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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에 KBS 드라마 PD에 합격하고 이제야 후기를 씁니다. 후기가 다른 부문보다 늦어진 것에 대한 사과를 먼저 드릴게요. 우선, 이런 글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언시계에서 혹여 실례가 되진 않을까 싶어서 한동안 주저했습니다. 또 괜히 오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저도 아랑을 통해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고, 드라마 직군도 올려달라고 하시는 댓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감히 작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쓰다 보니 KBS 후기가 아니라 언시 생활 전반에 대한 회고처럼 돼서 분량이 감당할 수 없게 늘어나 계속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결국 다 갈아엎고 새로이 간결한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지금 제가 후기를 쓰는 입장이라고 해서 제가 잘난 게 결코 아닙니다. 더 뛰어나신 분들이, 빈말이 아니라 정말 있습니다. 언시는 정량적인 평가가 아니기에 마지막에 가서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그것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력
지원서에 들어가는 수준의 정보를 나열해드릴게요. 저는 88년생(28살) 남자고, 지방의 고등학교를 나와 SKY 중 한 대학을 나왔습니다. 학점은 3.71, 토익은 885, 한국어는 800입니다. 조선일보에서 기자 인턴을 한 번 했고, 교내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가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해외 거주 경험은 없고, 봉사활동도 없습니다.
2013년에 MBC 드라마 PD 공채에 처음 지원했으니 드라마 PD로서는 올해로 3년차입니다. 처음에는 신문 기자와 드라마 PD를 같이 써보다가 드라마 PD에 완전 올인 했습니다. 학교 언론고시반에 있었고, 외부 스터디도 했습니다.
#KBS 서류 준비
학점이야 이미 나와 있으니 어쩔 수 없고, 토익은 만료돼서 올해 초에 새로 봤습니다. 한국어는 8월에 새로 봤습니다. 한국어 같은 경우는 준비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막상 코앞까지 닥쳐야 하게 될 때가 많잖아요. 저도 그렇게 실패한 적이 몇 번 있어서 이번에는 아예 취준 하는 동생들 중에 한국어 시험 보는 애 한 명을 붙잡았습니다.
스터디 형식으로 같이 풀고 복기하니까 도움이 많이 됐어요. 혼자 하면 이미 문제 푼 후에 진이 빠져서 복기를 제대로 안하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문제는 돌고 도니 틀린 걸 또 안 틀리는 게 중요하기에 복기가 꼭 필요합니다. 한국어는 꼭 대규모 스터디를 꾸리진 않더라도 시간대 맞는 누군가와 같이 하시는 걸 추천해요.
자기소개서는 유난히 힘들게 썼습니다. SBS 공채와 겹쳐서 그런지 집중이 잘 안됐어요. 겨우겨우 써서 첨삭도 제대로 받지 못했네요. 자소서의 중요성을 알기에 그 부분이 나중에 가서도 아쉬웠어요.
다들 아시겠지만, 자소서는 진짜 중요합니다. 필기 때문에 좌절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전체 전형 과정에서는 사실 필기는 별 거 아니거든요. 진짜 승부는 면접인데 면접을 좌지우지 하는 게 자소서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면요. 면접관은 자소서를 통해 나에 대한 기본 이미지를 깔고 들어가요. 이게 상당히 크게 작용합니다. 그리고 질문은 그렇게 생긴 이미지에 대한 공격, 혹은 궁금증 해결의 과정이에요. 따라서 혹시나 내가 정말 좋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자소서에 빠뜨렸다? 그러고 ‘아 면접 가서 말해야지’ 한다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지원자 신분으로 내가 원하는 질문을 유도할만큼 면접 분위기를 장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운 좋게 빠뜨린 부분과 관련된 질문을 받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 하나를 그냥 눈 뜨고 날려먹는 거예요. 그걸 빼놓고 봤을 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안 좋게 잡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공채가 여유롭게 뜨는 게 아니라 특히 하반기에 확 몰려서 뜨다보니 실제론 여유가 별로 없어요. 그러니 기준을 지상파 방송사로 잡고, 올해 첫 지상파 방송사 공채가 뜰 때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추천합니다.(케이블 종편들도 뜨지만 자소서 항목이 적으므로) 본인이 살아오면서 일어난 일들을 쭉 정리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아 내가 이런 일이 있었네?’, ‘아 내가 이런 걸 잘하기도 하는구나’ 하고 나도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오를 거예요. 그 다음 그런 인생의 에피소드들을 관통하는 흐름을 만들어보세요.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떻게 해서 드라마 PD 지원까지 오게 됐다 라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보세요. 보통은 이런 걸 면접 앞두고 많이 합니다. 그런데, 자소서 쓸 때 그런 성찰이 미리 없으면 기껏 내가 발견한 자신에 대해, 굉장히 부실한 자료가 면접관에게 주어지게 돼요. 면접 준비하는 마음으로 자소서를 준비하세요.
그리고 자소서는 솔직하게 쓰세요. 내가 무슨 공모전에서 영상으로 상을 받았다 하면, 그런 걸 인사팀이나 채점관들이 다 찾아봅니다.(작년에 서류 심사하셨던 현직 피디님께 직접 들었습니다!) 별 것도 아닌데 대단한 것처럼 써놓으면 도리어 낭패 봅니다. 솔직하게 쓰되, 나의 약점이 될 만한 부분은 굳이 안 쓰는 걸 추천합니다. 정말 쓸 거리가 없다면 모를까, 나의 강점을 보여줄 다른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그 귀중한 공간을 약점 쓰는데 허비하면 얼마나 아까운가요. 더군다나 면접관은 그걸 보고 나를 판단할텐데요. ‘얘는 의지가 부족하군!’ 하면서요.
자소서는 작문이 아니라 광고판이에요. 극적인 재미를 주는 것도 좋지만, 두괄식으로 깔끔하게 자신이 이러이러한 점이 있다(그래서 드라마 PD를 잘할 수 있고, 회사에 공헌할 수 있다)를 어필하는 게 더 좋습니다. 그러면서 미리 나의 면접용 이미지를 깔아놓는 거고요. 저도 이게 끝까지 잘 안 돼서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다른 분들은 저 같은 실수를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필기
당연히 상식과 방송학이 큰 고민이었습니다. 방송학개론 등 볼 건 많은데, 한 군데서 많이 나오질 않고, 그렇다고 넘기기도 애매한 게 KBS 상식/방송학 대비의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잘 하신 분들의 방법론을 다른 후기들에서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제가 한 것만 말씀드리면, 필기시험 앞두고는 신문 지인들과 분야 별로 취합해서, 문화나 사회 파트만 열심히 봤습니다. 박문각은 올해 나온 걸 다 봤고요. 한진만 방송학개론 책도 대충 봤는데, 무작정 정독하려 들지 않고, KBS 방송학 시험 방식에 나올 법한 게 뭔가 생각하면서 골라 봤습니다. 주로 편성 용어, 방송 용어, 뉴미디어 관련 용어 등을 위주로 봤어요.
