동부 일반 계획.(2차 세계 대전 동안 목숨을 잃은 유럽계 유대인은 정확히 얼마나 될까? 1939년 당시 총인구는 9백4십만명이고 추정치는 5백6십만~5백9십만명)

일본에는 히틀러처럼 모든 사람이 향해 갈 유토피아를 예시해 주는 이론가는 없었으나 작은 히틀러는 많았다. (1947년 야마토 민족을 중핵으로 하는 세계 정책 검토서) 일본인이 아시아의 ‘주된 민족’이며 이들의 임무는 일본의 핏줄을 가능한 많이 아시아 땅에 퍼뜨림으로써 10억 아시아인을 해방시키는 것. (도쿄대학 지리학과 교수) 미국은 동아시아로, 오스트레일리아는 남아시아로 생각하는 한편, 유럽과 아프리카 모두 아시아 대륙의 일부로 간주. 세계의 모든 대양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대해로 다시 불러야 함.

전쟁의 목표는 영미의 제국주의적 민주주의를 극복하는 것. 제국주의적 민주주의 대신 자리 잡을 새 체제는 관계된 모든 민족들 간의 ‘인종 화합’과 ‘상호 번영’을 기반으로 할 것. 그러나 공동 번영이란 일본이 유럽 대신 주인 자리를 맡는 새로운 제국주의를 의미할 뿐. 앞으로 지켜볼 일은 그들이 유럽인보다 잔인할지 여부였다.

나치와 마찬가지로 일본 제국주의 더 급진적인 이론가들은 자신들의 타고난 우월성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 중의 하나로 인종 오염을 꼽음. 일본 제국주의를 선전하기 위해 아시아 민족들은 행복한 한 가족으로 표현. 그러나 일본은 엄격한 가장이 되어야 했고 ‘자녀 국가들’과 혈연관계를 맺는 것은 용납될 수 없음.

강간

1937년 12월 일본군은 장제스의 수도 난징에 접근하면서 중국인들의 저항에 치명타를 입히고 전쟁을 빠르게 종결시키기를 기대하며 본보기를 보여주려한 것 같다. 3만명이 일본군이 50만명의 난징시를 둘러쌈. 이후 몇 주동안 군인과 민간인을 불문하고 젊은 남성 수만명이 살해당했다. 이후 극동국제군사재판부는 난징에서 26만명이 넘는 비전투원들이 일본 군인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했는데 이는 전체 전쟁 기간에 죽은 영국 민간인의 네 배가 넘는 수치.

가장 놀라운 사건은 강간이었다. 8000~2만 명으로 짐작.(로버트 윌슨,의사)작금의 사태는 피와 강간이라는 커다란 철자로 쓴 현대판 단테의 지옥이다. 난징의 강간이라고 알려진 이 사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휘관들은 세 가지 충동을 의식적으로 풀어 놓음 1) 항복한 자들에 대한 경멸 2) 다른 인간을 열등하고 유해한 종, 단순한 해충으로 간주하는 심리는 20세기의 전쟁이 그토록 폭력적이었던 결정적인 이유 3) 동료 집단의 압력

괴뢰 정부

일본군의 침략은 일부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민족의 단합을 끌어내지 못했고 대신 마오쩌둥의 지휘하에 장기 게릴라전을 펼치던 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높였으며 국민당 내의 분열을 심화시킴. 1937년에 이미 일본은 만주국과 몽골신장자치국, 허베이성 동부의 반공자치정부 등, 중국 영토에 세 개의 괴뢰 정권을 수립해 놓음. 1940년 일본과 일본의 괴뢰 정권이 사실상 중국의 해안 지역 전체와 동부 지역 대부분을 지배하게 됨.

일본이 남쪽으로 눈을 돌리다

일본은 1941년 4월 스탈린과 불가침조약을 맺었지만 일본은 결코 이 조약을 믿지 않음. 실제로 전쟁 내내 소련군의 기습공격을 염려하여 북쪽 국경선을 따라 13~14개 사단을 주둔시킴. 그로인해 일본은 북쪽에서 중국을 공격할 수 없었음. 해군 참모들은 네덜란드령 수마트라 섬과 보르네오, 자바를 압도하는 동시에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 반도에 공격을 개시하는 전략을 선호함.

