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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일 새벽 4시 6분
오늘 내가 일어난 시간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안에 하늘로 난 창으로
하늘의 일기를 보는 일이다.
그렇게 크지 않은 하늘창에 그 시간 캄캄하지만 맑은 하늘과
음력 구월 스무하룻날의 반달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자리인 오리온자리별이
그 작은 창안에 다 들어 있다.
혼자 보기 정말 아까운 풍경이지만 불을 켜지 않고
한참 동안 그 아름다운 새벽하늘을 즐겼다.
우리지역에는 엊그제 첫서리가 내렸다.
이래저래 일을 보느라고 하룻밤 집을 비웠는데
그 사이에 내린 것이다.
똑. 똑. 똑......
많지는 않지만 서리가 내렸다가 해가 뜨니 녹아 떨어지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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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느라 침대맡에 있는 창문을 열었더니 우리밭 모퉁이에
주렁주렁 달린 땡감을 만났다.
올 한해를 살면서 이 나무에 감이 달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
물론 녹색 감잎에 쌓여 있어서 모르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심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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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개도 아니고 수백개는 됨직한 감들을
달린줄도 모르고 살았다니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맑갛게 익은 감을 하나 따 먹어 보았다.
아기 주먹만도 안한 감은 씨가 반이고 맛은 이래저래 맹탕~
아직도 저러이 달려 있는 이유를 알것 같다.
모양만 이쁘고 내실이 없는 탓
그래도 먹을 것이 없는 계절에 새들에게는
요긴한 먹을꺼리로 남을 수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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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빠서 이런 한가한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때이지만
그래도 늘 내 마음 한켠에는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누리며 사는 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마을 입구에는 담장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사람이 그렸지만 어느새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레 자리하고 있다.
잎이 돋아 나는 새 봄부터 만추의 가을까지 그 자연스런 아름다움이야말로
내가 간직하며 살아 가는 일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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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일은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고구마를 캔다던가 땅콩을 캐는 장시간을 요하는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짧은 일을 해냈다.
녹두, 팥, 들깨, 조, 대추등 조금씩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때그때
처리하여 한켠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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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에서 채취하여 보관하고 말리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을이 결실의 계절이니만큼 우리 창고에는 온갖것들로 가득차 있다.
새벽에 서리가 내렸지만 다행으로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
텃밭에 방울토마토가 아직 싱싱했다.
서리거디미로 딴 것들이 커다란 다라로 하나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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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산목련님이 따 주고 가신 것과 합하여
물기를 말리려 방바닥에 죽 펴 널으니 마치 반짝이는 보석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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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다래를 마저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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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추석전부터 따기 시작했으니 한달도 넘었지만 자연에 있는 것들은
그냥 둔다고 하여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도퇴 될 확률이 더 많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하고 또 그것을 꼭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음이 새삼 감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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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연산 다래를 많이 따면서 이런 저런 지인들과 같이 산을 다녔는데
내가 멀리서 보고도 다래가 달린 것과 달리지 않은 것을 알아 내는 것을 보고
모두들 신기해하며 내게 별명 하나를 붙여 주었는데 바로 "소머즈" 이다.
예전부터 붙여졌던 별명이지만 누구나 소머즈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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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26397D4E563A9CA932)
열매를 맺는 거의 모든 나무나 식물들은 씨앗맺기가 최고의 목적이다.
그렇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데
같은 시기에 위에 있는 다래나무는 섶이 녹색으로 왕성한 기운이 있는 반면
아래 사진에 누런 잎을 단 다래덩굴은 가 보나마나 다래가 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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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를 키울 필요가 없으니 얼른 잎을 떨구고 겨울채비를 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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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열매는 황벽나무열매이다.
향이 얼마나 강한지 열매를 말려서 향주머니로 써도 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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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헛개나무열매 이 열매는 특이하게도
까만 씨앗도 먹지만 더 좋은 것은 씨앗과 연결된 줄기로
과일 같은 단맛이 난다.
얼마나 할 일이 많은데도 이 돈도 안되는 것들을 하겠다고
산과 들을 헤매며 남편을 대동하고 다니는 내가
가끔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된다.
그렇다가도 또 이런것을 꼭 필요로 하는 이들을 만나면
그렇게 보람 있을 수가 없어서
힘든 것은 금방 잊어 버리고 또 산으로 나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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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이렇게 다래에 목숨 걸다시피 하며 애착을 가지고 따는 이유가 있다.
3년전에 도시에서 한정식집을 낸 친구가 뭐 좀 새롭고도 특이한 메뉴를 개발해야 하겠다고 하여
개발해 준 것이 다래졸임이다.
다래를 통째로 잼 하듯이 졸이다가 소금이나 간장을 조금만 넣으면
꽤 괜찮은 반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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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을 헤매고 다니며 따는 일도 보통이 아니지만 생물이라 바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이렇게 일일이 행주로 닦고 꼭지를 다듬어서 냉동을 했다가 보내 주는데
이건 정말 돈으로 따져 일할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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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식당을 다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인들이 식당을 한다고 하면
적극 지원을 해 주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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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산골에 사는 밑돌님은 10년지기 카페 친구인데
이번에 우리집 보다 더 깊은 산골에다 농가맛집을 낸다고
그동안 준비를 해 왔다.