그 전에 평소에는 스터디에서 신문과 방송, PD 저널, 미디어와 오늘 등을 취합해왔었고요. 스터디에서도 문제 내서 풀어보고, 학교에서도 지인들과 문제 내서 풀어보고 이런 식으로 수시로 모이고, 계속 공부하고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와 이렇게 보니 저도 꽤 많이 공부했네요? 그런데 저는 평소에 성실한 타입이 결코 아니었거든요. 예전에 아랑 후기를 보면서 가끔 절망에 빠질 때가 있었는데, 합격한 분들이 전부 너무너무 성실하고 계획성 있게 공부하시는 분들인 거예요. 절대적인 공부량도 어마어마하고요. 저렇게 못하면 못 붙는 건가 하면서 좌절한 적도 있었어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본인의 의지가 부족한 저 같은 타입의 분들은 어떻게든 남들에 끼어서 상식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계속 만드세요. 스터디도 좋고, 아랑 취합에 참여하는 것도 좋아요. 본인 의지가 약하다고 가만히 계시지 마세요. 잘하는 사람들 곁눈질 하면서, 아 쟤는 벌써 저 책을 다 봤네 나도 좀 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조금이라도 따라가려고 노력합시다.
물론 이번엔 SBS 필기가 이전에 있어서 미리 공부해둔 게 중첩돼서 더 운이 좋았던 것도 있고요. 시험장에서 문제를 받았을 때 상식은 10개 중 8개는 확실히 알 것 같고, 방송학은 6개는 확실히 알 것 같더라고요. K 상식에 내가 아는 것이 이렇게 많다니! 하면서 감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잘 모르더라도 상상해서라도 3줄 이상씩 썼어요. 뭘 보면 된다! 이렇게 콕 집어 말씀드릴 순 없을 것 같아요. 거의 부스러기 긁어모으듯 조금조금씩 모으다 보면 상식 합격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합격자들 글에서 그 사람이 뭐뭐를 공부했네? 나도 똑같이 봐야지! 할 게 아니라 저 사람이 저 정도로 많이 노력을 했구나, 정도로만 영감을 얻고 나머지는 본인이 갖고 있는 책들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넓혀나가시는 걸 매우 매우 추천합니다.
작문의 경우는, 저도 이미 쓴 작문을 끼워 맞췄어요. 퇴고를 해서 하나의 글의 수준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방식이면 현장 작문이 바보 되는 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을 끌어올릴수록 현장에서 즉석으로 쓰는 수준도 같이 올라가더라고요. 그리고, 만약 괜찮은 글이 한두 개다 이러면 좀 불안하지만 쌓이고 쌓여서 5~10개를 넘으면 웬만한 건 그 안에서 쓸 수 있어요. 다만, 스터디에서 초고를 쓰실 때, 집중해서 열심히 쓰세요. 퇴고를 열심히 하라는 건 대충 써놓고 나중에 고치면 되지 이런 말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나쁜 버릇 들어요. 처음 쓸 때부터 제시어가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어떻게든 완결성 있는 하나의 글을 쓰겠다는 태도로 접근하세요.
내 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하시는 분도 계실텐데요. 제 개인적인 잘 나온 글의 기준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스터디에 계신 분들 각자 취향이나 성격이 다르실텐데, 누가 봐도 와 이 글 괜찮다 할 정도면 성공이라고 봐요. 물론 스터디 내부 분위기도 다를 수 있으니, 다른 스터디에 들어가게 되면 예전에 썼던 글을 가져와 첨삭 받는 것도 좋아요. 저도 2차 첨삭 스터디를 했는데,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맛이 있더라고요.
더 정확히 보려면 기회가 될 때 전현직 피디님들께 보여주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분들도 오케이 하실 정도면 ‘아 내가 틀린 게 아니구나’하는 자신감이 확 생깁니다.
다음은 이번 KBS 공채에서 제가 쓴 글의 원본이 되었던 글입니다. 필기 때 쓴 걸 따로 복원하진 않아서 ‘정당방위’라는 제시어로 썼던 원본을 보여드립니다. 사실 이 글을 보여드리는 걸 조금 망설였어요. 위에서 강조한 퇴고의 중요성과는 조금 성격이 달라서요. 이 글은 퇴고해서 가져갔더니 고친 게 더 별로다 해서 그냥 롤백한 걸 이번 필기 때 써먹었습니다. 이 글만 예외고 일반적으로는 많이많이 고쳐 나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예 싹 갈아엎고 새로 쓴 경우도 왕왕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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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
피융. 총알이 귓가를 스친다. 나는 몸을 낮게 눕히고 달린다. 재빨리 말에 올라 박차를 가한다. 이제 사정거리 밖이다. 돌아보니 나를 노리던 놈은 기분 나쁘게 손을 흔들고 있다. 멀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귀에 꽂힌 깃털로 보아 타타르인이 분명하다. 네 이 놈, 잊지 않으리.
“큰일 날 뻔 했소. 요즘 도적 떼가 우리 모가지 딴다고 타타르 애들에게 돈 쥐어준답디다.”
안장에서 내리자마자 타는 목을 벌컥벌컥 축이는 내게 동생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한다. 우리는 이 황야에 뿔뿔이 흩어져, 하지만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다. 본디 조선 땅에서 태어났으나 만주로, 거기서 다시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우리는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 부른다.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와 아내가 말린 토끼 가죽을 다듬고 있다. 딸아이는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하다. 이유를 묻자,
“요 근방에서 잘 생긴 총각 하나를 만났댔수. 타타르 사람인데 사냥하는 걸 도와줬답디다.”
아내가 대신 대답한다. 질겅질겅 씹고 있던 육포 조각을 바닥에 퉤 뱉는다. 아내가 내 눈치를 살핀다. 딸을 똑바로 본다. 이 아이는 여기서 태어났다. 때문에 이곳이 우리에게 얼마나 비정한 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겁에 질린 눈망울을 보자 조금은 화가 누그러진다. 뱉었던 육포를 다시 주워들고 씹는다. 질기다. 우리의 목숨도 이렇게 꽉 붙들어야 한다.
“조심해라. 너무 멀리 나가지 말고. 특히 타타르 놈들은 너무 믿지 마.”
딸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고 ‘네’ 한다. 며칠 뒤, 멀리서 “아부지!”하는 소리가 들린다. 딸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 옆에 같이 걸어오는 건… 깃털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반사적으로 엽총을 움켜잡는다. 하지만 딸의 표정은 어쩐지 밝다.
“전에 봤다는 그 남자예요.”
낯선 사람을 우리가 사는 곳까지 데려오다니 어찌 이리 조심성이 없을꼬.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꽤 훤칠하다. 놈은 말없이 타타르 식으로 가슴에 손을 대는 인사를 한다.
“아버지,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며칠 머물러가고 싶다고 해서요. 헤헤.”
딸아이가 저렇게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초원에서 손님을 거절하지 않는 게 예의다. 나 역시 며칠간 광야를 달리다 낯선 부락에서 신세를 진 일이 많지 않은가. 머물러도 좋다는 손짓을 보여준다.
