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구문학관,
탄생 100주년 작가 3인전을 열며
올해는 검솔 여영택, 초운(樵雲) 이우출, 목인(牧人) 전상렬 선생 세 분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영택 선생은 195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집 담향(淡香)을 비롯 에세이, 번역서 등 많은 저서를 내었습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교장, 전문대 교수, 한글학회 경북지회장, 대구문인협회장 등을 역임하여 후학 양성과 대구 문단를 위해 큰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이우출 선생은 196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집 종루(鍾樓), 초운(樵雲) 회갑기념문집을 내었습니다. 또한 능인고등학교 교장, 동국대, 효성여대 교수, 영남시조문학회장,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여 후학 양성과 대구 문단를 위해 큰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전상렬 선생은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시집 피리소리를 비롯 산문집, 편저집 등 많은 저서를 내었습니다. 또한 구지중학교, 흥해중학교 교장, 경산문학회장, 한국문협 대구직할시 지회장 등을 역임하여 후학 양성과 대구 문단를 위해 큰 업적을 세우셨습니다.
대구문학관에서는 2023년 세 분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3인전을 마련합니다. 아무쪼록 이 기회를 통해 세 분의 문학적 업적은 물론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 또한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대구문학관장 하청호
여영택의 시는 물활론과 자연 친화 그리고 불교사상과 역사에 천착되어 있다. 거리에 핀 꽃포기, 가까이에 서 있는 나무들이 서로 정을 나누며 관조적 빛깔로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다. 이 고요가 행여나 상할까 시인은 눈을 사르르 감아 깃을 여미고, 때론 석가모니가 그리워 정암사 목련을 만난다. 범어(梵語)로 얼버무려 사랑한다는, 이슬비 들거들랑 하속하라는 목련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시인의 귀는 한없이 맑고 순수하다. 여영택의 시에 들면 자연과 삶의 깊이는 섬세해지고 그 이미지들은 종교로 승화된다.
(최춘해 아동문학가)
초운(樵雲) 이우출, 그는 문경이 낳은 현대시조의 한 봉우리다. 평생 남긴 작품이 50여 편에 지나지 않는 과작(寡作)임에도 불구하고 이호우, 이영도 오누이 시인의 뒤를 이어 영남시조문학회(낙강)의 맥을 굳건히 하였다. 그는 부모님의 때 이른 부재,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으로 삶이 파란만장했던 시인이다. 어려서 경험했던 불교의 정신과 사상이 주조를 이룬 그의 시조들은 참으로 정갈하고 사유적이어서 현대에도 그 완결미가 아름답기 그지 없다.
(민병도 시조시인)
향토적인 정서에 천착하는 그의 시는 사물의 본질을 직시하는 직관력과 질박한 서정, 자연 친화와 생명 존엄 정신을 뿌리로 수묵화같이 담담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허무와 허망까지도 알뜰한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은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강물로 바라보기도 하며, 밝지 않은 현실의 한가운데서도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따뜻한 시를 빚는다. 시인의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의 언어가 먼 데서 부르는 종소리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며, 더 나아가서는 생명력에 불을 지피거나 사랑이 충만한 세계에의 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태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