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구불길-옥산저수지 구간1

[큰누리]

내가 군산에 갔던 이유는 구불길 때문이었다.

혼자서는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아 지금은 군산시에 편입된 임피에 있는 초등학교 카페에 공지를 띄웠다.

그 곳에서 졸업은 못했지만 지금도 친구들을

카페나 동창회를 통해서 꾸준히 만나고 있고 내 일에 많은 도움을 받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동창들이 앞서서 가이드를 해주어서 군산의 유적들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었고

특히 군산시청에 근무하는 친구의 도움이 컸다.

그런데 정작 구불길 가이드를 자청하는 친구가 없어서(아마 따분하게 생각한 듯)

친구들에게 전화로 진입로와 교통을 확인한 후에 나서려는데 연로하신 이모님이 따라나섰다.

나는 군산에 갈 때는 항상 이모님댁에서 묶는다.

사진 찍느라 시간을 지체해야 하는데다 연로하신 분이라 좀 난감했지만

구불길 답사를 제대로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게 어머니와 같은 이모님과 동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이모님은 그 연세에 구불길을 도는 내내 너무 행복해 하셔서 그 느낌이 내게 오스란히 전해졌다.

답사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양 착각했던 내 생각을 이모님의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바꿨다.

구불길 옥산저수지 구간은 내가 가보고 싶어 선택한 것이지만

옛날의 외가가 있던 동네 지척의 옥산저수지는 이모님께는 구간구간이 모두 추억이셨던 모양이다.

'여기로 아가씨 때 나무하러 왔었다'

'해망동, 사정리까지 걸어다닌 길이다'

'황새고개는 인공(6.25) 때 인민군들이 경찰 가족을 끌고가다 구덩이에 몰아넣고 총살한 곳이다'

등등의 말씀을 내내 하셨다.

어쩌면 이번 구불길 옥산저수지 구간 답사는 이모님이 가이드를 하셨다고 할 수 있겠다.

구불길 옥산저수지 구간은 저수지를 따라 한 바퀴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시간은 젊은 사람 기준으로 4시간 정도?

중간에 산을 따라 오르막 길이 두어군데 있지만 대부분 평지이므로 가족단위로 걸어도 좋다.

왼쪽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맑은 저수지 물이 보이고 전면이나 오른쪽으로는 산을 내내 볼 수 있다.

푸른 대숲과 솔숲, 사방오리나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반복해서 이어지므로 눈맛이 즐겁다.

특히 물 속에 가지를 드리운 왕버드나무 군락은 주산저수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

그 외에도 떼지어 노는 물새 떼를 조망할 수 있다.

되돌아나오는 지점(황새고개 부근)에는 조잡한 감이 없지 않지만

반딧불 서식지와 졸졸길에 설치한 조형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가 가장 좋았던 코스는 여러 곳에 산재한 대숲군락과 왕버드나무 군락이었다.

구불길 옥산저수지 구간 입구.

군산에서 옥산행 시내버스를 타면 군산역 기준으로 이 곳까지 15분 남짓 걸린다.

위 주유소 오른쪽(아래 사진 사잇길) 하나로마트 앞 → 왼쪽으로 꺾어 구불4길 진입. 

구불4길 진입.

이모님의 뒷모습.

뒤돌아본 구불4길 진입로.

주변에 고층건물이 없으므로 사진 오른쪽의 대상 아파트를 이정표로 삼으면 쉽다.

갑자기 막다른 곳에서 만난 이 수원지 앞에서 헤맸다.

옥산저수지 구간은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시설 안 언덕에 주차장과 저수지 출발지가 있다.

이런 불편한 출입구는 그 동안 옥산저수지가 군산지역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일반인에게 공개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군산저수지로도 불린다.

덕분에 옥산저수지는 자연상태도 아주 양호하고 청정지역이다.

구불5길(마실길) 안내도.

막 지나온 구불4길은 어디선가 연결이 됐다는 이야기인데

짐작으로 최호장군 유지와 채원병가옥, 이영춘가옥을 경유하는 대야 발산리였을 것 같다.

구불5길(마실길, 군산저수지 주변) 입구. 

구불5길(마실길, 군산저수지 주변)이 시작되는 곳. 

붉은 삼각 깃발 아래 쪽이 옥산저수지.

옥산저수지 구간에서 확실한 존재감이 있는 입구의 유일한 마을.

이모님의 외가(즉, 내 진외가)가 있는 곳이다.

나도 어렸을 때 간 적이 있지만 이 곳이라는 기억은 전혀 없다.

되돌아본 옥산저수지 입구.

옥산저수지 진입로에서 일종의 이정표인 대상아파트가 보인다.

옥산저수지의 이정목은 대부분 아래 사진처럼 생겼다.

옥산저수지의 물새떼.

새들이 정확하게 물과 얼음의 경계선에 포진해 있다.

처음 만난 대숲.

참 푸근했다.

이모님의 말씀에 의하면 대가 있는 곳은 예전에 집이 있었던 곳이라고...

옥산저수지 습지 식생 안내판.

첫번째 왕버드나무 군락.

왕버드나무 군락 3곳 중 첫번째 군락으로 물 위의 반영이 너무 아름답다.

두번째 대숲과 자전거 트레킹족들.

 두번째 왕버드나무 군락.

이 곳이 특히 운치있다.

세번째 대숲.

물억새 군락.

참나무, 대숲이 어우러진 구간.

굵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마삭줄

[햇살가득]

아주 고즈넉한 모습입니다. 제일 마지막 나무가 가장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 기회되면 한 번 가고 싶습니다.

[큰누리]

갈 때 연락 주세요.
그 곳은 제 친구들이 많아서 안내를 부탁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돈 안 드는 숙소도 있습니다^^.

[햇살가득]

정말요? 5월에 한 번 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