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욱 사도요한 신부
연중 제30주일(전교 주일)
이사야 2,1-5
로마 10,9-18
마태오 28,16-20
내 안에 먼저 복음의 빛을 밝히자
피정의 집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신앙의 성장을 위한 피정을 준비하고 초대하였으나
유료 피정에는 사람이 없고 무료 피정에만 사람들이 몰려올 때입니다.
자기 영성 생활의 성장을 위해서 이토록 투자하지 않는가 하는 마음이 들어 슬퍼집니다.
물론 강사가 유명하지 않아서라고 자책도 하지만 세속화의 흐름을 더 강하게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전교 주일을 지내며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합니다.
“온 세상에 전파하리 복음 말씀을...”이 성가를 부를 땐 저도 좀 뻔뻔하고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복음을 잘 전하지 못하는 점을 일깨우는 날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을 향한 구원의 소식,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통해서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우리가 받았다는 이 놀라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날입니다.
복음 전파는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는 말이지요. 백성으로서, 자녀로서, 제자로서 누리는 권리 말입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라는‘님의 침묵’의 시 구절처럼
음악이 끝나도 흥을 멈출 수 없는 사랑의 마음같이, 전교는 주님을 사랑하는 우리의 열정이고,
사랑받은 사람으로서, 용서받은 사람으로서 전할 수밖에 없는 사명인 것입니다.
자랑하고 싶은 큰 상을 아들이 받았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면 형벌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이 기쁜 소식을 말하지 말라하면 벌과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일찍이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남들에게 불을 붙이고자 하는 그 불은 이미 네 안에 불타고 있어야 한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복음이 내 안에서 내 삶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영으로 태어난 내 모습을 내 이웃이 보게 되는 것, 내가 그리스도 때문에 삶의 방향을 바꾸었음을
알리는 것이 복음 전파의 시작일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의 제자임을 내 이웃이 알아차리는 그 모습은 예수님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이 행하시는 것처럼 행동하고
예수님이 고통받으시는 것처럼 고통받으며 사는 것입니다.
또한 내 안에 불붙은 복음도 예수님과 함께 살면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우리 안에 복음의 빛을 밝히고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 노력함으로써
세상에 복음의 빛을 비추도록 합시다.
부산교구 김경욱 사도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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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사도요한 신부
연중 제30주일(전교 주일)
이사야 2,1-5
로마 10,9-18
마태오 28,16-20
기쁜 소식 온 세상에 전하자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세월이 흐른 뒤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시온 산이
모든 산들 위에 굳게 세워지고, 모든 언덕들보다 높이 솟아오르게 될 것인데,
그때 모든 민족이 그리로 밀려들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모여와 주님의 길을 배우고 그분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이제 주님이 모든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고, 수많은 백성들 사이에 심판관이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더 이상 불의와 전쟁, 죄악이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주님의 빛에 따라 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이사 2,1-5)
이사야의 예언은 예수님에게서 온전히 이루어집니다.
모든 민족은 온 산들 위에 굳게 서 있는 새 도성 예루살렘이자 성전이신 예수님께로 모여올 것입니다.
그분께 주님의 길을 배워 주님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기쁜 소식, 그분께서 전하신 복음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이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선포하라고 명하십니다.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당신께서 가르쳐주시고 명령하신 모든 것, 곧 아버지의 뜻인 주님의 길을 가르치고 모두가 그 길을 걷게 하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마태 28,18-19)
교회는 예수님을 따라 그분의 길을 걷는 이들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맡겨진 복음을 세상에 선포하며
모두가 예수님의 길을 따르도록 초대하는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신 일을 이어받아 이사야가 예언한 그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교회가 자신에게 맡겨진 이 임무에 따라 복음을 충실히 전할 때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드러날 것입니다.(마태 5,13-16)
왜냐하면 전교 자체가 교회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교회가 세상에 나가서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선포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도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이 주님이라고 선포하는 이들의 증언을 듣고 예수님의 길로 따라나선 이들입니다.
예수님에 관해 전해 들은 우리는 신앙의 선조들이 고백하던 신앙,
곧 예수가 주님이심을 입으로 고백하며 마음으로 믿음으로써 의롭게 되었고, 또 구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우리가 믿는 바를 세상 사람들에게 선포함으로써 그들이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 듣게 합니다.
