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로주의 산방
언텍트 산행 (백패킹)
2021년 9월 4일 토요일 (1박2일)
산행지: 서울 노원 불암산 (해발 508m)
산행코스: 상계역-재현고-둘레길-전망데크 (1박)
참석인원: 김옥현, 김승태, 김종연, 박정선, 양미경, 제오현, 신동일 (이상7명/존칭생략)
그 산곁에 눕고 싶다.
코로나 변이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모든 것이 멈춘 모습이다.
아직도 바이러스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통해 하루라도 빠른 일상회복을 기대해 본다.
가급적 인적 드믄 장소를 찾아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 산행을 즐긴다.
높이 보다는.
산꾼들의 우정으로 기억되는 산이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불암산이 그곳이다.
언제였지 !!
등반을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면 으래 한잔 걸치고 전화를 건다.
술취한 목소리로 (행님요~~어디세요~~)
"보고잡아요"
뜬금없이 던진 한마디에 어디서든 한달음에 달려온다.
산에서의 인연은 그렇게 "정" 으로 쌓여 추억으로 남았다.
많은 추억들 가운데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기억 한켠에 상계역이 자리하고 있다.
상계역을 찾으면 그 시절 그 즐거웠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악우님들과 산 인연도 어느새 20년 세월이다.
그 인연의 시작이 불암산 영신암에 녹아 들어 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자일과 하네스 암벽장비를 갖추고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일대 바위 순례를 하며 악우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
암울하고 막막했던 IMF 극복의 시대.
우이동 아지트 펑양상회 옥상 뒤풀이 자리는 만원의 행복 그 자체였다.
어쩌다 우이령길 백마강 음식점에 모여 삼겹살 백숙에 초록병이 곁들여지면 사치스러운 날이 따로 없다.
기억할 수 있는 "불혹" 의 한 시절.
우리가 올랐던 오봉에서의 비박.
3봉 비박터 위로 쏟아지는 달빛처럼 하얗게 지새우던 하룻밤의 꿈을 어찌 잊으리오 !
마지막 남은 술 한잔.
오늘밤 아니 내일 등반 끝내고 마실까 말까.
고민도 잠시 알파인으로 돌려마시며 흡족했던 추억들.
산새 지저귀는 싱그러운 신록으로의 티롤리안 오버행 하강을 준비하며 "출발준비 완료" 를 외친다.
아마 다들 생각나지 않을까.
그 해 겨울 수락산 몰아치는 칼바람은 뼛속 깊이 매서웠다.
싸락눈처럼 어둠이 내리면 상계동 정종집에 모여 따뜻한 정종 한잔에 마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뒤풀이를 끝내고 난 우리의 새벽은 등이 더욱 시렸고 시린 등 뒤로 흩날리는 영신암의 눈보라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영혼을 살찌웠다.
세월은 인수 비둘기샘터 물처럼 덧없이 흘러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만들었지만 종로5가 광장시장 홍천집 육회집 대구탕집 먹벙을 통해 추억을 떠올리며 술잔을 기울이는 즐거움을 주었다.
그해 여름 설악을 가기 위해 장비도 사고 그 핑계로 탁배기 한잔 또 걸친다.
지금도 그렇지만 종로에 가면 다양한 먹거리 만큼이나 산꾼들과의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많아서 좋다.
불암산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일몰과 노을.
박배낭을 꾸린다.
오랜만에 그 시절 악우들과 백패킹을 계획하고 불암산을 찾는다.
1박에 필요한 침낭을 넣고 매트리스로 각을 잡는다.
산꾼들과 마음 나눌 수 있는 쉘터와 영혼을 밝혀줄 렌턴도 챙긴다.
그리고 오랜 우정 또한 빠질순 없겠지.
물론 초록병도 빼먹지 않는다.
상계역 1번출구를 들머리로 산길을 열어간다.
오랜 기억 속의 빛바랜 앨범을 들춰보듯 불암산 영신암으로 걸어가던 길이 떠오른다.
모처럼 비구름이 개고 쾌청한 날씨를 보여준다.
영신암방면 둘레길을 따라 전망데크 오르는 길로 접어든다.
푸른 하늘을 수놓은 백색의 구름과 마주했다.
신선한 공기 황홀한 일몰과 노을 야경 그리고 산꾼들의 우정.
이것만 있다면 오늘 산정에서의 하룻밤 문화가 또 하나의 멋진 추억으로 뇌리에 남을 것이다.
그저 산에 함께 있다는 즐거움에 하나가 된다.
상쾌한 아침이다.
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늘 싱그러워 머리가 맑아진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옅은 바람이 울렁거리는 마음을 토닥여 준다.
나무들의 어울림과 풀들이 뿜어내는 향기는 그 신선함이 폐부 깊숙히 스며들어 광란의 밤을 보낸 후유증을 치유해 준다.
자연은 늘 아름답다.
가끔 덜 아름다울 때가 있고 더 아름다울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림 같은 풍경을 기대하고 찾아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는 대개 더 아름다울 때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행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오랜만에 찾아간 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과 마주할 때 산행은 평생 잊기 힘든 추억으로 남는다.
백패킹을 통해 황홀한 일몰과 마주하며 산우님들과 보낸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듯 하다.
옛 추억이 소중한 것은 일상의 원동력이 그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디지털의 편리성도 좋지만 아날로그적 빛바랜 추억이 더 그립고 소중할 때가 있다.
삶의 소중한 자양분 추억의 조각들을 잘 간직했으면 좋겠다.
동행길 열어주신 산우님 동참배려와 진행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환절기 건강 잘챙기시고 다음 산에서 함박웃음으로 뵙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독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