놈이 어느새 며칠 지나 몇 주를 머무는 중이다. 처음엔 걱정했으나 수상한 낌새를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딸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노라니 우리 애가 벌써 시집갈 나이가 됐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저 놈이 딸에게 우리말을 더듬더듬 배우는 모습이 퍽 귀엽기도 하다. 이 초원에서 저 나이대의 고려 남자와 사귀기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놈과 함께 사냥을 나간다. 남자로서의 그릇과 됨됨이를 보고 싶어서다. 녀석은 명사수다. 초원에서 몇 천 년 간 살아온 일족의 후예답게 여러 요긴한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며칠 사이 우리의 사냥 자루는 두둑해지고, 이제 돌아갈 때다. 마지막으로 저기 보이는 저 토끼만 잡으면 된다. 탕! 녀석이 먼저 쏘지만, 어인 일로 빗나간다. 이번엔 내 차례. 또 빗나간다. 두 번을 쏴도 잡지 못할 놈이면 살 운명이라 여기고 놓아주는 게 초원의 관례다. 총을 내리는데, 탕! 세 번째 총성이 울린다. 뭐라 나무랄 틈도 없이 서늘한 바람이 귓가를 핑 스치고 지나가 토끼에 맞는다. 돌아보니 놈이 웃고 있다. 그리고 어눌한 우리말로 이렇게 말한다.
“나, 잘 쏜다. 두 번, 안 놓쳐.”
놈의 귀에 꽂힌 것도 바로 그 타타르 깃털임이 상기되며 피가 거꾸로 솟는다. 왜 내게 쏘지 않았을까. 놈의 속셈이 뭘까. 천천히 다가가 힘주어 말한다.
“다시는 내 뒤에서 총을 겨누지 마라.”
녀석은 그저 씩 웃을 뿐. 돌아와서부터 놈을 감시한다. 잘 때도 먹을 때도 눈을 떼지 않는다. 딸과 산책을 나갈 때도 멀찍이 따라가 지켜보곤 한다. 놈의 해맑은 미소 뒤에 감춰진 속내를 알 길이 없다. 그러다 사촌의 연락을 받는다. 매년 이 맘 때마다 있는 일족의 회의다. 장소는 여기서 말로 하루쯤 떨어진 정착촌이다. 놈을 두고 간다는 게 찝찝하나 어쩔 수 없다. 아내를 불러 자초지종을 얘기한다. 그녀는 사색이 되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굳게 결심한 표정을 짓는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 놈을 계속 지켜보라고 한다. 천막을 떠나는 마음이 무겁다.
회의는 한나절이 넘게 걸린다. 끝나고 으레 열리는 연회도 참석하지 않고 급히 길을 나선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수백 번 되뇐다. 천막이 있는 방향 저 멀리서부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인다. 아내는 이 시간에 불을 피우지 않는다…. 불현 듯 떠오르는 여러 가지 망상을 뒤로 하고 말갈기에 바짝 붙어 속도를 낸다.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다. 그 때 놈이 아내와 내가 쓰는 천막 안에서 나온다. 오른손에는 짐승 잡을 때 쓰는 칼, 왼손엔 뭔지 모를 자루 하나. 자루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진다. 몇 주 전에 들었던 말, ‘모가지 딴다’였던가. 놈이 나를 보고 흠칫 놀라며 뭐라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탕! 놈의 몸이 그대로 스르르 들판에 쓰러진다.
“아빠!”
뒤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들린다. 딸이 울며 뛰어오고 있다. 너는 무사했구나. 떨리는 팔로 감싸 안는다. 그래 얼른 이 곳을 떠나자. 이것은 정당방위다. 놈들이 끝까지 따라온다면 나 역시 그 놈들을 하나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아이를 지키리라. 딸이 내 마음을 알아들은 듯 품 안에서 몸부림친다. 그리고 그 가냘픈 두 팔로 나를 밀어낸다. 대신 얼싸 안는 건 내가 아니라 죽은 놈의 몸뚱이다.
“당신…….”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뒤에서 불쑥 나타난다. 나를 보고 혼이 나간 표정이다. 딸이 울부짖는다.
“아빠! 이 사람은 아빠를 위해서 사냥감을 잡아온 거예요! 보시라고요!”
자루 안에는 손질된 짐승 고기가 있다. 그 옆에는 뒤 따라 빠르게 식어가는 한 타타르 남자가 있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정신이 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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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드 시험 문제는 어느 텅 빈 술집 안에 두 남자 앉아 술을 마시는 걸 멀리서 잡은 사진이었죠. 시작을 무조건 감탄사 ‘헐’로 하라고 했고요.
문제를 보고 뭐랑 연결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사진 속 두 남자의 행색을 보니 영화 ‘황해’의 분위기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조선족 얘기로 해볼까 해서 내가 가진 것 중 비슷한 게 없나 생각해보니 고려인으로 쓴 위의 작문이 있더군요. 그 때부터 모든 걸 끼워 맞췄습니다.
첫 문장은 “헐 빗나갔다야!”로 시작해서 중국 삼합회의 킬러가, 단검에 스친 상처를 부여잡고 달아나는 주인공을 어설픈 연변 사투리로 비웃었다고 썼고요. 주인공은 연변 조선족 폭력 조직의 중간 보스로 설정했습니다. 일생 동안 나름 아수라장을 겪으며 살아온 사람으로요. 본토의 삼합회가 손을 뻗치는 통에 요즘 몸이 성할 날이 없습니다. 주인공이 딸아이가 좋아한다는 중국인 청년을 만나는데 처음엔 탐탁찮다가 데리고 구역 여기저기에서 일을 시켜보니 괜찮아 호감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둘이 술을 먹는데, 근처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자꾸 짖으니까 중국인 청년이 만취해서 젓가락을 휙 던집니다. 그게 강아지한테 한 번에 꽂히는 걸 보고 주인공이 자신에게 단검을 던졌던 삼합회 킬러가 떠올라 정신이 번쩍 드는 거죠. 그 뒤의 내용은 바뀐 설정에 맞춰서 적당히 옮겼습니다. 끼워 맞추기가 뭘까 궁금하셨던 분들은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역량 면접
역량 면접 준비도 SBS와 겹쳐서 상당히 급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네가 이러이러한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이 부분에서 질문이 들어올 것이다’ 같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걸 기반으로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드라마 업계 관련 정보들을 찾아보며 앞으로 이 판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거시적 관점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모의 면접도 당연히 봤습니다. 면접 스터디를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저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받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낯선 사람들한테 탈탈 털리면ㅜ 마음 아플까봐 안 한 것도 솔직히 맞습니다. 무보수로 성심성의껏 임해준 지인들 덕분에 짧은 시간이라도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가장 중요한 질문인, ‘왜 드피 하고 싶냐?’, ‘강점이 뭐냐?’, ‘어떤 드라마 만들고 싶냐?’, ‘KBS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나름대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그래서 드라마 피디를 하고 싶고, 어떻게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정리해봤고요. 개인 사정 상 준비할 시간이 많이 없어서 솔직히 제대로 하진 못했습니다.