그런데 바오로가 입으로 고백한다고 표현을 하다 보니 당신을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마태 8,21)
예수님께서는 분명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만이 하늘나라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보니 전교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함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예수님이 주님이라고 입으로 선포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예수님이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예수님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 말고
세상 곳곳에 가서 사람들을 가르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도 믿음은 들음에서 온다고 말하며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노래합니다.(로마 10,15-16)
오늘은 세상 모든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전교 주일입니다.
이런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 번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겠다고
다짐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입으로 고백하고 마음으로 믿겠다고 다짐합시다.
물론 전교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세상 끝날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세상 곳곳에서 그분만이 참으로 우리 주님이심을 고백합시다.
그렇게 우리들이 믿는 바를 선포할 때 세상 모든 이들은 예수님께로 모여들어
그분의 길을 따라 걸을 것입니다.
부산교구 염철호 사도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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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정 티모테오 신부
연중 제30주일(전교 주일)
이사야 2,1-5
로마 10,9-18
마태오 28,16-20
우리로서는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 한국 교회는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올해 전교 주일 담화에서
“교회는 그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더 이상 그리스도의 교회일 수 없으며,
다만 자신의 목적대로 활동하다가 없어져 버리고 마는 다른 수많은 단체들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라고 역설하십니다.
참으로 교회는 선교성(宣敎性)을 잃지 않도록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만민에게」, 즉 교회의 선교 활동에 관한 교령에서는
다음과 같이 적시(摘示)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가톨릭 교회를 필요한 것으로 세우신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교회로 들어오기를 싫어하거나
그 안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는 저 사람들은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직도 구원의 길을 깨닫지 못한 이들의 마음이 열리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야곱 집안, 곧 이스라엘을 넘어 모든 민족들이 주님의 빛 속에 들어오도록 초대합니다.
주님의 빛은 구원을 상징하며, 이는 주님의 교회를 통하여 선포되고 실현됩니다.
때문에 우리는 이 구원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더불어 선포의 사명을 받았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몇 년 전에 우연히 손가락 끝 마디가 잘려나간 수녀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멕시코에 선교사로 파견된 분이신데, 어느 날 미국으로 떠나는 트럭에 올라탄 멕시코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서둘러 건네주시다가 발생한 사고 때문에 손가락 끝 부분이 없어진 것입니다.
저는 본래보다 어쩔 수 없이 짧아진 수녀님의 손가락을 보면서,
그분이 정말로 아름다운 삶을 사신다고 느꼈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믿음은 주님의 말씀을 들음에서 온다고 강조하면서,
들을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하는 이들은 “참으로 아름답다”고 찬양하시면서 그 삶으로 초대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고 세례를 주어라(마태 28,19 참조)
2015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미국을 사목 방문하셨을 때에 언급하신 일화입니다.
언젠가 카타리나 드렉셀(Katharine Drexel)이라는 미국 여성이
레오 13세 교황님을 알현한 자리에서, 자기네 가문에서 세운 학교에 선교 사제들을 파견해 주실 것을
청원 드렸답니다.
그런데 교황님은 “그런데, 자매님은요?”라고 반문(反問)을 하면서,
카타리나 드렉셀 스스로가 선교사가 되길 권하셨답니다.
카타리나 드렉셀은 자기 고국으로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수녀회를 설립했습니다.
200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카타리나 드렉셀을 성인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20)고 하면서,
당신의 복음을 만민에게 전할 사명을 주셨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 소명을 똑같이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선교사여야 합니다.
‘변방’으로 가라는 부르심(「복음의 기쁨」 20항)
2005년부터 우리나라 가르멜 수녀님들이 캄보디아 프놈펜에 진출해 수도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우리 수녀님들이 열대지방에서 몸으로 겪는 수고가 적지는 않지만,
사실 더 큰 어려움은 그리스도교의 불모지에서 봉쇄와 정주(定住) 생활의 뿌리를 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나가서 선교하는 교회”(「복음의 기쁨」 17항 참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계십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주님의 복음으로
“근본적으로 새로운 삶”(「교회의 선교 사명」 7항)을 살게 됐습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선물에 안주하지 말고, 세상에서 증인이 되라고 격려하십니다.
부디 여러분 모두가 “말할 수밖에 없는”(사도 4,20 참조) 아름다운 삶으로 충만하시길 빕니다.
아멘.
서울대교구 정연정 티모테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