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에 몇몇 검우분들께서 만번도복을 단체로 구매하셨는데요, 이 참에 제가 알고 있는 만번도복에 대한 정보와 도복관리법
에 대한 방법도 말씀을 드려보고, 혹시 다른 방법으로 도복관리를 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서로 유익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제가 먼저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만번도복의 관리법에 대한 글을 쓰려고 시작했었습니다만, 쓰다보니 다른 부분에 관한 양이 너무 커져서 좀 수정을
하게 됐습니다(;;;). 먼저 만번도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읽기 귀찮으신분은 3번 항목으로 바로 가셔도 됩니다만....... 제가 나중에 챗방에서 일일이 확인할 생각입니다. 케케케케~
1. 만번도복(or 만번)이란?
: 흔히들 우리가 <만번도복>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상의는 이중직 옷감이며, 하의의 원단을 만번이라고 부릅니다.
즉, 만번(#10,000) 외에도 더 고급으로 만천번(#11,000), 만이천번(#12,000), 만사천번(#14,000) 등이 있으며, 아랫쪽
으로는 구천번(#9,000)부터 시작해서 오천번(#5,000) 도복이 있는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마도 팔천팔백번이나
구천번대부터 대충 뭉뚱그려서 만번이라고 부르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좀 거시기 한게, 상의를 이중직이라고 한다면 뭐 대충 알아듣겠는데, 만번은 또 뭐여? 첨 듣는데? 하는
문제가 있는데요..... 하의도복을 만드는 원단의 일정한 가로 * 세로의 사이즈에 씨실과 날실(가로실과 세로실)이 서로
걸치는 교차점이 만개이기에 만번이라 칭합니다. 아, 일정한 사이즈란 촌(寸)인데, 이 촌(3.03cm)은 옛 단위이고요,
촌 by 촌으로 가로로 100 * 세로로 100 = 교차점 10,000 = 요것이 만번지입니다.
2. 만번의 장점과 단점
장점 - ① 만번의 상의는 막도복에 비해 대부분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라서, 막도복처럼 옷을 착용했을때 목이나 겨드랑이
부분에서 당기는 느낌이 없습니다. 또, 막도복이 일중직인데 반해 이중직으로 직조 되었기에 검도수련 중 발생
하는 많은 땀의 흡수력이 탁월합니다. 땀의 흡수력이 좋다면 아무래도 활동하기가 편하겠죠?
② 만번하의는 옷감이 더 두껍고, 조밀하게 직조 되어서 막도복보다 더 빳빳한 편인데, 이점이 바로 막도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가격 임에도 불구하고 만번을 선호하는 여러 이유 중에서 한가지 중요한 부분입니다.
막도복은 수련시 흘리는 땀 때문에 다리에 도복이 감기는 현상이 가끔씩 있는데, 제 경우에는 예전에 몇번 넘어
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만번하의중에 다른 제품에 비해 부드러운 성질의 브랜드가 있는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막도복에 비해선
그 뻣뻣함의 레벨이 다르기에 수련중 항상 하지로부터 어느정도 떠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통풍
도 시원하게 잘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③ 만번은 상하의 모두 고급 염료인 쪽(남초) 염색가공(남염)을 합니다. 만번은 막도복에 비해 상당히 튼튼하기 때문
에 비교적 오래동안 입을수가 있는데요, 오래 입어서 이뿌게 물이 빠진 만번도복의 하늘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
쓰는 참으로 대단하죠ㅎㅎ 그리고, 이 남염색은 수련중에 흘린 땀의 악취를 제거하는 기능도 있는데, 수련후에
옷걸이에 걸어 놓고 다음날, 혹은 며칠이 지난 다음에 입어도 퀘퀘한 이상한 냄새가 안납니다. 하지만, 몇달정도
지나면 그 남염 특유의 찝지름한 풀냄새 같은게 없어지면서 효과도 마찬가지로 약하게 됩니다. 이건 호구도 마찬
가지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남염도 여러 등급이 있는것 같더군요. 주로 중국산이나 국내산의 일부 저가 만번의 경우엔 화학물
이 첨가된 낮은 등급의 염색(인디고)을 하고요, 일제는 대부분 좋은 발효염을 쓴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부슈
이치(武州一)는 천연 남염료를 쓴다고 합니다. 또한, 저가의 만번도복을 만져서 손에 묻은 염료를 지울려면 비누
칠을 여러번 해야 겨우 지울수 있는데 반해, 좋은 염료를 쓴 고가의 만번도복에서 묻어나는 염료는 걍 한번만 비누
칠을 해도 깨끗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물론, 남염 특유의 향이 지속되는 시간과 향의 농도도 다른것 같습니다.