일본에게 중국은, 독일에게 소련이란 나라의 위치와 같으며 일본군 최대 100만명이 대중국 전쟁에 투입됨. 전체적으로 일본군 병력중 52퍼센트가 중국에, 태평양 지역에 33%, 동남아시아에 14%만 복무함.

일본의 첫번째 공격 대상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반도. 태국 또한 일본의 세력권에 들어감에 따라 1941년 7월 일본군은 인도차이나 반도 지배권을 손에 넣음. 동남아시아의 유럽 제국들을 상대로 추가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는 점을 알게됨.

진주만 공격의 논리

일본이 동남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것을 막을 나라는 미국뿐이었다. 한편 미국은 아시아를 비롯한 어느 지역에서든 전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음. 미국은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경제적 압력에 취약하기 때문에 일본을 막기 위해 굳이 무기를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특히 석유 수출을 중단할 경우 그럴 가능성이 높았음. 정확히 이러한 이유로 미국 정치인들은 진주만 공격을 예측하기 어려웠음.

태평양 전쟁으로의 길은 경제 제재로 뒤덮여 있었음. 루스벨트가 가한 도덕적 금수 조치. 그러나 경제 제재가 일본의 전쟁 계획을 억지하기엔 너무 늦음. 이미 일본은 중일 전쟁 이래로 미국의 원료를 수입하여 비축해 오고 있었음. 그러나 석유 금수 조치는 중요한 개전 이유가 됨. 1941년 7월 일본의 인도차이나 반도 남부 점령에 대한 대응책으로 취해진 이 조치와 더불어 미국 내 모든 일본 자산이 동결됨. 이런 점에서 태평양 전쟁은 대체로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음.

1941년 9월까지 미국과의 전쟁을 준비한 사람들은 일본 해군 전략가들뿐. 그들은 개전 초에 미 해군에 압도적인 타격이 승리에 필수적이라 생각. 마침 미국 함대의 태평양 기지가 1940년에 하와이로 옮겨짐. 만약 캘리포니아 해안에 남아 있었다면 전격적인 공격은 불가능했을 것. 18개월 뒤에는 모든 연료가 바닥날 것. 따라서 기다리는 것보다 당장 공격하는 게 낫다는 결론. 즉 가까운 미래에 닥칠 국력의 쇠퇴를 감수하느니 바로 전쟁이 도박을 걸자는 생각.

원심 분리기

1941년 12월부터 1942년 4월말까지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벌어진 전격적은 전쟁 역사상 압도적인 성과 : 말레이 반도, 미얀마, 영국의 보르네오 섬, 홍콩, 싱가포르, 랑군, 베골만의 안다만 제도, 만달레이, 필리핀, 괌, 웨이크 섬, 비스마르크 제도, 바탄 반도, 수마트라 전역, 남부 보르네오 섬

 포로와 협력자

중국에선 드러난 일본군의 야만적인 행동들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나타남.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학대 대상에 백인도 끼어 있었다는 점. (한국에 주둔한 일본군 총사령관)”미국인과 영국인 포로를 강제 수용함으로써 한국인들이 우리 제국의 진정한 힘을 확실히 깨닫게 할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 대한 숭배를 근절하는 선전 작업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해방 약속은 전적으로 말뿐이지는 않았다. 1943년 8월 버마 독립, 10월 필리핀 독립, 인도네시아 역시 독립을 약속 받음. 1939년부터 1943년 사이에 7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일본군에 자원했다. 많은 이들이 혈서를 씀으로써 일본인보다 더 충성스러운 일본인이 되려는 서약이 진심임을 증명했다.

도대체 추축국들은 1942년 중반에 거의 이긴 것처럼 보였던 전쟁에서 왜 패하고 말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