다만 자기 소개와 마지막으로 할 말은 준비해서 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자기소개와 마지막으로 할 말이 면접의 50%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소개를 시킬 경우, 잘 준비한 걸 했을 때는 주도권을 쥐고 시작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할 말 같은 경우도 급조해서 하는 것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마지막 멘트로 처음에 생각한 게 있었지만 여의도로 가는 중에 다른 걸 떠올려서 그걸 면접에서 써먹었습니다. 임원 면접에는 또 다른 멘트를 준비했습니다. 참고로 이번 KBS 면접에서는 자기소개를 따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제가 받은 질문들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15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상당히 압박으로 진행됐습니다. 복기를 늦게 해서 순서 및 질문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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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피디 왜 지원했는지 솔직하게 얘기해보고,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이 뭔지 말해보세요.
-좋아하는 만화 작가 얘기해보세요(외국 작가 언급하자 한국 작가를 물었고, 한국 웹툰 작가 얘기하자 웹툰 말고 만화 작가 물음)
-영화 캐릭터 중에서 결핍을 가진 캐릭터를 얘기해보고, 어떤 점이 결핍됐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해보라.
-인턴 기자 경력이 있는데, 솔직히 기자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기사와 드라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얘기해보라
-전체적으로 말이 길다. 기자도 했는데 왜 이렇게 말을 조리 있게 못하나
-소설 쓰고 이런 걸 좋아하면, 드라마 작가가 더 어울리는 거 아닌가? 왜 굳이 드라마 피디인가?
-최근 1~2주 사이에 겪은 일 중 재미있는 얘기 하나 골라서, 그걸 몇 개의 이미지 컷으로 나눠 얘기해보라. 시각이든 청각이든 다 좋다
-자기소개서에 있는 기획안은 얼마나 구상한 건가? 급조했나 아니면 좀 공을 들였나.
-자기소개서에 언급한 소설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얘기해보라.
-올해 했던 KBS 드라마 중에 별로였던 거 얘기해보고 본인이라면 어떻게 할지 말해보라.
-이미지를 보니까 좀 모범적으로 살아왔을 것 같다. 살면서 본인이 한 가장 큰 일탈은 뭔가?
-가족 중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건 하나 얘기해봐라.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아마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이 잘 안 나네요 ㅜ 정신없게 답변한 나머지, 안에 타이핑하시는 인사팀이 계시다는 것도 확인을 못했습니다.
부족한 게 엄청 많이 느껴졌던 면접이었습니다. 일단 말을 두괄식으로 깔끔하게 해야 하는데, 이걸 평소에 연습 안하고 ‘짧게 말하면 되겠지’ 하고 가니까 실전에서는 안되더라고요. 꼭 말로 해보고 가세요. 좋은 말할 거리가 있어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면 못 씁니다. 저는 말하다가 중간에 “아 됐습니다” 하고 잘린 적도 있어요.
자신에 대해 꼭 미리 정리를 하세요. 알고 있는 것 같아도 따로 정리 안 해보면 급할 때 신기하게도 머리가 하얗게 되며 생각이 잘 안 납니다. 예를 들어 평소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영화는 뭐고 무슨 내용인지,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고 어떤 작품을 찍었는지,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고 어떤 점이 좋은지, 영화 중에 드라마화 할 만한 건 없는지 등에 관한 가지를 쭉 쳐서 정리를 다 해두세요. 잘 안다고 방심하면 털립니다.
그나마 할 수 있던 건 멘탈 유지입니다. 이건 제 친구가 전해준 비법인데, ‘면접관들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에 대해 궁금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물을 뿐이다’라는 거였어요. 이걸 계속 되뇌면서 면접에 들어갔고, 앞에 계신 분들이 제 답변을 듣고 표정이 안 좋아질 때마다 또 속으로 중얼중얼 거렸습니다.
면접 복장은 딱 깔끔하게 타이까지 다 하고 갔어요. 간혹 약간의 파격을 추구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겁이 많아서 그냥 안전하게 갔습니다.
#임원 면접
임원 면접을 앞두고는 부족한 점들을 정리했어요. 역량 면접 때 부족하게 느낀 것들을 보완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역량 면접에 때 이런 질문들이 많이 들어왔으니 내가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있나보다 계산해보고 거기에 맞춤식으로 답변을 준비하려고 노력했어요. 예를 들어 저와 관련해서 ‘소설’이 자꾸 언급되니까, 지금 하고 있는 KBS 2TV 장사의 신 객주와 관련해 왠지 소설 객주랑 비교해서 물어볼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소설 객주도 읽어보고, 뭐가 다른가 비교해보고 했었죠. 비록 이 질문은 안 나왔지만 만약 나왔는데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면? “얘는 소설 좋아한다면서 이런 것도 모르네” 하며 그냥 마이너스도 아니고 트리플 마이너스 정도 되지 않았을까요. 자기 이미지와 관련된 것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KBS 사보나 관련 정보를 찾아 읽었어요. 현직 분들에게 조언도 구했고요. ‘현직 찾아가라’하는 충고에 저도 예전엔 별 효율도 없을 것 같고, 괜한 허세 같기도 하고 그랬는데 진짜 도움이 되더라고요. 직접 찾아뵙진 못했지만 전화와 문자로 많은 가르침과 정신적 위안을 얻었습니다. 꼭 추천 드릴게요.
같이 준비하는 친구와 서로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아서 이런 답변을 준비해봤어’하고 얘기 나눈 게 많이 도움 됐어요. 피드백을 통해 답변을 발전시키거나, 혹은 잘못된 선택하는 걸 피할 수 있었고요. 대신 임원 면접은 역량 면접이랑 다르다고 생각해서 모의 면접은 안 했습니다. 우리 또래에게 받아봤자 실무진도 아닌 임원진의 시각과 너무 다를 것 같아서요.
아 임원진들에 대해서도 찾아봤습니다. 예를 들어 TV 본부장님이 ‘단막극’에 대해 인터뷰하신 내용이 있더라고요. 그러면 이 분은 단막극을 중시하시는구나 하고 제 나름대로 단막극의 의미, 좋았던 단막극 이런 것들에 대해 정리를 했습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는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게 효율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면접장에 들어가면서 ‘씩씩하게!’라는 주문도 추가했어요. 그리고 면접장 들어가면 ‘000번 00입니다’ 라고 말한 뒤 자리에 앉게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어차피 또 자기 소개 안 시킬 것 같아서, 자기 소개에 써먹을 표현을 넣어서 ‘KBS의 ~ 한 PD가 되고 싶은 000번 00입니다’ 이렇게 첫 멘트를 했어요. 처음부터 내가 준비한 걸 써먹었다 싶으니까 마음이 조금은 더 안정되는 것 같고, 또 내심 첫 질문 유도를 한 것도 있고요. 비록 그 쪽으로 질문은 안 나왔지만 이렇게 틀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만의 릴렉스할 수 있는 출구를 찾으려고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다음은 제가 임원 면접에서 받은 질문들입니다. 정확한 지는 모르겠지만, 임원 분들 사진이랑 대조해서 얼굴을 알아볼 것 같은 분들이 질문하신 건 질문자 성함도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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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하고 싶었던 것 아닌가?
-엄밀히 따지면 기사와 드라마는 같은 거 아닌가?
-그럼 기사와 드라마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
-본인이 소설 잘 쓰고 이런 건 알겠는데 이런 걸 잘한다고 피디도 잘한다고 볼 수 있나?
-그럼 고고학자는 다큐멘터리 잘 만들겠네?