이론적으로는 준비가 다 되었는지 모르지만 잘못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것이 식당이라 말리고 싶었지만
이미 하고픈 소망이 충만했고 어지간한 집기까지 다 준비했으니
말리기는 이미 늦었다.
그렇다면 돕는 것 밖에 수가 없다.
가까운 거리도 아닌 것을 왔다갔다하다
결국은 일하실 분들까지 동원해서 우리집으로 초대를 하여
메뉴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직접 요리하여 보여 드리고
두었다 쓸 수 있는 장아찌등도 만들어 드리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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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국에 이렇게 음식점을 내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준 댁만 일곱군데나 된다.
어떨 때는 궁금해서 서울에 간 김에 연락없이 살짝 들려서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한 다음에 얼굴만 보고 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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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새로 나온 고기느타리인데
먹어 보니 정말 고기맛이 나서 사찰음식 하는 친구에게
육계장재료로 보내는 버섯이다.
버섯농장에 가서 버섯만 사 보내는 것도 일이지만
버섯은 태양에 말려야 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못 말리니
저녁잠 많아 졸면서 다듬고 쪼개어 햇볕에 말려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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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내도 되는 좋은 햇볕을 잔뜩 쐬어 다듬고 말리는 나
어찌하면 식당이 잘 되어서 손님이 버글버글 할 것인가 그 궁리를 하는 나를 두고
남편은 마치 내가 친정엄마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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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것이 아니다.
남편도 나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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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식당을 하는 친척댁에 내동 고추가루를 대 주는데
우리것은 친환경이라 식당가격에 안 맞으니 주위에서 고추를 사서
방앗간에 가지고 가 쿵더쿵방아로 빻아서 보내 주느라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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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고를 누가 알아 주지 않더라도 늘 마다 않는
우리부부는 천생연분이다.
그런 바쁜 가운데서도 우리내외 여행을 가거나
자연의 그리운 것을 보러 가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경주에 사는 흑진주님이 쓰시던 돌침대를 주시겠다고
언제든 시간을 잡아 하루 왔다 가라고 하였는데
대충 시간을 잡은 것이 바로 이 때 이다.
그런데 정말 바빠서 도저히 갈 시간이 되질 않았다.
다음에 갈까 하고 망설이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다음에는 또 바쁜일이 생기게 마련이요
마음 먹은김에 다녀 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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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역은 작은 간이역이다.
기왕 남쪽까지 내려 온 길에 부산에 햇사레님이 얼굴을 보자고 합류하기로 하고
기차를 타고 오신다고 하여 기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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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있는 그 시간조차
여행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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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 보다 기차는 배웅을 하든 마중을 하든
어쩐지 더 설레고 기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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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진주님과 강토님은 여름내 정원을 가꾸더니 아주 딴집을 만들어 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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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자연도 가꾸면 가꾼만큼 표나는 아름다움이 생기기 마련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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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벗이 오니 반갑다고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 주시고 ......
직접 따다 저장했다가 끓여주는 자연산버섯찌게며 나물무침들
남이 해 주는 밥이 가장 맛있는 밥이다.
아침까지 잘 먹고 출발~
10월의 마지막날이며 토요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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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람쥐 챗바퀴 돌듯 같은 시간을 탈출하여
다른 곳으로 달리는 여행이 주는 삶의 여유와 기쁨
잠시지만 여행하는 맛이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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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단양에 사시는 별이네님은 듬직한 사위를 보았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따님이 꽃처럼 어여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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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오는 길
교육을 맡아 하고 있는 교육생들이 하루 축제를 연다고 하여 위로차 들렸다.
짧은 시간에 배운 것을 또 다른이들에게 전수해 주는 중~
열심으로 하는 제자들을 둔 나는 선생님
교육생들은 나를 가리켜 보따리 선생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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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 하오님을 만났다.
하오님은 요즘 손뜨개강의를 맡아서 하고 계시고
한문과 서각도 강의 하시느라 한참만에 얼굴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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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러가지 방식중에서 나는 지금 이 시간에 충실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나중을 위해 지금 하고픈 것을 참거나 누르기 보다는
언제나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삶
그리고 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삶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
바쁜 가운데서도 삶의 사색의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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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또 다시 친구에게 보내 줄 고들빼기를 캐려고
호미를 들고 나섰다.
고양이녀석 또 어딜 가느냐고 깻단 그루터기 사이를 쫒아 다니며
잔소리를 하고 있다.
** 고르포기라는 단어가 국어 사전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어찌된 이유인지 모르지만 어릴적부터 이 단어를 써 왔는데
두루두루 란 단어와 비슷한 말이다.
강릉에 고르포기산이 있는데 그 산의 정상이 평평하다는데서
산이름이 그렇게 붙은 것으로 보아 아주 개인적 단어는 아닌 것 같아
오늘 일기의 제목을 그렇게 붙여 보았다.**
첫댓글 멋진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마음 뿌듯하게 보고 갑니다
멋집니다
삶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