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에 1대2 패한 뒤 팬들 15초 이상 투척 '돌발상황'
서울 골키퍼 백종범 인천 응원석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 후 날아들어
기성용 '사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행동' 분개...구단도 서둘러 사과문 내
현실적으로 제재금 부과 가능성 크지만 '세계적 추세' 중징계 배제 못해
수십 개의 물병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개중에는 물이 든 상태로 뚜껑이 닫힌 물병도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잡히는 물건도 어떻게 사용하는냐에 따라 흉기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의 무거운 징계가 가능한 이유다.
사건은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가
서울의 2대1 승리로 끝난 직후에 발생했다.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인천 홈 응원석을 바라보며 승리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날렸다.
이 행동은 인천 제르소의 전반 퇴장과 패배로 인해 부글부글 끓는 인천 홈팬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백종범 근처로 물병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서울, 인천 선수들이 골문쪽으로 모였다.
인천 선수들이 팬들에게 그만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 주장 기성용은 물병에 낭심을 맞아 쓰러졌다.
눈, 머리에 맞았다면 더 큰 부상이 입을 수 있었다.
물병 투척은 15초 이상 계속됐다.
기성용은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분개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경인더비의 과열 영상은 이해하더라도 선수가 다칠 수 있는 부분은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구단은 발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다.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는 '홈 경기를 운영하는 우리 구단은 모두 팬이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나 순식간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관람객과 선수들에게 심려 끼쳐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K리그를 사랑하는 팬과 모든 관계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인천 구단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하다.
K리그 규정에 따르면 관중이 그라운드에 이물질을 투척할 경우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경기 개최,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응원석 폐쇄 등의 조치가 내려진다.
연맹이 상별위원회를 개최할 겅우, 물병 투척 행위 외에도 선수 위협 정도, 이물질을 투척한 팬의 숫자, 물병의 마개 개폐 정도 등
세부항목을 따지게 된다.
과거에도 K리그에선 불쌍사나운 물병 투척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2011년 7월 포항-서울전에선 포항팬이 전진 물병에 서울 구단 스태프가 얼굴을 다치는 불상사가 생겼다.
2007년 10월 울산-대전전에서 대전팬이 오물을 투척하자 강시 울산 골키퍼 김영광이 다시 관중쪽으로 물병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즉각 퇴장을 당한 김영광은 상벌위를 거쳐 6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관중의 물병 투척은 3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의 제재금으로 마무리됐다.
K리그 상벌규정의 유형별 징계규정에 따르면 관중의 소요사태를 유발한 클럽에 대해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현실적으로 제재금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지만, 무관중 경기와 같은 중징계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2022년 6월 우즈베키스탄은 일본과 2022년 아시아 U-23 아시아컵 4강전을 무관중으로 치뤘다.
이라크와 8강전에서 홈팬이 경기장 안으로 물병 등 오물을 던진 것이 원인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K리그보다 관중의 이물질 투척에 관한 징계 수위가 높다.
무엇보다 선수의 안전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홈구장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구단뿐 아니라 물병 등 오물을 던진 팬을 색출해 직접 처벌하는 추세다.
2022년 3월 한 에버턴 팬은 애스턴 빌라전에서 상대 선숭게 물병을 투척한 것이 발각돼 4년간 경기장 출입금지 및
100시간 무급 노동 징계를 받았다.
인천은 '물병 투척과 관련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단호한 대처를 약속했다.
연맹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경기 감독관의 보고서를 확인하고, 경기 평가 회의 등을 거쳐서 상황 파악을 할 예정이다.
또 구단에 경위서를 받는 등 절차 등을 거쳐 상벌위 회부 여부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