-권순우 편성본부장님)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누군지 말해봐라
-오진산 콘텐츠창의센터장님)본인이 생각한 드라마 캐릭터 중 재미있는 캐릭터가 하나 있으면 얘기해봐라
-그건 웹툰 같은 데서 본 건가, 아니면 본인이 생각한건가
-이응진 TV본부장님) ‘오 마이 비너스’라는 드라마에 대해 알고 있나? 그 드라마의 강점과 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본인이 직접 드라마 티저 영상 같은 걸 보고 말하는건가?
-그럼 본인이라면 그런 시청자의 의견과 연출로서의 의견 가운데 어떤 걸 택하겠나?
-사장님)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해보니 성격이 참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일을 끈기 있게 할 수 있을까?
-이응진 TV본부장님) 여기 (적성 검사) 결과를 보니까 의지력, 끈기 이런 게 낮게 나왔다. 인사팀에 문의해보니 이게 엄청 과학적인 결과라고 하던데, 이래서 드라마 피디 할 수 있겠나? 창의력만 가지고는 못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봐라
-이응진 TV 본부장님) 자기소개서에 실린 이 소설은 제목이 뭔가?
이렇게 KBS 전형 과정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끝나고 나니 기운이 빠져서 당일은 푹 쉬었던 것 같아요. 그 뒤 발표까지 일주일 남짓 기다리면서 멘붕에 빠질까봐 고향도 갔다 오고, 계속 누구와 같이 있으려고 했어요. 발표 날 일부러 늦게 일어나려고 전날 밤샜는데도 오전 10시 반에 눈이 떠져서 참 제 몸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합격임을 확인한 순간, 말 그대로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저는 어디 시상식 같은 데서 배우들이 ‘실감이 안 나요’ 하는 거 다 뻥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런 느낌이 정말 있더군요. 나중에 휴대폰으로 제 수험번호를 찍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어요. 아무튼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FAQ
KBS 후기 외에 궁금해 하실 것 같은 질문들을 제 나름대로 추려봤어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1)드라마 피디 준비하려면 영상 같은 걸 많이 찍어봐야 할까?
꼭 필요하진 않아요. 저도 제가 직접 영상을 찍어본 적 별로 없고, 실습 수업도 들은 적 없어요. 어디 영상 공모전 같은데 출품해본 적도 없습니다. 다만 주변에 그런 쪽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스텝이나 엑스트라로 도와준 적은 서너 번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도와주는 정도라 ‘아 내가 이런 현장을 동경하고 흥미있어 하는구나’라는 걸 확인은 할 수 있었을 지언정 실제로 무슨 실력이 쌓인 건 전혀 아닙니다. 물론 실제로 합격하시는 분들 중에 어디 조연출로 계셨다든가, 직접 어떤 영상을 연출해 상을 받았다든가 하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그런 분들이 합숙 평가 등에서 만일 관련 과제를 받는다면 좀 더 자신감 있게 임하실 수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찍어보는 시스템은 방송국 피디의 시스템과 많이 다르잖아요. 대본을 쓰는 작가도 따로 있고, 규모도 비교도 안 되죠. 실제로 현직 분들이 ‘어차피 들어오면 다 새로 배워야한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도 이런 쪽에 경험이 적어서 좀 불안하기도 하고, 영상 관련 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내 과거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했는데요. 어차피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니 현재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드라마 하우스 같은 경우는 예고편을 만들어보게 한다고 들었는데, 그 외에 지상파 방송사 공채 등 대부분은 그런 식의 평가는 안 봅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차라리 기획안 쓰는데 집중하세요. 저도 올해 초에 새로운 스터디를 들어갈 때 일부러 기획안 커리큘럼이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갔어요. 작문도 그렇지만 기획안은 정말 강제성이 없으면 쓰기 어렵더라고요. 열심히 만들어보고, 피드백 받고 하다보면 재미도 느낄 수 있고, 본인이 만들고 싶은 드라마에 대한 생각이 점점 명확해집니다. 기획안 같은 경우는 면접에서 거의 반드시 물어보고, 필기에서 기획안을 보는 곳도 많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은 이게 더 큽니다.
영상 경험의 중요성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이런 경험을 하기 힘들었던 분들의 경우 좌절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2)평상시엔 뭘 했나?
저는 학교 언론고시반에 들어가 있었고, 주 2회 짜리 스터디를 하나 했는데요. 공채 비시즌에는 스터디 커리큘럼 외에는 특별히 뭘 하진 않고 열심히 놀았습니다. 다만 그 논 게 드라마 피디랑 영 관련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었어요. 저는 만화 보는 걸 좋아해서, 웹툰, 한중일미 만화 다 챙겨봤습니다.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서 영화제 같은 곳도 가끔 갔고요. 틈틈이 본 영화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드라마도 꽂히면 3일 동안 집 밖에 안 나가고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몰아서 본 적도 있어요. 백수 생활의 특권이죠. 친구들과도 많이 어울려 놀았어요. 제 방이 좀 큰데 맨날 친구들 재우고, 같이 운동하고, 술 마시고, 게임하고 그랬어요. 다만 이런 걸 할 때, ‘나 드라마 피디 준비해야지’ 하며 한 건 아니에요. 진짜로 놀려고 했고, 대부분 무의미한 시간이었던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남는 게 조금씩은 있었어요.
제가 어떤 만화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군대 가기 전에 휴학해놓고 3개월 동안 그 만화를 소설로 옮겨본 적이 있었어요. 그 결과 300페이지짜리 책이 한 권 나왔죠. 그 때는 그냥 좋아서 그렇게 한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면접 가서 이 경험을 얘기하면서 “그 때 글과 컷의 차이를 잘 알게 됐다. 드라마 피디는 작가의 대본을 연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하니까 표정이 나쁘진 않으시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전부 이렇게 각자의 취향이 하나씩은 있으실 거잖아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하시되 자신이 지금 언시생 신분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고, 조금은 뭔가 남을 수 있는 것을 하세요. 남자 분들은 게임 같은 건 많이 해봤자 정말 도움 안 됩니다. 면접관들의 연령대를 생각해서 그 분들이 봤을 때 크게 모나거나 너무 매니악하지 않는 선이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게 뚜렷할 때 본인만의 아우라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 사람들도 네가 뭔가 특이한 건 알겠다 라고 말을 많이 해줬거든요. 드피 준비하면서 보니 그런 경험들이 제 안에 남아 있어서 써먹을 수 있던 거고요.
각자 성향이 다 다르고 방법이 다 다를테니 제 취향을 참고하시기보다 본인이 가진 색깔을 더 분명히 하시는 게 나중에 면접장 가서 “나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제가 면접관이라도 회사에 잘 융화될 것 같은 한도 내에서 뭔가 색깔 있는 사람을 뽑고 싶지 별 특징 없는 사람을 뽑고 싶진 않을 것 같거든요.
혹시나 ‘나는 별 색깔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하는 분 계시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20년을 넘게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라도 자기만의 색깔이 있습니다. 그걸 아직 객관화 시켜서 못 보고 있을 뿐이에요. 저도 위에 저렇게 써놨지만, 저런 거 누구나 다 하는 일반적인 취미인 것 같고 특별한 경험 없이 살아온 것 같아서 제 자신이 막 한심하게 느껴지고 그랬어요. 그러다 남들에게 ‘너 그렇게 하는 건 좀 특이한 거라니깐’하는 얘기를 듣고서야 자신감이 좀 생겼어요. 분명 본인만의 구별되는 뭔가가 있을 겁니다. 그걸 찾아가세요.
