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우는 동영상(1)
나이 들면 새벽잠이 짧다던가, 수년 전부터 나도 그렇다. 나도 벌써 노인이다. 한심, 참담하다. 세월아 네월아, 너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고?
나의 새벽맞이 루틴은 이러하다.
<1> 3시 반부터 멀고 가까운 동네의 닭소리에 잠 깬다. 신 새벽을 깨우는 수탉의 계명성(鷄鳴聲). 하나가 새벽을 울면 가깝고 먼 동네의 수탉들이 따라 운다. 제 나와바리(영역)를 선포하는 것이다.
<2> 컴퓨터를 켜 ‘구글―즐겨찾기―기상청’을 찾아 오늘을 관천문(觀天文: 하늘 기운을 살핌)하고 이어 베란다로 나가 찰지리(察地理: 땅의 기운을 읽음)한다. ‘혹시나 역시나’, 오늘 하루도 무사태평할 조짐이다. 5시부터 집 바로 뒤편, ‘행복한 절’에서 불공드리는 염불과 목탁 소리가 베개 밑까지 울려온다.
<3> 찻물이 끓는 사이 담배 한 대 피워 문다. 얼마 전 구지뽕나무 잎으로 제다(製茶)한 뽕잎차와 녹차를 반반 섞어 끽다(喫茶)한다.
<4> 다음, 유튜브에 밝고 유쾌한 모짤트 음악을 틀고 실내운동을 한다. 보건체조+스트레칭+요가+필라테스+스쿼트, 20여 분.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발 해진다.
<5> 이윽고 몸에 신호가 온다. 뒷간 좌변기에 앉는다.
코로 하는 호흡작용은 천기(天氣: 하늘의 에너지)를 받는 행위이고, 입으로 하는 식음(食飮) 행위는 지기(地氣: 땅의 기운)를 모시는 행위이다. ‘쾌식(快食)/쾌변(快便)/쾌면(快眠)’의 장수 비결 삼박자. 쾌식은 천지의 에너지를 영접하는 일이고, 쾌변은 받은 천지 기운을 되돌려주는 일이다. 쾌식은 만나는 일이고 쾌변은 헤어지는 일이다. 거대한 먹이사슬이 돌고 도는 물레방아의 순환 고리, 그 중간에 내가 있다.
좌변기에 앉은 내 코앞, 모발고정액 병이 보인다. 늘 보인다.
"FIRM STYLE
Freeze and Shine
Super Spray"
단어를 취사선택하고 바꿔 본다.
"FIRM,
Free and Shine,
Super”
“단단하다,
자유롭고 빛나다,
대단하다(굉장히 좋다)”
외유내강(外柔內剛)과 비견해 보면 ‘자유롭고 빛나다, 대단하다(굉장히 좋다)’가 외유이고, ‘단단하다’가 내강에 즉한다. 그럴싸하다. 내 인생 모토로 삼는다.
볼일이 끝났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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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처] ‘유튜브’ ‘<닭 울음소리 알람(꼬끼오 알람, 꼬끼오 효과음) Rooster cock-a-doodle-doo>’. 운영자: 별이총총빛나는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