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조 원의 빚에 허덕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부산 강서국제산업물류도시 조성 사업비를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엄청난 부채 때문에 주요 국책사업을 제외한 지방사업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 LH의 해명이다. 부산시는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의 직격탄을 맞은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지난 2008년 12월 LH의 전신인 한국토지공사 부산울산본부와 '부산신항 배후 국제산업물류도시'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산도시공사와 LH가 1단계 사업비(2조3625억 원)를 3 대 7로 분담하고 ▷실시계획 수립 및 조성용지 분양 ▷입주업체 및 입주기관을 적극 유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부산도시공사는 "올해 1단계 사업비 분담금 7100억 원 가운데 17%인 1200억 원을 편성했다"면서 "국토해양부의 산업단지계획 승인이 나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토지보상에 나설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부산시가 연초 발표한 '2010년 부산시정 운영방향'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보상을 마치고 늦어도 12월에는 착공하도록 예정돼 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복병이 등장했다. 사업비의 70%를 부담해야 할 LH가 올해 한 푼의 예산도 책정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엄청난 부채를 짊어진 LH가 주요 국책사업인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에 집중하면서 지방투자사업은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LH 역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되면서 부채가 10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나 불가피하게 우선 투자순위를 재검토했다"면서 "강서국제물류도시 사업비를 내년에는 편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LH는 명지국제비즈니스도시의 보상도 지난해 9월에서 올해로 연기한 적이 있다.
LH의 자금난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보상은 물론 현재 국제공모 결과를 토대로 기본구상을 수립하고 있는 2단계 사업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도시공사 측은 "강서국제물류도시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지연되어선 안 된다. LH가 추경에서 사업비를 확보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도시공사가 1단계 사업을 단독 시행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다. 부산시 김종문 산업입지과장은 "LH의 재정상황 호전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만큼 부산도시공사가 1단계를 단독으로 공영개발하고, 2단계부터 LH를 참여시키는 대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산도시공사 역시 부채 1조5908억 원에 연간 이자만 601억 원을 내는 처지여서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