3)모니터링은 어떻게?
모니터링을 따로 분류한 건, 제가 은근히 고민 많이 했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피디라면 당연히 드라마 보는 건 기본 아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면접 준비 과정에서 모니터링이 은근히 큰 숙제입니다. 당연히 이 방송사에서 한 드라마에 대해 알아야 하고, 타 방송사 것도 알고 있어야 하죠. 때문에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이라면 억지로라도 조금씩 봐두세요. 저도 스터디에 모니터링 커리큘럼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처음엔 버거웠는데, 그렇게 해놓으니까 시험이 닥쳤을 때 마음이 덜 힘들더라고요.
보면서 장단점과 연출진 및 배우들에 대해 정리해두시고, 나라면 이런 점은 이렇게 했을 것 같다를 꼭 정리해주세요. 그냥 재미있게 보고 끝나면 정말 재미있던 드라마라도 나중에 기억 안 납니다. 조심하세요.
평소에 이렇게 했더라도 시험이 닥치면 못 본 드라마들이 쌓여 있어 고민이 되실 겁니다.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정말 괴물 같은 애라서 평소에도 진짜 매일매일 3사 및 케이블 종편 드라마, 해외 드라마 다 챙겨본 애도 있었습니다만 보통은 어렵습니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벼락치기를 해야 합니다.
드라마 전체 분량의 딱 반 정도를 빠른 시간 내에 보고, 나머지 반은 인터넷에서 리뷰 블로그를 찾아보는 방법을 썼습니다. 반 정도 보면 어느 정도 구도가 다 나와 있기에 리뷰에 실린 설명을 봐도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처음부터 리뷰 블로그로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고 조금은 봐두셔야 합니다. 다시 보기 방법은 대부분 푹(Pooq)을 활용했습니다. 실시간 시청에 다시 보기까지 포함된 옵션으로 결제해도 한 달에 8000원 인가 밖에 안 됩니다. 이 정도 투자는 할 만 하잖아요. 여차하면 밥 한두 끼 굶읍시다.
이럴 시간도 없는 최악의 상황일 때는,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연출진이나 시청률, 방영 라인업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걸 보는 용도로 썼습니다. 나무위키는 반면 캐릭터나 줄거리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단점은 비인기 드라마의 경우 항목이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두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를 잘 조합하고 인터넷 뉴스 검색으로 시청자들의 반응도 조금 살피면 어느 정도 야매 모니터링이 가능해집니다.
좀 예전 드라마 같은 경우는 푹에 ‘한입 드라마’라고 드라마 한회를 10분으로 요약해서 해설과 함께 보여주는 게 있어요. 그것도 조금 봤었습니다.
해외 드라마는 평소 어느 정도 챙겨봐 두세요. 저는 히어로물을 좋아해서 넷플릭스의 ‘데어데블’을 그냥 봤었는데, KBS 복면검사와 비교할만한 구석이 많아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귓가에 이름이 들릴 정도의 작품이면 일본, 중국, 미국 막론하고 대부분 재미있습니다. 그러니 시청에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즐기지는 마세요. 우리는 드라마 PD를 하고 싶은 사람이지 프로 시청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닙니다. 이건 국내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도 끝도 없이 생각 없이 드라마 많이 본다고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기획안 하나 더 만들어보고, 남는 시간에 드라마를 분석적으로 조금 보는 게 오히려 더 도움 됩니다. 모니터링 하시되, 공채 비시즌이 아니라면 시청 자체를 너무 즐기진 마세요.
4)각종 슬럼프들은 어떻게?
언시 생활을 하며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멘탈 관리죠. 정말 좌절 한두 번 안 해본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제가 모든 종류의 슬럼프에 대해는 알 수 없고, 제가 겪었던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보시고 비슷한 케이스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자신감이 떨어질 때
시험에서 떨어지고, 스터디에서도 잘 안 되고 하면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져요. 성격이 예민하신 분들 같은 경우는 몸에도 이상이 나타나요. 저도 막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그게 언제였냐 하면 올해 SBS 공채를 준비하면서였습니다.(KBS 아닙니다. SBS 얘기입니다!)
저는 작년에 SBS 최종에서 떨어졌는데요. 올해 다시 SBS를 앞두고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나를 한 번 거절한 회사에 들이댄다는 게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그래도 성의를 다해야겠다 싶어, 증명 사진도 새로 찍고 자소서 6개 항목도 전부 새로운 에피소드와 기획안으로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필기를 통과하고 역량 면접을 앞두는데 두려움이 확 몰려오더라고요.
이제는 정말 누군가와 마주 보고 해야 하는데, 무슨 답변을 준비해도 작년에 비해 모자란 것 같고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종에서 떨어졌다는 게 계속 콤플렉스였어요. 어떤 분들은 “최종까지 갔는데 뭘 그래?”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한테는 “최종까지 갔는데도 결국 떨어졌다” 라고 생각이 됐거든요. 그 때 어떤 형이 이런 말을 해 줬어요.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오히려 다른 애들은 백지 상태에서 평가해야 하지만, 너는 어느 정도 검증이 된 거지 않냐? 자신을 가져라.”
참 희한하게도, 상황은 하나도 바뀐 게 없는데 관점이 바뀌니까 자신감이 스르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겨우 면접 준비를 대충이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SBS에 또 최종까지 가서 또 떨어졌지만(!) 생각보다 그 여파가 크게 가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저 같으면 ‘같은 회사에서 두 번이나 떨어뜨리다니 난 정말 구제불능인가 봐. 뭔가 엄청난 결격 사유가 있는 건 아닐까.’ 뭐 이런 생각들을 엄청 했을텐데, 잠시 마음이 상하긴 했지만 “아 쪽팔리네ㅋㅋ” 하며 멘탈을 다시 잡을 수 있었어요. 관점을 바꿔서, “SBS 떨어졌어도 일단 K 필기를 통과해서 면접이 남았으니 괜찮다!”하고 스스로 위로했어요. 어떤 형이 “절대 네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가면 정말 한 끗 차이니 자책하지 마라.”라고 해준 걸 믿으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또 다른 형에게선 “지상파 3사 필기 모두 통과해보고 최종에도 올라가본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걸” 하는 말을 듣고 ‘그래 맞아’ 하고 일부러 자아도취도 했고요. 그래서 SBS 최종 발표 후 겨우 3일 뒤에 있었던 KBS 역량 면접을 가까스로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되게 창피한 경험일 수도 있는 얘기를 이렇게 꺼낸 까닭은, 관점의 중요성을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상황은 바뀌지 않지만, 내가 관점을 바꾸면 그게 다르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정 자신감이 떨어지시는 분들은, 스스로는 자신을 못 믿더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다른 사람들을 한 번 믿어보세요. 정말 얘가 택도 없는데 도전한다 싶은 경우라면 오히려 주변에서 말려줄 겁니다. 기회를 잡아 한 번 진지하게 물어보시고, 그런 자리에서도 그들이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때는 그들을 믿고 전진하세요.
