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기 위해 건설업체들이 눈물겨운 마케팅 활동에 나서고 있다. 기존 입주민의 거센 반발을 우려해 난색을 보였던 분양가 직접 할인이 지방은 물론 서울 미분양 아파트까지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판매가 저조한 상품은 설계까지 바꿔 ‘돈되는’ 물건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서울 미분양 아파트도 분양가 할인 바람
지방 미분양아파트의 할인 분양은 일반적인 일이 됐지만, 최근에는 서울 지역 미분양아파트까지 할인 분양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엠코는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엠코타운’ 142㎡(공급면적 기준)형의 분양가를 당초 10억9000만원에서 9억6000만원으로 1억3000만원가량 낮췄다.
반도건설의 ‘당산동 반도 유보라’ 역시 잔여물량에 대해 할인 분양을 하고 있다. 기존 분양가 대비 15~20%를 깎아 팔고 있다. 155㎡형은 9억원, 184㎡형은 11억원 안팎이다.
현대산업개발은 강서구 화곡동 ‘그랜드 아이파크’와 강동구 고덕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아이파크’의 분양가를 내렸다. ‘그랜드 아이파크’는 기존 분양가에서 10~15%, ‘고덕 아이파크’는 9~10% 정도 가격을 낮췄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애초 서울의 경우 분양이 잘 된다는 생각으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경우가 많았다”며 “분양가 할인이란 측면도 있지만, 적정 가격으로 되돌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마포구 신공덕동 마포로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펜트라우스’ 잔여물량 263가구를 선착순 동·호수 지정으로 할인 분양하고 있다. 총 분양가와 비교해 84m²는 최고 6500만 원, 115m²는 최고 9100만원 할인해서 팔고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다. 요즘엔 상가와 토지도 할인 대상이 되고 있다. LH는 부산지역 분양·임대아파트 단지 내 미분양 상가의 분양가를 최대 69%까지 인하했고 대전·충남 지역 상가도 최초 분양가의 50%까지 가격을 낮춰 재분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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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이 잘 안 되자 수요가 많은 상품으로 설계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상가 등 최근 인기가 떨어지는 수익형 부동산을 원룸이나 소형 오피스텔 등으로 변경해 재분양하는 사례가 많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상가뉴스레이더에 따르면 경기 판교신도시 ‘엑스원 스테이트’는 애초 11개의 상가를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수익성을 높이고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일부를 원룸텔로 변경해 분양 중이다.
대형아파트를 소형으로 바꿔 분양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LIG건설은 ‘한강신도시 리가(LIGA)’의 대형아파트를 중형아파트로 바꿔 하반기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애초 150㎡ 정도의 대형이 전체(1000여 가구)의 절반을 넘었지만 20%까지 낮추고 나머지는 129㎡ 이하 중형으로 채우기로 했다.
대우차판매건설부문은 최근 인천 송도에 개발할 주상복합아파트의 중대형을 중소형으로 바꾸는 내용의 개발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이 변경되면 85㎡ 이하 중소형이 3000여 가구 늘어난다.
동아건설이 서울 용산구에 짓는 ‘용산 더 프라임’ 아파트도 500여 가구 중 112가구를 66㎡ 이하 소형으로 짓기로 했다.
LIG건설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는 최근 인기가 떨어지면서 미분양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며 “사업시기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대형을 최소화하는 게 오히려 사업성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