또한,-이건 걍 저만의 느낌일수도 있습니다만,- 타박상(멍) 같은 상처의 치유에 일부 효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수련하다 손에 죽도를 맞아서(물론, 호완을 꼈습니다만;;;) 손등 특히, 정권의 관절부분이나 손가락 부위등
이 수련후에 퉁퉁 부은적이 있었는데, 만번도복을 세탁하고나서 손에 묻은 퍼런 염색을 비누로 지우고 나니,
손에 있던 붓고 멍든 자국이 거의 안보일 정도로 가라앉아서 무척 신기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④ 막도복은 TC원단(테트론{폴리에스터} + 코튼)의 혼방인데 비해, 만번은 100% 면(코튼)으로 되어 인체에 대한
친화력이 우수합니다. 아기들 옷이나 대부분의 속옷이 면 100%인건 잘 아시죠? 물론, 인체에 대한 친화력이라면
쵝오라고 평가받는 실크, 즉 비단(견사/견직물)도 있습니다. 예전엔 수술할 때 실크로 만든 실로 장기나 피부를
봉합했다죠?(맞나? ^^a) 그런데, 실크로 만든 쿵후(우슈)도복은 들어봤어도, 실크 검도복이 있다는 얘기는 뭐
아직까지 못들어 봤네요;;;;; 하긴, 견직물은 워낙 하늘하늘~ 해서 검도복으로는 좀 거시기한것 같습니다ㅋㅋ
⑤ 옷을 오래 입으면 발생하는 줄어듬이 덜 합니다. 가끔씩 상의가 줄어들어서 바지 옆부분의 틈으로 허연 다리살이
보이는 민망한 경우를 검우분들이라면 대부분 한번 이상씩은 보셨을텐데, 만번은 대부분 처음부터 상의가 길게
되어 있어서 이러한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검우라면 몰라도, 남검우의 털이 숭숭난 속살은 좀... =_=;; 컹)
단점 - ① 뭣보다 막도복은 그 가격이 3~5만원 정도인데 비해, 만번은 거의 양복정장 한벌값에 가까운 30만원대 전후의
고가의 물건입니다. 물론, 저렴한 중저가대의 만번(10~20만원대)도 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중저가 만번은
입문용이라면 몰라도 솔직히 돈만 아깝다는 생각입니다. 현재의 지갑사정이 좀 안된다면야 부득이 어쩔 수 없겠
지만, 사실 왠만큼 입을만한걸 추천하려면 어쩔수 없이 일제 고급쪽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첨으로 만번
을 한번 입고나면 거의 대부분이 삘이 꽂혀서리 결국 상위 브랜드의 제품을 나중에는 하나더 사게 되기에 그렇기
도 하고요.
② 막도복에 비해서 관리가 훨씬 더 빡셉니다. 막도복이야 뭐 세탁기로 아무렇게나 돌려도 상관 없습니다만, 만번은
그 특유의 포쓰 간지를 유지하려면 안쓰던 신경을 써야하니, 사실 뭐 게으름이 삶의 모토이며, 귀차니즘이 인생의
오의(奧意)인 저 같은 사람들한텐 거의 재앙급이나 다름없는 성실함이 요구되는 바, 솔직히 이점에 대해선 윗쪽
에 장황하게 써놓은 장점들을 단 한방에 병맛으로 만드는 <최고, 최대의 단점중의 단점>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
다ㅜ.ㅠ;;;;;;
3. 만번도복 관리법
만번도복에서 풍기는 [절대간지의 포쓰]는 순전히 아래와 내용과 같은 노가다(;;)를 통한 희생을 밑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데, 사실 막도복도 이런식으로 관리하면 어느정도는 간지나게 입을수 있습니다. 물론, 만번의 장점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요.... ^^;;;;
① 먼저, 과거에는 만번을 사면 처음에 물뺌작업이라 해서 왕소금과 식초를 첨가한 물에 남염색이 이쁘게 착색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 담궜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도복 제조공정 단계에서 WASHING가공이라 하여 이미 어느정도 물뺌작업을
해서 나오기에 큰 의미는 없고, 그저 먼지나 기타 이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몇시간 정도 물에 담궈서 헹구는 정도로
만 하면 될것 같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하의에 주름을 잡아놓은 실을 풀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 실은 나중에 탈수
하고 나서 건조할 때에 각 주름들의 원래 위치를 잡아주는 역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② 상의는 뭐 대충 접고(안접어도 상관없습니다;;;), 하의는 위의 그림과 같이 접어서 세탁기 통안의 벽 양쪽에 잘 세워서
붙여둔 다음 탈수를 합니다. 아래 그림은 흔히들 e자 접기라고 하는데요, 좌우 양쪽을 먼저 접은 다음에 세번을 접는데,
(저는 두번만 접습니다.) 바지의 길이나 사이즈에 따라서 적당히 조절하시면 됩니다.