-목표가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
작년 SBS를 떨어지고 나서 한동안 방황을 했습니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가고 싶은 게 맞나?”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정말 드라마 피디 한 길만 보고 살아온 것 같은 분들을 합숙에서 만나면서 스스로 여러 가지로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주변에 언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얼떨결에 뛰어든 감도 있었거든요. 멘탈이 약했던 저는 자신을 놓고 한없는 방탕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때는 스터디도 안할 때여서 연말부터 연초까지 정말 정신없이 놀았어요. 졸리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그러다 졸리면 또 자고, 게임도 엄청 하고, 술도 엄청 먹고 마구마구 놀았습니다.
당연히 그런 걸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현실은 그대로고 나만 뒷걸음질 치는 겁니다. 몇 달 간 실컷 놀고 나니까 나한테 뭐가 남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어떤 의미에선 자신을 좀 더 순수하게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잡다한 거 아무 것도 없는 백수의 깨끗한 영혼으로 저를 들여다본 결과, 저는 어쨌든 어릴 때부터 이야기 만들고 싶었던 거 하나는 분명하더라고요. 그게 소설이든, 연극이든, 영상이든 그런 걸 좋아했던 건 맞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도 그런 걸 좋아하고, 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 다시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스터디를 다시 구해서 들어갔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간혹 보면,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드라마 피디를 꿈꿨던 사람, 어떤 드라마를 보고 너무 감명 받아 내가 저 드라마를 꼭 리메이크 하겠다 라고 마음 먹은 사람 등등 진정성이 넘쳐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맞닥뜨릴 때 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럴 땐 그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내 과거 이력을 보지 말고, 오로지 현재만 보세요. 현재 내가 이걸 하고 싶은가 아닌가. 내가 비록 막연한 동기로 시작했더라도, 어쨌든 지금 이걸 하고 싶은 건 맞잖아요. 그러면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그들과 동등한 입장인 겁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자각하면, 그 때부터 이걸 이루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추진력이 안에서 솟아날 겁니다.
5)사람의 중요성
언시계에 있으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바닥은 좁아요. 스쳐지나갈 인연 같아도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되고, 소문은 돌고 돌아 삽시간에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으로 퍼집니다. 만나는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여깁시다. 그리고 그만큼 정성을 다해 대합시다.
스터디에서 보이는 태도가 시험장 가서도 보여요. 말 몇 마디로도 분간해내는 게 수십 년 간 사람 봐오신 면접관님들의 내공입니다. 항상 마음가짐 몸가짐 조심합시다.
또, 혼자 하기보다 사람들과 같이 하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면접 준비를 하면서 생각이 막힐 때마다 사람들을 만났어요. 대화 속에서 아이디어가 솟고 막힌 생각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한국어나, 상식, 한국사 공부 같은 걸 할 때도 같이 하면서 많은 도움을 얻었고요. 예전에는 공부는 혼자 하는 거 아닌가, 같이 하면 잡담 하느라 시간 낭비만 되지 않나 했는데 정말 공부에 뜻이 있어 모인 사람들끼리는 시간 낭비도 없고 시너지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모두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동지잖아요. 같은 언시생 만큼 언시생을 잘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 역시 자신이 못미더울 때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으려고 했습니다. ‘그들의 눈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큰 도움이 됩니다.
6)저에게 따끔한 일침이 되어주었던 말
이 부분을 추가해보겠습니다.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가슴에 쿡 박혔던 말이라, 휴대폰에 저장 하고 틈날 때마다 보면서 정신 상태를 바로 잡으려 애썼습니다.
-KBS ‘청춘 FC’에서 안정환씨가 한 말
“아깝지 않냐 이 기회가? 네 목숨이 달린 문제야.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마라. 그것만큼 나중에 후회되는 게 없다.”
간략한 버전으로 쓴다고 썼는데 또 꽤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이동규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밤은 길어도 해는 한 순간에 뜬다.” 끝까지 부여잡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정말 신기하게 결국 다 되더라고요. 저도 그런 선배들과 친구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면 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소망 하나 붙잡고 왔어요. 그러던 와중에 운을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어두운 날들이 아무리 길어도 밝은 합격의 순간은 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모두 힘내시고, 꿈을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시 생활 자체가 삶에 소중하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남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덧)급하게 쓰느라 오탈자 점검 같은 건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덧덧)댓글들 다 읽었지만 하나하나 답을 다는 것도 유난스러운 것 같아 질문 글에만 댓글을 달았습니다. 안 읽거나 무시한 게 아님을 알려드립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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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2.23 00:4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04 21:53
@미뉴 넵! 진짜 뵙게 되면 되게 드라마틱하고 재미있을 거 같아요! 새해에 힘내서 열심히 달리세요 화이팅!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05 02:2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05 02:29
@별 연수 중이라 확인이 늦었네요. 일단 학력 부분은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SKY 아닌데 지상파 방송사 PD로 간 사람 여럿 있어요. 스카이랑 관계 없는 것 같아요. 전공 역시 각양각색이에요. 염려하지 마세요. 답이 늦어서 지금은 어떻게 하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저라면 일단 뭐라도 시작을 해보겠어요. 제일 좋은 건 역시 스터디에 들어가는 거죠. 그냥 고민만 하면 해답은 나오지 않을 거 같아요! 직접 부딪혀봐야 내 솔직한 마음이 어떤 건지 확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막상 시작해서 시험을 보다 보면 내가 이런 점이 부족하구나 하는 게 보이실 거예요. 단계적으로 보완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혹시나 더 궁금하시면 댓글 달아 주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1.06 18:24
최종 면접 5명 중에 여자가 4명이었어요 ㅎㅎ 확실히 드라마 직군은 체력의 부담이 엄청나니 남자를 선호하는 게 맞긴 하지만, 여자분들이 전반적으로 워낙 출중하셔서 필기부터 다수가 뚫고 올라오니 점점 여자를 많이 뽑는 것 같아요. SBS도 2014, 2015 둘 다 여자 한 분씩 합격하셨고요. KBS도 2014에 드피 한 분 뽑았는데 그게 여자 분이셨고, 이번에도 저랑 같이 들어온 동기는 여자입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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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 부분은 제가 인사팀 혹은 면접관이 아닐 뿐더러, 또 자칫 곡해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조심스럽네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말씀드릴게요. 일단 무조건 SKY일 필요는 없는 건 확실합니다. 제가 아는 합격자 혹은 동기 중에서 다른 대학인 경우를 무수히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하위권 대학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일단 학벌 자체가 상관있느냐/혹은 없느냐 이 부분은 한마디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ㅜ 다만, 같은 실력이면 학벌이 좋은 사람이 하나라도 더 유리한 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진 않을까 생각하고요(물론 어디까지나 제 추정입니다!!)
제가 2013년에 MBC 필기를 볼 때, 당시 MBC가 서류 지원자를 모두 통과시켜 필기를 보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학벌 등으로 거를 만한 요소를 제거해버린거죠. 그런데 필기 시험 통과자 20명을 만나보니, 저희 조 5명 중에서만 sky가 3명 이상이었습니다. 즉, 완전 블라인드로 뽑아놨을 경우에도 학벌 좋은 사람이 뽑히는 경우가 확실히 많기는 많더란 거죠.