위의 하카마 접기의 그림입니다만, 1번의 설명에서 <속의 주름을 오른쪽으로 향하게 편다.>라고 써놓고서 왼쪽으로
화살표를 그려놨는데, 반대쪽 입니다. 오른다리쪽으로 향하게 해야지 맞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제 경우에는 처음에는 도복의 끈들을 위의 그림들처럼 제대로 묶었었습니다만, 점차 귀찮아져서 위에 e자접기
를 할때 걍 긴끈은 두번, 짧은끈은 한번씩 접어서 교차해 올려놓고 마지막 e자 접기로 덥어서 갖고 다닙니다^^;;;;
③ 다음은 건조입니다. 상의는 옷걸이에, 하의는 바지전용인 집게가 붙은 옷걸이로 집어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리시
면 됩니다. 아래 그림의 옷걸이들을 참고하시기 바라고요, 제 경우에는 상의는 옷걸이에 못쓰는 죽도를 분해해서 죽도조
각 하나를 옷걸이에 매달아둔 케이블 타이(양쪽 두개)에 연결해서 상의의 팔부분 특히, 겨드랑이 부분이 잘 마르고 구겨
짐이 없도록 사용하고 있습니다 ^^v
한가지 주의할 점은 저와 같은 방법으로 할 때에는 죽도 댓살의 잔가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댓살의 잔가시가
옷속으로 파고 든것을 모르고 그냥 입는다면....ㅎㄷㄷ;;;;;;
그리고 하의는 집게 옷걸이 두개를 써서 앞부분과 뒷부분을 따로 집어서 사이를 약간 둔 상태에서 널어 말리고 있습니다.
이때, 손으로 주름을 주욱~ 훑어주면(흔히들 손주름 잡아준다고 하죠.) 아주.............. 좋은것 같습니다ㅎㅎ
④ 도복이 다 마르면 다음은 다림질 차례입니다. 물론 상의가 아니라 하의를 다리는 건데요, 먼저 하의를 뒤집어서 안쪽
주름을 걍 열라 다리시면 됩니다ㅡㅡ;;;;; 그리고 다시 바깥쪽으로 뒤집어서 다리는데요, 이때 안쓰는 면수건 같은
걸로 대고 다려야 번쩍번쩍 번들거리지 않게 됩니다. 안쪽은 뭐.... 번들거려도 상관없겠죠? ^^
다림질은 처음에 도복을 구입후 첫 빨래후 한번정도만 하고 나중에 몇년 입다가 주름에 힘이 없어지면서 각이 잘 안살게
되면, 다림질 전용 분무액이 있다는데 이걸 사서 뿌리시면서 다리면 좋다고 합니다만, 저도 아직까지는 써본적은 없습니
다^^;;;;
다림질을 하냐 안하냐는 사람마다 조금씩 의견이 다른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나중에 원 주름을 찾아서 접거나, 다시
다림질을 할 필요가 있을때를 대비해서 적어도 처음 한번은 다려주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뭐 다림질은 알아서 하십시오~
그리고, 제가 첫 다림질 후에 가끔씩 쓰는 방법인데요, 잘때 이부자리의 요 밑에나 아니면 매트가 있으시다면, 밑에 깔고
자면 이것도 역시 아주 좋습니다. 특히 겨울엔 아주 굳~입니다. 세탁후 다리기가 귀찮으신 분들은 이것도 괜찮을것 같네
요.
⑤ 처음에 이런 방법으로 세탁한 후에 이제는 간지나게 입고 열검을 하면 됩니다. 수련을 하고나서는 조금 귀찮더라도 다시
e자 접기로 잘 접어서 두었다가 다음날 다시 입고 수련...... 그리고 다시 세탁을 해야겠죠? 참고로 저는 도복이 여러벌이
있기에 봄, 여름, 가을에는 이틀, 겨울엔 삼일 정도 입고나서 세탁을 합니다.
세탁은 기본적으로 욕조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놓고 대략 3~5시간 정도 담궈뒀다가, 몇번 첨벙~ 첨벙~ 하고나서 샤워기
로 샤워를 해주면서 손으로 도복을 몇번 훑어 줍니다. 그리고,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세탁기로 탈수, 건조, 손주름, 건조후
잘 접어서 보관하다 다시 입고 수련, 수련후엔 e자 접기로 잘접어서 뒀다가 또 얼마정도 입고나서 세탁하기..............
⑥ ........... 를 한 너댓번 정도 하다가, 어느정도 도복에 때가 찌들었다고 생각되면(;;;), 상의는 뒤집어서 세탁기로ㄱㄱㅆ~,
이때 울세탁 모드로 살살 돌리고, 세제는 울샴푸를 씁니다. 하의는 뒤집어서 부드러운 구둣솔로 가볍게 비눗칠해서 훑어
주고 샤워, 다시 바깥쪽도 같은식으로 구둣솔로 비눗칠, 그리고 또 샤워, 그리고 탈수후 건조.
이상 끝. 참 쉽죠?
자, 그럼 이상으로 만번도복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만번도복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저의 노하우를 다 말씀드렸
습니다. 이 게시물 세우는데 금쪽같이 소중한 휴일의 반이 지나갔네요ㅜ.ㅠ 모쪼록 좋은 도복을 간지나게 입으시고, 언제나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라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첫댓글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우리 도장도 공구때 여러명이 구매하신듯하여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퍼왔습니다~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는 못하겠다는..ㅋㅋㅋ
난 인간적으로 못해!
고맙지만 나도 못해..^^
우리 인간적으로 그냥 세탁기 돌립시다!
공구 도복은 만천번이야 그러니 저것 보면 안되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