그렇지만 수혀닝님의 지금 상황에서는 이렇다저렇다 하기가 조심스러운 게, 자칫 본인이 실패할 경우 원인을 모두 학벌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위험성 때문입니다. 절대 그러지 마세요.
학벌이란 요소에 계속 집착하고 망설이는 지경에 이르면, 혹시나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부분 혹은 부족한 부분까지 전부 학벌의 탓으로 돌려버릴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 은연 중에 마음의 망설임이 생기고요. 일단은 거기에 대해서 생각 안하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자기 소개서부터가 본인의 내공이 드러나는 부분인데, 거기서 생길 수 있는 모든 변수를 학벌의 탓으로 돌려버리면 본인은 잠시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니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학벌을 많이 보는가에 대해 말씀은 정말 뭐라 드릴 수가 없어요. 일단은 거기에 신경쓰지 말고 정말 객관적으로 괜찮은 스토리와 내공을 키우세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대외활동이나 교내활동은 어떤 걸 하셨나요?
교내에서는 학생회와 축구 소모임을 했고요. 대외활동으로는 대검찰청 블로그 기자단과 조선일보 인턴을 했습니다. 이 중 자기소개서 혹은 면접에서 언급한 부분은 축구 소모임과 조선일보 인턴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드라마 피디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실텐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어떤 경험이든 간에 내가 이걸 통해 본인이 원하는 피디 직군이 되는데 어떤 도움을 얻었거나 역량을 키웠다는 스토리만 잘 만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군대전역후에 드라마피디를 꿈꾸고 있는데 잘 읽었습니다~ 질문이 있는데 혹시 PD되는데에 영상편집 기술을 공부하는게 도움이 되나요? 포토샾, 일러, 프리미어 정도 할 수 있는데 에프터이펙트랑 C4D까지 배우려고 하거든요.. 연출하는데에 영상편집공부하는게 돈,시간낭비가될까요?
아 이 댓글을 못 보고 지나쳤네요. 연출을 꿈꾸신다면 '굳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드라마 제작은 절대적으로 분업 체제입니다. 물론 지식이 많으면 그런 여러가지를 담당하는 팀들에 이러이러하게 해주세요 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할 수는 있겠지만 효율성 면에서는 글쎄요...
그리고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잖아요. 어제 저희 CP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예전에 테잎으로 편집할 때 밤새면서 선배들 쫓아다니며 하나라도 더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해 얻은 소중한 지식이 NLE가 도입되면서는 전부 쓸모 없어져 버렸다. 너희 때는 또 언제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편집하게 될 지도 모른다. 기술에 너무 목매지마라."
따라서 제 생각은,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런 테크닉에 더해서 '무슨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가',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좀 더 더하면 좋을 것 같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4.12 14:18
감사합니다!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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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역량 면접은 주로 실무진 분들이 들어오시는 것 같아요. 최대 국장급 정도일 거고, 그 밑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현역 연출 분들이 주로 오시는거죠!
후기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 가지 질문 드려도 될까요? 면접에서 드라마에 대해 질문이 들어올 때, 그 드라마는 최근 드라마들인가요? 저도 잘 챙겨보지 못 하는 타입이라 드라마에 대해 물어보는 게 가장 무섭네요...
드라마에 관해서 어떤 질문이 들어올지는 예측하기 어렵죠. 최대한 본인의 드라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고, 이 드라마는 어떠어떠한 질문에 써먹을 수 있겠다 라고 거꾸로 생각해보는 게 도움이 되실 거예요. 적어도 '감명 깊게 본 드라마', '최근 재미있게 본/별로였던 자사/타사 드라마' 등은 준비해 가셔야 할겁니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건 '왜'라고 생각해요. 결국엔 어떤 드라마를 답하느냐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본인만의 독특하고 또 분명한 견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막연히 재미있어서요. 좋아서요. 제가 어느 배우 팬이어서요 이런 건 시청자의 포지션이죠. PD의 포지션에서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Wanderer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6.29 13:34
이건 개개인마다 엄청나게 다를 거예요. 저의 수많은 선배들은 각자의 이유가 있어서 이 일을 하고 있거나 혹은 다른 길을 가거나 합니다. 때문에 제 개인적인 경우일 뿐이라는 걸 강조해놓고 말씀드릴게요. 저는 일단 굉장히 즐거워요. 분명히 성취감이 있고, 사소한 것들(출근 시에 복장이 자유로운 것 등)도 역시 기분을 좋게 합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좋은 선배들을 만났고요. 분명히 저는 아직 제대로 된 고생을 아직 안해서 이런 겁니다만, 그래도 일단 지금은 일을 즐기고 있어요. 다른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까진 모르겠고, 저는 '이 일 안하고 일반 회사 갔으면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7.22 15: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7.03 01:1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7.14 04:3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7.19 13:11
PD 직군은 작문만 시험봤어요. 필기 용지는 대학에서 시험 볼 때 쓰는 그 줄 죽죽 그어진 회색 종이고요. 기자 직군으로 입사한 동기한테 물어보니 그 큰 종이를 거의 7~8장 다 채웠다고 합니다. 받자마자 줄줄 써내려가다고 하네요. 저는 드라마만 지원했었습니다~ KBS가 서류를 받을 때 예능드라마 직군으로 받았다고 필기에서 갈라지는 방식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0.01 20:4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1.23 00:57
면접을 앞두고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막힙니다. 어떤 드라마를 만들고 싶나? 이 질문에 매력적으로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ㅜ 지금 일하시느라 바쁘시겠지만 혹시 이 댓글을 보신다면 어떤 답변을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칫하면 설명이 길어지기 일 수 였고, 듣는 사람이 이해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제가 찾은 방법은 '00한(특징) 00(장르)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내 드라마를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자신이 쓴 기획안 중에서 저렇게 말하기 딱 좋은 게 몇 개는 있어야 할 거고 그 중에 "왜?"라는 질문에 답할 준비가 잘 될 것을 고르시는 게 좋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시의성' 강조입니다. '요즘 시청자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죠. 저는 면접 때 "재미있는 정치 드라마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유로 내년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는 걸 들면서 시청자들이 관심이 많아질 거다, 그런데 정치 드라마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이 있다. 그래서 금수저로 살다 어쩌다 국회의원까지 된 한 남자가 재선을 위해 위장 취업을 하게 되면서 동네 사람들과 아웅다웅 하는 드라마를 생각해봤다. 라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보통 첫 문장에서 적절한 정보 제공 및 흥미 유발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뒷 내용 설명해보라는 눈빛이 옵니다. 처음을 잘 준비하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09 16:0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5.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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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4.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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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5.28 20:29
@서울 너무 늦어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본 김에 댓글 답니다. 직장을 다니시면서 꾸준히 작품을 쌓아 당선이 되는 것부터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극화를 하기 위해선 그 대본이 누군가에게 선택되고, 그 과정에서 그걸 그대로 극화하는 게 아니라 수정이 필수입니다. 이런 과정을 직장 생활과 병행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1.02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